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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뮌헨에서 이공계 동료들과 함께 뮌헨 청소년 과학 캠프에 대한 이야기

    윤성호 (josephial)

    안녕하세요. 저는 독일 뮌헨에서 살고 있고 윤성호라고 합니다. 중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둔 중년의 아빠이랍니다. 저는 92학번으로 포항공대에서 기계공학 학부와 환경공학 석사과정을 마쳤고 오랜 기간의 방황과 모험(?) 후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박사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2004-2008). 저는 주로 공기역학(aerodynamics)를 통해 항공기 엔진에 사용되는 터보기계(turbomachinery)의 개발 및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있는데 2012년에는 이 곳 독일 뮌헨에 이주하여 GE에서 주로 항공기 엔진 개발과 또 보다 효울적이고 친환경적인 미래의 항공엔진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뮌헨에 대하여 저의 일에 대하여서는 다음에 더 말씀드리도록 하고 오늘 여러분들과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최근 몇 년간 이공계 동료들과 해오고 있는 청소년 과학캠프, 과학교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프랑스에서 위성을 개발하시는 최경일 박사님께서 엉뚱하게도(!!) 뮌헨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과학캠프를 한 번 개최해 보자고 제안하셨습니다. 저도 재미있는 생각인 것 같아서 주로 뮌헨에 있는 이공계 박사님들과 학생분들(재독한인과학기술자협회 회원분들) 도움을 받아 30명의 청소년들과 함께 과학캠프를 개최하였습니다. 주제는 “교과서도 없고 인터넷도 없는 학교에서 어떻게 어떻게 교육을 도와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답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주로 아프리카에 있는 학생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저희는 적정 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라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적정기술이란 말 그래도 적정한(너무 비싸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현지 필요를 채울 수 있는) 기술로 이를 통해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들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구체적인 두가지 기술을 살펴보았는데 첫 번째는 레이첼이라는 교육용 서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손바닥 보다 작은 기계로 엄청난 양의 교육 자료(예를 들면 Khan Academy, Wikipedia 등)가 포함되어 있는 이 작은 서버는 어디든지 설치하면 이 서버 주변 100m내에서는(중고) 컴퓨터를 통해 교육자료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위 간이 교육 인터넷을 사막 한 가운데 설치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두 번째로는 다목적 마을 도서관 혹은 레이철 서버 룸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립형 돔(Dome)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돔을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조립형 돔 만드는 것을 매우 좋아했고 또 과학 및 기술을 통해 좀 더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갈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돔 만들기 조별 발표 전체 사진 작년 2019년에는 “미세먼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준비하였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미세먼지는 최근 한국에서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으며 어린아이에서 노인까지 사회 모든 구성원들의 삶에 큰 영향을 있기에 이에 대하여 청소년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가지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미세먼지를 피해서 독일로 이민 온 가정들도 있고요. 서른 한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한 2019년 과학캠프는 크게 세가지 프로그램을 준비되었습니다. 첫번째로 미세먼지가 왜 생기는지, 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이보현 박사님으로부터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 시간에는 많은 학부모님도 함께 참여하여 미세먼지에 대하여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번째로는 박수레 디자이너님의 인도 가운데 모든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미세먼지 센서를 직접 만들어 보고 그 데이터를 인터넷을 통해 받는 시간을 진행하였습니다. 