동향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최근 유럽의 대응


<요약>

최근 세계안보환경은 전통안보의 위협과 다양한 영역에서의 신흥안보 위협이 상존하는 가운데, 군사활동과 비군사 활동이 복합적으로 사용되면서 국가 시스템과 정부의 의사결정을 무력화시키는 하이브리드 위협의 부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이 글은 최근 군사안보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하이브리드 위협의 성격과 대응의 어려움, ▲디지털 정보커뮤니케이션 환경이 하이브리드 위협에 끼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해 세계 어느 지역보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유럽이 어떻게 방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에 있어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기여할 바 및 유럽과 어떤 형태의 협력을 전개할 것인지 논하고자 한다.

    
1. 하이브리드 위협의 성격
    
하이브리드 위협(hybrid threats)은 대규모의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공격 주체의 노출을 최소화하며, 공격의도를 은폐하면서 전략적 목적을 달성하려는‘무정형 전략’이므로 책임소재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주로 무력충돌과 사이버전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하이브리드전 사례는 2000년대 들어 중동과 동유럽에서 다수 발생했으며, 2007년 러시아-에스토니아 분쟁, 2008년 러시아-조지아 분쟁 및 2014년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등 주로 러시아 發 하이브리드 위협이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위협은 지상, 해상. 사이버 공간에서 다양한 공격 형태를 띨 수 있고, 테러, 생화학 및 핵 위협,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해킹, 소셜미디어 플랫폼(social media platform)을 이용한 정보심리전(information and psychological warfare) 등 여러 형태의 전술을 펼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위협의 주체는 국가 행위자, 비국가 행위자 모두가 될 수 있고, 정규군뿐 아니라 테러집단, 반군, 극단주의 세력, 범죄 집단 등 다양하며,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고 군사활동을 수행하는 민간군사기업 등‘전쟁의 외주’까지 등장하면서 행위자 측면에서도 복잡하다. 하이브리드 위협이 효과적으로 수행된 사례로 빈번하게 언급되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의 경우 러시아는 정규군과 아울러 특수부대, 게릴라, 테러범과 같은 비정규전 부대를 이용하여 군사공격, 사이버 공격과 심리전을 혼합한 전술을 펼친 바 있다.


2. 디지털 정보커뮤니케이션 환경의 영향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하이브리드 위협의 대부분은 사이버 공격을 동반하고 있다. 인터넷 네트워크의 지구적 확장,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및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의 발전에 의한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등장 등 정보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는 하이브리드 위협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공격주체의 시각에서는 국가의 핵심 기반시설 간 급증하는 네트워크와 상호의존성이 공격대상의 취약점으로 인식되어 하이브리드 위협을 구사하는 유인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하이브리드 위협은 공격대상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가 행위자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 및 대응을 방해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온라인 공간에 가짜뉴스(fake news)를 유포하는 등 여론왜곡 시도도 빈번하게 동반된다. 과거의 심리전과 다른 점은 현대의 사이버 심리전에서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가능한 내러티브(narrative) 기술을 갖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직접 허위조작정보를 생산하고, 소셜봇(social bots)이나 봇부대(bot army)와 같은 쌍방향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프로그램이 대량의 정보를 소셜미디어 공간에 확산시키는 방법이 빈번하게 동원된다는 점이다.


3.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의 어려움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에 있어서 선진 강대국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다양하다. ▲먼저 현대 대다수 강대국이 관심을 갖는, 최첨단 기술에 의한 미래전 위협에 대한 대비는 복잡한 전술을 구사하는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하는 데에는 효과가 없다. 또한 ▲현대의 하이브리드전은 과거 비정규전과 달리 고도로 발전된 군사기술과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이 결합되어 사이버전, 정보심리전을 동반하는 등 지속적으로 진화하며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다. ▲더불어 선진국들이 군사혁신에 의해 발전시킨 최첨단 기술로 단일하게 전투방식을 일원화하는 것은 공격자의 입장에서는 공격대상의 취약점으로 인식되어 악용할 유인을 갖게 된다. 즉 공격주체는 새로운 공격 형태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동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사이버 심리전의 경우 공격자는 개방된 온라인 공론장에 대해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고 위협 행위를 구사할 수 있으므로 언제나 선제공격의 우위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 즉 사이버 심리전도 일반적인 사이버 공격과 같이 비대칭전(asymmetric warfare)의 성격을 띠며,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가장하며 공격대상으로 삼은 사회에 대해 파괴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하이브리드 위협은 전쟁의 모든 스펙트럼을 망라하는, 모든 수준에서의 모든 형태의 분쟁에 대한 대비태세를 요구한다. 하지만 각국의 군은 그러한 다양한 형태의 위협에 대응할 인력, 자원, 기술을 갖추는 데에 비용이 들고 군이 그러한 태세를 갖추며 적응하는 데에도 긴 시간이 걸린다. 


