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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어류생리전공 Wood lab 생활

북극해의 차가운 빙하수는 프레이저강을 따라 캐나다 내륙을 거쳐 흐르다가 서부 끝자락 밴쿠버 지역에서 태평양으로 방류된다.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밴쿠버 주변 해역은 그래서 다른 해수 지역에 비하여 염도가 14% 낮다. 밴쿠버의 상징인 연어를 (Salmon) 비롯하여 꼼장어 (Hagfish), 장어 (Lamprey), 송어 (Trout) 및 철갑상어 (Sturgeon)는 차가운 담수와 해수를 오가며 살아간다. 물고기가 물을 오고 가는 것은 신비롭지 않지만, 담수와 해수의 염도 차이를 극복하며 이주하는 것은 가히 놀라운 사건이다. 예를 들어 담수는 물고기 체액에 비하여 이온농도가 낮지만 해수는 반대로 높다. 그래서 담수어는 체내이온을 묽은 담수에 빼앗기고 빈자리는 담수로 채우는 반면 해수어는 체내 수분을 잃고, 잃은 양에 비례하여 바다의 나트륨과 염소이온을 과량으로 받아들인다 (그림1 굵은 화살표). 생존을 위하여 담수어는 체내 수분은 버리고 잃은 이온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물에서 회복하고 해수어는 거꾸로 체내 이온을 버리고 바다물을 들이마시며, 잃은 수분의 일부를 채워간다 (그림1 점선화살표). 담수어와 해수어 모두 아가미를 이용하지만 기능적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아가미 세포 조성이 다르다. 즉, 아가미 모양은 같지만 세포조성이 다르기 때문에 기능은 다르다. 결과적으로 담수어와 해수어는 서로의 생활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그림 1. 담수어와 해수어 아가미의 기능.
담수어 아가미는 체내수분을 버리고 이온을 되찾지만, 해수어는 이온을 버리고 바다물을 들이마셔 잃은 물을 보충한다.

강의 상류에서 부화한 어린 물고기들은 강의 흐름을 타고 서서히 바다로 이동하여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강어귀에서 며칠에서 몇 주간 머무른 후 바다의 높은 염도에 완전히 적응한다. 강어귀에서 머무르는 동안 물고기들은 아가미 세포 자체를 통째로 바꾸어 그 기능 자체를 담수용에서 해수용으로 변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을 걸고 해수 지역으로 이동하면 물고기는 풍부한 먹이를 얻을 수 있고 훌륭한 성체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번식기가 되면 이들은 다시 밴쿠버 주변 강어귀로 모여들어 다시 한번 아가미 세포 변형 후 자신이 태어난 강의 상류지역으로 회귀한다. 많은 연어과 어류는 번식 후 죽음을 맞이하지만 장어류 및 철갑상어류는 10년에서 80년간 제법 규칙적으로 담수와 해수 사이를 오고 가며 번식과 먹이활동을 한다. 나누어진 담수와 해수의 경계를 넘어 생활하는 밴쿠버 물고기들은 그래서 조금 특별하다.
 

그림 2. 후각기능 측정을 위하여 실험실에 준비된 1 m 크기의 흰철갑상어 (White sturgeon). 철갑상어는 북미서식 담수어 중 가장크다 (몸길이 6m 이상, 무게 600 kg, 수명 80 – 100 년). 철갑상어에 관한 구체적인 과학자료는 KOSEN학회보고서 “북미철갑상어및주걱철갑상어학회 비대면 화상회의”에 기록되어있다. (사진출처: 개인자료)

