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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빈(비엔나) 경제경영대학원 박사과정 생활

    장다와 (kiick8383)

    안녕하세요, 저는 오스트리아 빈 경제경영대학에서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장다와입니다. 빈 경제경영대학의 영문명은 Vienna University of Economics and Business, 독어로는 Wirtschaftsuniversitat Wien인데요, 우리가 연세대를 연대, 고려대를 고대라고 줄여 말하듯이, 현지 사람들은 간단히 WU(뷔우)라고 부릅니다. 저도 지금부터는 간단히 WU라고 하겠습니다. (출처: https://www.wu.ac.at/en/) 빈 경제경영대학원은 상법 및 세법학, 경제학 그리고 경영학 관련 11개 학부로 나뉘는데요, 제가 소속된 곳은 정보시스템 및 운영관리 경영학부(Department of Information Systems and Operations Management) 산하 데이터·프로세스·지식관리 경영학과(Institute for Data, Process and Knowledge Management) 연구실입니다. 약 20여 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어 비교적 규모가 큰 학과에 속하며, 구성원 대부분 머신러닝·딥러닝, 소프트웨어공학, 데이터·프로세스마이닝 등 컴퓨터공학쪽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wu.ac.at/en/dpkm/) 저의 연구주제는 혁신경영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과 시맨틱웹 지식그래프 활용방안에 대한 것으로, 혁신경영과 인공지능·지식그래프 기술을 함께 다루는 학제간 연구이기 때문에 같은 대학원의 전략·혁신경영학부(Department of Strategy and Innovation) 산하 전략·기술·조직학과(Institute for Strategy, Technology and Organization) 연구실과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2월 즈음 합격통보를 받았을 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빈에서 박사생활을 하게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고 기뻤습니다. 하지만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멀리 유럽 타국에서 시작된 저의 박사생활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우선 제가 도착했을 때는 오스트리아 정부의 강력한 락다운 조치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로, 슈퍼마켓과 병원·약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레스토랑과 카페 등이 문을 닫은 상태였고 캠퍼스도 재택근무를 권유하던 시국이었습니다. 빈 도착 직후, 코로나 락다운 조치로 행인이 거의 없는 텅빈 거리 코로나 락다운 조치에 따른 재택근무로 텅 비어있던 연구실 락다운을 했다가 풀었다가 하는 상황이 2년 정도 계속되었던지라, 사무실에 정상적으로 출근해서 학과 사람들과 얼굴 마주하고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빈의 맛을 제대로 느껴본 것은 겨우 작년부터인 듯 합니다. 락다운 조치가 없어진 후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온라인으로만 보던 동료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친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코로나 조치와 여행제한이 풀린 후, 프로젝트 동료들과 함께 제가 일하고 있는 캠퍼스는 영화 비포선라이즈의 촬영지로 유명한 프라터 공원과 바로 맞닿아있는 것으로도 유명하고, 캠퍼스 건물이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작품인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자하 하디드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알려진 ‘프리츠커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 건축가로, 우리나라 서울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디자인한 것으로도 알려져있지요. 캠퍼스에서 바라본 프라터공원 관람차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 프라터공원 내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WU 중앙 도서관 건물 외부/내부 모습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중앙 도서관 건물 외에도, 캠퍼스내 모든 건물은 유럽의 각종 건축상을 휩쓴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서 종종 학교 사람이 아닌 일반인이나 여행객이 찾아와 사진을 찍어가곤 합니다. WU 캠퍼스 전경 중부유럽 또는 동유럽 관광코스에서 빠지지 않는 빈은 클림트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벨베데레궁전, 칼스플라츠 광장과 카를성당, 마차들이 다니는 호프부르크 왕궁, 빈 국립 오페라극장, 슈테판성당,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유럽 최대 규모의 크리스마스마켓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한 빈시청 앞 광장, 쇤브룬궁전 등 수많은 관광명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합스부르크왕가의 