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 PHOTO ESSAY

    노르웨이 산행기

    신상백 (ssang100)

    저는 노르웨이 동남부에 위치한 Porsgrunn 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에 노르웨이로 이주하여 현재까지 Yara International (www.yara.com)이라는 화학회사의 기술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 몇 년은 실험과 CFD (전산유체역학) 모델링을 이용하여 선박용 탈질 촉매 및 반응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요즘은 주로 회사의 질산 공장에서 사용되는 촉매 및 반응기 해석/개발, 또는 공장의 효율 및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 노르웨이 생활은 2014년 3월 143번째 포토에세이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박사과정 마치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딱 1년만 지내고 귀국해야지 하고 왔는데, 벌써 8년의 시간이 덧없이 흘러가 버렸네요. Yara International의 가장 중요한 사업 분야는 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화학제품, 특히 NPK 기반의 화학비료 입니다. 1905년도에 설립된 모기업 Norsk Hydro에서 2004년 기업분할을 통해 독립된 회사가 되었고, 60개국 이상에 위치한 생산거점에서 17,000 명 정도의 직원이 한해 15-2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큰 회사로 성장하였습니다. 내년 2020년에는 비료 사업 외 관련 조직들을 새로운 회사로 분할하는 또 따른 기업분할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노르웨이에서의 생활은 매우 단조롭습니다. 회사나 학교에서 보통 오후 3-4시 정도에 퇴근을 하고, 회식 문화가 없으며, 업무 시간 외에는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일이 없기 때문에 매일 많은 자유 시간이 주어집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 시간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본인의 취미나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한인 분들을 살펴보니까 여름에는 보통 골프, 카약, 캠핑, 낚시, 사이클링 등을 많이 하시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추운 날씨 때문에 아무래도 스키가 대세 인 것 같습니다. 저도 여기서 정착하면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여러 취미들을 개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매년 여름에 가는 산행입니다. 2012년 여름에 Preikestolen이라고 유명한 절벽이 있다고 해서 갔다가, 높은 산을 올라 결국에는 잠시 숨이 멎을 정도로 멋진 피요르드 광경을 보게 되는 노르웨이 산행에 매료되어 매년 여름 유명한 트레킹 루트를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유명한 곳들이 대부분 6-9월 사이에만 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머지 기간에는 눈이 와서 접근이 어렵거나 위험합니다. 아래 지도에 그 동안 갔던 8군데를 위도 순으로 번호로 표시 하였습니다. 이 순서대로 사진과 함께 이 곳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Romsdalseggen Ridge (10.3km, →, 7h, 난위도 상) Andalsnes라는 마을에 숙소와 캠핑장이 있고, 이 곳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Vengedalen주차장까지 버스 (7-9월 운행)가 있습니다. 오슬로에서 Andalsnes 까지 430km, 차로 6시간, 기차로 5.5 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Vengedalen에서 Andalsnes로 돌아오는 편도 10.3 km 이고 7시간 정도 걸립니다. 아래 사진 왼쪽과 같은 능선을 따라 걸으며 멋진 360도 파노라마 풍경을 계속 볼 수 있는 루트로 유명합니다. Andalsnes로 굽이쳐 흐르는 작은 강. 강변에 숙소가 좀 있습니다. 산행 전날 강변에 있는 캠핑장에서 텐트치고 캠핑을 했습니다. 중간 중간 쉬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같이 간 일행 분이 저를 찍어 주셔서 이후 제 SNS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마을이 피요르드(Isfjorden) 끝자락에 위치한 Andalsnes 입니다.   2. Rondane National Park (60.5km, →, 3d, 난위도 상)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Spranget 주차장 까지 300km, 차로 4.5시간 소요 됩니다. Rondane 국립공원은 1962년에 노르웨이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넓은 지역에 (서울 면적의 1.6배) 2000m가 넘는 10개의 봉우리가 있고, 2000 마리가 넘는 야생 사슴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곳은 다양한 트레킹 루트를 제공합니다. 