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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로드 (The Road) Cormac McCarthy 저

안녕하세요. 현재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이재준이라고 합니다. 김유혜 선생님의 소개로 이렇게 오게 되어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미국 20~21세기 문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와 장르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에서 SF 문학을 특히 좋아합니다. 저의 연구도 20~21세기의 SF 문학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SF는 장르가 많습니다. 넓게는 좀비문학에서 포스트아포칼립스 문학까지 SF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저는 이 넓은 현대 미국문학에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보고 나타내고 있는가, 그리고 소수자들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를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입니다. 선정한 이유는 이 책이 9/11 이후의 미국을 그려내고 있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고, 코맥 맥카시에게도 이 책은 특별 취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여러 미국 국내 문학상과 더불어 퓰리처 상까지 받기도 하였기도 하고요. 이 책은 21세기에 들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위치와 미국의 신화(Myth)를 다시 정립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미국의 신화란 미국 특유의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와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말합니다. 종말 이후 잔인한 세계를 그려나가면서도 인간성을 놓지 않으려는 한 아버지와 아들의 따듯한 이야기도 같이 그려져 있습니다. 작가인 코맥 맥카시에게도 이 책은 매우 특별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코맥 맥카시는 이른 바 은둔형 작가입니다. 사인회나 인터뷰 같은 것을 꺼려하는 작가인데, 이 책이 나왔을 때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 직접 출연하기도 하고, 영화화 관련해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존 유르겐슨 기자와 인터뷰를 했을 정도로 활발하게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소통하였습니다. 코맥 맥카시를 연구하는 어느 학자는 맥카시가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오자 “입이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라고 할 정도이니 정말 코맥 맥카시치고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코맥 맥카시는 『더 로드』를 쓸 때 자신과 아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썼다고 합니다. 2003년에 아들과 함께 텍사스의 엘 파소를 방문한 그는 50년뒤의 이 세상이 불길에 휩쓸리면 자신과 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봤었고, 이 영감을 적어두고 간직하다가 몇 년 뒤 소설로 써내려갔다고 합니다. 『더 로드』는 코맥 맥카시의 소설중에서도 덜 비극적이고 따듯한 소설에 들어가는데, 『더 로드』가 자신과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기도 한 자전적인 성격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과 아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한 『더 로드』지만, 2006년에 출판된 이 책을 읽는 미국인들에게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재로 뒤덮인 미국이라는 이미지는 9/11당시에 불타오르고 무너지던 세계무역센터와 재로 뒤덮인 뉴욕을 떠올리기에 충분하였습니다. 9/11 이후의 미국은 충격과 경악에 빠졌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전쟁의 참상과 미군이 저지른 전쟁 범죄, 그리고 피폐해져 돌아온 군인들은 미국인들에게 다시금 충격을 안겨줍니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특별한 나라이며 정의로운 나라라는 믿음이기도 합니다. 또한 “명백한 사명”은 미국은 민주주의를 퍼뜨리는 모범국가가 될 운명을 지닌 나라이며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이 두 미국의 신화는 지난 20세기동안 미국을 끌어가는 믿음이었습니다. 하지만 9/11 테러와 9/11 이후의 전쟁은 이 두 믿음을 흔들어버렸고, 미국인들은 이 두 신화에 대해 회의적이게 되었습니다.

