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공과대학에서 석사과정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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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지난 번 코센에서 ‘슬기로운 유학 가이드 세미나’ 에서 연사로 발표를 진행했던 임안나라고 합니다.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공과대학 (KTH royal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Engineering Mechanics 석사 2년차이며, Volvo cars 에서 석사 논문 진행중에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코센에 제가 사랑하는 스웨덴에서의 유학 생활을 공유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직 한국 사람들에게 생소한 북유럽 국가지만 이 곳에서의 유학 생활은 어떨지 함께 보실까요? :)
석사 유학을 결심 하기 전 우연한 기회로 스웨덴에 휴가를 왔었습니다. 그 휴가 이후로 불현듯 스웨덴 유학 행을 결심했습니다. 그땐 스웨덴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고 큰 관심도 없었을 때였는데 스웨덴에 있었던 2주가 어찌나 즐겁고 행복했던지 아직도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는데 이 곳은 겨울 밤이 워낙 길어서 오후 2시만 되면 해가 지기 시작합니다. 우중충 한 날이 대부분이라 2주 중 해를 단 두번 밖에 못 봤는데도 무엇이 그렇게 좋았을까요? 지금 돌이켜 보면 츤데레 같은 스웨덴 사람들, 성별과 위치에 관계 없이 개인의 의견을 존중 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바쁜 듯 하지만 그 속에 균형잡힌 삶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스웨덴어로는 Kungliga Tekniska Hogskolan 라고 부르며 보통 줄여서 KTH 라고 불립니다. 많은 유명한 엔지니어들과 과학자들을 배출한 이 곳은 1827년에 세워진 약 2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공과 대학교입니다. 학교 입구 쪽에 위치한 건물들과 도서관은 1917년에 지어져 여전히 잘 보존되고 있고 가끔 특정 빌딩 강의실에 들어가면 오래된 도서관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의 석사 과정에 대해 잘 모르지만 스웨덴의 석사 생활은 학사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석사 지원 시 교수님 컨택이나 연구실 선택이 전혀 없고 공부 하고싶은 전공만 고른 후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수업은 학사와 마찬가지로 아침부터 오후까지 있는 경우들도 있고 90퍼센트가 강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학교 생활 전반적으로 느낀점은 비 유럽 국가에서 온 학생들을 꽤 세심하게 케어 해 주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저희 학교의 경우엔 렌트난인 스톡홀름에서 비 유럽국가에서 온 학생들을 우선 순위로 학생 기숙사에 배정 해주어 정착에 큰 도움을 주고 스웨덴에 도착 하는 첫 날엔 학교에서 공항까지 마중나와 관광 버스로 학교까지 데려다 줍니다. 이케아의 나라 답게 베개부터 수건까지 챙겨주어 유럽 국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 적도 있었습니다. 과제나 프로젝트는 대부분 팀으로 진행되며 당연히 이곳에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과 대충 묻어 가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처음 입학 후에 유럽권 학생들은 등록금이 무료라 대충 대충하겠지 하는 선입견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겪어 본 친구들은 그 반대였습니다.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교육 받을 자유가 주어지기 때문에 공부가 정말 하고싶어서 하고 즐거워서 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저희 과 친구 중 한명은 38살인데 10년동안 가수 생활을 하다가 엔지니어링 공부를 하고싶어서 학교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주변에 전공을 변경 한 사람들이 꽤 많았고 이 곳엔 ‘평생 직업’이라는 말이 없는 것 같아 어떤 면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두지 않고 열린 결말과 같은 삶을 사는 것 같다고 할까요.
스톡홀름 근교에 아름다운 곳들이 많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도시는 웁살라 (Uppsala) 입니다. 스웨덴 내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웁살라 내에는 1477년에 지어진 북유럽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명문 학교로 꼽히는 웁살라 대학교(Uppsala University)가 있습니다. 도시의 중심에 대학교가 위치하다 보니 도시 전체 분위기가 다른 도시와 사뭇 다릅니다. 웁살라에는 대학교 말고도 웁살라 대성당, 웁살라 성등 역사적인 장소들이 있습니다. 또한 오래된 도시인만큼 100년 된 카페에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카페 내부 분위기가 요즘 감성과 다르지만 그게 더 매력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100년 된 카페 이야기를 하다보니 물론 스톡홀름 중심에서 지하철로 약 30분 정도에 위치한 곳에도 오래된 브런치 카페가 있습니다. 1800년대에 지어진 건물 그대로를 아직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항상 놀랍습니다. 주말이 되면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친구분들과 함께 여유로운 Fika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가득 한 곳입니다. 강가 주변에 위치해 바쁜 도시에 잠시 마음이 지쳤다면 이 곳에서 커피와 함께 자연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노벨의 나라 답게 매년 12월 노벨상 시즌이 오면 스톡홀름 전체가 불빛으로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시내 곳곳에 각기 다른 테마로 이루어진 불빛 축제가 열리고 그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스톡홀름 시티홀입니다. 아티스트가 여러가지 노벨상을 받았던 주제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 낸 작품으로서 실제로 보면 웅장한 노래와 함께 화려한 빛에 압도됩니다. 작년 Nobel light week 때 찍었던 사진인데 당시 눈이 내리고 있어서 눈에 반사 된 색색깔의 아름다운 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또 다른 겨울을 이기는 방법으로는 꽁꽁 얼은 물을 뚫고 들어가 몸을 담그거나 수영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차마 엄두가 나질 않아서 아직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지만 북유럽에서는 감기 걸리기 쉬운 겨울철 면역력을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물에 뛰어든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 친구 중 한명은 미국에서 왔는데 몇 번 시도 해 본 후 너무 개운하고 감기에도 쉽게 걸리지 않는 것 같아서 그 후로부터 거의 매일 아침마다 물에 들어 간다고 합니다. 찬물 샤워와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한 번 시도 해 보고 느낀점을 자세히 적어보겠습니다..ㅎㅎ