여름 궁전이었던 벨베데레 궁전 칼스플라츠 광장과 카를성당 호프부르크 왕궁 빈 국립 오페라극장 야경(좌), 슈테판 성당(우)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 시청앞 광장(좌), 마리아테레지아 광장(우) 쇤브룬 궁전 또한 베토벤, 모짜르트, 요한 스트라우스, 빈소년합창단 등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음악의 중심지로,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황금동상으로 유명한 음악가의 공원부터 시작해 빈 시내를 걷다보면 블럭마다 나타나는 동상이 어떤 유명 음악가의 동상인지 맞춰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음악가의 동상들 (왼쪽부터 모짜르트, 요한스트라우스2세, 베토벤) 음악가의 동상들 (왼쪽부터 슈베르트, 브람스) 빈은 맥주 양조장 브루어리와 더불어 유럽내에서는 화이트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다른 나라의 와이너리는 대부분 시골지역에 있는 반면, 빈은 대도시이면서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는 희소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와이너리 지역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서 이번 기회를 빌어 소개해 봅니다. 빈 외곽지, 그린징의 포도밭 관광명소가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빈 1구역 시내를 벗어나 트램을 타고 북서쪽으로 30분 남짓만 올라가면 빈의 외곽지에 해당하는 되블링 그리고 그린징이라는 지역이 나옵니다. 이 지역은 수백년간 포도농장을 하면서 화이트와인을 생산해온 유명 와이너리와 그들이 직접 운영하는 오스트리아 전통음식점이 즐비한 곳으로, 빈 현지인들이나 이웃나라의 유럽 여행객들이 와이너리 트래킹이나 식도락을 즐기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울로 따지면 남한산성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린징의 와이너리 직영 레스토랑 이왕 그린징의 와이너리까지 갔다면 빼놓기 아까운 칼렌베르그(Kahlenberg)라는 곳도 있습니다. 그린징 바로 근처에, 언덕이라기엔 높고 산이라기엔 평평한(?) 고지대가 있는데요, 빈 시내 전체와 도나우강을 한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아름다운 전망대로 현지인에게 매우 유명한 곳입니다. 칼렌베르그 전망대 카페 칼렌베르그에서 바라본 빈 시가지 전경 파노라마로 촬영한 칼렌베르그에서 바라본 도나우강 이탈리아처럼 이미 커피로 유명한 다른 유럽나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의 카페 문화와 커피하우스는 2011년에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등재되었을 정도로 유럽 안에서도 특별한 지위를 자랑합니다. 빈의 어느 카페를 가든 메뉴판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커피명은 ‘비엔나식, 비엔나식의’이라는 의미에서 ‘Wiener’라는 수식어로 시작할 정도입니다. 영어로 Vienna coffee라고 직역할 수 있는 ‘비너 카피(Wiener Kaffee)’를 주문하면 보통 우유거품을 산봉우리처럼 올린 멜랑쥐(Melange)라는 커피를 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도로 비너 멜랑쥐(Wiener Melange)라고 하는 곳도 있지만요. 뒤 쪽에 우유거품이 산처럼 봉긋 솟아 있는 커피가 진짜 비엔나 커피, 멜랑쥐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보통 빈의 3대 카페로 꼽히는 카페자허(Cafe Sacher), 카페센트랄(Cafe Central), 카페데멜(Cafe Demel)에 많이 방문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왼쪽부터 카페데멜 외관, 카페센트럴 외관(상)과 내부(하), 카페자허 외관(상)과 시그니처 메뉴인 자허토르테(하) (출처: https://www.demel.com/, https://cafecentral.wien/, https://www.sacher.com/de/wien/ ) 하지만 빈 시내 1구역에 있는 카페들은 거의 대부분 300년에서 짧게는 1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3대 카페가 아니어도 저마다 역사와 이야기 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오스트리아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있는 카페 란트만(Cafe Landtmann)은 프로이트가 자주 찾은 것으로 유명하고, 카페 자허 바로 옆건물 코너에 자리한 카페 모짜르트(Mozart Cafe)는 <제3의 사나이>라는 고전영화의 무대이자 실제 극작가가 시나리오를 집필한 곳이었다고도 합니다. 카페 모짜르트 야외 테이블에서 바라본 야경 문제는 어디를 가나 메뉴가 다 똑같다는 것입니다. 커피 메뉴도 디저트 메뉴도 어디를 가든 거의 비슷하다보니 두 세번만 가봐도 고만고만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한숨) ‘우리나라에서 3년이면 신메뉴나 시즌스페셜 메뉴가 수십번은 쏟아졌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향수에 젖어 울적해질 때도 있습니다.^^; 벌써 빈에 온지 3년이 다 되어 가네요. 처음에 락다운 상황이 주기적으로 왔다 풀렸다하는 동안 속으로는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 고생을 해가며 여기서 지내야 할까’하고 반문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음식은 입에 맞지도 않고 혼자 요리해 먹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이었던지요.