어린 청소년 아이들이 센서를 만지고 전선을 연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준비된 13명의 이공계 청년들의 도움으로 모든 참가자들이 자신만의 미세먼지 센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송예은 디자이너님이 “디자인 워크샵”을 진행하였습니다. 개발된 "미세먼지 센서"를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 토론하였으며 또  “프로토타이프” 디자인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실제로 만들어 보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과학, 기술이라는 주제를 통하여 기성세대와 청소년들이 대화하고 소통하고 또 보다 밝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나만의 미세먼지 센서 만들기 강의시간 전체 사진 이번 년에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제가 살고 있는 독일에서는 통행금지가 시행되었고 저희 아이들을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과학캠프도 취소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혹시 온라인으로 학생들과 과학교실을 진행하면 제 주변의 청소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독과학자협회 박원선 회장님과의 상의 후에 5월 9일 첫 강의를 개최하였습니다. 화성탐험(Exploring Mars)이라는 주제로 프랑스에 계신 최경일 박사님을 모시고 개최하였습니다. 광고도 소박하게 지인들을 중심으로 주로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며칠만에 독일 전역에서 100명 가량의 청소년들이 등록을 하였고 온라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과의 적극적인 토론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우주를 주제로 구성해 본 것은 청소년들이 코로나 기간에 밖에 나가지 못하지만 바이러스 이야기와 텔레비젼만 바라보지말고 고개를 들고 우주를 바라보라는 마음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이 후 또 다른 두가지 놀라운 일을 경험했는데 한가지는 주변의 많은 우주 관련 과학자 분들이 도와준다고 나서주셨습니다. 윤지중 박사님(베르린 공대), 이민주 박사님(막스플랑크 연구소), 이연주 박사님(베르린 공대), 김정효 박사님(에어버스), 이소연 박사님(우주인), 김윤경 박사님(나사)이 흔쾌히 강의로 도와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두번째 놀라운 일은 유럽 내의 많은 한글학교 교장선생님들이 과학교실을 많이 홍보해 주시고 또 부모님들이 다른 부모님들에게 과학교실에 대하여 홍보해 주셔서 전 세계 많은 나라(독일, 영국, 프랑스, 네델란드, 스위스, 스웨덴, 룩셈부르크, 스페인, 러시아, 조지아, 알바니아, 터키, 세르비아, 아랍에미레이트, 콩고, 미국, 한국, 콩고, 아랍에미레이트 등등!!) 청소년 친구들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5월 부터 9월까지 아래 포스터와 같은 7개의 주옥같은 주제를 통해 청소년들과 토론하고 공부하였습니다. 보통 과학자 선생님들이 3~40분 정도 강의를 해 주시고 20분간은 학생들과 선생님과 진지한 열띤 토의를 합니다. 또 학생들이 강의 전에 강의에 관련된 질문을 적어서 보내주고 동영상을 통해 자신과 자신이 살고있는 나라에 대한 소개도 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과학교실을 통해 지식 전달을 넘어서 과학자 선생님들과 청소년들을 연결하고 또 전세계 퍼져있는 한인 청소년들을 연결해 주는데 도울 수 있어 참 감사합니다. 8월달 잠시 쉬고 9월부터 2학기 과학교실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번 주제는 “하늘, 바람, 구름 그리고 사람” 이란 주제로 시작하였습니다. 우주에서 조금 내려왔지만 아직도 청소년들이(그리고 우리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려운 지금 시간에 하늘을 바라보고 살라는 의미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주제와 관련하여 8분의 과학자분들이 도와주시기로 하셨고 현재 확정된 주제는 다음 포스터와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기간이 장기화 되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온라인 과학교실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소망해 보는 것은 생명, 물리, 화학, 수학, 에너지, 환경, 건축, 디자인, 교통수단, 로보트, 인공지능 등 다양한 주제로 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참가하기를 원하는 전세계 한인청소년 모두 조건없이 참석할 수 있게 해주려고 합니다. (다음 3부 순서로는 생명의 신비란 주제로 준비해 보려고 합니다.) 조금 걱정이 되는 것은 계속해서 좋은 과학자 선생님들을 섭외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주변 지인분들과 친구, 동료들을 통해 부탁했는데 장기적으로도 계속 많은 분들이 도와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청소년들을 사랑하고 자신의 전공을 가지고 대중들과 대화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은 같이 도와주시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스폰서도 없고 참가료도 없기에 강사님들에게도 특별한 보수는 없지만(!!)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음을 약속드립니다. 혹시 뮌헨 과학교실에 대하여 더 알고 싶으신 분들은 재독과학기술자협회 (http://www.vekni.org/) 혹은 뮌헨과학교실(https://www.facebook.com/MYSCplus)을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함께 강의로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은 저에게(sungho.yoon1@gmail.com) 연락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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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이달의주자:김채원)

