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행사 summary] 2022 슬기로운 포닥 생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코센세미나 ‘2022 슬기로운 포닥생활'」을 9월 20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 해외 박사후연구원(Post-Doc) 생활을 경험한 5명의 한인 과학자가 5가지 주제(△테라포밍도 한걸음부터 △How I survive in Glasgow △한국 토종, 미국 박사 한국 교수 도전하기 △유럽 유랑기_독일, 스웨덴, 프랑스 박사과정과 포닥 △한 뼘 반, 미국에서 포닥 도전기)로 해외 포닥 지원과정부터 현지 생활, 취업까지의 경험 등 다양한 포닥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번 세미나는 471명(누적)이 참여해 실제 해외 포닥 생활 경험을 중심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참여자들은 ‘쉽게 찾을 수 없는 정보를 현직에 계신 분들에게 들을 수 있었다’라며 본 세미나에 대해 감사함을 밝혔고, 다른 참가자는 ‘해외 포닥 생활에 대한 목표가 확실해졌다’며 세미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외 박사후연구원들이 현지에서 체득한 정보를 나누고 각자의 경험과 포닥의 팁까지 공유가 되는 ‘2022 슬기로운 포닥생활’을 만나 해외 포닥의 꿈을 키워가길 바란다.




양지현 박사는 MIT에서 물리화학 박사과정을 끝마친 후,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외행성 대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강연 제목인 ‘테라포밍도 한걸음부터’의 ‘테라포밍’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나 기타 천체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꿔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가설 단계의 계획이자, 그의 궁극적인 연구 목표이다.


그는 훗카이도 대학 재학 중 지질학 수업에서 ‘산소 대량 발생’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지구 46억 년 역사 중 24억 년 전에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양의 산소가 대량으로 발생했는데, ‘시아노 박테리아’가 바로 그 원인이었다. 남조류인 시아노박테리아가 광합성을 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산소를 대기에 노출시켜 지구에 다양한 동식물이 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해당 수업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지질학을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MIT에 입학해 NASA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단계적으로 키워나갔다. 또한 꿈에 한걸음 다가서기 위해 기관 홈페이지 ‘Contact Us’ 탭에서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했고, 기본적인 기관 지원 자격과 외국인도 입학(근무)할 수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조사했다.


그는 “나사,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좋아하는 인재상은 전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필드라도 능력 또는 시야를 가지고 다른 학문과 소통할 수 있는 올라운더”라고 언급하며 연구생들이 전공만으로 한정 짓지 말고 다양한 분야에서 넓은 식견을 키워나가기를 조언했다.


특히 연구 주제를 정할 때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인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10년, 20년 후에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를 상상해보면 구체적인 연구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제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NASA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지만 그것이 종착점은 아니다.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테라포밍을 향해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영국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학업을 끝마치고 현재 포닥으로 근무하고 있는 권재덕 박사는 글래스고에서 어떻게 학기 과정을 진행하며 포닥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공유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코로나19, 브렉시트 등에 따라 사회 양상이 변화했으며, 이는 연구 환경에도 유의미한 변화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 학생들이 영국으로 유학을 올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고, 자연스럽게 영국 유학에 대한 국내 이공계 학생들의 관심 또한 증가했다.


권재덕 연사는 영국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최소한 크리스마스 연휴 전에는 진학을 희망하는 연구실의 TO를 살펴보고 적극적인 연락을 취하기를 권장했다. 비자 및 유학 관련 서류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12월 초부터 많은 기관들이 정규로 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11월 말까지 모든 일정을 조율하고 할 일을 끝마쳐놓기를 권유했다.


박사 과정에서 포닥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한국에서는 보통 졸업한 랩에 남아서 암묵적으로 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영국에서는 내가 졸업한 랩에서 계속 포닥을 하고 싶으면 확실하게 교수님과 이야기를 끝마치고 펀딩및 연구 관련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눠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혹여나 포닥 펀딩에 떨어지더라도 다른 펀딩에 지원할 수 있고, 또 떨어지면 다른 곳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매우 충분하다는 사실이 유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과는 달리 영국의 연구실은 “내가 할 일을 제대로 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 연구를 진행해도 상관없다는 분위기여서 워라밸이 보장되지만, 이에 따른 책임은 막중하기 때문에 본인의 일정을 잘 조절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해외 포닥을 결정하기 전 막연한 불안감과 불안정한 삶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는지, 유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깊은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영국 유학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이기현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지만,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수능 점수에 맞춰 약학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이후에도 다양한 진로의 갈림길에서 망설이던 그는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뭘까’라는 고민 끝에 연구에 대한 관심이 생겨 석사과정에 진학하게 되었다.