^^; 작년말 학과 크리스마스 파티 현장 그래도 시간은 흐르더군요. 이제는 거리에 사람들과 여행객들이 북적입니다. 지난 연말에는 학과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도 했고요. 저도 어느 정도 비에니즈들의 삶에 익숙해지고 마음에 여유도 생겨서 이렇게 빈 생활에 대한 글도 쓰고, 코센회원님들께 저의 유학생활과 빈에 대해 소개해드릴 기회를 가지게 되어 참 기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고요, 저도 또 다른 코센회원님의 포토에세이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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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탄생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루트번스타인 저

안녕하세요, 박정현 선생님의 소개로 이번 릴레이북의 지면을 작성하게 된 박찬희입니다. 저는 인공지능전공 석박 통합과정 중에 있으며, 기술로 이롭게 만드는 세상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의 사회문제와 대중, 연구자를 이어줄 수 있다고 믿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후에는 연구했던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별히 인공지능은 여러 학문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적용되는 분야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오늘날 공학과 수학뿐만 아니라, 의학, 사회학, 경영학, 경제학, 수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과의 긴밀한 교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문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가는 시대 상황 속 ‘생각의 탄생’이라는 책은 특정 분야와 방법론을 넘어서 창조적 생각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매력적이라 느껴져 이 책을 소개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인간은 생각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이기에 우리에게 생각이란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우리가 분명히 알고 있듯이,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피카소, 리처드 파인먼 등 세계를 대표하는 창조적인 인물들의 결과물들은 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조차 버겁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들의 발상의 근원을 밝힐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무엇보다도 “생각을 다시 생각하라”라고 이야기합니다. ‘잘’ 생각하기 위해서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정신적 재료들을 조합하고 섞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같은 재료들을 가지고 위대한 요리를 만드는 셰프들처럼, 좋은 생각도 잘 만드는 대가들이 있으며,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요리법과 아이디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에게 시선을 두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끔은 다소 전문적인 내용들이 존재하나, 세부적인 내용의 이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들의 생각 방식의 발상과 단련법, 개인에게로의 적용법에 집중한다면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이 책은 수식, 미술, 문학에 관해 이야기하면서도 어떻게 현실 세계로 표현하는가 보다는 그 본질적인 의미를 끌어낼 수 있었던 생각 방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13가지의 생각도구를 소개하고 있으며 생각도구들과 느낌, 감정, 직관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관찰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여러분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실 것입니다. 하루평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두 시간이 넘는다는 통계자료도 있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핸드폰을 보지 마시고 관찰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잠시 이 글을 읽으시는 것을 멈추시고, 핸드폰 자체의 특징에 대해 묘사해보시면 좋겠습니다. 화면이나, 몸체, 버튼처럼 표면적인 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을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다 관찰하셨나요?