무라카미 하루키 저

안녕하세요. 저는 여태민의 소개로 릴레이에 참여하게 된 김채원입니다.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공학과 학부를 다니며 지금은 미래를 위한 큰 걸음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 제 또래의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저처럼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텐데요, 이런 관점에서 우리들은 미래를 바라보는 현재, ‘상실의 시대’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봄 저는 온갖 꽃들이 만개하고 싱그러운 풍경이 가득했던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낭만을 가득 안고 그 곳에 머물렀지만, 제가 느꼈던 것은 비단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겁 없이 떠난 처음 시작과는 다르게 생활은 우여곡절로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러던 중에 참석한 한국인 모임에서 프랑스의 휴머니즘 문학에 반해 공부를 하고 있던 문학도를 만났으니 얼마나 대화가 신났겠어요! “오랫동안 서울대 도서관의 대출 순위에서 [상실의 시대]가 내려가질 않는대. 이 시대의 청춘들이 얼마나 외로운 것일까.”라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는 그 책을 어렵사리 구해 책장을 넘겼습니다. 주인공 와타나베의 생애를 잠시 엿보면, 삶 전체를 봤을 때는 짧다고 할 수 있는 기간에 그는 여럿과 친구가 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소설의 말미에 보면 결국 이들 모두 와타나베를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 그는 따뜻한 시간을 함께 보냈던 인연들을 상실해간 것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와타나베가 옛 친구 나오코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녀를 기다렸던 긴 시간들, 언젠가 돌아오리라 나오코를 위해 마련해둔 그의 마음 속 큰 공간을, 결국 그 곳을 채워주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나오코로 인해 텅 비어버린 와타나베가 받았던 상실감이 제게도 같은 크기로 와 닿았습니다. 이 결말을 읽던 기차 안에서 저도 마음이 텅 비어버렸습니다. 그는 함께 있으면 항상 행복했던 미도리와도 제대로 된 관계를 맺지 못하고, 마지막에 길을 잃어버린 것은 그에게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을 보내면서 그를 채우고 있던 따뜻함, 사랑, 안정감과 같은 무언가들도 함께 잃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기즈키의 죽음으로 인해 내 젊음의 기능 일부가 완전하고도 영원히 망가져 버린 것 같다는 것뿐이었다.”에서 표현하고 있는 기즈키로 인한 그의 상실을 보며, 저의 그것과 이 책에 공감한 무수한 이들의 그 상실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아끼던 것을 잃어 절망했던 일들, 현재의 처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놓으며 실망하는 상황들이 아마도 이와 같을 것입니다. 이것들이 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인생에서 스쳐 지나간 많은 것들을 떠올리며 허무하다고 느끼고, 살아온 동안 차츰 닳아버린 감정들을 다른 차원의 삶처럼 여겼던 일들이,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상실은 순리이며 삶 속에 본질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마치 죽음이 나와는 먼 이야기 같지만, 내 삶 속에 원래부터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인 ‘상실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형태의 추억으로 남기며, 아직 내게 남아 ‘간직하고 있는 것’들을 떠올리려 합니다. 청춘을 살아가는 여러분도 이 책을 읽은 후 삶 속에의 상실감을 위로하고 소중한 것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들 대화를 하면 편해지고, 더불어 그 삶의 태도를 계속 배우게 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냉철한 판단과 따뜻한 마음을 함께 겸비하여 현명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인 김규원 양에게 다음 차례를 넘깁니다. 그녀와 대화하면 다방면의 지식과 진심어린 공감 능력에 놀라는 일이 많았는데요. 그녀가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역시 기대가 됩니다. 자세히 보기

