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노르웨이 산행기
신상백 (ssang100)
저는 노르웨이 동남부에 위치한 Porsgrunn 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에 노르웨이로 이주하여 현재까지 Yara International (www.yara.com)이라는 화학회사의 기술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처음 몇 년은 실험과 CFD (전산유체역학) 모델링을 이용하여 선박용 탈질 촉매 및 반응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요즘은 주로 회사의 질산 공장에서 사용되는 촉매 및 반응기 해석/개발, 또는 공장의 효율 및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와 노르웨이 생활은 2014년 3월 143번째 포토에세이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영국에서 박사과정 마치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딱 1년만 지내고 귀국해야지 하고 왔는데, 벌써 8년의 시간이 덧없이 흘러가 버렸네요.
Yara International의 가장 중요한 사업 분야는 질소를 포함하고 있는 화학제품, 특히 NPK 기반의 화학비료 입니다. 1905년도에 설립된 모기업 Norsk Hydro에서 2004년 기업분할을 통해 독립된 회사가 되었고, 60개국 이상에 위치한 생산거점에서 17,000 명 정도의 직원이 한해 15-2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큰 회사로 성장하였습니다. 내년 2020년에는 비료 사업 외 관련 조직들을 새로운 회사로 분할하는 또 따른 기업분할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노르웨이에서의 생활은 매우 단조롭습니다. 회사나 학교에서 보통 오후 3-4시 정도에 퇴근을 하고, 회식 문화가 없으며, 업무 시간 외에는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 일이 없기 때문에 매일 많은 자유 시간이 주어집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 시간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본인의 취미나 스포츠 활동을 하면서 보내고 있습니다. 한인 분들을 살펴보니까 여름에는 보통 골프, 카약, 캠핑, 낚시, 사이클링 등을 많이 하시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추운 날씨 때문에 아무래도 스키가 대세 인 것 같습니다.
저도 여기서 정착하면서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여러 취미들을 개발했는데, 그 중 하나가 매년 여름에 가는 산행입니다. 2012년 여름에 Preikestolen이라고 유명한 절벽이 있다고 해서 갔다가, 높은 산을 올라 결국에는 잠시 숨이 멎을 정도로 멋진 피요르드 광경을 보게 되는 노르웨이 산행에 매료되어 매년 여름 유명한 트레킹 루트를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유명한 곳들이 대부분 6-9월 사이에만 갈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머지 기간에는 눈이 와서 접근이 어렵거나 위험합니다.
아래 지도에 그 동안 갔던 8군데를 위도 순으로 번호로 표시 하였습니다. 이 순서대로 사진과 함께 이 곳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Romsdalseggen Ridge (10.3km, →, 7h, 난위도 상)
Andalsnes라는 마을에 숙소와 캠핑장이 있고, 이 곳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Vengedalen주차장까지 버스 (7-9월 운행)가 있습니다. 오슬로에서 Andalsnes 까지 430km, 차로 6시간, 기차로 5.5 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Vengedalen에서 Andalsnes로 돌아오는 편도 10.3 km 이고 7시간 정도 걸립니다. 아래 사진 왼쪽과 같은 능선을 따라 걸으며 멋진 360도 파노라마 풍경을 계속 볼 수 있는 루트로 유명합니다.
Andalsnes로 굽이쳐 흐르는 작은 강. 강변에 숙소가 좀 있습니다. 산행 전날 강변에 있는 캠핑장에서 텐트치고 캠핑을 했습니다.
중간 중간 쉬면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같이 간 일행 분이 저를 찍어 주셔서 이후 제 SNS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마을이 피요르드(Isfjorden) 끝자락에 위치한 Andalsnes 입니다.
2. Rondane National Park (60.5km, →, 3d, 난위도 상)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Spranget 주차장 까지 300km, 차로 4.5시간 소요 됩니다. Rondane 국립공원은 1962년에 노르웨이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넓은 지역에 (서울 면적의 1.6배) 2000m가 넘는 10개의 봉우리가 있고, 2000 마리가 넘는 야생 사슴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 곳은 다양한 트레킹 루트를 제공합니다. 그 중 제일 유명한 것이 Spranget - Rondvassbu - Døralseter - Bjørnhollia - Rondvassbu - Spranget 순으로 걷는 일명 triangle route입니다. 보통 4-5일 일정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저는 같이 동행한 한 분과 하루에 20km 정도를 걸어 3일이 소요되었습니다. Døralseter와 Bjørnhollia에는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가 있습니다. 예약 없이 가도 잘 수 있고, 꽤 괜찮은 아침과 저녁을 제공해 줍니다. Spranget에서 Rondvassbu 까지 6.3km 구간은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습니다.
Rondvassbu에 도착하면 Rondvatnet이라는 3.7km 길이의 호수가 있는데 이를 우회하여 걸을 수도 있고 페리(하루에 한번 아침 9시 출발)를 이용하여 시간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Rondane 국립공원은 가장 최근에 (2019년 7월) 다녀온 곳인데, 비가 자주 와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특히 이 루트의 백미가 두번째 날 해발 2114m의 Høgronden에 오르는 것인데, 당일 많은 비와 번개 예보가 있어 안전을 고려하여 산정상을 우회하는 코스를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가끔 날씨가 개기도 했지만,
비가 오고 추운 날씨로 고생했습니다.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 구간도 많구요.
아래는 Bjørnhollia에서 묵었던 숙소 입니다. 북유럽에서 볼 수 있는 풀지붕이 인상적입니다.
3. Galdhøpiggen (11.4km, ↔, 10h, 난위도 상)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Spiterstulen Turisthytte까지 370km, 차로 5.5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정상까지 갔다가 같은 길로 되돌아 오는 루트 입니다. Galdhøpiggen이 유명한 것은 해발 2469m로 노르웨이와 북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입니다. 산정상에 도달하면 작은 산장에서 간식거리나 기념품을 살 수 있습니다.
