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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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텍사스 주 Texas A&M에서 포닥 생활

    조준행 (heng0913)

    안녕하세요. 저는 작년 3월부터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Texas A&M university Health science center에서 Postdoctoral research associate로 근무하고 있는 조준행이라고 합니다. 제가 해외 포닥을 나오기 전에, 저도 코센 한 코너인 해외 포닥분들의 포토 에세이를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나도 해외에서 연구를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제가 직접 이 글을 준비하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좌: Texas 위치|*출처: 위키피디아, 우: 종종 호텔 조식에서 발견할 수 있는 텍사스주 모양의 와플 텍사스는 미국의 중남부에 위치한 주로 남부로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기후는 한국과 비슷한 위도에 위치해서 계절의 흐름은 비슷하지만 여름이 길고 햇볕이 매우 뜨겁습니다.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별로 없지만 저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는데 그때 내린 눈이 10년 만에 내린 눈이라고 합니다. 비가 쏟아지다가도 금방 쨍쨍해지고, 한낮 기온이 30도에 이르다가도 비 한 번 내린 후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할 만큼 변덕스러운 날씨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또한 텍사스 주는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본토 중 가장 큰 주로 한반도의 3배가 넘는 넓은 면적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크다는 의미의 Texas size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지요. 또한 미국 내 대부분의 주들이 단순한 사각형 모양인 데 비해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는 텍사스는 특유의 주 모양을 형성하고 있어서 텍사스 인들의 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며 주도 모양으로 된 여러 가지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앞에 미국기와 텍사스 주기를 함께 게양한 모습. 보통의 주들은 주기를 국기보다 낮게 다는 데 비해 텍사스는 주의 자긍심을 나타내기 위해서 국기와 같은 높이에 단다고 합니다. 제가 학위 과정동안 주로 연구했던 내용은 페이지 디스플레이(M13 Phage display) 기술을 이용한 암 줄기세포 탐지를 위한 펩타이드 개발로, 암세포 중 미량으로 존재하는 암줄기세포를 작은 펩타이드를 이용하여 테라그노시스를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특히 저는 여러 나노물질을 이용한 영상 진단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 펩타이드와 나노 물질을 융합하는 연구를 진행했었습니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페이지 디스플레이를 개발한 Gregory Winter가 선정되면서, 다시금 페이지디스플레이를 이용한 항체스크리닝, 펩타이드 스크리닝 등의 기술이 주목 받게 될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Texas A&M university(TAMU)의 molecular and cellular medicine학과에 E.sally ward 교수와 Raimund ober 두 명의 교수가 운영하는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연구 그룹은 IT, Microscopy, 그리고 Biology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뉘며, 서로가 실험적인 기기 세팅이나 정보를 공유하며 각자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보통의 미국 대학의 연구원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저녁 6시 정도가 되면 업무를 마무리하고 건물들도 대개 비어있지만, 저를 지도해주는 PI들의 경우 연구적 압박을 조금 많이 하는 편에 속합니다. 대부분의 대학원생과 포닥들이 7시 이후까지 연구를 하며, 토요일도 모든 연구원들이 나와 PI함께 디스커션을 하거나 각자 실험을 진행합니다. 처음엔 미국에 와서까지 토요일에도 일을 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을 못해서 당혹스러웠지만, 연구실마다 연구를 진행하는 PI에 의해 많은 부분이 바뀌기 때문에 포닥을 나오실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이 부분도 염두해 두시는 것이 새로운 연구실 환경에 빨리 적응하여 결과를 내는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됩니다.   Aggie land water tower가 보이는 캠퍼스 모습 캠퍼스 내에서 가장 고전적인 건축양식을 띠고 있는 Academic buildin TAMU가 위치한 도시인 College station은 텍사스의 중동부에 있으며, 대학을 거점으로 생성된 학술도시로 인구 12만 정도에 학생들이 주를 이루는 소도시입니다. 흔히들 텍사스하면 총기나 거친 이미지를 많이 떠올려서 위험할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학술도시인 만큼 치안이 굉장히 좋고 물가도 저렴한 편에 속해서 생활하기에 괜찮은 도시입니다. 다양한 국적의 국제 학생들이 많아서 외국인에게도 많이 열려있는 분위기이고, 남부 지역 사람들이 대체로 친절하고 친근하며, 더운 지역 특유의 느긋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타운 내에도 한식당이 몇 군데 있고, 간편하게 한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중국마켓이 있으며, 근처의 대도시로는 Houston이나 Austin이 1-2시간 정도 이내 거리에 있어서 Hmart(한인마켓)에 가서 한식 재료를 구하는 것도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아파트에서 마주치는 청설모와 토끼들 이 곳에서의 생활 중 가장 만족스러운 점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맑고 깨끗한 공기와 자연에 가까운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선 이제 봄의 황사만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미세먼지로 인해 비염을 달고 살았는데 여기선 그런 걱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아침엔 집 근처에 와서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에 잠에서 깨고, 어릴 때도 잘 보지 못하던 반딧불을 보기도 합니다. 아파트와 캠퍼스 내엔 청설모와 토끼가 흔히 돌아다니고, 근처 공원에선 작은 여우까지 만날 때도 있어서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기도 하고 제 생활이 자연과 동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타운에 3층 이상의 고층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고 고속도로를 조금만 타고 나가다 보면 탁 트인 초원에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어서 자연으로부터 받는 위안이 큰 것 같습니다.  TAMU의 풋볼팀 Texas A&M Aggies와 캠퍼스 내에 풋볼 경기장 Kyle Field는 TAMU의 큰 자랑거리입니다. Kyle Field는 세계에서 5번째, 미국 내에서 4번째로 큰 경기장이고, 대학 풋볼 전체에서도 가장 팬들의 함성 소리가 큰 경기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하니 한 번쯤은 경기장에 가서 풋볼도 관람해보고 그 열기를 함께 경험해보시길 추천합니다. Aggies는 풋볼팀 뿐만 아니라 Texas A&M의 학생들을 모두 Aggies라고 부르는데 여러 가지 전통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졸업생들은 Aggie Ring이라고 불리는 졸업 반지를 맞춰서 끼고 다니며, 학교의 전통과 정신을 관통하는 Aggie Sprit을 공유하며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동문 의식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주에 대한 자부심만큼이나 학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도 대단해서 Aggies의 상징인 Maroon색의 티셔츠나 옷을 평소에도 많이 입고 다니고, 자동차엔 TAMU 스티커나 엠블럼이 붙어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캠퍼스 내 풋볼 경기장 Kyle Field Kyle Field의 경기장 내부 모습|*출처: 위키피디아 캠퍼스 내 Memorial Student Center에 위치한 샵 - 티셔츠를 포함한 각종 Aggies 용품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의 음식으로는 역시 Tex-Mex와 텍사스 바비큐가 유명합니다. 미국 음식과 멕시코 음식이 융합되어 생긴 Tex-Mex는 텍사스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부분의 멕시칸 레스토랑 역시 Tex-Mex 스타일이어서 우리에게도 친숙한 맛입니다. 텍사스 바비큐는 그릴에 직화로 굽는 방식이 아닌 장작을 태운 연기를 이용해서 저온으로 오랜 시간 훈연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훈연한 Brisket(양지)가 유명한데, 그릴에 구운 것과는 또다른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이드 디쉬로 식빵에 샐러드 정도로 투박하게 나오지만 그만큼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Austin의 멕시칸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화히타와 바비큐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립 바비큐 텍사스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Austin의 바비큐 바 Austin의 Colorado River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유명한 멕시칸 레스토랑 Oasis 주변에 관광할 만한 곳으로는 샌 안토니오(San Antonio), 휴스턴(Houston), 오스틴(Austin), 달라스(Dallas), 포트워스(Fort Worth) 정도의 도시가 3-4시간 이내의 거리에 있습니다. 샌안토니오로 가는 길엔 미국에서도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산마르코 아울렛이 있고, 텍사스의 멕시코로부터의 독립 전쟁 유적지인 알라모 요새(Alamo), 청계천의 모델이 되었던 리버 워크(River walk), 영화 코코에서 보았던 멕시코 소품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히스토릭 마켓(Historic marcket)이 있습니다. 특히 포트워스의 Stock Yards는 카우보이로 대표되는 텍사스의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Stock Yards에서는 로데오 경기와 카우보이 시대 때의 소몰이와 말타기 묘기를 보여주는 포니쇼가 볼만합니다. Long horn이라고 불리는 긴 뿔을 가진 소들의 행렬과, 텍사스 부츠와 카우보이 모자를 착용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밌는 경험입니다.   샌 안토니오의 알라모 요새의 야경 샌안토니오의 리버 워크 히스토릭 마켓의 한 골목길 한 상점의 텍사스 부츠들 Long Horn이라고 하는 긴 뿔을 가진 소의 모습 포트워스의 Stock Yards에서 열리는 로데오와 Pony쇼 지금까지 제가 1년 7개월여 동안 경험했던 포닥 생활 그리고 텍사스라는 아주 큰 미국의 주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짧게나마 소개해보았습니다. 제가 지내 본 경험으로는 햇빛이 너무 뜨거워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의 한여름을 제외하면 정말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포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번째가 연구 분야, 두 번째가 생활 여건이라고 생각하는데, 텍사스는 포닥으로서의 해외 생활에도 경제적으로 큰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사학위 심사를 앞두고 있어서 해외 포닥을 준비하는 분들, 그리고 미국 다른 주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많은 대학원생 혹은 포닥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익한 정보가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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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영원한 이방인 (이달의 주자: 이가영)