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 다음의 관찰도 하셨는지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의 소리는 어떠했나요? 터치 소리, 버튼 누르는 소리, 손가락으로 표면을 긁는 소리 등은 어떠했나요? 스마트폰의 재질은 어떠했나요? 무게는요? 향은 어떠한가요. 화면 비율은 어떠한가요? 화면의 곡률 혹은 반응 속도는 어떠했나요. 저자는 이러한 것들까지도 10초 안에 관찰할 수 있을 만큼 예리한 관찰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이외에도 12가지 생각도구들에 관한 많은 예시와 적용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읽어보시기를 권장해 드립니다. 저에게도 이 책은 대단히 많은 생각에 대한 고찰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항상 다르게 생각하고, 창조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으나, 저는 여전히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위로가 되는 것은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인물들의 생각 방식을 엿보고, 나도 그들처럼 뛰어난 창조적 결과물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이면서도 인간을 너무나도 모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저는 더더욱 인공지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꼭 인공지능을 연구하시는 분이 아니시더라도, 이 책을 통해 창조적 생각에 대한 깊은 이해 혹은 인간의 생각의 비밀에 대한 이해를 얻으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다음 필진으로 협동과정 인공지능 전공 석박통합과정을 밟고있는 김태훈 선생님을 추천합니다. 김태훈 선생님은 학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고 특별히 풀스택 개발자로써 다양한 스타트업 분야를 경험하였습니다. 특히 현재는 딥트레이드 테크놀로지스에서 개발 팀장을 겸함으로써 금융과 인공지능을 결합하고, 이를 서비스화 하는 것에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김태훈 선생님께서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스타트업 경험과 개발자로써의 역량에 연구자적 관점이 결합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실 것이라 기대합니다. 자세히 보기

알파고의 등장으로 바둑계가 망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를 했었다. 하지만 다양한 컴퓨터 대국 프로그램과 유튜브 덕분에 오히려 좀 더 보편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달라진 풍경이라면 이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바둑계의 일타강사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한참동안 인간고수를 이기는 바둑 프로그램은 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 이유는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 때문이다. 바둑판은 가로와 세로로 19개씩 줄이 있고 그 줄이 만나는 점들 위에만 돌을 놓을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놓이는 돌은 경우의 수가 (19*19) = 361, 그 다음 돌은360, 그 다음은 359… 로 이어진다. 결국 바둑 한 판을 위해 ‘361 factorial’에 이르는 경우의 수를 풀어야 하니 어려웠다. 하지만 알파고 제작자들은 수십만판(컴퓨터가 처리할 데이터로는 그렇게 크지 않은 숫자다.)의 실전 바둑 기보를 입력하고 패턴을 분석했다고 한다. 맨땅에 헤딩하는 대신, 기존의 데이터로부터 패턴을 읽은 다음, 실전에서 약간씩 유연성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이것을 전문가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알파고에 맞선 이세돌 9단은 알파고를 상대한 것이 아니라, 수십만판의 바둑 기보 속에 존재하는 수천명의 고수들과 대결을 벌인 셈이다. 도장깨기에 나선 최배달이 일본의 가라데 고수 백 명과 홀로 싸웠다는 그 전설의 대결도 여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이세돌의 대국은 삼국지에서 조자룡이 수천의 조조 군사들 포위망을 뚫고 유비의 아들을 구해왔다는 장판교 전투와 유사하다. 알파고는 그 수천명 고수들 중 그때마다 누구를 등판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코디네이터 역할만 한 것이다. 알파고의 실력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세돌의 한수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질문하면 수천의 고수들이 데이터를 통해 “저요! 저요!”라며 손을 들었을 터인데, 순식간에 그들 중 한 명을 지명하는 순발력은 극강의 계산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속에서 얻은 ‘집단지성’의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조폭영화 버전으로 표현해보면,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대결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아니라, 수천명이 한 사람을 구타한  ‘집단 폭행’ 이며, 그 배후가 알파고다. 