그 중 제일 유명한 것이 Spranget - Rondvassbu - Døralseter - Bjørnhollia - Rondvassbu - Spranget 순으로 걷는 일명 triangle route입니다. 보통 4-5일 일정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저는 같이 동행한 한 분과 하루에 20km 정도를 걸어 3일이 소요되었습니다. Døralseter와 Bjørnhollia에는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가 있습니다. 예약 없이 가도 잘 수 있고, 꽤 괜찮은 아침과 저녁을 제공해 줍니다. Spranget에서 Rondvassbu 까지 6.3km 구간은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습니다. Rondvassbu에 도착하면 Rondvatnet이라는 3.7km 길이의 호수가 있는데 이를 우회하여 걸을 수도 있고 페리(하루에 한번 아침 9시 출발)를 이용하여 시간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Rondane 국립공원은 가장 최근에 (2019년 7월) 다녀온 곳인데, 비가 자주 와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특히 이 루트의 백미가 두번째 날 해발 2114m의 Høgronden에 오르는 것인데, 당일 많은 비와 번개 예보가 있어 안전을 고려하여 산정상을 우회하는 코스를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가끔 날씨가 개기도 했지만, 비가 오고 추운 날씨로 고생했습니다.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 구간도 많구요. 아래는 Bjørnhollia에서 묵었던 숙소 입니다. 북유럽에서 볼 수 있는 풀지붕이 인상적입니다. 3. Galdhøpiggen (11.4km, ↔, 10h, 난위도 상)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Spiterstulen Turisthytte까지 370km, 차로 5.5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정상까지 갔다가 같은 길로 되돌아 오는 루트 입니다. Galdhøpiggen이 유명한 것은 해발 2469m로 노르웨이와 북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입니다. 산정상에 도달하면 작은 산장에서 간식거리나 기념품을 살 수 있습니다. Galdhøpiggen정상은 빙하로 덮인 다른 산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2017년 9월 2일). Spiterstulen에서 시작되는 루트 이외 의 루트를 선택하면 Styggebreen 빙하를 건너 정상에 도달하게 되는데, 꼭 가이드 안내를 따라 아래와 같이 일렬로 줄지어 건너야 합니다(사진 중간쯤에 희미하게 점으로 연결된 선이 사람들입니다).   4. Besseggen Ridge (13.8km, →, 8h, 난위도 상)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Gjendesheim Turisthytte까지 260km, 차로 4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Gjendesheim에서 페리를 타고 Memurubu에 하차하여 Gjendesheim으로 되돌아 오는 루트 입니다. 이곳이 유명한 것은 이 루트가 두 개의 호수 사이에 솟아 있는 능선을 오르며 양 옆으로 다른 빛깔의 호수, 즉 푸른색의 Bessvatn 호수와 에메랄드 색의 Gjende 호수 위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고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이 상당히 가파르고 좁아서 고소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은 힘들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산행 코스들도 경치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곳이 그 중 최고 였습니다. 루트는 아래 사진에 보이는 Gjende 호수를 오른 쪽에 두고 계속 걷게 됩니다. Memurubu까지 타고 왔던 페리가 되돌아 가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이 Gjende, 오른 쪽이 Bessvatn 호수 입니다. 당일 구름이 낀 날씨여서 사진으로는 두 호수의 신비한 색깔 차이가 잘 표현이 되지 않아 아쉽네요.   5. Trolltunga (28km, ↔, 11h, 난위도 상)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Skjeggedal 주차장까지 380km, 차로 6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편도 14km 길을 왕복하는 루트로, 힘들기로는 가장 힘든 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보통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코스로 여기와 Kjeragbolten, Preikestolen을 꼽는데, ‘트롤의 혀’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로는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산행 전날 Odda 라는 마을에서 하루 머물러야 하는데 급하게 결정하고 알아봐서 그런지 마땅한 숙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00km 떨어진 Sauda라는 마을의 한 호텔에 묵었습니다. 7월 초였는데 Sauda로 가는 산에는 길가로 아직 수 미터의 눈이 쌓여있어서 아찔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눈이 날려서 앞이 보이지 않아 위험해 보였습니다. 