겨울을 즐기는 방법 중 마지막 방법은 오로라 보기 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버킷 리스트에 있는 오로라 보기가 이 곳 스웨덴에서는 집 뒷 마당에서도 가능합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은 제가 사는 기숙사 뒤 해변에서 촬영 한 것입니다. 보통 여기서도 겨울이 되면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한참 북쪽인 키루나 라는 곳으로 떠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곳만큼 선명한 오로라를 보기는 힘들겠지만 스톡홀름 시내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게 참 신기했습니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 유학 2년 동안 매년 겨울 시내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겐 삶의 목표 중 하나인데 누군가에겐 집 뒷 마당에서 볼 수 있다는게 여기 사람들은 참 복 받았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도 여기 살면서 직접 오로라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합니다. 크게 관심이 없다고 하네요. 아마 자주 볼 수 있어서 일까요.
1년 중 겨울이 가장 길고 어두워 흔히 말하는 Winter depression에 빠지기 쉽지만 이처럼 겨울이라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들과 겨울 스포츠 등을 즐기면서 몸을 움직여 긴 겨울에서 살아 남아 또 다른 겨울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이 곳에선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년 과정 중 마지막 학기는 논문 작성 기간인데 이 기간 동안에 학과에서 올라오는 주제를 선택하여 교수님과 함께 진행하는 방법, 회사에서 올리는 논문 주제를 선택해서 인터뷰를 본 후 회사와 함께 진행 하는 방법, 그리고 개인이 논문 주제를 정하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 진행합니다. 저는 산업체와 함께 하는 논문에 더 관심이 있었고 현재 볼보 자동차에서 Natural fiber reinforced plastic에 대한 해석 방법 구축을 관련한 주제로 논문을 진행 하고 있습니다. 석사 유학 전 자동차 업계에서 몇 년간 일하면서 볼보 자동차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볼보 자동차는 더 안정성이 높은지, 공정 과정에서 그리고 주행 시에도 탄소 배출량을 최소로 배출 할 수 있는지 궁금했고 사내 문화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논문이라고 하더라도 이력서를 내고 면접 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관련 경력이 있는게 분명히 도움이 되었지만 기회는 두드리는 자에게 있다는 말처럼 포기하지 않고 지원하고 면접 준비를 한 덕분에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 제가 일했던 환경과 조금은 다른 문화를 경험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본 것 중에 인상깊었던 점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회사인 만큼 사내에서도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해 끊이 없이 연구하고 독려하며 정말 말 뿐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생활 속에서 직접 실천 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또한 잘한 부분은 반드시 칭찬하고 넘어가며 부족한 부분은 질타와 비난을 하기 보단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는 이해와 관용으로 앞으로 어떤 부분을 함께 수정해 나가면 좋을지 다함께 토론 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유학 생활을 하다보면 여태까지 내가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다르고 다양한 문화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자칫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쉽게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향수병도 오지만 그것보다 힘들었던 점은 남들과 경쟁하며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다른 친구들보다 뛰어나지 못 하다는 것을 느끼고 스스로를 깎아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잃어버리면 목표도 잃어버리고 그러다 보면 스스로를 방에 가두고 자꾸만 내가 왜 이 곳에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되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기분에 불확실한 미래가 불현듯 찾아 오는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지 생활이 쉽지 않다고 하는가 봅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이루고싶어서 이 곳에 있는지를 잊지 않게 상기시켜주고 주변을 천천히 둘러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혼자 인 것 같아도 천천히 둘러보면 반드시 내 주변에 날 걱정하는 누군가는 있거든요. 가끔 문화 차이로 힘들더라도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도 단지 다른 문화에서 온 한 사람이니 내가 틀린 것도 옳은 것도 아니므로 기죽지 말고 항상 당당하게 유학 생활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네 제 스스로에게도 하는 말 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글 감사합니다! 대도시에서 매일 오로라를 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서른살이 넘어 학교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부럽습니다. 얼마전 유투브에서 스웨덴은 복지의 천국이지만 경제성장에 매우 진심인 나라라고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시는 연구도 화이팅이고 늘 건강하세요!
경험을 공유해 주셔서 감사해요, 많은 영감과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글입니다!
안나님의 도전정신과 중.꺾.마 정말 멋져요..! 연구와 안나님의 꿈 모두 화이팅입니다!!
정성들여 쓴 글과 아름다운 사진들 잘 보았습니다! 멋진 꿈을 향해서 정진하시는 모습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