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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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에서 어류생리전공 Wood lab 생활

    엄준호 (zuno3302)

    북극해의 차가운 빙하수는 프레이저강을 따라 캐나다 내륙을 거쳐 흐르다가 서부 끝자락 밴쿠버 지역에서 태평양으로 방류된다.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밴쿠버 주변 해역은 그래서 다른 해수 지역에 비하여 염도가 14% 낮다. 밴쿠버의 상징인 연어를 (Salmon) 비롯하여 꼼장어 (Hagfish), 장어 (Lamprey), 송어 (Trout) 및 철갑상어 (Sturgeon)는 차가운 담수와 해수를 오가며 살아간다. 물고기가 물을 오고 가는 것은 신비롭지 않지만, 담수와 해수의 염도 차이를 극복하며 이주하는 것은 가히 놀라운 사건이다. 예를 들어 담수는 물고기 체액에 비하여 이온농도가 낮지만 해수는 반대로 높다. 그래서 담수어는 체내이온을 묽은 담수에 빼앗기고 빈자리는 담수로 채우는 반면 해수어는 체내 수분을 잃고, 잃은 양에 비례하여 바다의 나트륨과 염소이온을 과량으로 받아들인다 (그림1 굵은 화살표). 생존을 위하여 담수어는 체내 수분은 버리고 잃은 이온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물에서 회복하고 해수어는 거꾸로 체내 이온을 버리고 바다물을 들이마시며, 잃은 수분의 일부를 채워간다 (그림1 점선화살표). 담수어와 해수어 모두 아가미를 이용하지만 기능적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아가미 세포 조성이 다르다. 즉, 아가미 모양은 같지만 세포조성이 다르기 때문에 기능은 다르다. 결과적으로 담수어와 해수어는 서로의 생활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   그림 1. 담수어와 해수어 아가미의 기능. 담수어 아가미는 체내수분을 버리고 이온을 되찾지만, 해수어는 이온을 버리고 바다물을 들이마셔 잃은 물을 보충한다. 강의 상류에서 부화한 어린 물고기들은 강의 흐름을 타고 서서히 바다로 이동하여 강과 바다가 만나는 강어귀에서 며칠에서 몇 주간 머무른 후 바다의 높은 염도에 완전히 적응한다. 강어귀에서 머무르는 동안 물고기들은 아가미 세포 자체를 통째로 바꾸어 그 기능 자체를 담수용에서 해수용으로 변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을 걸고 해수 지역으로 이동하면 물고기는 풍부한 먹이를 얻을 수 있고 훌륭한 성체로 자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번식기가 되면 이들은 다시 밴쿠버 주변 강어귀로 모여들어 다시 한번 아가미 세포 변형 후 자신이 태어난 강의 상류지역으로 회귀한다. 많은 연어과 어류는 번식 후 죽음을 맞이하지만 장어류 및 철갑상어류는 10년에서 80년간 제법 규칙적으로 담수와 해수 사이를 오고 가며 번식과 먹이활동을 한다. 나누어진 담수와 해수의 경계를 넘어 생활하는 밴쿠버 물고기들은 그래서 조금 특별하다.   그림 2. 후각기능 측정을 위하여 실험실에 준비된 1 m 크기의 흰철갑상어 (White sturgeon). 철갑상어는 북미서식 담수어 중 가장크다 (몸길이 6m 이상, 무게 600 kg, 수명 80 – 100 년). 철갑상어에 관한 구체적인 과학자료는 KOSEN학회보고서 “북미철갑상어및주걱철갑상어학회 비대면 화상회의”에 기록되어있다. (사진출처: 개인자료) 대놓고 결정한 것은 아무도 없지만, 브리티쉬컬럼비아대학 동물학과 연구진들은 통일하여 양식장에서 얻기 쉽고 실험기자재와 크기가 잘 맞는 무지개송어를 연구하기로 하였다. 그래서 연구분야에 상관없이 무지개송어는 모든 실험실에서 보유하고 있다. 무지개송어는 이쁘다. 철갑상어처럼 크지도 않고 장어처럼 길쭉하지도 않다. 딱 물고기처럼 생긴 무지개송어는 몸통 옆면으로 연분홍색의 화려한 무늬가 인상적이다. 산란기 연어는 체구가 커지고 수컷의 경우 주둥이 부위가 마치 갈고리처럼 변형되어 섬뜩한 모습이지만 무지개송어는 산란기 신체변형도 심하지 않아 제법 그 모습을 언제나 유지한다. 생리학 실험실에 들어온 무지개송어는 마취 후 수술대 위에서 입과 심장 주변에 압력, 유속 및 산소 측정 센서를 삽입하여 호흡과 심장의 운동압력, 물 혹은 혈액 유속 및 산소 농도를 측정한다. 300g정도의 무지개송어는 분당 70회 정도 호흡하여 산소를 받아들이고, 45번 정도 심장을 움직여 받아들인 산소를 효율적으로 체내기관 및 세포로 전달하고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체외로 방출한다. 규칙적인 호흡을 유지하기 위하여 무지개송어는 1.5 mmHg 정도 압력을 입안에 유지하면서 분당 40-50 mL 정도의 물을 구강으로 받아들인 후 아가미를 거쳐 배출한다. 심장은 60배 정도 높은 66 mmHg 압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1회 심장박동 시 혈액을 8 mL 정도 방출시켜 호흡운동과 양적 비율을 유지한다. 무거운 물을 움직이며 호흡하는 물고기는 적절 양의 산소를 얻기 위하여 빠르게 호흡하지만 받아들이는 산소의 양은 육상동물에 비하여 턱없이 적다. 따라서 에너지 소비가 심한 심장박동을 호흡수의 64% 정도로 유지하며 에너지 효율을 유지한다. 