그리고 정신없이 두들겨 맞던 ‘다구리’ 와중에 한 놈만 골라 패는 집중력으로 한 판을 이긴 이세돌은 전설의 주먹 시라소니 같은 근성을 보여준 것이다.    알파고는 ‘정해진’ 규칙을 따라 ‘과거’에 오랫동안 행해진 대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삼았다. 그런데 우리에게 필요한 예측능력은 ‘정해진’이 아니라 ‘변하는’ 그리고 ‘과거’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선택이다. 과거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방식이 우리 각자의 미래 고민거리에 답을 주지 못한다. 여전히 점을 보는 무당집이 문전성시인 이유다.  ‘미래의 변하는 환경’을 설명하기 위해 다음의 가상 상황을 준비해보았다: 몇 년 만에 다시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실시간 방송되는 TV화면에서는 바둑판 위에 놓인 하얀 봉투 하나를 보여준다. 자세히 보니, 봉투 위에는 “오늘의 규칙 (Today’s Rules)”이라고 적혀 있다. 드디어 사회자가 봉투를 연 후 한국어와 영어로 읽었다. “대국 소요시간을 포함한 모든 규칙은 전과 동일하다. 하지만 두가지 새로운 규칙을 적용한다: 오늘의 특별 [규칙 1]: 오늘 대국 바둑판은 가로세로19줄이 아닌 21줄 판을 사용한다.   오늘의 특별 [규칙 2]: 양 대국자는 언제든 단 한 번만, 자기 차례에 동시에 돌을 두 개 놓을 수 있다.                                              언제 두 개의 돌을 동시에 놓을 지는 대국자들이 각자 선택한다.                                              (물론 이 찬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규칙 1]은 환경이 바뀐 전형적인 예다. 테니스라면 코드가 커졌거나 네트가 높아진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이런 일이 없겠지만, 정치나 경제 그리고 우리 일상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다. 전쟁이나 지진이 발생하고 가스난방비가 갑자기 오르는 것처럼… [규칙 2]는 찬스를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이밍 문제다. 작년-재작년에 영끌해서 집을 산 사람들이라면,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좌우간 이렇게 갑자기 경기규칙이 바뀌면 알파고는 짧은 기간안에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데이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반면 계산력은 컴퓨터에 비한다면 형편없이 느리지만 ‘포괄적 이해력’을 가진 인간은 컴퓨터 보다 더 빨리 새로운 규칙에 적응할 것이다. 그래서 만약 대국 한 달 전에 새로운 규칙이 양측에 통보되었다면, 나는 이세돌에게 (내 손모가지와) 가진 돈 전부를 걸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과 선택의 문제는 인생 선배들이 거쳐간 고민과 중복되기 때문에 그 분들의 데이터를 참조해보면 도움이 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정답일 수 없다. 거기에는 ‘나’라는 사람의 특수성과 변해버린 시대 그리고 바뀐 규칙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은 우리가 해야 한다. 선배인생들의 데이터와 내 인생의 특수성을 얼마의 비율로 배합할 것인지... 변해버린 규칙을 따를 것인지, 살짝 비켜갈 것인지 아니면 무시할 것인지… 그래서 AI는 우리의 신이 아니고 그냥 도구다.  노트: 최근 변칙적인 수를 둬서 AI에게 높은 승률을 보이는 미국 아마추어 바둑기사가 언론에 소개되었다. 그는 게임 전체 흐름에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곳에 가끔 돌을 두는 교란작전을 사용했다고 한다. 대화에 비한다면, 진지한 이야기하다가 개그를 치거나 농담을 섞는 등, 횡설수설하는 방식으로 진의를 숨기는 화술을 구사한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이 부분은 AI가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I는 매 순간마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현상황에서 어느 곳에 두는 것이 가장 좋을 지 순위를 계산하는데, 엉뚱한 수는 이 순위 바깥에 있기 때문에 AI가 고전한 것 같다. 상대가 둔 수가 예상 최고 위치에서 20위를 벗어나면 그냥 무시하고 진행하라고 프로그래밍하면 될 것 같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독일연방군사대학교] 응용수학 및 과학계산 연구실

독일연방군사대학교 (Bundeswehr University Munich)는 독일 뮌헨시의 위성도시인 노이비버그 (Neubiberg)에 위치하고 있는 연방군사대학교입니다. 독일에는 두개의 연방군사대학교가 존재하며, 나머지 하나는 함부르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장교들이 고급고육을 받는 군사대학교이지만 민간인들을 위한 교육을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3000여명의 학생들이 학부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며, 그 중 250여명의 민간인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급 학위교육을 위한 대학원에서도 민간인들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적의 석사, 박사, 박사후 연구원들이 함께 어우려져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항공우주공학과 소속의 응용수학 및 과학계산 연구실 (Institute of Applied mathematics and Scientific computing)에서는 주로 항공우주공학과 관련된 다양한 수치계산의 이론적인 연구 및 활용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Fig. 1. 