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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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작은 도시 Freiberg에서 헬름홀츠 연구소 박사과정 생활

    안소현 (hyun3028)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독일 동쪽에 작센 주에 위치한 Freiberg이라는 작은 소도시에 거주 중이며 현재 헬름홀츠 연구소에서 박사과정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안소현입니다. 소속 되어있는 연구소 본원은 드레스덴에 위치하고 있는 Helmholtz-Zentrum Dresden-Rossendorf (HZDR) 이며,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은 그 중에서도 재료 기술에 연구 분야가 집중 되어있는 Helmholtz Institute Freiberg for resource technology (HIF) 라는 곳입니다. 저는 아헨공과대학 (RWTH Aachen)에서 환경공학 석사를 마치고 작년 7월부터 HIF에서 연구원으로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독일 전역의 헬름홀츠 협회 소속 연구소들 출처: https://www.helmholtz.de/ Helmholtz Association 은 독일 전역에서 총 18개의 센터, 그리고 43000명의 직원들이 소속되어 있는 독일 최대 규모의 정부 출연 연구 기관입니다. 리스트를 보시다 보면 DESY, DLR(German Aerospace center)와 같이 명칭에서는 나타나지 않지만 헬름홀츠 협회 소속인 연구소들도 있습니다. 저도 헬름홀츠 협회 연구소가 이렇게나 많다는 것을 박사과정 자리를 찾을 때나 되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헬름홀츠 협회는 대부분 대학이나 산업계에서 수행할 수 없는 거대 연구나 국가가 담당해야 할 연구를 많이 책임지고 있습니다. 크게는 에너지, 환경, 보건, 항공 우주, 입자 및 물질 구조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독일 연구소가 그러하듯, 대학의 캠퍼스 인근에 위치하며 각각의 연구 센터들은 특정 연구 분야에 집중합니다. 헬름홀츠 협회 소속 박사 과정 연구원이어서 좋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는 헬름홀츠 소속 연구소에서 일하는 박사과정 연구원들끼리 내부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그룹인 HeJu(Helmholtz Juniors)가 있으며 각 연구소마다 정기적인 Heju 미팅에 참석하여 발언을 담당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Heju는 박사과정학생들의 연구환경 발전 등을 위해 다양한 설문조사, 행사 등을 주최하여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출처: https://www.hzdr.de/ HZDR은 여러 연구소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센터를 지칭합니다. 드레스덴에 위치한 HZDR은 대략 60개국 이상의 배경의 1400명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매우 인터내셔널한 환경입니다. 헬름홀츠 협회에 소속된 연구소들 중에서 에너지 분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드레스덴뿐만 아니라 저희 연구소처럼 다른 도시에 위치해 있지만 HZDR 소속인 연구소들이 더 있으며 (Dresden, Freiberg, Görlitz, Grenoble (France), Leipzig, Schenefeld near Hamburg), 현재 HZDR에 일하고 계시는 한국분들도 몇 분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드레스덴에 위치한 연구 캠퍼스를 방문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기회가 된다면 한번 방문해 보고싶습니다. 매년 HZDR 소속 박사 과정 학생들을 위한 세미나가 열리는데,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한 규제들로 인해 하이브리드로 진행되었습니다. 프라이베르크에서 거주하고 있는 저는 온라인으로 참석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전까지는 필드 트립 겸 세미나 행사를 계획하여 다른 곳에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해서 서로 연구 내용도 교류하고 네트워킹을 다지는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HIF 전경 및 컨셉 출처: http://www.hzdr.de/hif Helmholtz Institute는 Helmholtz Center와 대학 간의 파트너십을 맺은 연구소들을 말합니다. HIF는 현존하는 대학들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광산 기술 대학인 Technische Universität Bergakademie Freiberg (TUBAF) 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주요 과제들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가령 대학에 제 업무에 필요한 기기가 있으면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사람들과 HIF 연구원들이 서로 업무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HIF는 헬름홀츠 연구소들 중에서 비교적 최근인 2011년에 생긴 신생 연구소입니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광물 및 금속 함유 재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산업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HIF는 현재 