『더 로드』는 어떠한 목적 없이 그저 남쪽으로 향하려는 아들과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날이 점점 추워지자 따듯한 남쪽이라면 생존하기 쉬울 것이라 생각한 이 부자는 길을 따라 남쪽을 향하게 됩니다. 이 길을 따라 여행을 하는 행위는 미국 내에서 잭 케루악으로 대변되는 “로드 문학(American Road Literature)”라는 장르에 자주 나타나는 모습입니다. 그러기에 혹자는 『더 로드』를 로드 문학으로 분류하기로 합니다. 다만 기존의 로드 문학들이 낭만적인 요소가 많으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과는 달리, 『더 로드』 속의 여정은 비관적이고 처절합니다. 무언가를 찾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로드 문학의 낭만성은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고 노예로 부리는 야만성에 파괴된 지 오래이며, 어떠한 비전이나 꿈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직 생존하기 위해 길을 따라 남하할 뿐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미국은 망했지만 미국이 닦아 놓은 길은 계속 존재하여 사람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런 길을 따라 이동하며, 혹은 길을 개척하며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가지고 이동하는 것은 개척시대로부터 내려온 미국의 전통이자, 신세계를 향하여 그리고 미지의 땅을 향하여 새로운 삶을 꿈꾸며 건너왔던 미국 선조들로 비롯된 “아메리칸 드림”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로드 문학은 미국의 이런 아메리칸 드림과 여행의 낭만을 담은 장르이지만, 맥카시는 『더 로드』를 통해 이를 비틀어 놨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명백한 사명”또한 비트는 것이 되는데, 계속 개척해 나가고 뻗어 나가는 행위 자체가 미국의 “명백한 사명”과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불타버려 재만 남은 세계속에서는 옛 가치관중에 제대로 존재하는 것이 없습니다. 아이와 아버지는 “우리는 불을 운반한다”라는 말을 하며 인간성과 가치관을 보존한다는 사명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아버지는 이 말을 믿지 않고 있으며 자살하고 싶지만 아이가 있기에 끈질기게 살아남으려 하는 것입니다. 불을 운반한다는 말 또한 아이가 절망하게 되면 자신도 좌절하게 되기에 계속 되뇌이는 공허한 주문이기도 합니다. 본디 어딘가로 이어지고 희망과 꿈을 담고 있어야 할 길처럼, 사실 텅 비어 있는 말 입니다. 이는 9/11 이후에 미국을 구성하는 아메리칸 드림과 명백한 사명 그리고 예외주의가 9/11 이후 붕괴해버리자 미국인들이 느꼈던 혼란과 일종의 심리적 아노미상태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들과 아버지는 마침내 남쪽에 도달하는 데 성공하지만, 초반부터 병색이 있던 아버지는 결국 병마에 쓰러져 아이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생존하라고 당부하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고 도덕과 윤리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총을 가졌다하더라도 아이 혼자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계속 남자와 아이를 따라오며 지켜보고 있었다며, 자신의 가족과 같이 여행하자는 또다른 사람이 나타납니다. 아내와 함께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던 이 남자의 가족에 합류한 아이는 처음으로 정상적인 형태의 가족을 접합니다. 지금까지 아이는 자신의 아이를 잡아먹는 가족을 보아왔고, 어머니의 존재가 없으며 어머니라는 존재라는 단어가 죽음을 의미하는 어딘가 이상한 가족의 형태만 접해왔습니다. 이는 아이가 아버지에게 “어머니가 보고싶다” 라는 말을 하자 아버지가 “죽고 싶다는 말이니?”라는 대화에서 어머니가 곧 죽음을 의미하는 장면에서 나타납니다. 본디 희망도 꿈도 없이 길을 따라 오직 생존하기 위해 남하하는 로드 문학답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결국 미국의 잔재인 길의 인도하에 남하한 아버지는 아이를 생존하기에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준다라는 목표를 달성하였으며, 아이 또한 인간적인 가정에 합류하여 인간성과 가치관을 계속 보존하는, “불을 운반한다”라는 행위를 계속 할 수 있게 됩니다. 『더 로드』를 통해 코맥 맥카시는 믿고 있던 미국적인 가치관이나 신화가 흔들리고 무너졌더라도 절망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에게 맡기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구세대가 일궈온 미국의 신화와 가치관이 흔들리고 무너지더라도 그건 세상의 종말이 아니며, 구세대가 해야하는 것은 신세대에게 그 신화와 가치관을 전달하고 그들이 다시 미국을 바로 세우고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릴레이 주자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재 브런치에서 글을 기고하고 책 리뷰를 남기는 활발하게 활동중인 한보경 선생님을 추천합니다. 한보경 선생님은 저의 후배이지만 책을 많이 읽었으며, 같이 학회에서 활동할 때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해석이나 시야를 제시하는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분입니다. 저와 같이 미국 문학을 같은 지도 교수님 아래에서 공부하고 교류하며 보경 선생님의 글을 접해 보았는데 코센에 어떤 통찰력 있고 깊이 있는 글을 써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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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훈(htlaz) 2022-09-07

주말마다 영화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본듯한 책 내용인듯 하네요.책 소개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