산 위에 있는 호수에도 아직 빙하가 많이 녹지 않았습니다. 산행 당일 눈 덮인 산길을 힘들게 걸어 드디어 이 산행의 목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약간 있는데 객기도 부려보았습니다(저 바위가 생각보다 넓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런 행동은 아무래도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위의 사진을 찍으려면 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현실.   6. Gaustatoppen (9km, ↔, 6h, 난위도 중)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Stavsro 주차장까지 170km, 차로 2.5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편도 4.5km 길을 왕복하는 루트로, 거리는 짧지만 바위로 된 계단을 끝없이 오르는 듯한 코스가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냥 정상에서 경치만 보고 싶다면 Gaustabanen이라는 산악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Gaustatoppen은 해발 1883m로 제가 사는 Telemark 주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노르웨이 전체 면적의 1/6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Stavsro 주차장을 이정표로 삼고 운전을 하다 보면, 갑자기 우뚝 솟은 산 하나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Gaustatoppen 입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 보면 실제로 상당히 멀리까지 보입니다.   7. Kjeragbolten (10km, ↔, 6h, 난위도 중)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Kjerag 주차장(Øygardstøl)까지 370km, 차로 6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편도 5km 길을 왕복하는 루트로, 올라갈 때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길이 이어지지만 크게 힘들지 않은 코스입니다. 7월 중순에 꽤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갔는데 사람의 거의 없어 바로 그 유명한 낀 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천길 낭떠러지에 낀 돌이고, 생각보다 바위 위 공간이 협소해서 사진 몇 장 찍는 내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군요. 낀 돌 너머에는 두 개의 절벽 사이로 피요르드(Lysefjord)가 내려다 보입니다. 산행 전후에 Lysefjorden Turisthytte라는 곳에 묵었는데, Lysefjorden 끝에서 피요르드를 바라 보는 경치가 평화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8. Preikestolen (7.6km, ↔, 4h, 난위도 하)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Preikestolen Fjellstue 주차장까지 450km, 차로 7.5시간 소요 됩니다(목적지 근처에서 페리를 한번 이용해야 합니다). 루트는 편도 3.8km 길을 왕복하는 루트로, 경사도 심하지 않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코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피요로드 위로 604m 수직 절벽으로 유명한 Preikestolen은 최근에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그 수가 연간 3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제가 갔던 곳들 중에서도 등산로가 사람들로 가장 많이 붐빈 곳이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갑자기 멋진 피요르드 풍경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감탄사가 나오게 합니다. 절벽 끝에서 사진입니다. 무서워서 끝에 앉지는 못하고 엎드려서 피요르드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절벽 위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상으로 그 동안 갔던 산행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아직 오슬로-인천간 직항 항공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노르웨이에 관광오시는 분들이 해마다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회 개최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통 오시면 오슬로, 베르겐, 송네피요르드를 바쁘게 관광하시고 다음 목적지로 떠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특히, 산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하루 이틀 더 머무르며 좋은 경치를 마음 깊숙이 담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트레킹을 해보시는 것 어떨까요?