Exploration, Processing, Biotechnology, Process Metallurgy, Analytics, 그리고 Modelling and Valuation, 총 6개의 부서로 이루어져 있으며 저는 그 중 Department Processing에서 Recycling 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연구 대상인 Water electrolyzer 의 종류 저는 현재 독일 연방 교육 연구부 (BMBF)에서 주도하는 수소 생산 및 규모 확대를 위한 프로젝트(H2giga)에서 수전해조 재활용 (ReNaRe: Water electrolyzer recycling)과 관련된 주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수전해 기술을 이용한 전기 생산을 5기가와트로 확장하는 것을 국가 수소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위해 독일 전역에서 백여개의 산업적, 교육적 파트너들이 서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 자리를 찾게 되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모든 인터뷰들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면접을 보러 오랜 시간을 들여서 갈 필요가 없어 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 어느 곳도 직접 방문해서 연구소의 분위기를 겪어보지 못 해서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고, 일하게 된 HIF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처음 연구소에 출근하던 날, 설레기도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 떨어진 것 같아 긴장되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처음 부서장과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연구소에 아직 한국인이 없다며 제가 만약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첫번째 이자 유일한 한국인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제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이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한국 연구자분이 기회가 되어 저희 연구소에 오시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연구소는 30여개가 넘는 다양한 국적을 가진 동료들이 일하고 있으며 공식 언어는 독일어와 영어입니다. 독일어 프로그램으로 석사를 마친 저였지만 연구소 공식 언어 중 하나가 영어라 한결 언어에 대한 부담감이 낮았습니다. 물론 프로젝트 미팅을 할 때에는 독일어가 공식 언어라 매번 독일어로 발표를 준비해야하는 나날의 반복이지만,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일 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다시 시작되었던 코로나로 인한 규제들로 인해 동료들과 비록 다양한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었지만, 상황이 잠시 진정되었던 작년 여름, 부서 차원에서 팀원들과 함께 도시를 걷고 등산을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었습니다. 연구소 생활을 시작하자마자 한달도 되지 않아서 아직 동료들과 친해질 시간도 없었고 Freiberg에 대해서도 잘 모를 때였는데, 동료들과 함께 하루 종일 도시를 걷고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이런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습니다만, 요즘은 점차 규제가 많이 풀리고 있고 어느정도 생활이 많이 정상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다가오는 여름에는 각종 활동들을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년에 두 번 저희 연구소에서는 드레스덴에서 열리는 러닝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서장이 일주일에 한번은 하프 마라톤을 꼭 뛰는 러너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맨 처음 인터뷰를 볼 당시 저도 체력 강화를 위해 러닝을 가끔 하던 때라 러닝을 좋아한다는 한마디를 했다가 결국 같이 대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5 km까지 쉬지 않고 뛰어보지는 않았었는데, 이 대회를 참석하게 되면서 한달 정도 거의 매일 러닝을 뛰는 훈련을 했고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 부서장을 비롯한 몇명의 연구소 러너들은 5km 20-22분대로 기록하는 놀라운 달리기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5월 말에 드레스덴에서 같은 러닝 대회가 열리고 연구소 동료들은 이번에도 참석합니다. 비록 저는 저 무서운 러너들 사이에서 뛰기엔 지난 겨울동안 러닝을 쉬어서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습니다만, 날씨가 좀 더 풀리고, 다시 한번 연습을 열심히 한 뒤 가을에 다시 한번 동료들과 함께 뛰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밖에도 박사과정 동료의 캠페인 중 하나인 100여개의 냉장고를 재활용하기 위한 작업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저의 연구 대상인 수전해 셀은 두께가 마이크로미터 단위이고 이를 재활용하기 위해 아주 작은 입자들을 연구해야 하는 반면, 이 친구의 연구 대상은 몇 백키로씩 하는 냉장고이니 저희 연구소의 연구 분야는 정말 광범위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시국이라 대부분의 일들은 온라인으로 진행함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출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는데요, 나름 연구소 생활 중 첫 출장이라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를 제외하고는 전부 독일인인 동료들과 함께 출장 기간 내내 독일어로 대화하고 독일 식당에서 식사를 했던 시간들은 약간은 힘들었지만, 그 덕에 며칠 새 독일어가 반짝 늘었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요.   