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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교(University Paris-Sorbonne)에서 박사과정 생활

안녕하세요, 저는 파리 소르본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중인 이수연이라고 합니다. 전공 분야는 화학, 그 중에서도 나노 사이언스 분야를 공부하고 있구요.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서로 다른 성질을 갖고있는 나노파티클을 합성하고 그들을 한 시스템 안에 3D로 정렬시킨 후, 각각의 물리적 속성이 어떤 식으로 서로 영향을 받는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토 에세이를 통해, 캠퍼스 소개 및 학교 생활뿐만 아니라 저의 파리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소개해 드릴게요.

먼저, 제가 연구를 하고 있는 소르본 대학교에 대해 설명을 드릴게요 소르본 대학교는 12세기에 설립된 파리 대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유럽 내에서도 볼로냐 대학, 옥스포드 대학 등과 더불어 몇 안되는 오래된 대학 중에 하나예요. 원래는 종합대학이었던 소르본 대학은 1968년, 68혁명으로 인해 파리 시내 모든 대학이 이름을 없애고 숫자로 매겨져 분리되면서 문학대학의 파리 제4대학교와 의학/이학대학인 파리 제6대학교로 분리되었다가 2018년 1월 1일 부로 다시 합쳐져 소르본 대학교로 재명명되었습니다.
실제로, 저는 입학 당시 피에르 앤 마리 퀴리 대학 (파리 6대학)으로 등록을 했었는데요, 이과 공과대학만으로 이루어져있는 대학교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소르본 대학교로 소속 대학이 바뀌었습니다. 입학은 파리 6대학, 졸업은 소르본 대학교로 하게 된 셈이죠. 사실 대학교 이름이 바뀐 것이 평소 생활에서 크게 와닿을 때는 거의 없는데요. 그래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특별히 과학이나 프랑스에 잘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소르본 대학교라는 이름을 더 잘 알기에 설명이 편하다는 장점이 있네요.

저희 대학교 캠퍼스는 파리 지도 내에서 보시다시피, 파리 센터, 그 중에서도 센 강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각종 관광지들과도 아주 가깝구요, 대중교통도 잘 연결되어 있어 파리 어디로든 이동하기도 편합니다. 날씨 좋은 날이면, 연구실 친구들과 테이크 아웃한 점심을 사들고 센 강가에서 햇볕을 쐬며 소풍 겸 점심을 먹을 수 있는데, 기분 전환에 아주 좋아요. 파리에서 공부하는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캠퍼스는 파리 노틀담 성당에서 걸어서 5분 정도면 캠퍼스에 도착할 수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겠지만, 2019년 4월에 일어났던 아주 큰 화재로 인해 노틀담의 많은 부분이 사라진 마음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그 날이 아주 생생히 기억이 나는데요. 저녁6~7시 경 실험을 끝내고 퇴근하려고 연구실을 나오는데, 새까만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소방차 소리가 끊임없이 나더라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 진원지가 노틀담 성당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평소 지하철을 타는 노틀담 성당 역까지 걸어 도착해서야, 노틀담 성당이 화재로 불타고 있는 것을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도 있었던 숭례문 화재가 떠오르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많은 한국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화재 전과 후, 제가 찍었던 사진으로 비교해봐도, 지붕과 첨탑 포함 많은 부분이 사라진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현재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노틀담 성당은 열심히 복원 사업 중에 있습니다. 아직은 얼마나 걸려야 다시 예전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진 모르지만, 목표가 파리 올림픽 전까지 완성이라고 하니 곧 화재 전의 모습으로의 복원을 기대도 될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 또한 파리에 오기 전에 프랑스에 대한, 특히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물론 수 년간 생활하면서 많은 부분 사라지기도 했지만요. 그래도 여전히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어디를 걸어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도시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 중심가의 고층 빌딩 건설을 자제하고,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는 도시 조경을 유지한 것이, 특히 센 강 주변의 아름다운 파리를 만든 것 같아요. 저녁에 퇴근하고 왠지 집에 바로 들어가기 싫은 날, 센 강을 따라 걸으며 밤 산책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 어쩐지 스트레스도 풀리구요.