부영양화로 인하여 물속 산소가 감소하거나 환경독성물질이 증가하는 등의 외부환경 변화 및 먹이 섭식과 운동으로 인한 체내환경 변화 후 무지개송어는 호흡을 증가시키고 증가된 호흡에 비례하여 심장운동 또한 증가시켜 산소 효율을 증대시키고 생성 된 암모니아 및 이산화탄소는 아가미를 통하여 배출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온실효과로 인하여 해수 온도는 상승하고 해수로 녹아든 이산화탄소량 증가로 인하여 산도는 낮아질 것이다. 온도 상승은 산소용해도를 낮추어 해수의 산소농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방대한 실험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해 본다면 무지개송어는 운동량을 극단적으로 낮추어 산소 소비를 줄이던지 아니면 더 많은 산소를 얻어 일상적인 활동을 하기 위하여 호흡과 심장운동을 증가시키는 정도의 선택권이 있을 것이다.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복원한 지구온난화 조건에서 무지개송어는 호흡과 심장 운동량을 증가시켜 더 많은 산소를 얻는 전략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지속되어 바다 어느 곳에서도 충분한 산소를 얻지 못하고 무지개송어는 산소결핍과 더불어 체내 이산화탄소 양 증가로 죽음에 이르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작은 체형으로 크기를 제한하여 살아남을 것이다. 결과는 모르겠다.   그림 3. A) 생리활동측정장치, B) 수술대위의 무지개송어, C) 센서가부착되는 부위, D) 측정된 호흡과 심장움직임. 간단한 마취 후, 무지개송어의 각 신체부위에 압력, 유속, 전기활성도 및 산소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부착한다. 마취에서 깨어난 무지개송어를 다양한 실험적 환경에 노출하여 생리변화를 실험실에서 측정한다. (사진출처: 개인자료) Wood lab 사람들은 여름 한달기간은 항상 밴쿠버섬에 위치한 뱀필드해양연구센터 (Bamfield Marine Sciences Centre)에서 보낸다. 다양한 해양 어류를 접할 수 있지만 까다로운 동물 연구 규제 및 실험 개체 수량 제한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실험실에서 접할 수 있는 동물은 꼼장어 (Pacific hagfish)와 가시상어 (Spiny dogfish) 정도이다. 상어에 비하여 크기가 작고 많은 수량을 보유할 수 있는 꼼장어는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어류이다. 하지만 꼼장어는 무엇이든 애매모호하여 연구자들의 발표내용 또한 모호하다. 예를들면, 꼼장어는 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퇴화된 눈이 창백한 피부색으로 남아있지만 빛의 유무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입은 몸속으로 항상 들어가 있으며 필요할 때만 나온다. 빨대모양의 콧구멍이 하나 있는데 인두와 연결되어 호흡에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후각기능을 유지하고 있는지 의심된다. 심장은 5개 정도 분지 되어있고, 머리와 꼬리끝에서도 심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기관이 관찰되기도 한다. 척추는 없지만 척추위치에 연골이 자리잡아 최소한 뱀과 같은 움직임은 보여준다. 꼼장어는 어류이지만 아가미는 없고, 대신 주머니 모양의 24개의 기관이 몸통 측면 내부에 각각 12개씩 붙어있어 아가미 기능을 수행한다. 규칙적으로 호흡을 하지만 산소가 없으면 호흡을 멈추고 모든 신체기능을 정지시켜 살아남는다. 그래서 실험 조건으로 산소를 완전히 제거한 바닷물 속에서 꼼장어는 일주일 이상 생존하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되어 실험실의 모든 물고기들이 뒤집어질 때도 꼼장어는 고요하게 꽈리를 틀고 가만히 실험실 욕조에 가만히 앉아있는다. 눈도 없고 하나밖에 없는 콧구멍은 후각기능이 의심스럽지만 꼼장어는 가라앉은 동물의 사체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모여드는 심해어다. 이러한 이유로 꼼장어는 이곳에서 어류가 아닌 괴물로 분류된다. 괴물도 약점은 있다. 꼼장어는 체내 이온조절 능력이 부족하여 바닷물에 풍부한 나트륨과 염소가 그대로 꼼장어의 혈액으로 침투되어 혈액의 이온 농도를 결정한다. 그래서 바닷물이 민물과 섞여 염분농도가 줄어들면 꼼장어 혈액 이온 농도 또한 희석되어 꼼장어는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꼼장어는 염분농도에 민감하다. 즉 지구온난화가 심화되어 염분농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이상 꼼장어는 언제나 그렇듯 심해 어느 곳에서든 살아남아 지구 역사와 함께할 것이다.   그림 4. 뱀필드해양연구센터에서 촬영된 태평양꼼장어. (사진출처: 개인자료) 크리스 박사와 함께 한 박사 기간 중, 무지개송어 호흡연구를 통하여 어류 호흡 매커니즘을 이해했고, 해양 연구센터에서 시간을 보내며 꼼장어의 괴력에 눈으로 확인하고 박사를 졸업하였지만 이것은 내가 계획한 것이 아니다. 박사 유학은 양서 파충류 전공으로 2010년 미국 중부에 위치한 미시건 주립대학에서 시작하였고, 캐나다 서부 브리티쉬컬럼비아대학에서 어류생리학 전공으로 졸업하였다. 초반 브리티쉬컬럼비아대학에서 흰 철갑상어의 후각기능을 주제로 연구를 시작하였지만 졸업논문은 암모니아에 대응하는 무지개송어와 태평양 꼼장어의 호흡 전략으로 대체되었다.   그림 5. 2017년 Wood Lab 사람들. 