위-학교 건물 전경, 아래-학교 옥상에서 맑은 날 바라볼 수 있는 알프스 산맥 (출처: https://www.unibw.de/) 항공우주분야에서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조건이 극한의 속도, 압력 및 온도를 다루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루는 장비라던가 재료가 고가인 경우가 많으며 전문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컴퓨터를 사용하여 다루고자 하는 문제를 모델링하여 모사하는 연구가 항공우주분야에서는 매우 유용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항공우주분야에서 다뤄지는 광범위한 문제들을 수학적 모델로 만들고 그것을 컴퓨터를 사용하여 푸는 연구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Figure 2에 본 연구실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문제들에 대해 나타냈습니다. 액적 분열현상은 공학에서 광범위하게 다루어지는 문제이며, 항공우주분야에서도 연료 주입 등과 같은 목적을 위해 자주 사용됩니다. 이러한 액적분열은 주입되는 액체의 모멘텀과 주위 공기 유동의 레이놀즈수와의 관계에 따라 매우 복잡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연구가 필요합니다. 난류 연소 현상 역시 항공우주분야에서 추력을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중요한 현상 중 하나입니다. 우주로 발사되는 로켓, 헬리콥터의 엔진, 비행기의 추력을 발생하는 가스터빈 엔진 모두 연소현상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소현상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연료와 산화제의 종류와 특성, 난류강도, 초기압력과 온도, 연소실의 형상과 조건 등 실험으로 수행하기에는 그 종류와 조건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수학적 모델링을 사용한 접근방법이 매우 유용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생체모방을 이용하여 기존의 공학적 컨셉을 보완하려는 시도들도 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황새의 날개를 모델로 삼아 비행기의 날개를 개선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비행체의 공력적 특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앞전 와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동체의 바람을 받는 앞전에서 발생한 와류는 후류로 지나가면서 점점 깨지며 진행되게 되는데 이러한 특성이 고속으로 비행하는 비행체의 특성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따라서 앞전 와류의 난류특성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고 이를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Fig. 2. 연구분야 소개 (출처: https://www.unibw.de/numerik/forschung/forschung) 2023년 현재 2명의 교수, 14명의 박사과정생, 그리고 2명의 박사후 연구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독일과 인도, 이탈리아, 이집트, 대한민국 출신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 교수들을 포함한 연구실 구성원들끼리 매우 수평적인 관계이며 독일연구실 답지않게 점심식사도 개인 플레이(?)를 지양하고 모두 함께 식사하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하지만 혼자 먹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눈치를 주지 않는 것이 미덕 또한 존재합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점심에는 함께 피자를 시켜 먹는 전통(?)이 있습니다. 뮌헨국제공항은 뮌헨시에서 매우 북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학교 캠퍼스로 오는데에는 뮌헨 시내를 거쳐 약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Neuperlach Sud 지하철 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15분 정도가 걸립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군사대학교이기 때문에 민간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인솔자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연락을 주시면 학교 출입이 가능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나 이메일 주소로 연락주십시오. Fig. 3. 뮌헨 남쪽에 위치한 독일연방군사대학교 캠퍼스 ■ 주소  : Werner-Heisenberg-Weg 39, 85579 Neubiberg ■ 웹페이지  : https://www.unibw.de/numerik/ ■ 이메일  : junsu.shin@unibw.de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