맨 처음 프라이베르크(Freiberg)를 들으신 분들은 대부분 프라이부르크(Freiburg)라고 알아들으시고, 저도 심지어 면접을 볼 때 처음에 연구소가 당연히 프라이부르크에 있다고 생각을 할 정도로 독일에서도 프라이베르크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프라이베르크는 독일 동쪽에 드레스덴과 켐니츠 사이에 있는 위치한 인구 4만 정도의 아주 작은 규모의 소도시입니다.   하지만 프라이베르크는 광산도시로 불리울만큼 광업과 야금 산업에서는 매우 유명한데, 구시가지에 가면 전 세계에서 수집한 광물이 모여 있는 광물 박물관도 있습니다. 광석 산업은 중세 시대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지속되었으며 은이 주요 추출 성분이라 프라이베르크를 Silberstadt (Silver city)라고 지칭하기도 합니다.   석사 유학 당시 서쪽 끝에서 살다가 동쪽 끝으로 이동을 하게 되어서 이런 저런 걱정도 많았지만,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도시가 작다 보니 마트를 가더라도 몇 번만 가도 알아보는 등 좀 더 정겨운 면모들도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규모가 작은 곳이다 보니 여가 시간에 할 일이 그렇게 다양하진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주말에 F1 경기가 있는 날에는 경기를 챙겨보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산책을 하러 구시가지로 나가거나 남쪽에 위치한 산책길을 걷습니다. 구시가지에 가더라도 매번 가는 곳이 정해져 있고 걷는 코스가 매번 비슷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햇빛이 나는 날에는 많이 돌아다니려고 노력합니다. 드레스덴이 여기서 기차로 35분이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가끔 드레스덴으로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프라이베르크의 겨울은 아주 혹독합니다. 독일의 대부분이 지역의 날씨가 좋지 않지만, 유독 이곳의 겨울은 길고 추우며 눈이 아주 많이 옵니다. 아침에 눈 뜨고 밖을 내다보면 밤새 내린 눈이 쌓여 있고, 출근 후 해가 잠시 나오다 가도 퇴근할 때가 다가오면 다시 한번 눈보라가 몰아치는 나날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제가 추운 날씨에 취약한 편이고 그 전까지 아헨에 살면서 이 곳 보다 더 날씨가 안 좋은 곳이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프라이베르크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 곳에 집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지붕의 경사가 매우 가파른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거주민들 사이에서는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집들 근처에서 다닐 때 조심하라고 합니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눈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주변에 지인이 겨울에 지붕에서 떨어지는 눈을 맞은 적이 있다고 하니 조심하면서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4월에도 마찬가지로 하루에도 수시로 눈이 오고 해가 나고 우박이 내리는 등의 다이나믹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눈 구경은 실컷 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이러한 혹독한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것은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난 겨울에 특히 작센 주에서 확진자의 추이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는 바람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아예 취소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없는 독일도 벌써 2년째이니 많이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료가 다른 대도시들과 다르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 글루바인을 사려고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했는데, 결국 취소가 되더라구요. 또한 크리스마스 마켓 하나만을 바라보고 준비했을 소상공인들을 생각하니 그것 또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올해에는 부디 상황이 많이 호전되어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프라이베르크에 정착한 지도 벌써 10개월이 되어갑니다. 곧 있으면 1년을 채우겠네요. 아헨을 떠나 7시간을 달려 도착한 이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기억이 납니다. 박사과정 연구도 점차 익숙해지고 있고, 차가운 이곳의 날씨에도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 작은 곳에서 살게 될 줄 몰랐지만 대도시와 소도시는 각각의 장장단점 있는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을 끝낸 이후에는 또 어디에 가서 살게 될 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한 곳에 오래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도시에서 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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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Kindred)

