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ESSAY
중국 저장성(Zhejiang) 원저우(Wenzhou)에서 연구원 생활
이배훈 (lbh217)원저우 원저우는 온화한 지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겨울에도 눈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영하권 이하로 잘 내려가지 않습니다. 12월부터 2월 한 겨울 평균 온도는 섭씨 6 도 정도입니다. 여름도 섭씨 40도 부근까지 오르는 중국 내륙에 비해 바다 바람으로 인해 그리 덥지는 않으나 습한 편입니다. 여름에 한 두 차례 태풍이 지나가곤 합니다. 원저우는 중국의 서쪽 해안선에서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원저우는 주변에 많은 산들이 있으며 (원저우의 76%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도시내에는 강들이 네트워크처럼 연결되어 있고 (원저우 지역의 10%는 물로 이루어졌습니다) 물이 있는 곳에서는 원저우 사람들이 낚시하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원저우는 중국에서 사유재산 및 사적기업활동을 처음으로 허가했던 지역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원저우 사람들은 사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어 유대인처럼 전세계로 퍼져 (특히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소규모 기업활동을 잘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원저우 사람들을 중국의 유대인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원저우의 방언은 중국내에서도 독특해서 다른 지역 사람들이 거의 알아듣지 못 한다고 합니다. 원저우는 농산물과 해산물이 풍부하며 5-6월에 출하되는 차산 양메이 (산딸기 비슷함)가 유명합니다. 원저우에서 제조되는 공산품으로는 가죽구두, 안경테, 그리고 학용품 등이 있습니다. 시내 교통편이 발달되어 있어 버스로 도시 어느 곳이나 갈 수 있습니다. 항공편도 잘 발달된 편이며 대만/홍콩/인천행 직항(티웨이 항공에서 일주일 3번 운항)이 있고, 중국내 어느 곳도 당일내 갈 수 있습니다. 원저우 대학 원저우에는 세 개의 종합대학들이 (Wenzhou University, Wenzhou Medical University, Wenzhou-Kean University) 있습니다. 모든 캠퍼스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잘 어울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원저우 대학과 원저우 의과 대학은 1949년 이후에 만들어져 역사는 짧습니다. 원저우 의과대학은 안과 분야가 유명하며 안과분야 국가급 연구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Wenzhou-Kean University는 2011년 교육부에 인가된 중국대학-미국 대학이 합작하여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연구실 소개 Wenzhou Institute of Biomaterials and Engineering (WIBE) 연구소는 중국 저장성 원저우시 롱완 지역에 위치하며 저장성/원저우시 정부의 지원 하에 2014년에 개소하였고, 2018년에 중국 과기원 대학 원저우 연구원으로 정식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WIBE 연구소는 생물/의약 재료를 클리닉에서 사용하는 산업화에 초점을 둔 translational science/engineering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연구소의 핵심 연구과제로는 무균돼지를 이용한 상처피부치료제 개발, 생체에 적합하고 빠른 지혈작용을 하는 생체고분자 분말 치료제 개발, 엑소좀을 이용한 암 조기 진단 기술 개발, 안과용 재료 및 기기, 간편한 혈당 측정기 개발, 나노의약 재료 개발, 3D printing용 바이오잉크 개발 등 입니다. 제가 PI로 근무하는 단백질 기반 수화젤 연구실은 201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저의 이전 연구 경험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이전 학생연구원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생분해성 폴리포스파젠계 온도 감응성 수화젤을 연구해 보았습니다. 폴리포스파젠에 특성 소수성 아미노산과 친수성 폴리에틸렌글라이콜을 적당하게 결합시켰을 때 이전에 폴리포스파젠계 고분자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온도에 감응하여 수화젤이 되는 현상을 관찰하게 되어 이것을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습니다. 막연히 시작했던 박사과정에서 배웠던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는 것과 새로운 것을 과감히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첫 박사 후 과정을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합성 고분자 계통의 온도 감응성 수화젤을 연구하며 보냈습니다. 애리조나 주립대에서의 박사 후 과정은 좀 여유가 있었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을 이타적으로 도와주며 그들이 잘 졸업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주고 실험을 같이 해주며 논문을 같이 쓸 수 있었습니다. 그 후 한국에서 2년 간의 회사 생활 후 다시금 학문 연구의 길을 걷고 싶어 배우는 마음으로 싱가포르 난양 공대 연구원 생활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싱가포르 난양 공대에서는 단백질 기반 수화젤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 퇴사 후 다시 시작한 연구 생활이라 초기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난양 공대에서 알게 된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그리고 한국 교수님들을 통해 단백질 수화젤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새롭게 얻게 되었고 무엇보다 PI 로서 갖추어야 할 연구하는 자질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미국/싱가포르에서 알게 된 교수님들과 연구자 분들과 그동안 배운 수화젤 연구 경험은 제게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2017년 중국 Wenzhou Medical University와 Wenzhou Institute of Biomaterials and Engineering에서 PI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PI로서 연구과제 수주, 연구원 확보, 협력 연구, 체계적인 연구 등 여려 영역에서 발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백질 기반 수화젤 연구실은 3D 프린팅을 위한 바이오 잉크 재료를 개발하는 것과 약물의 독성을 알려주는 조직 오르가노이드 제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광경화성 재료인 바이오 잉크를 대량 합성하고 있으며 광경화성 재료를 바탕으로 바이오 프린팅과 미세제조기술을 이용하여 신체 조직과 기관을 포함한 복잡한 구조의 3D 구조 플랫폼을 만들고 있습니다. 