역병이 중세의 페스트처럼 창궐하고 있는데도 개인의 자유를 내세워 격리조치를 취소하라며 데모하던 유럽이나 미국에서의 움직임이 정말 이해가 안되었다. 서구는 지난 몇 세기 동안의 성공에 도취되어 이성을 잃은 것이 아니냐고 생각했다. 고대시대에 피라밋을 건설했고 알렉산드리아에서 당시 세계 최대의 도서관을 운영했다는 이집트가 이제는 아주 초라해진 것처럼, 명품 패션계를 쥐락펴락하는 유럽이 손바닥만한 마스크 하나 재때 공급하지 못했으니 서구의 종말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2차 유행까지 오면서, 언제까지 계속 이대로 살아야 할까 고민이 되어 통계자료를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속에서 아주 놀라운 사실들을 발견하였는데, 한국 상황은 겨우 이 정도인데 그 엄청난 난리와 진통을 겪었나 싶었다. 숫자부터 간단하게 점검해보자. 2020년 1월 초부터 9월 15일까지 한국내에서 총 검사자는 2백만이 약간 넘고 확진자는 2만명이 좀 넘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검사자 대비 1% 가 확진자다. 사망자는 외우기 쉬운 숫자를 사용한다면 총 365명 정도인데 9개월 동안 하루에 한 명이나 두명 정도가 코로나로 사망했다는 이야기이며, 확진자 대비 사망자는 2%가 못된다. 한편, 한국내 평상시 연간 사망자는 (질병과 노환을 모두 포함하여) 2018년 기준 약 30만명이었다. 코로나가 기승을 떨치던9개월 동안으로 환산해보면 22만5천명에 해당된다. 그러니까 총 22만 5천명이 사망하는 평상시에 비해 365명이 더 사망했다는 것이다. 22만 5천 대비 365명이라니 퍼센트로 말하기도 민망한데, 재택근무 덕택에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가 줄어 총 사망자숫자는 예년보다 오히려 약간 더 작아졌을 것같다. 비교적 초기인 2020년 3월까지 집계된 코로나 총사망자 66명을 연령대 별로 살펴보면, 0세부터 29세까지 0명, 30대 1명, 40대 1명이다. 그 후 한 달 지나 4월초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당시까지 한국내 코로나로 인한 총사망자 169명 중, 기저질환이 없었던 사람은 단 1명이었다고 한다. 사정을 살펴보고나니, 지나치게 호들갑을 떤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해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3천명이 넘는다고 한다. (2018년 3781명, 2019년 3349 명이었다고 한다.) 코로나 사망자의 10배다. 보행자 사망만 해도 1천명이 넘는다. 그러니까 차도 안타고 걸어다니다가 자동차에 치어 사망할 확률이 코로나로 인한 사망확률의 3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모든 자동차를 자가격리시키자거나, 보행자 도로에 콘크리트 벽을 설치하자는 입법발의는 아직 없다. 물론 코로나는 감염병이어서 자칫 관리에 실패하면 고삐 풀린 망아지꼴이 될 수 있으니 교통사고와 단순비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하지만 현재 사망자 숫자의 패턴을 보면, 날뛰던 망아지도 이제는 기운이 빠져 상당히 고분고분해진 것이 확실하다. 유럽국가들 중 상태가 최악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경우, 사망자 최고치를 보인 4월달에 하루에만 1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날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하루 평균 사망자가 1백명이 넘는 날들이 거의 없다. 여전히 하루하루 확인되는 감염자 숫자는 1만명에 이르는데 말이다. 2018년 프랑스의 연간사망자 숫자는 60만명 정도였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3만명을 조금 넘는다. 평상시에도 하루 사망자가 1,600명 이상인 프랑스에서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사망자 숫자가 100명 정도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쯤해서 결론이 어느 정도 나오지 않는가? 1차 유행시에는 얼마나 퍼질 지, 얼마나 치명적일 지 정보가 없었으니, 재빨리 방역수위를 높이고 이동통제를 하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그러나 그 후에는 통계 추이에 따라 국민들의 마음을 진정시켜가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언론과 정치의 메카니즘은 이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특별히, 공포가 또 다른 공포를 증폭시키는 호들갑스러운 세상이 되어야 장사가 되는 사업이 언론이니, 언론사들은 아주 신이 났을 것이다. 유튜브 개미매체들에게 밀려 체면이 형편 없이 깎인 대형언론사들에게 코로나는 (본의 아니게) 정말 호재였을 것이다. 보수는 여태껏 지속되던 것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대로 지키자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는 좀 더 나아 보인다면 약간의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그 길로 가보자고 주장한다. 둘 다 나름의 논리로 설득력을 가지지만, 큰 일에 대해서는 실패하면 결과가 참혹할 것이기 때문에 항상 보수적인 결정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결정적 기로에서 지혜를 모아 결국 올바른 길을 택한다면 사회는 도약할 것이고, 국민들의 자신감도 높아질 것이다. 스웨덴이 초기에 집단면역에 도전했지만, 갑자기 늘어난 확진자 숫자에 깜짝 놀라 한발짝 물러섰다. 아마도 확실하게 집단면역을 고수했더라면 좋은 표본을 제시했겠지만, 계속 밀어부치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실험대상이 되어달라는 이야기여서, 스웨덴 사람들이 불쾌해할 수도 있겠다.) 개인이 아닌 국가, 그리고 국제사회는 집단지성의 힘으로 위기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 때문에 진실을 똑바로 못쳐다보면, 진실은 멀리있는 벽에 투사되어 실체보다 훨씬 더 크고 무서운 그림자로 보인다. 