옥타비아 버틀러 저

안녕하세요! University of Kentucky에서 영문과 박사과정을 공부 중인 이진미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만난 든든한 동료이자 학우인 구진모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서로서로의 소중한 책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코센이 유망한 과학기술자분들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로 알고 있는데요, 언제나 새로운 시작길에 서있는 듯한 인문학도에게도 열린 마음으로 릴레이북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제 전공관심분야는 speculative fiction, 즉 사변소설이라고 번역되고요. 구체적으로는 sci-fi, apocalyptic 혹은post-apocalyptic fiction에 관심을 가지고 post humanism, Otherness (타자성), monstrosity, Diaspora 등등의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 관심 키워드는 책이 저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지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저에게 세상은 이질적이고도 낯섦으로 가득한, 그래서 때로는 나만의 영역 안에서 게으르게 경계를 나누며 이해하기를 회피하게 만들곤 하는, 그러나 끝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앎의 무대이자 대상이었습니다. 나와 이해관계가 적은 대상들을 끊임없이 타자화하는 근래의 세계적 추세에서 책은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같이 옹졸해지는 제 관성을 끊어줄 구원일 것입니다. 즉, 책은 개개인의 존재의 외연을 넓혀주는 가장 훌륭한 매개체인 것입니다.   저는 미국 SF소설 장르에서 파격과 혁신의 면에서 선구자적 활동을 펼친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 『킨』 (원제목은 Kindred입니다)을 추천합니다. 선정 이유는 올해 추천작으로 아직 소설이 없었던 까닭이고, 제 전공분야를 떠나서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을 읽고 싫어했던 사람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취향이 아닐지언정 그녀의 작품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 다음이 어떻게 진행될 지 몹시 흥미로울 것입니다. 버틀러의 작품들은 “sensational”함은 물론이고, 힘과 권력, 사회적 소수자, 혼종성 (Hybridity), 노예제, 폭력, 젠더, 인종, 계층, 연대, 사랑 등등 다양한 담론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킨』 또한 비슷한 키워드 안에서 논의될 수 있겠습니다. 『킨』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살아가는 흑인여성 데이나(Dana)가 1815년 메릴란드 주의 노예제 농장으로 시간여행하는 이야기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약 100여년의 시공간여행이 느닷없이 닥쳐서 데이나를 그녀가 영위하던 시공간으로부터 떼어놓는다는 점과, 그녀가 소환되는 과거가 그녀의 뿌리가 시작된 백인 노예주 루퍼스와 흑인 노예 앨리스가 기거하는 곳이라는 점, 그리고 데이나의 백인남편 케빈과 그녀가 경험하는 노예제의 차이입니다. 특히, 데이나가 그녀의 조상 루퍼스가 위험에 빠질 때마다 과거로 소환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20세기 흑인여성이 악랄한 노예주의 무대로 호출되면서 목격하는 노예제의 참상,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몸과 마음에 새겨지는 트라우마를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인 1865년 노예제가 폐지되었지만, 소설 속에서 여전히 현대의 흑인여성이 노예제의 트라우마를 겪고, 현실에서는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미국 및 전세계로 퍼져 나간 근래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종 문제는 갈수록 편가르기 급급한 세태 속에서 식지 않는 뜨거운 감자입니다. 버틀러의 kindred는 명사로는 “친족”, 형용사로는 “동류의”로 번역됩니다. 한국어 판 제목인 『킨』은 원제인 “Kindred”의 뉘앙스를 그대로 옮기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한국어판 제목을 왜 “친족”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원어를 차용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도 대단히 유의미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kindred” 혹은 “킨”이 작품 속 흑인 및 백인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양을 하고 다양한 위치에 서있는 존재들의 연대를 상징한다고 봅니다. 