대놓고 결정한 것은 아무도 없지만, 브리티쉬컬럼비아대학 동물학과 연구진들은 통일하여 양식장에서 얻기 쉽고 실험기자재와 크기가 잘 맞는 무지개송어를 연구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연구분야에 상관없이 무지개송어는 모든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다. 무지개송어는 이쁘다. 철갑상어처럼 크지도 않고 장어처럼 길쭉하지도 않다. 딱 물고기처럼 생긴 무지개송어는 몸통 옆면으로 연분홍색의 화려한 무늬가 인상적이다. 산란기 연어는 체구가 커지고 수컷의 경우 주둥이 부위가 마치 갈고리처럼 변형되어 섬뜩한 모습이지만 무지개송어는 산란기 신체변형도 심하지 않아 제법 그 모습을 언제나 유지한다. 생리학 실험실에 들어온 무지개송어는 마취 후 수술대 위에서 입과 심장 주변에 압력, 유속 및 산소 측정 센서를 삽입하여 호흡과 심장의 운동압력, 물 혹은 혈액 유속 및 산소 농도를 측정한다. 300g정도의 무지개송어는 분당 70회 정도 호흡하여 산소를 받아들이고, 45번 정도 심장을 움직여 받아들인 산소를 효율적으로 체내기관 및 세포로 전달하고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체외로 방출한다. 규칙적인 호흡을 유지하기 위하여 무지개송어는 1.5 mmHg 정도 압력을 입안에 유지하면서 분당 40-50 mL 정도의 물을 구강으로 받아들인 후 아가미를 거쳐 배출한다. 심장은 60배 정도 높은 66 mmHg 압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1회 심장박동 시 혈액을 8 mL 정도 방출시켜 호흡운동과 양적 비율을 유지한다. 무거운 물을 움직이며 호흡하는 물고기는 적절 양의 산소를 얻기 위하여 빠르게 호흡하지만 받아들이는 산소의 양은 육상동물에 비하여 턱없이 적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가 심한 심장박동을 호흡수의 64% 정도로 유지하며 에너지 효율을 유지한다. 부영양화로 인하여 물속 산소가 감소하거나 환경독성물질이 증가하는 등의 외부환경 변화 및 먹이 섭식과 운동으로 인한 체내환경 변화 후 무지개송어는 호흡을 증가시키고 증가된 호흡에 비례하여 심장운동 또한 증가시켜 산소 효율을 증대시키고 생성 된 암모니아 및 이산화탄소는 아가미를 통하여 배출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온실효과로 인하여 해수 온도는 상승하고 해수로 녹아든 이산화탄소량 증가로 인하여 산도는 낮아질 것이다. 온도 상승은 산소용해도를 낮추어 해수의 산소농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방대한 실험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해 본다면 무지개송어는 운동량을 극단적으로 낮추어 산소 소비를 줄이던지 아니면 더 많은 산소를 얻어 일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하여 호흡과 심장운동을 증가시키는 정도의 선택권이 있을 것이다.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복원한 지구온난화 조건에서 무지개송어는 호흡과 심장 운동량을 증가시켜 더 많은 산소를 얻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지속되어 바다 어느 곳에서도 충분한 산소를 얻지 못하고 무지개송어는 산소결핍과 더불어 체내 이산화탄소 양 증가로 죽음에 이르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작은 체형으로 크기를 제한하여 살아남을 것이다. 결과는 모르겠다.

 

그림 3. A) 생리활동측정장치, B) 수술대위의 무지개송어, C) 센서가부착되는 부위, D) 측정된 호흡과 심장움직임. 간단한 마취 후, 무지개송어의 각 신체부위에 압력, 유속, 전기활성도 및 산소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다. 마취에서 깨어난 무지개송어를 다양한 실험적 환경에 노출하여 생리변화를 실험실에서 측정한다. (사진출처: 개인자료)

Wood lab 사람들은 여름 한달기간은 항상 밴쿠버섬에 위치한 뱀필드해양연구센터 (Bamfield Marine Sciences Centre)에서 보낸다. 다양한 해양 어류를 접할 수 있지만 까다로운 동물 연구 규제 및 실험 개체 수량 제한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실험실에서 접할 수 있는 동물은 꼼장어 (Pacific hagfish)와 가시상어 (Spiny dogfish) 정도이다. 상어에 비하여 크기가 작고 많은 수량을 보유할 수 있는 꼼장어는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어류이다. 하지만 꼼장어는 무엇이든 애매모호하여 연구자들의 발표내용 또한 모호하다. 예를들면, 꼼장어는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퇴화된 눈이 창백한 피부색으로 남아있지만 빛의 유무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입은 몸속으로 항상 들어가 있으며 필요할 때만 나온다. 빨대모양의 콧구멍이 하나 있는데 인두와 연결되어 호흡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후각기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심된다. 심장은 5개 정도 분지 되어있고, 머리와 꼬리끝에서도 심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기관이 관찰되기도 한다. 척추는 없지만 척추위치에 연골이 자리잡아 최소한 뱀과 같은 움직임은 보여준다. 꼼장어는 어류이지만 아가미는 없고, 대신 주머니 모양의 24개의 기관이 몸통 측면 내부에 각각 12개씩 붙어있어 아가미 기능을 수행한다. 규칙적으로 호흡을 하지만 산소가 없으면 호흡을 멈추고 모든 신체기능을 정지시켜 살아남는다. 그래서 실험 조건으로 산소를 완전히 제거한 바닷물 속에서 꼼장어는 일주일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되어 실험실의 모든 물고기들이 뒤집어질 때도 꼼장어는 고요하게 꽈리를 틀고 가만히 실험실 욕조에 가만히 앉아있는다. 눈도 없고 하나밖에 없는 콧구멍은 후각기능이 의심스럽지만 꼼장어는 가라앉은 동물의 사체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모여드는 심해어다. 이러한 이유로 꼼장어는 이곳에서 어류가 아닌 괴물로 분류된다. 괴물도 약점은 있다. 꼼장어는 체내 이온조절 능력이 부족하여 바닷물에 풍부한 나트륨과 염소가 그대로 꼼장어의 혈액으로 침투되어 혈액의 이온 농도를 결정한다. 그래서 바닷물이 민물과 섞여 염분농도가 줄어들면 꼼장어 혈액 이온 농도 또한 희석되어 꼼장어는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꼼장어는 염분농도에 민감하다. 즉 지구온난화가 심화되어 염분농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상 꼼장어는 언제나 그렇듯 심해 어느 곳에서든 살아남아 지구 역사와 함께할 것이다.