좌측부터 Drs. Ora Johansson, Chris Wood, Marina Giacomin, Sandra Fehsenfeld, Junho Eom, and John Onukwufor (사진출처: 개인자료) 나는 자금에 맞추어 양서 파충류 학과와 어류학 사이를 오고 가며, 연구주제를 쫓아온 것일까 아니면 다양한 연구를 통하여 큰 범주의 생물학을 연구했던 것일까? 박사 졸업 후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크게 의미 없는 질문이다.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만들어 다양한 데이터를 만들고 정리하여 논리적인 연구 방향을 찾아서 노력했지만 불규칙한 상황에서 불현듯 일어나는 사건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연구계획은 바뀌거나 수정되었다. 예를 들어 해양 연구센터로 떠날 때, 나는 상어를 연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어는 개체 수가 너무 적고 포획이 너무 까다로워 주변에 널린 꼼장어를 연구하였다. 무지개송어는 양식장에서 전화 배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구 시간 절약을 위하여 사용하였던 것이 어떻게 보면 전부다. 꼼장어와 송어에 대한 연구는 계획에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 두 종의 물고기를 이용하여 박사 졸업을 하였다. 물고기가 하늘을 날아다니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어류는 비슷한 환경에서 꼼장어 혹은 송어와 유사한 생리활동을 보여줄 것이다. 따라서 캐나다에 서식하는 어떠한 물고기를 연구하든 박사졸업 즈음에는 꼼장어와 송어에 얻은 정도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졸업했을 것이다. 꼼장어와 송어를 통하여 어류 전반의 생리에 대한 지식을 얻었으니 필요와 상황에 맞추어 적절한 동물을 이용한다면 앞으로 많은 기초 및 응용연구를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통하여 유학을 준비하거나 혹은 현재 유학 중인 연구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계획된 먼 미래의 무게에 너무 짓눌리지 말고 책상 위에 펼쳐진 오늘의 사건을 충실하게 처리하라 이야기하고 싶다. 그러면 우연이든 필연이든 무엇이든 섞여 시간의 숙성과정을 통하여 재미있는 결과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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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이진민 저

먼저 이렇게 책을 소개할 기회를 주신 독일 막스플랑크 김린호 박사님과 코센 릴레이북 편집자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또한, 지면을 통해서나마 임인년 새해 코센 웹진 독자 여러분들 모두 가정에 평안과 행복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저는 현재 남부 독일 뮌헨공과대학 물리학과에서 연구하고 있는 박지태입니다. 연구를 떠나 독일에서의 사생활은 제법 심심합니다. 오후 8시면 상점들은 문을 닫고, 일요일이나 명절(?)에는 시내 중심가마저 적막함이 흐릅니다.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아내, 아이 둘과 함께 주변 자연 속에서 보내다 보면 한껏 쏟아져 내리는 그 여유로움에 이따금 ‘다이나믹 코리아’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이런 환경적 요인이 반강제적으로 - 그리고 아마도 대부분의 유럽인이 그러지 않을까 싶은 - 독서를 내 삶의 가장 비근한 취미가 되게끔 해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물리학을 전공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why? 라는 질문입니다. 인류의 지적 호기심, 즉 why? 라는 질문이 자연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물리학의 시초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어찌 보면 인간 실존에 대한 이유(why)를 묻는 철학은 시작부터 물리학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이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철학’이란 언제나 어려운 주제입니다. 