버틀러도 밝혔듯, 이러한 확장성, 가능성, 전복성, 그리고 상상력이 인간적인 제한을 뛰어 넘어 “활짝 열려있는” SF장르의 매력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영어가 많이 어렵게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원어로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강렬했던 소설의 첫 구절을 나누며 책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I lost an arm on my last trip home. My left arm. And I lost about a year of my life and much of the comfort and security I had not valued until it was gone.”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 왼팔이었다. 그리고 일 년에 가까운 인생과,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귀한 줄 몰랐던 편안함과 안전의 많은 부분을 잃었다."    다음 릴레이북 주자로 이번에 Tulsa university에서 공부하게 된 김유혜 박사생을 추천합니다. 김유혜 연구자는 저와 함께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공부한 동료인데요. 함께 대학원 수업을 듣고, 학회 활동 및 스터디를 하면서 후배이지만 여러모로 배울 것이 많은 친구라고 느끼곤 했습니다. 다양한 면에서 박학다식하고 특히 사회적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모습은 제가 부지런히 익혀야 할 인문학자로서의 열정이었습니다. 유혜 선생님은 셰익스피어 전공자로 석사 논문으로 셰익스피어의 풍자희극 Troilus and Cressida을 중심으로 16세기 후반과 17세기 초기 영국에서 보여지는 초기 상업자본주의 양상과 여성의 몸의 상품화에 대하여 연구하였습니다. 여러 사회이슈에 문제의식이 있고, 고전으로서 무궁무진한 담론이 가능한 셰익스피어 전공자이며, 평소에 다양한 작품을 다독하는 그녀는 어떤 책을 추천해 줄까요? 앞으로가 기대되는 김유혜 선생님의 추천 글을 기대해 봅니다! 자세히 보기

지난 달에 이어 몇 번 더 영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예정이다. 아마도 우리가 가장 먼저 배웠던 영문법중 하나가 3인칭 단수 현재동사 뒤에 s를 붙이는 문법일 것이다. 필자 기억으로는 중1인가 2때 배운 것같은데, 외우기에 너무 쉬운 문법이어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점점 배우는 문법의 양이 늘어나면서 이 사소한 문법이 무시될 즈음에 시험에서 자주 틀렸던 기억이 있다. 흔히 접해본, “다음 밑줄 친 부분중 틀린 것은?” 주어가 길어지면, 예를 들어 One of my friends study hard every day. 에서 바로 앞에 있는 friends가 복수이니 주어를 혼동하여 틀리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 주어는 One이고 동사는 studies가 되어야 한다. 시험이 끝나고난 후 멍청하게 속았다는 느낌과 함께, “도대체 이따위 문법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화도 나고 이해하기도 어려웠던 기억도 있다면, 당신의 울화와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준비했다. 우선 두가지를 기억하자. 첫째는 외국어 문법은 외울 수 있다면 무조건 외우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른이고 이성을 가진 지식인이기 때문에 “무조건 외워라!”는 말은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같아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어른이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무조건 외우기보다는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둘째는 필자의 설명을 포함한 모든 영문법의 기원이나 역사가 반드시 맞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이른바 “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사보다 야사가 그 시대의 상황을 더 잘 말해줄 수도 있는 것처럼, “썰”이 더 깊은 이해를 제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목적은 영문법의 역사를 규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한 논리를 통해 쉽게 이해해보려는 것이므로 진위에 너무 비판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래 필자의 설명과 비슷한 내용을 인터넷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설명방식에는 필자의 독창적 아이디어가 들어있지만, 그 근간지식은 필자의 독창적 연구결과가 아님을 밝혀둔다. 자, 이제 오늘의 문법 주제를 정리하면, “영어에서는 3인칭 단수가 주어인 현재시제 문장에서 동사의 뒤에 S(또는 ES)를 붙인다.” 여기에서 3인칭 단수 그리고 현재라는 말에 주목하자. ① 3인칭 단수지만, He, She가 아닌 다른 것을 위해 만든 문법이다. This, That, a friend, my country… 등등 같은 일반 3인칭 주어를 위한 문법이라는 이야기다. ② 현재 시제에만 적용되는 이유는 과거형에는 동사뒤에 ED를 붙여서 표시하기 때문에 더 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불규칙 동사는 제외다.) ③ 결론부터 말하자면, 놀랍게도 여기에서 S는 명사의 복수형을 만들 때 사용되는 S와 동일한 용도인데, 동사에서는 반대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즉, 영어에서 명사의 복수에는 S를 어미에 붙여 표시하지만, 반대로 동사에는 단수에 S를 붙인다는 것이다. 이 문법이 필요한 이유는 영어단어의 다수가 명사도 되고 동사도 되는 이중 품사를 가지기 때문이다. 명사도 되고 동사도 되는 단어들부터 우선 살펴보자. Act, aim, charge, cost, cut, deal, effect, increase, help, leave, love, request, work… 아주 자주 사용되는 단어들 중에 많기 때문에 주어가 길어지면 상당히 혼란스럽다. 