원저우 생활 원활한 중국 생활을 위해서는 중국어를 잘 구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영어로 일부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중국어가 필수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싱가포르에서 중국말을 배웠기에 학교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소에서 교육 담당 공무원의 도움으로 원저우 교육부에 찾아가 현지 학교의 입학허가를 받아 자녀들은 공립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학교 숙제가 많아 바쁘기는 하지만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이곳 학부모님들의 교육열도 남달라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까지 학생들은 공부와 과외 활동으로 분주하며 특기 개발에도 열심히 드려지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온라인 쇼핑이 잘 발달되어 있어 중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을 비롯하여 공산품들을 저가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멀리서 오는 물건들도 대부분 무료 배송이 됩니다) 거주지는 정부 아파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머물 수 있습니다. 보통 이곳은 월세가 아니라1년치 비용을 내고 삽니다. 한국 돈 200만원이면 방이 두개 있는 아파트에서 1년간 지낼 수 있습니다. 한 달 생활비로 한국 돈 100-150만원 드는 편입니다. 원저우시는 상하이에 비해 작은 도시이고 외국인들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지만 점점 국제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과학자/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계속해서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일부 고등학교와 전문대/대학에서는 한국대학과 자매 결연을 맺어 한국어학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배운 이곳 학생들은 한국의 국립/사립대에 지원하여 대학에 진학하기도 하며 일부 이곳 대학생들은 교환학생으로 한국대학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중국은 1978년 개혁 개방이후 4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났고 현재 미국 다음의 경제 대국이 되었습니다. 매년 출간되는 논문 수를 보더라도 미국 다음으로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203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제/과학기술/교육 등 여러 영역에서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인해 중국은 발전 가능성이 높은 기회 및 도전의 땅인 것 같습니다.
RELAY BOOK
김상욱의 양자공부 (이달의 주자: 박지영)
김상욱 저
‘상대론효과를 포함한 양자화학’을 학위 연구주제로 했던 제게, 연구실 밖 사람들에게 제 연구내용을 설명하는 것은 양자역학문제를 푸는 것 보다 항상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파인만 교수님이 말했다지만, 도대체 10월의 하늘 강연을 들으러 온 어린이들에게, 그리고 문과를 나온 회사 동료들에게 양자역학을 설명하는게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나야말로 정말 양자역학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게 아닐까 오랜시간 괴로워 하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첫 파트는, 양자화학이 정립되기까지 수 많은 과학자들의 새로운 가설 제시와 그에 대한 반박을 주제로 한 양자역학의 태동기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과학사의 나열에 불과할뻔한 이야기들에 적절히 살을 붙이고 추임새를 넣어 술술읽히게 한 것은 저자의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파트를 통해서는 양자역학이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진 이후, 반도체를 시작으로 양자컴퓨터, 다중 우주론, 양자 생물학에 이르기 까지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한 여러가지 기술 분야에 대한 소개를 다루고 있는 양자역학의 효용성에 대해 다루고 있지요. 양자역학이 다루는 미시세계는 사람들에게 ‘우리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의 작은 세계’라는 이미지가 있어, 누군가 양자역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우리 실생활과는 동 떨어진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응이 으레 돌아오기마련인데 이렇게 다양한 예들을 접한다면 누구라도 우리 삶에서 양자역학을 쉽게 떼놓고 생각하지는 못할 것만 같다는 기대감이 듭니다. 이렇듯, 양자역학이라는 주제를 놓고 그 역사적 배경과 현재 활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그것도 쉬운 언어로 풀어내는 것을 보면 저자가 양자역학이라는 학문자체에 대해 얼마나 깊이 이해를 하고 있으며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감탄하게 됩니다. 이 책을 소개드리게 되면서 무엇보다도 설레는 것은, 최근들어 이런 기본 개념을 쉽게 설명한 한국 저자분들의 저서가 늘어났다는 점입니다. 어려서 읽었던 과학 교양 서적에는 퍽 유명한 외국인 과학자의 이름 옆에 ‘누구누구 옮김'이라는 역자의 이름이 함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한국인이 이해하기 쉬운 문화를 이용하여 기본이 되는 개념들을 설명하는 이런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한국 과학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에 저는 이러한 흐름이 너무나 기쁘고 반갑습니다. 지금까지 읽어 본 물리 교양서 중에서, 어떠한 현상에 대한 비유를 참신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아했던 책이 둘 있습니다. ‘조지가모브 물리열차를 타다(조지가모브 저)’에서의 상대론 효과에 대한 묘사, ‘양자역학적 세계상 (도모나가 신이치로 저)’에서의 광자의 파동/입자 이중성에 대한 묘사입니다. 요사이 저는 거기에 하나의 비유를 더 추가하곤 합니다. ‘김상욱의 양자공부(김상욱 저)’ 도입에서 소개된 양자역학의 하루입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구수한 양자역학적 세상의 묘사, 다른 친구들에게도 써먹어볼까 싶습니다. 다음 주자로는 LG화학 생명과학연구소에 있는 김리라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김리라 박사님은 제가 박사과정, 박사 후 과정을 지내는 동안 함께 여자축구동호회(FC Highheels) 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사이입니다. 함께 운동도 하고 차도 마시며, 건강한 나눔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학위과정과 박사후과정동안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제게는 쉽사리 보이지 않는 반응경로를 눈으로 미리 읽어내는 유기화학자들이 저는 얼마나 신기한지 모릅니다. 저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유기화학자인만큼, 김리라 박사님이 어떤 분야의 어떤 좋은 책을 소개해 줄 지 기대가 됩니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