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랭킹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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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랭킹 원조는 US News and World Reports 라는 미국 주간지입니다. 미국은 정치 수도인 워싱턴이나, 경제 수도인 뉴욕에만 대학이 몰린 것도 아니고, 또 동부와 서부의 사회 분위기도 다르고 하여, 다양한 대학들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 대학들은 원초적으로 대강 서열이 정해져 있어서 언론의 평가가 사실상 필요 없다고 봐야 하겠죠.
미국에서 시작된 이 서열평가가 세계적으로 확장되어서 영국 The times니, 중국 교통대학이니 여러 곳에서 세계대학 랭킹을 발표하면서 이 분야는 춘추전국시대가 된 느낌입니다. 여기에 중앙일보도 끼어들어 국내대학 순위도 발표하고 있죠?
뭐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간단히, 구체적으로 이야기합시다. 언론이 발표하는 대학서열이라는 것, 별 의미 없습니다. 과학적 증거를 들이댄다면, 평가결과를 보면 일년만에 한 대학의 서열이 엄청 점프하거나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대학이라는 거대 공동체는 그렇게 짧은 시간안에 교육의 질이 변화될 수 없는 큰 관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은 자명하니까요. 이런 급부침이 생기는 원인은 평가항목의 Weighting Factor가 바뀌거나, 해당대학이 자료를 다르게 (너무 성실 또는 부성실하게) 제출하거나 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합니다만, 이런 급격한 변화는 평가를 발표하는 언론이 흥행을 위해 노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평가결과가 작년과 동일하다면 누가 자기들의 잡지나 신문을 사겠으며, 입방아를 찍겠습니까?
의미가 없다고는 했지만, 굳이 속을 들여다 보면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세계 대학평가에서는 덩치 큰 대학들의 서열이 높습니다. 즉, 양이 질이라는 이야기죠. 연구 분야가 많은 대학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논문 발표 수가 평가에 큰 영향을 주기에 대학원이 좋은 대학들이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위에 언급한 US News and World Reports (www.usnews.com)는 대학과 대학원을 나누어 평가를 합니다만, 세계대학 평가를 하는 기관들은 이런 구별 없이 발표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대학들은 학부나 대학원이 별 차이가 없죠. 학부가 좋으면, 대학원도 좋아서 그 나물에 그 밥입니다. 유럽 대륙의 대학들은 학부는 다 비슷하고, 대학원은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학들은 다릅니다. 학부와 대학원의 품질이 동일한 대학들도 많습니다만, 학부는 별로인데, 대학원이 아주 좋은 대학과 학부는 명문이지만, 대학원이 초라한 대학들도 많습니다. 명문학부인데도 대학원이 별로인 대학들은 대학원 수준이 낮다기보다는 연구 규모가 작거나, 석사과정까지만 있고, 박사과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예를 들면, US News and World Reports 평가에 의하면 UC Berkeley 학부는 항상 20위에 턱걸이 합니다만, 대학원은 거의 모든 분야가 5위 안에 있습니다. 반대로, Dartmouth College나 Swarthmore College 등은 학부는 최고의 명문이지만, 대학원의 규모가 아주 작아서 평가에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대학서열이 아주 재미있습니다. 아시는 대로 프랑스의 일반 대학들은 평준화되어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의 엘리트들은 일반대학이 아니라, Grandes Ecoles이라는 곳에 진학하고 싶어합니다. 석사과정에 해당하는 실질적 교육을 마치고 바로 사회로 진출하게 짜여진 학교들입니다. 이 Grand Ecoles 서열이 프랑스 사회에서는 큰 관심사인데, 언론에서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깥 노동시장에서 졸업 후 받게 되는 졸업생들의 평균 연봉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인 프랑스에도 이런 극렬한 자본주의 척도가 가끔 존재하는 것을 보면 돈이 이 시대의 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유학이나 연수가는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서열보다는 규모가 크고 이름이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대학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바램이 있다면, 우리도 미국처럼 학부교육만 전문으로 하는 대학들이 몇 개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연구중심 대학으로 간다고 부산스러울 때, 역주행할 수 있는 다양하고도 엉뚱한 지적 담론이 그립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