예들 들어보자. Any request for these conditions increases our budget. 본능적으로 주어 request가 단수이기 때문에 increase에 S를 붙여 increase가 명사가 아니고, 동사로 사용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 극명한 예는 This나 That를 사용할 경우다. This work… This works... 앞에서 This는 지시형용사로, work는 명사로 사용되었다. 뒤에서 This는 명사주어로, works는 동사로 쓰였다. This works의 경우, work이 명사라면 단수+복수형태로 모순이 되기 때문에 work은 동사로 사용되었음을 문장을 해석하기 전에 알 수 있다. 명사로 work을 복수로 사용하려면 These works라고 했을 것이다. 실제로 This works! 는 엄청 간단하지만, 많이 사용하는 문장이다. “어? 이게 (작동)되네!” 라는 말이다. 일하는 중에 공구가 필요해서 아무 것이나 하나 짚어들었다. 그리고 나사를 돌려보니 돌아갔다. 이런 경우, 아주 만족스러워 하며 This (screw driver) works! 라고 말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교한다면, 다른 유럽어들에서 동사는 어미가 명사와는 다른 고유한 형태를 가지기 때문에 동사와 명사간의 혼돈은 거의 없다. 그리고 과거시제뿐 아니라 현재시제에서도 주어에 따라 동사어미가 많이 변한다. 하지만 영어에서는 동사와 명사로 동시에 사용되는 동일한 형태의 단어들이 다수 존재하며, 주어에 따라 동사 어미가 변하지 않기 때문에 구별을 위해 만든 문법이라는 것이다. 1인칭 I, 2인칭 You가 주어인 경우는 이런 구별이 불필요하다. 1인칭은 I-My로 변하기 때문에 I work / My work로 work가 동사인지 명사인지 구별되며, You-Your로 변하는 2인칭 주어도 You work / Your work로 구별되며 3인칭 주어 He, She도 마찬가지로 He works / His work & She works / Her work로 구별 되지만, 다른 3인칭 주어의 경우는 뒤따라오는 단어가 동사인지, 명사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This work from my previous position in London…으로 길어지는 문장에서 work는 명사다. This works whenever I try to open it, if…으로 길어지는 문장에서 work는 동사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고려대학교] 초박막 기반 에너지 전극 연구실

Layer-by-layer (LbL) 자기조립법(또는, 층상자기조립법)은 다양한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갖는 나노재료 및 바이오 물질을 다층으로 쌓아 나노미터 두께의 초박막을 제작할 수 있으며, 초박막 필름 안에 우리가 원하는 다양한 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층상자기조립법은 용액공정을 기반으로 하여 기판의 크기나 형태(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콜로이드 입자에서부터 수십 미터에 이르는 대면적 평판까지)에 관계없이 적용 가능하며, 기존의 스퍼터링 (sputtering), 증착 (vacuum evaporation)공정과 같이 거대하고 값비싼 진공장비를 이용한 방법에 비해 매우 간단하면서 높은 품질의 초박막을 제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본 “초박막 기반 에너지 전극 연구실”은 다양한 기능성 나노재료를 합성하고, 이들의 층상자기조립을 통해 고성능 차세대 에너지 소자(배터리, 슈퍼커패시터, 수소발생 전극, 생체연료전지 등)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그림1). 기존의 블렌딩(blending)과 같은 나노복합체 제작 방법은 나노 재료 표면에 흡착되어 있는 절연성 리간드에 의해 전극 내의 전하 전달이 크게 저하되어 에너지 소자 성능의 저하가 초래된다. 이에 반해 본 연구실에서 개발한 단분자 링커를 이용한 리간드 치환 반응 기반 층상자기조립은 다층박막 형성 과정에서 나노재료 표면의 절연성 리간드를 in situ로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기능성 나노 재료 사이의 전하 전달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으며 고밀도의 균일한 박막을 제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높은 표면적을 지니고 있으며 기계적으로 유연한 고분자 직물 소재를 기반으로 하여 활성 표면적이 극대화된 에너지 저장 소자, 수소발생전극, 생체연료전지를 개발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소자 성능을 발표하였으며, 층상자기조립과 전기도금을 결합하여 에너지 전극의 높은 전기 전도성을 확보하고 제작 공정 및 비용을 대폭 간소화시킴으로써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림 1. 초박막 기반 에너지 전극 연구실 주요 연구분야.   1. 층상자기조립 기반 고전도성/다공성 에너지 전극 개발 1.1 리간드치환 층상자기조립 층상자기조립은 정전기적 인력, 수소 결합, 공유결합과 같은 물질과 물질 사이의 다양한 상호 결합력을 이용하여 다층박막을 만드는 간단한 용액기반의 공정이다. 일반적인 층상자기조립법은 수계(aqueous media)에서 (+) 또는 (-) 전하(-NH3+, -COO-, -SO3-)의 작용기를 갖는 고분자 혹은 나노 입자 리간드 사이의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적층한 다층박막에 대한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정전기적 인력 기반의 층상자기조립은 같은 전하를 가진 물질간의 정전기적 반발력으로 인해 30 % 이하의 낮은 packing 밀도를 얻게 된다. 또한 나노 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긴 chain length의 절연성 리간드와, 입자 사이에 존재하는 두꺼운 고분자 층으로 인해 입자 사이의 간격이 멀어지며 절연성 유기물에 의해 전하 전달이 크게 제한된다. 