연구 생활이라는 것이 항상 질문과 그 논리의 정합이 온전해야 하는데, 소위 공자 왈 맹자 왈 듣다 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비논리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 혹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철학을 낯설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번 달에 제가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 이진민 작가의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를 꼭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자신은 철학을 전공한 박사지만 그 스스로 느끼는 철학의 어려움을 그리고 관련 주제로 비전공자와 이야기 나누기가 쉽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그 배경에는 철학자의 언어와 일상을 생활하는 우리들의 언어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에서 작가는 엄마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하루하루 일상에 녹아있는 철학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논의를 글쓴이 특유의 아재개그와 ‘말랑말한’한 언어로 재치있게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저 또한 독일 초기 유학 시절부터 두 아이의 아빠로서 육아시 느꼈던 그때 그 감정들과, 엄마이기에 느끼는 아내의 고충을 ‘관측’했던 사실들을 떠올리며 책을 읽다 보면 내 삶 속에서 ‘장자’의 이야기를 또는 ‘루소’의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고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 짧은 에피소드를 소개하자면, 저자는 항상 까치발을 드는 아이들을 주목합니다. 그런 행위는 - 매우 귀엽기도 하지만 - 아이들의 낮은 시각이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다름을 깨닫게 합니다. 이는 장자의 ‘소요유’편에 나오는 대붕(물고기가 변해서 된 큰 새)과 메추라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글쓴이는 전합니다. 메추라기는 자신이 날 수 있는 가장 높은 높이에서 대붕이가 갈 곳은 어디냐며 비웃습니다. 하지만, 결국 메추라기의 시선은 그들의 상대적 한계였을뿐 대붕이의 시각에서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고 있었던 것이죠. 우리 모두가 처음부터 어른은 아니었듯이 우리 작은 아이들도 시간 흐름과 함께 커가며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되겠죠. 작가는 이렇게 다양한 우리들의 시각 높낮이가 악보의 멜로디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책 중간중간 우리에게 “철학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입니다”라고 강조합니다. 저도 이 지점에서 소심하게 이야기해봅니다 “우리 과학자들도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그 해답은…?! “뭐, 언제나 그랬듯 대학원생들이 알아서 찾아 오겠죠…”.    독일에서 박사후연구원 생활 중 엄마가 되고 현재 함부르크 ‘유럽 엑스선 자유 전자 레이저’ 가속기센터에서 물리학 연구하고 있는 김윤희 박사님을 다음 코센 릴레이북 추천자로 모시고자 합니다. 위에 제가 추천한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책이 육아와 연구를 함께 하는 김윤희 박사님께 소소한 철학적 깨달음을 선사할 수 있으면 합니다. 김윤희 박사님은 평소 깊이 있는 물리학적 통찰력을 소유하신 만큼 재밌고 유익한 책 소개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자세히 보기

국제기구에 근무할 때, 나는 직원들의 두가지 통계를 공개해보자고 여러차례 건의했었다. 첫째는 출장이다. 출장일수와 마일리지, 출장경비를 연말에 발표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회의다. 회의 참석횟수와 참석시간 합계순위를 매년 발표하자는 것이다. 물론 출장과 회의 랭킹이 일을 잘했거나 못한 순위가 될 수는 없다. 그래도 제일 놀랄 사람은 상위에 랭크된 당사자들일 것이고, 다음해에는 순위를 끌어내려보려고 자기 검열을 할 것이어서 기관의 자정능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장을 자주 갈수록 직접 갈 이유가 점점 줄어야 하지만, 정반대로 더 자주 가게 된다. 며칠 전부터 비행기표, 호텔예약에 발표준비로 바쁘다. 출장자를 맞이하는 곳에서는 회의실 예약하고 일정표 짜고 식당예약하느라 여러명이 바쁘다. 출장자가 돌아가고 나면 보고서까지 써야 하니, 한 명이 일주일간 출장을 갔다오면 거의 한달 분량의 업무시간이 사라진다. 회의는 좋은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지만, 관련부서와 책임을 공유할 기회로도 많이 사용된다. 높은 사람들은 입만 가지고 와서 쉽게 사안을 판단하고, 아래사람들은 너무 많이 준비해와서 바쁜 윗분의 시간안에 못끝내고 마무리되는 회의가 허다하다. 보완해서 다시 발표하라는 명이 하달되면 동일한 회의가 재차 열리고, 그때마다 회의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진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전세계가 재택근무라는 예상치못한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코로나 이전에 벌써 소프트웨어들이 준비되었지만, 화상회의 정도였지 재택근무까지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나 역시도 재택근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팬데믹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어서 느슨한 근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재택근무가 지속된다면 결국 개인은 해고, 회사는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몇개월째 재택근무중인 나자신부터 상당히 변하고 있으며 오히려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우선 복장이 자유롭다. (카메라를 의식해서 위쪽은 그런대로 포멀한 셔츠를 입지만 바지는 운동복 차림이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절약된다. 