이 교수는 석박과정 진학을 결혼에 비유해 "한 번 결혼하면 관계를 끊어내기 어려운 것처럼 누군가의 석박 지도학생이 된다면 (비록 이혼이라는 과정이 있을지라도) 평생 간다는 서약을 하는 것"이라고 빗대어 설명했다.


그리고 “해외대학 진학 또는 포닥 컨택을 위해서는 방학을 이용해 학부연구생 인턴십으로 근무하거나, 타대학이라도 관심 있는 분야에 권위자가 있다면 미리 컨택해서 알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성공적인 컨택을 위한 추천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이 학생은 내 지도학생이기 때문에 좋은 학생이다" 정도의 추천서가 아니라, “교수님과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관계를 쌓아 추천서에 연구에 대한 열정을 담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커버 레터를 쓸 때도 단순히 시간순으로 연구 내용을 나열해 작성하는 게 아니라 "내가 프로젝트를 통해 적극적으로 리서치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연구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고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연구재단 등 기관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외국에 다녀오거나, 외국대학 교수와 관계를 쌓는 것도 미래를 위한 중요한 초석 다지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연구자를 평가할 때 ‘이 사람이 독립적인 아이디어로 연구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인재인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언급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을 거쳐 비전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관심 있는 연구 분야에서 권위자와의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연구자 간의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인간적인 유대감을 쌓는 게 중요하다”는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문선우 박사는 이공계 출신이 할 수 있는 규제, 특허, 환경 기술 등에 대한 주제로 연구를 하고자 KIST 유럽의 박사 과정에 진학했지만, 사정에 의해 연구를 그만두고 스웨덴 왕립공대(KTH)의 핵융합 물리학과에서 플라즈마 재료 관련 연구를 새롭게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신중히 학위를 진행해야 했고,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신경을 기울이던 와중에 프랑스에서 한국인 포닥 자격으로 기회를 얻어 플라즈마와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는 과학기술 관련 정책과 연구 시스템, 펀딩 구조를 연구했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각국의 연구 체제를 자세히 설명했다.


독일은 전통적인 과학 강국이다. 기초연구에 포커스를 두면서 노벨상도 많이 수상한 저명한 협회 막스플랑크를 포함해 프라운호퍼, 헬름홀츠, 라이프니츠 4개의 연구협회와 수많은 전문 연구소를 두고 있다.


스웨덴은 각 연구 분야마다 특화된 대학들이 각자의 분야에 집중해 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여러 개의 개별 연구소를 국가에서 통합해서 관리하기 때문에 검색을 통해 연구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가 간편하다. 그러나 총 2,800명의 연구자 중 작년까지 한국인이 단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한국인이 들어가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장벽 또한 존재한다.


프랑스는 학생들이 ‘바칼로레아’라는 입학시험을 통해 대학에 진학하고, 엘리트 교육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타국에 비해 대학 경쟁력이 낮고 유명한 대학도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공학 관련분야 연구는 프랑스 내의 다양한 연구소 내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는 “유럽 안에서도 국가적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의 연구 분야에서 어떤 국가 혹은 대학이 연구하기 좋은 환경인지를 자세히 알아보고, 생활비나 의료 서비스 등 실질적 거주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진 박사는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끝마치고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연구를 시작한 새내기 포닥이다.


캘리포니아 북쪽에 위치한 스탠포드 대학은 IT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 박사 또한 실리콘밸리 내에 위치한 바이오텍 기업인 Codexis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가장 먼저 “왜 포닥을 하기로 결심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 박사는 “현대 사회에서 기술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신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고, 이를 다양한 연구 분야와 접목해서 협력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특히나 머신러닝 같이 떠오르는 연구 분야는 학계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닥 지원 절차에서 연구실의 웹사이트 같은 공식적인 경로 외에 트위터를 적극적으로 참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트위터에 가입해서 관심 분야의 여러 교수님들을 팔로우하고, 지원했던 프로그램의 포스팅에 좋아요 버튼도 누르면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알아가는 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자유로운 디스커션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의 분위기에 맞춰 한국의 연구자들이 ‘연구 주제와 관련된 창의적이고 좋은 질문’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보기를 권장했다. 그는 “나만의 독창적인 질문 리스트 10가지 정도를 만들어 랩 인터뷰 과정에서 교수님, 연구자들과 같이 토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경험 또한 덧붙였다.


포닥을 위해 몇 개의 랩에 컨택하는 게 좋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랩에 컨택해보는 것이 좋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지원한 연구실에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관련 정보를 많이 알아봤다는 것을 증명하고, 열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