이상한 이야기같지만, 원래 이런 결정은 이해당사자인 전문가 집단에게만 맡기면 안된다. 원전지속 여부를 원자력 전문가들에게만 맡길 경우, 객관적 결론을 얻을 수 없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한분야 전문가 그룹은 자신들 분야내에서 서로의 이익이나 책임이 엇갈리는 사안을 직접 결정하기에 난감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사회과학자들을 포함한 다방면의 과학자들이 개입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국가 과학기술 최고자문회의’ 같은 것이 있어서, 각 분야별 전문성을 동원하여 정부가 최적의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줘야 한다. 앞으로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정책문제들이 다시 현안으로 부상할 때도 ‘정치적 감’이 아니라 ‘과학적 이성’이 작동되도록 과학기술계가 권위를 가지고 종합적인 조언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기구가 아마도 정부조직 내에 이미 존재하고 있을 터인데, 유명무실하다면 하루 속히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전문가도 아닌 필자가 사안의 중대성을 너무 쉽게 재단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것 같아 변명을 덧붙인다. 감염병 전문가들 중 코로나가 오기 전에 이 일을 경고하고 예언한 학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후부터 비로소 물만난 고기들처럼 엄청난 경고들을 쏟아냈다. 마치 선거 하루전까지 오락가락하던 전문가들이, 출구조사발표를 보고나서야 비로소 ‘쪽집게 분석’들을 쏟아내는 장면과 닮아있다. 이처럼 아직 현실의 과학 수준이 예언을 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으므로, 전문가들의 의견과 우리의 건전한 상식을 잘 배분하여 사안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2차 유행에 대한 조치로는 집단적 격리보다 개개인이 셀프격리로 감염에 조심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독려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면역이 약한 노약자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 격리와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물론 실내외 대형 집회는 여전히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증상이 없는 사람들까지 광범위하게 검사를 시행해서 의료진들을 거의 탈진하게 만든 부분이다. 무증상자 검사는 득보다 실이 더 많아보인다. 설사 음성으로 나왔어도 추후 감염가능성이 있을 터인데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 같이 착각하여 방심할 수 있고, 양성으로 판명된 무증상자들의 체내 바이러스는 약하거나 이미 항체가 생겼다고 봐야 할 터인데, 양성판정에 겁을 먹고 이들이 모두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나서면 병상이 마비될 것이다. 결국 사회전체의 패닉상태가 길어져 모두가 완전히 지친 와중에, 의료계 일부 파업까지 이어지면서 상황이 몹시 어수선해졌다. 사상초유의 긴박하고도 엄중한 사태에 의료계나 정치권이나 대처를 잘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겨우 지금에 와서 뒤를 돌아본 것인데, 차후 비슷한 유형의 사태가 다시 온다면 그때는 공포 마켓팅을 자제하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처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후에는 전세계가 합심하여 꼭 해결해야 할 더 큰 과제가 있다. 코로나가 지나가면, 자연을 파괴해서라도 자본을 극대화하려는 집단자살형 자본주의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거의 1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착취형-공해형 세계화 경제 역시 수정되어야 한다. 지구와 인간을 착취의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제구조는, 또다른 코로나를 불러올 것이고 우리의 낙원을 점점 지옥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표면분석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Korea Research Institute of Standards and Science; KRISS)의 연구부서는 2020년 현재 물리표준본부와 화학바이오표준본부의 두 본부와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첨단장비측정연구소, 안전측정연구소, 양자기술연구소의 네 연구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표면분석팀은 소재융합측정연구소에 속합니다. KRISS의 표면분석팀은 1990년 초부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의 핵심 측정기술인 표면분석 기술 개발을 통해 한국의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표면분석팀은 표면분석 교육 및 표면분석 심포지엄 주관을 통해 표면분석 커뮤니티를 주도하고 있으며 표면분석 소급체계 확립 및 인증표준물질 개발을 통해 표면분석 표준을 확립하고 있습니다. 표면분석팀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표면분석 기술개발 및 표준화를 연구합니다. 