문제는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인데, 화상회의가 시도때도 없이 열리다 보니 발표할 내용을 바로바로 정리하게 되어 업무성과나 효율이 더 높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좋은 것만 있을 수 없다. 새로운 직장에 조인한 지 얼마 안된지라 회사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데, 쉽게 물어볼 상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복도와 커피자판기 앞에서 팔할의 정보가 얻어지는데, 이부분은 정말 아쉽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마땅히 없으니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게되고 주말에도 이메일을 열어보는 습관이 생긴 것도 문제이긴 하다. 회의는 전부 화상으로 전환되었고 출장은 완전동결된 이후에도 회사나 기관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봤다. 물론,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면서 고사상태인 업종과 특수를 누리는 사업들이 있지만, 필자가 논하는 범주는 연구개발직을 포함한 사무직의 경우다. 한편,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전후하여 세계의 패러다임은 한방향으로 급속하게 변화중이었다. 그것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목표로, 탄소배출을 규제하고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방향이었다. 덴마크의 풍력발전기술이 주목을 받고 이름조차 생소했던 테슬라가 급부상했다. 전기자동차는 도시에 공해를 줄이지만, 그 전기를 만드는 원산지에 공해를 남긴다. ‘공해 보전의 법칙’ 이라고 명명해야 적합할 터인데, 전기자동차는 공해의 총량을 줄인다기보다 도시공해를 시골과 나누는, 즉 공해의 분포를 좋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파리 협약으로부터 미국이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등의 곡절을 겪으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던 와중에 코로나가 퍼졌다. 결론적으로, 코로나가 우리를 불쑤시게로 고문하며 던진 한 마디는 “이 바보들아, 매일 기를 쓰고 출근 안해도 사회는 돌아가!”라는 일갈이다. 그래서 나는 교토 의정서와 파리 기후협약의 복잡한 조치들은 다 잊어버리고, 엄청난 희생을 댓가로 배운 코로나의 가르침을 따르자는 주장을 하고싶다. 재택근무가 지구온난화 해결의 답이다. 일주일에 하루만 재택근무해도 옛날에 실행하던 차량 5부제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대면업무나 현장근무가 불가피한 직종을 제외하고, 팬데믹이 끝나면 각국 정부는 일주일에 하루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고 이틀 이상 실시하는 회사에게는 세금혜택을 주어 재택근무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주일에 이틀이나 사흘간 재택근무를 한다면, 도시문제와 공해문제는 대폭 완화될 것이다. 도로가 주차장처럼 변하는 교통체증도 없어지고, 신음소리가 나오는 지옥철도 음악이 흐르는 천당철로 바뀔 수 있다. 직장인들은 교통비에 점심값 그리고 옷이나 화장품까지 절약되어 10% 자동월급인상 효과도 누리고 주택문제도 좋아질 것이다. 교통이 안막히고 출근일수까지 줄어들면 굳이 회사가 있는 도심 가까이에 집을 얻을 필요가 없어지니까 말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로 현재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정말 지구를 구하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진즉에 인간들 스스로 해내지 못하고 패악한 바이러스에게 배우다니 비분강개할 일이지만, 선악이 모두 스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AstraZeneca] Biopharmaceutical development

