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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학 미국대학 랭킹 이해하기

나는 오래전 “미국 명문대학 확실히 알고가자 (2007)”라는 책을 출판한 바 있다. 유학가이드용으로 이 책을 쓰면서 랭킹관련 자료를 찾아볼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랭킹도 장사다”라는 것이다. 이 말에는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사하려면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하므로 랭킹은 양질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면도 있기 때문에 잘 걸러서 이해해야 한다. 이번 칼럼에서는 세계대학 랭킹과 미국대학 랭킹을 비교하여 보았다.

세계대학 랭킹 이해하기:
세계대학 랭킹중 가장 유명한 것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영국의 QS 랭킹이다. 영국은 영어권이며 영연방 대학의 역사를 만들어준 국가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대학을 가진 나라인지라, QS 랭킹은 해마다 유명도를 높이고 있다.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은 이태리의 볼로냐 대학이며 그 뒤를 이어, 프랑스 파리 대학, 옥스포드 대학순이라고 한다.)
하지만 QS 대학 랭킹이 해당국가 내에서의 대학랭킹과 다른 경우가 흔하다. 그 이유는 세계대학 랭킹은 논문출판과 인용숫자 같은 연구결과물에 많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입학점수나 현지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덜 반영된다. 그래서 “세계대학 랭킹”이라고 발표되지만, 실제로는 “세계 대학원 랭킹”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대학이나 대학원 랭킹이 비슷하지만, 외국에는 학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대학들도 다수 존재한다. 학부가 유명하지만 대학원이 작은 대학들은 세계대학 랭킹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두번째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대학 랭킹이 해마다 바뀌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이냐이다. 대학의 품질이 해마다 바뀔리는 없기 때문이다. 평가기관들은 해마다 평가항목의 가중치를 바꾸거나, 해당 대학의 답변자료가 성실하지 않으면 점수를 낮추거나 아예 랭킹에서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충성도를 유도한다. 그래서 평가기관이 가장 원하는 랭킹은 해마다 약간의 순위변동이 발생하는 경우다. 그래야 기사가 팔리고 장사가 될 것이다.
세번째는 QS 가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곳은 영어권과 아시아 지역이다. 특히 소외되는 지역은 (스위스를 제외한) 유럽대륙이다. 그 이유는 유럽은 영미권과 대학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대학들은 대학별로 평준화되어 특정대학이 상위랭킹에 위치하는 구조가 아니다. 여기에 더해서 독일에는 막스 프랑크 연구소, 프랑스에는 CNRS 같은 국가주도 연구소가 대학연구의 상당부분을 분담하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절대다수의 엘리트들이 그랑제꼴이라고 불리는 영미권 대학과는 구조가 다른 곳에 진학하는데, 여기는 학부-전문석사 통합과정처럼 운영되고 박사과정은 규모가 아주 적어 학술논문이 많지 않다. 그래서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대학인 Ecole Polytechnique나 Ecole Normale Supérieure같은 대학은 세계랭킹에서 50위 밖에 위치한다. (고등사범학교로 번역되는Ecole Normale Supérieure 은 특히 학자를 많이 배출하는 학교로 유명하여 동문들 중 노벨상 수상자는 14명, 필드상 수상자는 11명에 이른다.) 유럽대륙에서 예외는 스위스 대학이다. 영미권 랭킹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어서 로잔공대나 취리히 공대가 QS랭킹평가에서 항상 높은 위치를 차지한다. (2022 QS 랭킹에서 취리히 공대가 8위 로잔공대가 14위에 올랐는데, 예일대학이 로잔과 동일한 공동 14위, 컬럼비아 대학이 19위 프린스턴 대학이 20위에 올랐다. 반면 버클리 대학은 32위, 서울대학은 36위, 카이스트는 41위에 올랐다.)
네번째로는, 전문가들이 가끔Acceptance rate로 대학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식으로 하면 입학경쟁률을 말한다. Acceptance rate 10% 일 경우, 경쟁률은 10:1이 되는 것이다. 프린스턴, 하버드, 예일, 스텐포드, MIT같은 미국 최상위 대학들은 Acceptance rate 가 5% 전후인 반면, 대서양 너머 경쟁관계인 Oxford, Cambridge는 20% 정도다. 이 숫자로만 보면 마치 옥스포드, 캠브릿지에 입학하는 것이 미국 아이비 리그에 합격하는 것보다 4배 더 쉬운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차이는 입학제도에 기인한다. 영국은 5개 대학만 선택하여 지원가능한 반면, 미국은 지원 대학숫자에 제한이 없다. 명문대학에 지원하는 미국 학생들은 평균 12에서 15개 정도 대학에 지원한다고 통계가 말해준다.