따라서 본 연구실은chain length가 짧으며amine, thiol, carboxylic acid와 같은 기능기를 지닌 단분자가 유기용매 상의 나노 입자와 공유 결합 기반의 강한 affinity를 갖는다는 것에 착안하여 독창적인 리간드 치환 층상자기조립을 개발하였다. 본 방법은 수용액 상의 층상자기조립과 달리, 정전기적 반발력이 없는 유기용매 상에서 다층박막을 형성하므로 나노 입자의 packing 밀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입자 사이의 불필요한 절연성 유기물 (리간드 및 고분자)을 제거하여 입자 간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였이며, 이로 인해 전하 전달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그림 2).   그림 2. (좌) 정전기적 인력과 (우) 리간드치환 자기조립을 이용한 다층박막의 비교. 1.2 리간드치환 층상자기조립 기반 전기도금 앞서 언급된 리간드 치환 층상자기조립법의 다양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절연성 지지체에 벌크 금속 수준의 높은 전기전도성(~105 S/cm)과 낮은 표면저항(<10–1 Ω/sq)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공정시간이 요구되며, 이는 기술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본 연구실에서는 독창적인 리간드 치환 층상자기조립 기술과 전기도금(electroplating)을 결합하여 전극의 높은 전기전도성을 짧은 공정시간에 달성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절연성 지지체에 전기전도성을 부여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로 무전해도금(electroless deposition)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는 전도성 금속이 환원되면서 지지체 표면에서 응집 현상이 일어나 기공의 blocking이 발생하며 균일한 코팅을 이루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지지체의 표면적을 감소시키게 된다. 또한, 무전해도금에 사용되는 촉매와 유기물 등의 불순물로 인하여 형성된 도금층의 높은 전기전도성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실에서는 다공성 고분자 직물 지지체(종이, 면섬유, 폴리에스터 등)에 다양한 금속 나노 입자(Au, Ag, Cu 등)를 층상자기조립법을 이용해 지지체 내/외부에 균일하게 코팅 시켜 최소한의 표면저항(~103 Ω/sq)을 확보한 후, Ni, Al, 및 Cu 등 원하는 금속을 전기도금하였다. 이를 통해 벌크 금속 수준의 전도성(<10–1 Ω/sq)을 확보하였으며, 직물 지지체의 기공을 유지할 수 있는 넓은 표면적의 다공성 직물 전극을 단시간 안에 제작하였다(그림 3). 이렇게 제작된 전극은 높은 전기 전도성과 넓은 표면적 및 기계적 안정성을 요구하는 다양한 에너지 전극에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사용될 수 있으며, 본 연구실에서는 이를 배터리, 슈퍼커패시터, 생체연료전지의 집전체로 활용하거나 물분해 전극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중에 있다.   그림 3. 리간드치환 층상자기조립 기반 전기도금 모식도. 2. 에너지 저장소자 2.1 배터리 최근 휴대용 전자기기 및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너지 저장 소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지니고 있어 오랜 시간 안정적인 출력을 필요로 하는 기기들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더 높은 출력, 에너지 밀도, 그리고 안정성을 갖는 배터리에 대한 개발이 과제로 남아있다. 이러한 성능들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활물질의 높은 흡착량과 함께 우수한 전하전달 특성과 내구성을 가지는 배터리 전극을 구성하여야 한다. 본 연구진에서는 높은 표면적과 함께 높은 전기전도성을 가지는 집전체를 제작하고 흡착시키는 전극 물질의 내부저항을 최소화하여 전기화학적 성능을 극대화한 전극을 구성하고자 하였다. 우선 금속 나노 입자의 리간드 치환 기반 층상자기조립법과 Al 전기도금 공정을 이용해 직물소재 기반의 고전도성 다공성 집전체를 제작하였다. 이러한 다공성 집전체에 에너지 저장 성능을 지닌 리튬인산철 나노 입자를 다시 한번 고밀도로 적층함으로써 이온전달 특성의 개선과 함께 단위면적당 흡착량을 극대화하였고 이를 통해 배터리의 용량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그림 4). 일반적인 금속판으로 제작한 전극들에 비해 본 연구진에서 제작한 직물소재 기반 전극의 경우 약 17배 향상된 면적 용량을 얻을 수 있었다. 더 나아가, 리간드 치환 기반의 층상자기조립법을 이용한 전도성 나노 입자의 층간 삽입을 통해 기존의 낮은 전기전도성을 지니는 활물질 층의 전하전달 특성을 약 16배 향상시킬 수 있었다. 2.2 슈퍼커패시터 슈퍼커패시터는 높은 출력, 빠른 충방전 속도 및 긴 수명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자기기의 에너지 저장 장치로 사용되어오고 있다. 이러한 슈퍼커패시터의 높은 에너지 저장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활물질의 단위 면적당 높은 로딩양과 전극의 높은 전기전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본 연구실에서는 층상자기조립법을 이용하여 다양한 크기/형태를 지닌 기판 위에 pseudocapacitive 특성을 지닌 나노입자를 포함한 에너지 활물질을 균일하게 코팅하여 슈퍼커패시터 전극을 제작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용액 공정 기반의 리간드 치환 층상자기조립법을 이용하면 직물 내부의 섬유 가닥까지 전극 물질이 균일하게 코팅되어, 활물질의 단위 면적당 로딩양이 극대화된 직물 전극을 제작할 수 있다(그림 4). 