AstraZeneca는 미국 Maryland주의 Gaithersburg에 위치한 다국적 제약회사입니다. 스웨덴의 AstraAB와 영국의 Zeneca의 합병이 후 미국의 Medimmune을 인수하여 만들어진 다국적 기업인 만큼 현재 영국의 Cambridge, 스웨덴의 Gothenburg, 그리고 미국의 Gaithersburg 이렇게 3곳의 메인 캠퍼스를 가지고 연구와 생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제가 속한 Biopharmaceutical development(BPD)는 AstraZeneca의 여러가지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 생산하는 부서입니다. 기존의 small molecule 에서 출발한 신약의 개념은 최근에는 다양한 drug modality 확장으로 RNA, monoclonal antibody, cell 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신약으로 그 범위가 넓혀지고 있습니다. 줄기세포도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치료방법으로 기존의 치료방법으로는 치료하지 못하였던 많은 질병에 새로운 치료방법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세포 치료의 개발과 발전으로 AstraZeneca도 기존의 monoclonal antibody 치료제 뿐 만 아니라 CAR-T group을 비롯하여 stem cell group을 새롭게 만들어 여러가지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AstraZeneca의 stem cell group에서는 줄기세포의 대량 생산에 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위한 임상 적용에는 많은 양의 줄기세포가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많은 연구들이 이러한 대량 생산에 필요한 기술의 개발이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로 미흡하기 때문에 bioreactor를 이용한 줄기세포의 대량 생산과 분화 방법들에 대하여 촛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한 명당 1조 (10^9)개의 세포를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량의 세포 생산은 기존의 줄기세포 배양 방법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배양법을 개발이 필요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주제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2-1. 세포내 에너지 생성 기관인 mitochondria와 연관된 줄기세포 metabolism의 이해 많은 줄기세포에서는 mitochondria의 비활성화로 인해 mitochondrial OXPHOS가 아닌 glycolysis pathway를 이용해 세포 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acetylation은 이러한 mitochondria의 function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acetylation의 조절을 이용한 줄기세포의 metabolism의 변화와 이를 적용한 줄기세포의 생산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코센 브릿지 포럼에서 해당연구에 대하여 발표하였습니다. 관심이 있는 분은 하단의 영상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 Han MJ, Chiu DT, Koc EC. Regulation of mitochondrial ribosomal protein S29 (MRPS29) expression by a 5'-upstream open reading frame. Mitochondrion. 2010 Apr;10(3):274-83. PubMed PMID: 20079882. b. Han MJ, Cimen H, Miller-Lee JL, Koc H, Koc EC. Purification of human mitochondrial ribosomal L7/L12 stalk proteins and reconstitution of functional hybrid ribosomes in Escherichia coli. Protein Expr. Purif. 2011 Jul;78(1):48-54. PubMed PMID: 21453772. c. Han MJ, Koc EC, Koc H.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and mitochondrial relocalization of histone H3 during apoptosis induced by staurosporine. Biochem. Biophys. Res. Commun. 2014 Jul 18;450(1):802-7. PubMed PMID: 24952159. d. Cha Y*, Han MJ*, Cha HJ*, Jeong HC, Zoldan J, Burkart A, Kim CH, Kahn CR, Langer R, Guarente LP, Kim KS. Metabolic control of pluripotent stem cell fate and function by deacetylase SIRT2. Nature Cell Biology 2017 (* These authors contributed equally to this work.) e. Metabolic switching in pluripotent stem cells reorganizes energy metabolism and subcellular organelles. O’Reilly C, Cho JH, Qi Q, Peters J, Fukuda Y, Frase S, Peng J, Schuetz J, Cheng Y, Yoon SO, Han MJ. Exp. Cell Res. 2019 vol. 379. pp 55-64. 