    상세페이지로 이동하기
thRelay

RELAY BOOK

뇌와 장의 은밀한 대화 더 커넥션 (이달의 주자:허준영)

에머런 메이어 저

안녕하세요. 김유현군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은 허준영입니다. 이제 막 진료를 시작한 초짜 한의사라 모르는 것이 많아 이것저것 많이 찾아 읽고 사람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속에 있습니다. 이 친구와는 만날 때마다 참 다양한 주제로 이상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그것들이 저에게 참 많은 영감이 되었었습니다. 한 때 책을 정말 열심히, 그리고 많이 읽던 시기가 있었는데요. 어느 순간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 저의 삶을 통해 겪는 직접경험보다 과도하게 많아지면서 허무주의에 빠졌던 순간이 있었어서 그런지 저는 책을 통해 느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것을 실제 삶과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그것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과거에는 진부하고 뻔하게만 들리던 내용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현상으로만 바라보면 특별할 것 없는 내용들이 그 과정을 이해하게 되면서 다르게 다가오게 되는 경험을 하게 해준 이 책을 여러분에게 소개해보려 합니다. 영어 단어 중에 직감을 의미하는 단어인 gut feeling을 보면서, 궁금증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gut feeling을 직역하면 장의 느낌(?)이라는 뜻인데, 이게 직감이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장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옛날 사람들은 봤나 싶었습니다. 근데 그게 이 책을 보니 정말이더군요. 정확하게는 장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그곳에 살고 있는 장내 미생물군들을 매개로 하여 우리의 장이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통증,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결정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뇌와 장이 의사소통을 을 통해 중요한 결정에도 관련이 되기 때문에, ‘gut feeling'이라는 것은 신경생물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해석이었던 것이죠. 이처럼 우리는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고, 당연시하고 넘겼던 것들 중에 그 과정을 알고 나면, 그 현상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됩니다. 환자들을 지도할 때, 스트레스와 장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스스로 의문이 드는 내용이 참 많습니다. 요즘은 남녀노소할 것 없이, 소화기계 질환을 가지고도 그냥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경우가 참 많은데, (가볍게는 소화불량부터 시작해서, 변비, 설사, 또 의미도 모를 길게 이름지어진 증후군들까지..)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이것 저것 질문하고, 병력청취를 하면서 원인을 알아내려고 하다가 잘 모르겠을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그러세요!’ 라고 한마디로 정리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옵니다. 결과적으로는 맞는 말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그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 말이 주는 무게감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장내미생물의 존재를 인식함으로 인해서 질병을 이해하는 관점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한 예로,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지고 있는 환자의 장내미생물군이 정상인에 비해 변형된 장내미생물군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이는 치료적 접근에 있어서 새로운 발상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라는 병명을 듣게 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뇌신경계 질환으로 연결을 하게 되고, 치료적 접근에 있어서도 자연스럽게 뇌신경계를 어떻게 안정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나, 장내미생물이라는 매개체를 알게 되는 순간,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어떻게 만들고, 그 유익한 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기존의 관점에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하는 방식인 것이죠. A->B라는 과정 속에, 사실 C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즉 A->C->B 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생각이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B를 바꾸기 위해서는 A를 바꾸면 된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라 C를 바꿔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즐거움이 발견되죠. C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즉 A와 B 사이에 무엇인가가 하나 더 있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것과 마찬가지로 A와 C 사이에도, C와 B 사이에도 무엇인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면서 상상력이 다시 자극이 되는 거죠. “A->D->C가 될 수도 있고, C->E->B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면서요. (그러나,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우리는 항상 이것이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것인지, 상관관계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주의하며 바라봐야겠죠!) 