추가로, 본 방법은 기존의 물리적 코팅 방식이 아닌 전극 물질 간의 강한 계면 결합을 기반으로 하는 코팅이기에 제작된 직물 전극은 다양한 기계적 변형에도 높은 구동 안정성을 보인다. 최근에는, 더욱 높은 에너지 저장 성능과 효율적인 제작 공정을 확보하기 위해, 층상자기조립 기반 전기도금법으로 직물 집전체를 제작하고, 추가적인 층상자기조립 또는 전기도금을 통해 직물 집전체 위에 에너지 활물질을 도입하여 높은 축전용량과 빠른 충방전 속도를 확보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림 4. 리간드치환 층상자기조립 및 전기도금 기반 에너지 저장소자 (좌) 배터리, (우) 슈퍼커패시터. 2.3 수소발생 전극 수소는 기존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많은 각광을 받고 있으며, 여러 나라에서 수소 전략을 발표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다양한 수소 생산 방법 중에서 특히, 물 분해 방식은 부산물이 없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물을 전기 분해하기 위해서는 높은 전압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소 생산 효율이 낮다는 한계점이 존재하며 기존에 가장 많이 사용된 금속 촉매는 백금(Pt), 이리듐(Ir), 루테늄(Ru)과 같은 귀금속으로 이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실에서는 귀금속 촉매의 사용 없이 물 분해 방식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표면적이 매우 넓은 면섬유를 기반으로 전이 금속(Ni, Fe, Co 등) 촉매를 그림 5와 같이 수소발생/산소발생 전극에 적용하였다. 층상자기조립 기반 전기도금법을 적용하여 제작한 금속 면섬유 표면에 수소와 산소 발생에 높은 효율을 지닌 전이 금속 및 금속산화물 촉매 층을 완벽하게 코팅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수소 생산에 높은 효율을 가지며 안정성이 좋은 니켈(Ni)을 수소발생 전극(HER)에, 산소 생산 효율이 좋은 니켈철 이중층 산화물(NiFe LDH)을 산소발생 전극(OER)에 적용하여 고성능/고효율의 물 분해 전극을 구현하였다(그림 5). 이렇게 제작된 면섬유 기반 물 분해 전극은 기존 수소 생성 효율(10 mA/cm­2에서 약0.08 V)을 6배 이상 향상시켰으며 (본 연구에서의 과전압: 10 mA/cm­2에서 0.012 V), 셀 전압을 10 %가량 낮췄다. 또한, 개발된 물 분해 전극은 높은 전류밀도(1 A/cm2)의 극한 환경에서도 최소 100시간 성능을 유지하는 등 높은 안정성을 입증했다.   그림 5. 전이 금속 촉매 및 단분자 리간드 치환 층상자기조립법 기반 면섬유 물분해 전극 제작. 2.4 생체연료전지 생체연료전지는 신체 내에 존재하는 바이오 물질인 포도당, 과당, 알코올 등을 연료로 사용하거나, 연료를 산화시키는 과정에서 바이오 촉매를 이용하는 연료전지의 한 종류이다. 바이오 물질을 연료로 사용하므로 지속가능성이 우수하고 신체와 유사한 조건에서 구동이 가능하다는 장점때문에 이식용 바이오 메디컬 기기의 전력공급원으로써 각광받고 있다. 생체연료전지의 성능은 효소로부터 전극에 이르는 전자의 이동능력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높은 성능의 전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전도성을 지닌 전극이 요구되며, 전극의 구조와 구성물질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생체연료 전지는 탄소 소재 전극과 절연성을 지니는 효소를 개질시키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이는 전극과 효소 사이의 느린 전자 전달 속도를 야기하였고 때문에 전지 자체의 전기화학적인 성능이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본 연구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리간드 치환 층상자기조립을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그림6). 직물 섬유에 금 나노입자와 단분자인 Tris-(2-aminoethyl)amine (TREN)을 리간드 치환 층상자기조립방식으로 전극을 제작하였다. 금 나노 입자를 적층하는 과정에서 긴 리간드를 단분자로 치환하였기 때문에 나노 입자간 간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고, 효소와 전극사이에 빠른 전자 전달 속도를 유도할 수 있었다. 또한 앞서 제작된 전극 위에 음전하를 띄는 glucose oxidase(GOx)와 양전하를 띄는 TREN을 정전기적 결합을 이용하여 anode를 제작하였다. 이는 고분자를 활용하는 블렌딩과 같은 기존의 방식에 비해 높은 효소 적층량을 유도할 수 있었으며, 단분자를 활용하였기 때문에 빠른 전자 전자 전달 속도를 가지며, 강한 정전기적 결합을 기반으로 장시간 가동시에 보다 안정적인 하이브리드 생체연료전지를 제작할 수 있었다. 그림 6. 리간드 치환 층상자기조립을 활용한 고전도성 하이브리드 생체연료전지 제작 과정 모식도.   본 “초박막 기반 에너지 전극 연구실”은 3명의 포스닥, 8명의 박사과정, 7명의 석사과정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학생들은 개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지만, 상호간 디스커션 및 협업을 통해 개별 프로젝트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춘계 및 추계 국내 및 국외 학회 참가를 통해 본인 연구를 직접 발표하고, 매주 2인씩 랩세미나를 통해 연구의 진척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또한, 연구 구성원들 간의 회식 및 야유회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 주소  : 서울시 성북구 안암로 145 고려대학교 자연계 캠퍼스 신공학관 8층 812호 (지하철 6호선 안암역 4번출구 방향) ■ 홈페이지  : http://uflab.korea.ac.kr/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