4.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유럽의 대응태세

일찍이 NATO는 2014년 9월 웨일즈(Wales)에서의 NATO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과정에서 보여준 군사행동을 하이브리드 위협으로 정의하고 EU와의 공조 하에 다양한 공식 및 비공식 고위급 회담과 군사훈련, 조직 정비 등 세계 어느 지역보다 예민하게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나 이란 등 권위주의 레짐이 서구권 선거철에 집중적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전개하는 데 대해 국가 방위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서구권은 여론 양극화와 사회분열을 야기하면서 민주주의 제도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고 정부기관의 정당성을 침해하려는 이러한 하이브리드 위협의 교란행위를 주권에 대한 침해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NATO가 하이브리드 위협을 주요 의제로서 처음 다루기 시작한 2014년 웨일즈정상회담부터 시작하여, 2016년 브뤼셀정상회담, 2018년 바르샤바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유럽은 NATO와 EU간에 정치·군사·전략적 수준에서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해 다양하게 공조하고 있다. 특히 2014년 9월‘웨일즈 NATO 정상회담선언’은 유럽 차원에서 하이브리드 위협을 국제사회에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국제사회의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냉전이후 최대의 안보위협이자 유럽-대서양지역의 전략적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사건으로 평가한 NATO는 2015년부터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대응태세를 조직적으로 갖춰나갔다. NATO는 위협 대응에 있어서 회원국 간 신속하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2014년 1월 라트비아에 ‘NATO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NATO Strategic Communication Centre of Excellence)’를 설립했다. 

EU도 NATO와 공조하며 다양한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기관을 설립해 나갔다. EU는 2016년 브뤼셀 정상회담에서 ‘유럽연합의 하이브리드 위협대응 공동프레임워크’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22개 항목의 대응조치를 구체화했다. EU는 이 공동성명에 따라 ‘EU정보정세센터(EU NTCEN: EU Intelligence and Situation Centre)’에 ‘EU 하이브리드 퓨전 셀(EU Hybrid Fusion Cell)’을 설치했고, 2017년에는 핀란드 헬싱키에 ‘유럽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센터(Hybrid CoE: European Centre of Excellence for Countering Hybrid Threats)’를 설립한 바 있다.


5. 유럽의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 군사훈련

최근 NATO의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응하는 군사훈련은 주로 기존의 사이버전 대응 훈련의 일부로 수행되고 있고, 유럽이 사이버 공격을 하이브리드 위협의 가장 빈번한 형태로 인식하고 있음은 사이버 작전이 하이브리드전 모의훈련의 주요 내용을 구성하는 데에서도 드러난다. 이러한 훈련은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기 이전에도 실시되어 왔다. NATO는 2008년부터 사이버 공격 상황에서 NATO 내에 다양한 조직 간 공조와 전략적 의사결정을 모의 연습하는 연례 사이버 방위훈련인 ‘사이버연대(Cyber Coalition)’를 수행해왔다. 또한‘NATO 사이버방어협력센터(NATO CCDCOE: Cooperative Cyber Defense Centre of Excellence)’가 2010년부터 주관해온 사이버 방위훈련인 ‘라키드쉴드훈련(Excercise Locked Shields)’은 최첨단 기술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규모의 사이버 공격 하에서 국가의 IT 시스템과 주요 인프라를 방어하는 기술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수행하고 있다. 1992년부터 NATO가 시행해온‘위기관리훈련(CMX: Crisis Management Exercise)’은 2016년부터는 사이버 테러,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이버 심리전과 테러 등이 복합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위협에 민간과 군이 함께 대응하는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6. 정책적 고려사항

현재 미국과 유럽이 주목하며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하이브리드 위협은 미중경쟁의 심화 및 진영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앞으로 점차 국제무대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다대하다. 한편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북핵을 비롯한 전통안보의 위협과 에너지·환경·보건·신기술·우주 등 신흥안보 이슈가 새로운 도전을 주고 있고, 사이버 공격과 심리전, 상공 및 항공에서의 저강도 군사긴장 등 우리의 경우도 다양한 형태의 하이브리드 위협을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평화의 전통안보 측면뿐만 아니라 신흥안보와 비전통 안보 등 하이브리드 위협과 복잡하게 연계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다자무대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취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 관련전문지식과 기술 공유·공동연구·교육·공동훈련·민간교류 등 여러 차원과 채널을 통해 세계 각국과 공조하며 하이브리드 위협과 관련된 다양한 이니셔티브와 제도·규범 구축에 참여하는 등 우리의 중견국 외교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하이브리드 위협은 민주주의 제도의 가치와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한국은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대응과 관련하여 미국과 유럽을 포함하여 국제사회의 다양한 주체와 더불어 의제 제안 및 관련 규범·제도 구축 등 다자차원에서의 국제공조에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 붙임 참조

리포트 평점  
해당 콘텐츠에 대한 회원님의 소중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0.0 (0개의 평가)
평가하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