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나 인간사회의 큰 약점은, 잘 될 때 어느 선에서 절제하고 멈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한 주식이 오를 때 계속 오르기만 할 이유가 없는데도 계속 붙들고 있다가 망한다. 아파트 가격도 턱없이 오르기만 할 수 없으니, 이제는 아마 연착륙은 어렵고 공중폭파나 급강하 추락같은 사고 수준의 이벤트까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같다. 구소련이 해체되면서 공산주의가 망하고 자본주의가 승리했다는 자축 후, 개인이나 국가나 전부 돈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과거 제국주의 체제에서는 후발국가들이 착취국가로부터 벗어나려는 독립의지가 있었지만, 신제국주의에서는 정반대로 후발국가들은 착취국가들을 롤모델로 생각한다. 우리도 빨리 후진국 노동력을 빌려 싸게 만들고 비싸게 되파는 장사를 하자는 희망을 품었다. 이런 메카니즘으로 계속 해대던 빨대질로 그만 중국을 너무 키워놓았다. 이제와서 미국은 중국을 KO시켜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지만, 그 경기가 열릴 체육관은 링바닥도 링로프도 그리고 글러브까지 다 중국이 만든 꼴이다. 그랬거나 말거나 얻어터지고나면 오만해진 버릇이 좀 고쳐지지 않겠냐면 순진한 소리다. 글러브를 만드는 쪽은 고객을 위해 봉사만 하는 바보가 아니다. 자기 선수 글러브 안에는 단단한 쇳조각을 넣고, 상대 선수 글러브에는 풍선을 넣어서 바느질하는 정도는 손쉬운 트릭이다. 당장 미국이 중국과 전쟁을 한다면 군수물자 때문에 미국이 금방 질 것이라는 농담이 돌아다녔다. 미국인들 절대다수가 애용하는 월마트는 적어도 90% 이상이 Made in China로 채워졌으니까. 간혹 Made in PRC 라고 표기되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의 약자를 사용하여 사람들의 눈을 속인 것이다. 중국을 낮추고 미국을 추종하자는 의도가 아니다. 분업의 효율을 넘어 누군가에게 자기 삶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결국 자기 삶의 주인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벌써부터 미국이나 중국 중 선택하라는 압력을 받고있지만, 어느 줄에 설 지 정하기 어려운 처지다. 세계화 경제에서 사람과 물자 이동 제한은 자살골이라, 우한사태를 알았음에도 정부는 출입을 미리 차단하지 못했다. 지나친 세계화의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고, 필자처럼 나중에야 혼자 다 알았던 것처럼 떠드는 사람들은 넘치지만, 자신들의 무지를 자책하는 전문가들은 아무도 없다. 여기까지는 지난달 칼럼이 다룬 세계화의 복습이다.
그런데 세계화에 익숙해진 후, 사람들 머리는 좀 더 좋아졌다. 고도의 서비스 산업 세상에서 제조업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제는 돈을 번 사람들의 주머니를 다르게 열었다. 스타들이 등장하는 대규모 모임으로 말이다. 스포츠나 문화 행사, 영화와 종교행사, 그리고 강연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돈벌이로 일만 하다가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에게 위로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후죽순격으로 도처에 생겨났던 노래경연과 시시한 일상으로 시간을 채우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유명인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만 성공했을 뿐, 위로를 받아야 할 민초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웃고나서 돌아와보면 내 앞에 놓인 삶은 여전히 칙칙하다. 자기 삶을 더 세게 끌어안아야 하지만, 사람들은 바깥으로 배회했다. 낙수에 부딪혀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처럼, 계속 잘 굴러가던 ‘감성팔이 서비스업’ 경제고리에 이제는 그만 코로나 바이러스도 동승하게 된 것이다.
미리 절제할 수 있었더라면, 치루지 않아도 될 비싼 댓가를 지불한 다음, 아마도 사람들은 하나씩 자신 삶의 패턴을 점검해나갈 것이다. 팬데믹으로 패닉에 빠진 채로 세월만 보낼 것이 아니라, 단체속에 섞이지 못한 소외감을 이겨내고 자기 길을 가겠다는 생각을, 아마도 ‘자가격리’를 당해본 사람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눈에도 안보이는 신을 믿는다는 사람들에게, 비대면 예배가 왜 문제냐?”는 지적은 정확한 통찰이다. 신앙은 무리들 앞에서 과시하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내면의 풍성함을 추구하는 것이니까. 비행기 마일 수 늘이기를 절제하고, 자기 생각속 상상의 나라로 자주 여행을 떠나보자는 자각도 필요하다. 아마 당분간은 갇힌 자들에게 금단현상이 심할 것이다. 하지만 다행하게도 우리에게는 무한대의 가상현실세계가 있지 않은가? 그곳으로 잠시 현실도피를 하고나면 또 정글로 돌아와 싸울 에너지가 생길 것이다. 코로나는 결국 인간에 의해 퍼졌지만, 인간에 의해 통제될 것이다. 그리고 기존문명을 재편하고 새로운 문명을 설계할 수 있는 엄청난 노하우를 가르쳐 주었다. 기존문명은 많고, 크고, 높고, 빠른 것을 추구하며 만들어졌지만, 새로운 문명에서는 서로를 존중하는 상생과 화해 그리고 지속가능이 키워드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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