 

그림 4. 뱀필드해양연구센터에서 촬영된 태평양꼼장어. (사진출처: 개인자료)

크리스 박사와 함께 한 박사 기간 중, 무지개송어 호흡연구를 통하여 어류 호흡 매커니즘을 이해했고, 해양 연구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며 꼼장어의 괴력에 눈으로 확인하고 박사를 졸업하였지만 이것은 내가 계획한 것이 아니다. 박사 유학은 양서 파충류 전공으로 2010년 미국 중부에 위치한 미시건 주립대학에서 시작하였고, 캐나다 서부 브리티쉬컬럼비아대학에서 어류생리학 전공으로 졸업하였다. 초반 브리티쉬컬럼비아대학에서 흰 철갑상어의 후각기능을 주제로 연구를 시작하였지만 졸업논문은 암모니아에 대응하는 무지개송어와 태평양 꼼장어의 호흡 전략으로 대체되었다.

 

그림 5. 2017년 Wood Lab 사람들.
좌측부터 Drs. Ora Johansson, Chris Wood, Marina Giacomin, Sandra Fehsenfeld, Junho Eom, and John Onukwufor (사진출처: 개인자료)

나는 자금에 맞추어 양서 파충류 학과와 어류학 사이를 오고 가며, 연구주제를 쫓아온 것일까 아니면 다양한 연구를 통하여 큰 범주의 생물학을 연구했던 것일까?
박사 졸업 후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크게 의미 없는 질문이다.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만들어 다양한 데이터를 만들고 정리하여 논리적인 연구 방향을 찾아서 노력했지만 불규칙한 상황에서 불현듯 일어나는 사건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연구계획은 바뀌거나 수정되었다. 예를 들어 해양 연구센터로 떠날 때, 나는 상어를 연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어는 개체 수가 너무 적고 포획이 너무 까다로워 주변에 널린 꼼장어를 연구하였다. 무지개송어는 양식장에서 전화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 시간 절약을 위하여 사용하였던 것이 어떻게 보면 전부다. 꼼장어와 송어에 대한 연구는 계획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 두 종의 물고기를 이용하여 박사 졸업을 하였다. 물고기가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어류는 비슷한 환경에서 꼼장어 혹은 송어와 유사한 생리활동을 보여줄 것이다. 따라서 캐나다에 서식하는 어떠한 물고기를 연구하든 박사졸업 즈음에는 꼼장어와 송어에 얻은 정도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졸업했을 것이다. 꼼장어와 송어를 통하여 어류 전반의 생리에 대한 지식을 얻었으니 필요와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동물을 이용한다면 앞으로 많은 기초 및 응용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통하여 유학을 준비하거나 혹은 현재 유학 중인 연구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계획된 먼 미래의 무게에 너무 짓눌리지 말고 책상 위에 펼쳐진 오늘의 사건을 충실하게 처리하라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무엇이든 섞여 시간의 숙성과정을 통하여 재미있는 결과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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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류학은 처음 접해보는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국립수산과학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남보혜라고 합니다. 우연히 코젠 소식지에서 관심 분야의 제목을 발견하고 들어와서 읽었는데 정말 흥미로운 연구를 하셨네요. 특히나 요즘처럼 기후변화에 의한 고수온 영향으로 바다생물의 서식환경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대비를 위한 필요한 연구를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꼭 한국으로 돌아오셔서 관련 대학 혹은 제가 근무하고 있는 연구기관 같은 곳에서 큰 몫을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손지훈(htlaz) 2022-02-09

아가미 세포 자체를 통 채로 기능을 담수에서 해수로 오고 간다는 게 아주 흥미로운데 그럼 우리나라 물고기들 중
담수에서 해수로 오고 다니는 어류도 통 채로 기능을 바꾸는지 궁금합니다.우리나라에서는 입맛을 다시게 하는
꼼장어가 타 어류 대비 우위 기능들로 어류가 아닌 괴물로 분류된다는 글에 한참 웃었네요 다른 이유가 더 크리라
짐작 되지만.코로나 조심하시고 목적 하신 바 다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아가미 기저부분에 Mitochondria-rich cells (미토콘드리아가 풍부한 세포, MRCs)가 있습니다. 보통 Type 1-MRCs 과 Type 2-MRCs로 분류하고 담수와 해수를 오가는 물고기는 Type1과 Type2를 용도에 맞게 발현시켜 기능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현재까지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나라 물고기 또한 아가미의 MRCs Type 변형 후 담 해수를 이동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바른 예측인 것 같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연구들이었네요.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앞으로도 좋은 연구들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관심 가지고 글을 읽어주시고 메모를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INHO SONG(cat12) 2022-02-16

흥미로운 연구하시네요 벤쿠버에는 가보지 않았는데 캐나다에는 물고기가 많은가봐요
좋은 연구성과 얻으시기 바랍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UVIC에서 잠깐 교환학생으로 한 학기 지냈었는데 이런 흥미로운 연구하는지 몰랐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