파리에서 사는 것의 특별한 점이라고 한다면, 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는 점입니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 등 많은 미술관 및 박물관이 있구요, 뿐만 아니라 시즌별로 다양한 기획전 및 특별전들이 여러 곳의 미술관에서 개최됩니다. 그리고 파리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대부분의 입장료가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이 가능하구요, 미술에 관심이 많다면 연간 회원권을 구입하여 무제한으로 미술관 입장이 가능하기도 해요. 현재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모든 박물관이 임시로 닫은 상태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저도 연간회원권을 구입하여 퇴근 후 종종 야간 개장한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종종 오랑주리 미술관이 문을 닫은 저녁 시간이면, 밑의 사진처럼 그림와 함께 클래식 콘서트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을 위한 행사이기 때문에, 입장료도 1-2만원 정도로 아주 저렴하구요.
뿐만 아니라, 각종 오페라, 클래식 공연, 혹은 콘서트 등도 연중 내내 즐기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좋아하는 밴드가 한국에 한 번도 내한공연을 오지 않아 공연을 가보고 싶었는데 파리에 유학을 오고 나서야 처음으로 그들의 공연을 가본 적도 있습니다. 물론 찾아보니 요즘은 한국에도 공연을 종종 오더라구요, 하하.

다음으로, 고되다면 고된 유학 생활의 거의 유일한 일상의 즐거움(!), 음식이죠. 왠지 모르게 지치는 날이면 맛있는 거 사먹고 잊어버리기도 하구요. 다른 EU국가들과 비슷하게, 파리도 식당 및 카페에 테라스 자리가 아주 잘 활성화 되어있습니다. 덥디 더운 여름이고 매서운 칼바람부는 겨울이고 테라스 자리 사수하고 앉아 커피 마시는 프랑스인들을 보면 존경심이 들 지경입니다. 저는, 해 잘 드는 봄 여름 날에 주로 테라스 자리를 이용하는데요. 연구실 컴퓨터로 실험 데이터 처리하는게 너무 지겨우면, 캠퍼스 바깥의 테라스 있는 카페로 가서 커피 시켜놓고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광합성도 하고, 카페인도 채우고, 일도 조금이나마 하구요. 물론 종종 맥주나 와인을 곁들여 외식도 하구요.

그리고, 음식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들 답게 저희 연구실에서는 무슨 일만 있으면 파티를 자주 연답니다. 크리스마스, 새해, 박사생들 졸업 파티, 승진 파티 등등이요. 주인공이 있는 파티는, 주인공이 파티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구요. 크리스마스나 새해 파티의 경우에는, 각자 음식을 조금씩 준비해와서 나누어 먹습니다. 와인의 나라답게, 점심 시간에 파티가 열리더라도 와인 혹은 샴페인을 함께 나눠마시는 것은 국룰입니다. 유학 초반에는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웠었는데요. 나중에는 하도 이런 일이 자주 있다보니, 파티 음식용 한식 필살 레시피 한 두개 정도는 장착하게 되더라구요. 김밥, 불고기, 호박전, 유부초밥 등으로 잘 돌려막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유학 생활을 최대한 가감없이 보여드리려고 해보았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사실상 지금은, 세계를 뒤덮은 covid-19 사태로 인해 이러한 평범한 일상도 멈춰있습니다. 파리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역에서는 현재 모든 레스토랑이 포장 및 배달 외에는 영업이 불가능하구요. 모든 미술관 및 박물관, 영화관도 몇 달 째 문이 닫혀있습니다. 저조차도 이 포토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추억에 젖을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제 프랑스도 한국도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곧 이 사태가 끝날 수 있다고 희망적으로 생각해봅니다. 그날까지 우리 모두 각자의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하다보면, 곧 우리 모두의 일상이 이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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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도시에서 공부하고 계시니 정말 부럽습니다. 잠깐 밖을 산책해도 여행다니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O^ 유학생활동안 몸조심하시고 홧팅하세요~!!!

손지훈(htlaz) 2021-04-16

남은 유학 기간 동안 건강 꼭 챙기시고요! 1차 백신 접종 하셨고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