Galdhøpiggen정상은 빙하로 덮인 다른 산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2017년 9월 2일).
Spiterstulen에서 시작되는 루트 이외 의 루트를 선택하면 Styggebreen 빙하를 건너 정상에 도달하게 되는데, 꼭 가이드 안내를 따라 아래와 같이 일렬로 줄지어 건너야 합니다(사진 중간쯤에 희미하게 점으로 연결된 선이 사람들입니다).
4. Besseggen Ridge (13.8km, →, 8h, 난위도 상)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Gjendesheim Turisthytte까지 260km, 차로 4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Gjendesheim에서 페리를 타고 Memurubu에 하차하여 Gjendesheim으로 되돌아 오는 루트 입니다. 이곳이 유명한 것은 이 루트가 두 개의 호수 사이에 솟아 있는 능선을 오르며 양 옆으로 다른 빛깔의 호수, 즉 푸른색의 Bessvatn 호수와 에메랄드 색의 Gjende 호수 위로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크고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능선이 상당히 가파르고 좁아서 고소공포증이 있으신 분들은 힘들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산행 코스들도 경치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곳이 그 중 최고 였습니다. 루트는 아래 사진에 보이는 Gjende 호수를 오른 쪽에 두고 계속 걷게 됩니다.
Memurubu까지 타고 왔던 페리가 되돌아 가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이 Gjende, 오른 쪽이 Bessvatn 호수 입니다. 당일 구름이 낀 날씨여서 사진으로는 두 호수의 신비한 색깔 차이가 잘 표현이 되지 않아 아쉽네요.
5. Trolltunga (28km, ↔, 11h, 난위도 상)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Skjeggedal 주차장까지 380km, 차로 6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편도 14km 길을 왕복하는 루트로, 힘들기로는 가장 힘든 코스였던 것 같습니다. 보통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코스로 여기와 Kjeragbolten, Preikestolen을 꼽는데, ‘트롤의 혀’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로는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보통 산행 전날 Odda 라는 마을에서 하루 머물러야 하는데 급하게 결정하고 알아봐서 그런지 마땅한 숙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00km 떨어진 Sauda라는 마을의 한 호텔에 묵었습니다. 7월 초였는데 Sauda로 가는 산에는 길가로 아직 수 미터의 눈이 쌓여있어서 아찔했습니다. 바람이 불면 눈이 날려서 앞이 보이지 않아 위험해 보였습니다.
산 위에 있는 호수에도 아직 빙하가 많이 녹지 않았습니다.
산행 당일 눈 덮인 산길을 힘들게 걸어 드디어 이 산행의 목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고소공포증이 약간 있는데 객기도 부려보았습니다(저 바위가 생각보다 넓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만, 이런 행동은 아무래도 삼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위의 사진을 찍으려면 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현실.
6. Gaustatoppen (9km, ↔, 6h, 난위도 중)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Stavsro 주차장까지 170km, 차로 2.5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편도 4.5km 길을 왕복하는 루트로, 거리는 짧지만 바위로 된 계단을 끝없이 오르는 듯한 코스가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그냥 정상에서 경치만 보고 싶다면 Gaustabanen이라는 산악열차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Gaustatoppen은 해발 1883m로 제가 사는 Telemark 주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노르웨이 전체 면적의 1/6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Stavsro 주차장을 이정표로 삼고 운전을 하다 보면, 갑자기 우뚝 솟은 산 하나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Gaustatoppen 입니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앉아서 주위를 둘러 보면 실제로 상당히 멀리까지 보입니다.
7. Kjeragbolten (10km, ↔, 6h, 난위도 중)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Kjerag 주차장(Øygardstøl)까지 370km, 차로 6시간 소요 됩니다. 루트는 편도 5km 길을 왕복하는 루트로, 올라갈 때 약간의 경사가 있는 길이 이어지지만 크게 힘들지 않은 코스입니다. 7월 중순에 꽤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갔는데 사람의 거의 없어 바로 그 유명한 낀 바위에 올라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천길 낭떠러지에 낀 돌이고, 생각보다 바위 위 공간이 협소해서 사진 몇 장 찍는 내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더군요.
낀 돌 너머에는 두 개의 절벽 사이로 피요르드(Lysefjord)가 내려다 보입니다.
산행 전후에 Lysefjorden Turisthytte라는 곳에 묵었는데, Lysefjorden 끝에서 피요르드를 바라 보는 경치가 평화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8. Preikestolen (7.6km, ↔, 4h, 난위도 하)
오슬로에서 산행이 시작되는 Preikestolen Fjellstue 주차장까지 450km, 차로 7.5시간 소요 됩니다(목적지 근처에서 페리를 한번 이용해야 합니다). 루트는 편도 3.8km 길을 왕복하는 루트로, 경사도 심하지 않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코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피요로드 위로 604m 수직 절벽으로 유명한 Preikestolen은 최근에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그 수가 연간 30만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제가 갔던 곳들 중에서도 등산로가 사람들로 가장 많이 붐빈 곳이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갑자기 멋진 피요르드 풍경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감탄사가 나오게 합니다.
절벽 끝에서 사진입니다.
무서워서 끝에 앉지는 못하고 엎드려서 피요르드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절벽 위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상으로 그 동안 갔던 산행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아직 오슬로-인천간 직항 항공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노르웨이에 관광오시는 분들이 해마다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회 개최도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보통 오시면 오슬로, 베르겐, 송네피요르드를 바쁘게 관광하시고 다음 목적지로 떠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특히, 산행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하루 이틀 더 머무르며 좋은 경치를 마음 깊숙이 담고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트레킹을 해보시는 것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