저는 과학적 지식이 많지는 않지만, 과학적 상상력을 즐기는 사람인 것 같아요. “장이 감정이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극장이라는 사실을 더 많은 의사와 환자가 깨닫는다면, 이 영화는 슬프고 고통스러운 멜로 장르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문장입니다. 장이 단순히 소화의 과정에만 관여하는 것이 아닌 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그로 인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을 마주했을 때 장 면역계를 한번 떠올리게 되는 것만으로도 큰 사고의 도약을 이룬 것이 아닐까요?   다음 주자로 제가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김장희군입니다. 어릴 적부터 해외 여러 곳에서 생활을 하며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현재는 일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재미있는 친구인데요. 이성적이고 효율적으로 삶을 계획해 나가는 이 친구와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즐겁게 나누었던 기억이 많이 남네요. 이 친구가 어떤 책을 소개해 줄지 기대가 됩니다! 자세히 보기

지금 이 글을 준비하는 동안, 국내 인터넷 신문들은 한가지 이야기로 도배중입니다. 아마 황우석과 최순실 사태에 이은 랭킹 3위 정도의 사안은 되는 것 같습니다. 필자도 거들고 싶지만, 자제하고 준비해두었던 다른 이야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따끈따끈하지 않은 주제여서 재미없을 지 모르지만, 책임은 안집니다. 요즘 나이먹는 것에 익숙해져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기분이 들어서 인터넷에서 인문학 강의들을 열심히 들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인문학 강의나 설법, 설교들은 현실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강의 자체의 미학에 치중하거나 멋을 내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는 이야기, 절실하게 느끼지도 못했던 이야기들을 환타지한 단어에 실어 설파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러 개를 듣다보면 결국 말투나 주제 그리고 결론이 전부 비슷합니다. 그래서 들을 때는 마음에 뭔가 소중한 것을 지니게 된 것 같지만, 변하지 않은 현실을 다시 마주하면 훨씬 더 공허해집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정치인이나 기업인 그리고 교육자들 할 것 없이 과장된 말을 하지만, 자기가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아무 말이나 듣기 좋게 말하는 것입니다. 청중들에게 위로를 준 것 자체로도 레토릭은 이미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이런 과장된 레토릭에 너무 익숙해져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 더 나아가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을 구별하는 능력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도 말쟁이들의 말장난이 많았겠지만, 결국 세월과 더불어 인생의 지혜를 주는 촌철살인 명언들만 살아남았습니다. 대부분 이면에 가려진 진실을 보라는 충고들입니다. 키케로가 한 말 두 개를 인용해보면, “오래 살기를 원한다면 중용의 길을 택하라”, “절제는 부당한 충동에 대한 올바른 이성의 지배다” 를 보면 인생을 낙관하지만 말고 현실을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셰익스피어는 헨리4세라는 사극에서 “과거와 미래는 좋게 보이고, 현재는 항상 최악으로 보이는 법”이라는 대사를 넣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열정페이’나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는 말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언어의 혼돈과 인플레이션 현상 속에서 가장 큰 피해자들은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약한 서민들입니다. 전문화되어가니 약자도 엄청나게 쏟아지고, 질문하면 무식한 인간으로 찍힐까봐 눈을 내리깔고 고개만 끄덕입니다. 요즘 언론 기사 제목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지역 1위는 여기”라고 쓰면 될 제목을 “선호하는 지역 2위는 여기, 그런데 1위는?” 이라고 뽑는 것이죠. 기사인지 광고인지 알기 어려운 내용도 다수입니다. 광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남들은 벌써 다 아는데 나만 늦게 발견한 사건 하나를 이야기해봅니다. 옛날 맥도날드 로고는 빨간 바탕에 노란 감자튀김 두개를 구부려 M 자를 넣어두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인가 – 마음만은 - 지구 환경운동에 동참한다며 바탕색깔을 녹색으로 살짝 바꾸어놓았습니다. 요즘처럼 환경문제가 이슈인 세상에서 녹색바탕만으로도 뭔가 개념있어보일 터이니까요. ‘아무 말 대잔치’는 대학에서도 만개합니다. 국내 대학들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세계 속의 대학, 연구 중심 대학, 인간을 위한 대학” 등의 구호가 일색입니다. 정원을 못채워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대학들인데도 말입니다. 기관이나 기업들 홈피는 자신들의 업적만 늘어두었지, 고객을 무시했던 실패로부터 배웠다는 사안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의사소통 방식은 ‘사회적 공해’라며 홍보 일을 하는 동료를 몰아세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자기는 사실 거짓말 하는 댓가로 월급을 받는다더군요. 너무 솔직하게 나오니 발언수위를 낮추라고 조언했던 적이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은 언어가 나뉘어 불통이 되었다는데, 요즘은 내용 없고 책임 없는 말들이 불통을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귀는 듣고싶은 말을 들을 때 행복해지고 믿고싶어 합니다. 하긴 그러고 보니, 저도 굵직한 거짓말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남자들이 청혼하면서 하는 “호강시켜줄께!” 같은 말. 그 말을 벽에 붙여두고 열심히 돈을 모은 기억은 없으니까요. 요즘은 가게에서 연중 무휴로 쎄일이고, 50% 정도는 쎄일해야 제가격인 것처럼, 모든 것들이 부풀려진 세상입니다. 그래서 부풀리기 어려운 이공계 공부나 실험이 재미가 없습니다만, 어쨌든 누군가는 현실이라는 자리를 지켜야 최소한의 믿음과 안전망을 담보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냥 우리가 그런 임무를 맡는 수밖에요. 괜히 우리만 착한 척 하는 위선이라구요? 약해지면 위선자가 되는 것이고 신념을 지키면 체면이라도 남습니다. ‘내 인생의 기적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생각과 일에서 만들어진다’는 각오로 이번 가을을 좀 더 비장하게(!) 맞이하려구요.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KIST 뇌의약연구단