2-2. 줄기세포를 이용한 질병의 모델링과 치료 여러가지 유전 질환의 경우 아직도 질병의 정확한 메카니즘적 이해와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환자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질병의 모델링을 확립하고 이러한 환자 유래 줄기세포를 이용한 특정 세포로의 분화를 통해서 신약 개발에 필요한 drug screening과 치료방법이 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세포 치료를 위한 도구로 이용 가능 하기 때문에 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구 범위는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AstraZeneca는 기초 과학에도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이러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저는 shark tank grant와 co-op student grant를 회사로부터 지원받고 있습니다. a. Ercan E, Han J, DiNardo A, Winden K, Han MJ, Hoyo L, Saffari A, Leask A, Geschwind D,Sahin M. Neuronal CTGF/CCN2 regulates myelination in mouse model of Tuberous Sclerosis Complex (TSC). J. Exp. Med. 2017 Mar 6;214(3): 681-97. PubMed PMID: 28183733. b. Sundberg M, Tochiksky I, Buchholz D, Winden K, Kujala V, Kapur K, Cataltepe D, Turner D, Han MJ, Woolf C, Hatten M, Sahin M. Purkinje cells derived from TSC patients display hypoexcitability and synaptic deficits associated with reduced FMRP levels and reversed by rapamycin. Molecular Psychiatry 2018 vol. 23 (11). pp 2167-2183. c. Han MJ, Annunziata I, Weesner J, Campos Y, Salie M, O'Reilly C, d’Azzo A. Generation of human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hiPSCs) from sialidosis types I and II patients with pathogenic neuraminidase 1 mutations. Stem Cell Research. 2020 오랜 시간 학계에서 연구를 하다가 2019년에 산업체인 AstraZeneca로 이직을 하여서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COVID로 인해서 아직까지도 많은 것들이 낯 설기만 한 하루 하루의 생활입니다. 하지만 그 동안 배우지 못한 많은 새로운 것에 대해 배울 수 있어 개인적으로 매우 바쁘기는 하지만 즐겁게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stem cell team은 저를 포함 4명의 senior level 연구원과 4명의 junior level 연구원 그리고 1명의 인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은 미국의 Big Pharma들이 Boston과 San Francisco에 기반을 하고 있지만, 최근 많은 제약회사들이 이곳 Maryland 에도 설립 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별히 Maryland는NIH와 FDA등을 비롯하여 여러 정부 기관이 위치하고 있으며 Johns Hopkins University를 비롯한 많은 연구 중심 대학이 근교에 위치하여 많은 한인 과학자들에게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인 과학자들의 모임이 활발하여 매년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새로운 연구의 동향을 공유하고 다양한 생명 과학 연구분야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AstraZeneca는 기초과학 연구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매년 post-doc fellow를 선발하여 기초연구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Industry career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이 됩니다. 보안상 회사 실험실의 사진이나 더 자세한 연구 내용을 담지는 못하였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다면 하단에 이메일로 문의 바랍니다. ■ 이메일  : mjbio@hotmail.com ■ 전화  : 1-301-398-0465 ■ AstraZeneca 주소  : 1 Medimmune way Gaithersburg, MD 20878 USA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