미국대학 랭킹 이해하기:
미국에서는 US News and World Report라는 주간지가 발표하는 랭킹이 가장 유명하다. 필자도 가끔 이 주간지를 보는데, 랭킹이 주사업인 잡지여서 대학뿐 아니라 고등학교와 종합병원들까지도 순위를 발표하는 잡지다. 위에서 다룬 랭킹 이야기와 연결해보면 미국 내 대학 순위에서는 거의 10년 이상을 변함없이 Princeton 대학이 1위를 차지했지만, 세계랭킹에서는 10위 안에 간신히 들거나 아니면 2022 랭킹처럼 20위까지 밀리기도 한다. 의과대학이 없고 규모가 적으니 논문숫자에서 많이 밀리기 때문이다. 한국 유학생들은 Harvard, Princeton에 동시 합격하면 전부 Harvard로 가는 것을 여러차례 보았다. 하버드라는 이름이 프린스턴 보다 더 많이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하버드는 일반대학원뿐 아니라, 전문대학원(MBA, 의전원)들도 언제나 1위에 자주 오른다. 그런데 로스쿨은 예일이 200명, 하버드가 560명 정도 선발하여, 소수정예인 예일에 밀려 만년 2등이다.
한편, 프린스턴 대학과는 반대로 미국 랭킹보다 세계대학 랭킹에서 오히려 더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대학들이 존재한다. 유명 주립대학인 UC Berkeley는 국내 랭킹에서는 항상 20위권이지만, 세계대학랭킹에서는 대부분 국내랭킹보다 더 앞선다. (올해는 예외적으로 30위권으로 밀려나 있다.) 다른 규모가 큰 미국 주립대학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규모가 큰 대학원을 가진, 연구중심대학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에는 , Liberal Arts Colleges라고 불리는 아주 규모가 작은 학부중심대학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들은 대학원 규모가 적어서 세계대학 랭킹순위는 높지 않지만, 교수들이 연구보다는 강의에 집중하여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보살피기 때문에 미국내에서는 인기가 높다.

랭킹 평가하기 그리고 유학대학 선택하기:
대학랭킹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려면 책을 한 권 써야 할 정도여서, 이 정도에서 결론을 지어야 할 것같다. 결론은 랭킹과 입학난이도와는 모종의 관계를 가지지만 선형적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맹신은 금물이지만, 참고할 필요는 있다. 두번째 결론은 랭킹매김도 장사여서 해마다 조금씩 순위를 뒤틀어서 대학에는 충성도를 요구하고 일반인들에게는 관심을 끌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의미있는 랭킹은 여러 해 순위를 평균해보는 것이다. 유학대학 선택을 위해 간단한 추천을 드린다면, 한국학생들이 거의 없는 대학이나 너무 많은 대학을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적은 대학에 가면 현지언어를 좀 더 많이 접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필요한 정보에서 소외된다. 현지 외국인들이 알고있는 정보가 유학생에게 필요한 정보는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인이 너무 많은 대학에 간다면 인맥을 통한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한국인들끼리 경쟁하거나 복잡한 인간관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중용이 좋을 것같다. 그 다음에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과 직항 비행기편이 가까운 대학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필자는 5년간 유학시절동안 단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하지 못했지만, 요즘은 한국을 자주 방문할 기회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미국대학들의 비싼 등록금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장학금을 준다고 유혹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순수연구를 하는 대학원은 취업이라는 선택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장학금을 주는 곳이 많지만, 학부는 사정이 다르다.) 요즘 환율을 적용하면 아이비 리그대학 1년 학비만 1억원에 달한다. 교육이 사업이 된 지 오래인데, 이 상태로 과연 미국대학이 세계의 양심과 지성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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