Chemical Biology & Therapeutics Lab (CBTL)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뇌과학연구소 내 뇌의약연구단에 속해 있는 실험실입니다. 저희 실험실은 2018년에 시작된 신생 랩으로, 현재 PI인 이상희 선임연구원과 2명의 석사과정 학생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랩입니다. 현재 동덕여대, MIT, POSTECH 등 다양한 학교와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4명의 학부생 인턴이 함께 실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화학적, 생물학적 연구 도구를 개발하고 이를 통하여 복잡한 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하고 신약개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KIST 뇌의약연구단에서 진행하는 알츠하이머 등의 뇌질환과 관련한 치료제 및 진단 영상제 개발 등의 기관과제와 뇌종양 치료제 개발, CRISPR 유전자 편집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뇌질환 기전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는 다양한 생리활성 화합물의 활성 평가 및 기전 연구를 통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유전자 스크리닝을 통하여 신약 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표적 발굴 및 기전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1. 화학적 영상제 개발 형광 물질은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형광물질을 활용하여 흥미로운 생물학적 현상을 관찰하기 위한 새로운 화학적 도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에 보고한 마이토콘드리아 형광 바이오프로브의 경우, 암세포가 지니는 높은 마이토콘드리아 대사에 기초하여 선택적으로 뇌종양 세포를 염색할 뿐만 아니라 정상세포주에 비해 선택적인 암세포 독성 효과를 나타냄을 확인함으로써 뇌종양의 치료 및 진단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2-2. 신규 생리활성 물질 발굴 저희 연구실에서는 알츠하이머 등의 퇴행성 뇌질환, 악성 뇌종양 등 다양한 뇌질환에 대한 신규 약물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표적 단백질에 대한 활성 및 결합 측정 어세이 시스템을 개발하고, 대량 스크리닝 시스템에 접목하여 새로운 조절 물질을 도출하고자 실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각광받는 인공지능을 접목한 신약개발 프로세스 가속화 및 효율성 증대를 위하여 회사를 포함한 서울대, 아산병원, 강원대 등 산학연병을 아우르는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2-3. CRISPR 스크리닝을 통한 신약 표적 발굴 CRISPR 유전자 편집기술은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생명공학 기술 중 하나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한 Genome-wide 스크리닝을 통해 약물 반응성에 영향을 주는 작용 기전을 밝혀내고 이를 통해 병용투여 타겟 및 약물을 도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뇌종양과 관련한 신규 타겟 및 바이오 마커 도출, 약물 반응성 예측 등의 연구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와 같은 접근법을 통해 타겟 발굴, 스크리닝, 후보물질 도출, 기전연구 등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 이전의 전단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플랫폼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2년도 채 안된 신생 랩실이며, 석사과정 2명 및 인턴 과정 4명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연구실이기 때문에 구성원들끼리 돈독하게 지내며 박사님 과의 교류가 굉장히 활발 합니다. 연구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프로젝트를 맡아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구성원들은 연구실 유지관리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맡아 수행함으로써 효율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개인 미팅을 통해 연구 수행에 있어 멘토링을 아끼지 않으시며, 항상 학생들의 실험에 관심을 갖고 살펴 주시기 때문에 피드백이 빠르고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박사님은 연구 외적으로도 학생들의 고민이나 힘든 일을 잘 들어주시고,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해 주시곤 합니다. 연구실은 매주 랩 미팅을 통해 각자의 연구 상황에 대해 소개하고 다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며, 저널 클럽을 통해 최신 연구 동향을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교 실험실과는 다르게 연구원에 근무하기 때문에, 실험실 생활과 동시에 실질적인 업무를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은 KIST L2 연구동 2-3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맵 참조). 생화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 및 화학생물학에 관심이 있고 연구에 열정을 지니신 학부인턴, 대학원생 및 박사후 연구원분들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 주소  : 서울시 성북구 화랑로 14길 5 L2123, L2316 ■ 전화번호  : 02) 958-5138 ■ 홈페이지  : https://sangheelee85.wixsite.com/kist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