2020년 재구성된 표면분석팀의 비젼은 국제표준 선도 및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 신뢰성 보증이며, 이를 위해 반도체 소자 공정 측정 난제 해결을 위한 정밀 표면분석 기술 개발, 반도체 소재 및 즉정 장비 신뢰성 확보를 위한 표면분석 표준 개발, 표면분석 고도화를 위한 전산모사 기술 개발 및 응용을 연구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표면분석팀의 세부 연구 분야를 소개합니다. 1. 박막의 조성 및 깊이분포 분석 기술 개발 표면분석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물질을 구성하는 성분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가속된 이온빔에 의해 스퍼터링되어 나오는 이차이온을 직접 분석하는 이차이온질량분석법(Secondary Ion Mass Spectroscopy; SIMS)은 성분 원소 종류, 조성 및 깊이에 따른 분포도 분석에 널리 사용되는데 이 분석법은 극소량 도핑원소의 농도 및 깊이분포도 분석이 가능하여 반도체 소자 개발에 핵심적인 장비입니다. 특성 X-선을 시료에 조사할 때 방출되는 광전자를 분석하는 엑스선광전자분광법(X-ray Photoelectron Spectroscopy; XPS)은 비파괴적으로 주요 성분 원소의 조성, 화학상태 및 깊이분포도 분석 등이 가능합니다. 또한 100 keV 정도로 가속되어 성분 원소의 핵과 충돌한 후 산란되어 나오는 헬륨 이온의 에너지를 분석하는 중에너지이온산란분광법(Medium Energy Ion Scattering; MEIS)을 이용하여 수십 nm 이하 두께의 매우 얇은 박막에 대해 절대 조성을 분석합니다. KRISS 표면분석팀. 배경에 보이는 장비는 2020년 도입된 TOF-MEIS 2. 나노미터(nm) 초박막 두께측정 기술 개발 반도체 소자 작동의 핵심 역할을 하는 게이트 산화막은 그 두께가 아주 정확하게 조절되어야 하므로 반도체 소자 공정에서 가장 중요하며 어려운 측정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표면분석팀은 중에너지이온산란분광법과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을 이용하여 1 nm 내외 산화막의 절대 두께를 측정할 수 있는 상호보정법을 개발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였습니다. 또한 이 기술로 인증된 산화막 인증표준물질(Certified Reference Material; CRM)을 이용하여 엑스선광전자분광기를 교정함으로써 산업 현장에서 박막 두께 측정 기술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3. 적외선을 이용한 표면 분석 기술 개발 FT-IR과 Raman 분광법 등 적외선을 이용한 표면분석법을 활용하면 반도체 조성, 성분 분석, 나노박막의 결합 조성 뿐 아니라, 바이오 재료에서도 고해상도 표면 분석이 가능하며, 다양한 종류의 표면에서의 화학반응과 물성을 측정하고 분석합니다. 4. 표면분석을 위한 전산이론개발 및 응용기술 개발 실험으로 측정된 재료의 물성과 표면반응 분석에 양자역학적 전산모사와 동력학적 전산모사 방법을 사용하며, 측정불확도에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산모사를 통해 이미 측정된 물성을 분석하고, 아직 합성되지 않은 재료의 물성을 예측함으로써 우리가 알고자 하는 표면의 물성과 활용하고자 하는 재료의 물성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SIMS 측정 중인 KRISS 소재융합측정연구소의 김경중 표면분석팀장 5. 표면분석 표준 확립 및 인증표준물질 개발 표면분석팀은 가장 중요한 기관 미션인 표준 확립을 위해 국제도량형국(International Bureau of Weights and Measures; BIPM)의 물질량자문위원회(Consultative Committee for Amount of Substance: CCQM)를 통해 국제비교를 수행하여 표면분석 소급체계를 확립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두께측정, 조성분석 및 도핑원소 농도측정 등 다양한 표면분석용 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증표준물질은 산업체 공정 현장의 표면분석 장비 교정에 활용되어 산업체의 측정 신뢰도를 향상시킵니다. 6. 표면분석 커뮤니티 운영 첨단산업체의 정밀측정 수요에 발맞추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정밀측정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측정클럽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표면분석팀에서도 매년 표면분석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표면분석 측정클럽을 통해 봄에는 측정클럽 종합워크숍 가을에는 표면분석심포지엄을 주관하는 등 표면분석 커뮤니티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의 표면분석팀은 위 세부 연구들을 통해 반도체 표면분석 표준을 확립하고 측정 신뢰도를 향상하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표면분석 기술을 고도화하며, 최고 신뢰도의 측정 기술을 개발하고 유지하고자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표면 분석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과 표면 정량 및 정성 분석이 필요한 연구진들께서는 아래 연락처로 연락 주십시오. ■ 주소  : 대전광역시 유성구 가정로 267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 표면분석팀 ■ 대중 교통  : 대전 시내버스 318번, 606번, 마을버스 1번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하차) ■ 이메일  : kjkim@kriss.re.kr (김경중 팀장)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