이창례 저

  한국에서 유학을 나왔던 친구의 디펜스에서 그의 지도 교수가 이렇게 소개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친구는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에 오기 전 까지는 말도 문화도 전혀 다른 곳에서 평생을 살아왔습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고국의 익숙함, 그리고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다 뒤로 하고 우리의 꿈을 쫓아 이곳으로 나왔고 정착했습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는 걸 내가 잘 알기에 이 학생이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이 북 릴레이를 읽는 여러분 또한 고국을 일시적, 혹은 장기적으로 떠나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해본 지인을 아시거나 직접 체험해보셨을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경험을 미국의 한인 2세의 시각으로 그린 Native Speaker (Chang-Rae Lee/이창래, 한국어 번역 “영원한 이방인”) 를 소개 하고자 합니다. 주인공인 헨리는 어느날 아내에게 한 통의 편지와 함께 결별을 통보 받습니다. 뉴욕에서 영어 발음 교정을 하는 언어치료사인 아내는 그를 “B+ student of life”, “emotional alien”, “stranger”, “poppa’s boy” 등으로 묘사합니다. 보스턴 근교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 백인 “미국인”인 아내는 동양인 “미국인”인 그를 온전히 이해 하지 못한 채 떠납니다. 한인 2세인 헨리는 당대에 이민 온 아버지에 비하면 꽤 “미국인”입니다. 이들은 고생 끝에 꽤 잘 산다는 소리를 듣는 백인 밀집지역에 정착했지만, 여전히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되어 조용하게 삽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헨리는 이러한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사설 탐정 일을 하며 주류 사회에 어설프게나마 섞여 살아갑니다. 그러던 그는, 뉴욕의 한 정치인의 뒷조사를 맡으며 한인 1.5세인 시장 후보의 캠프에 들어가 뉴욕 퀸즈의 한인 사회를 엿보기 시작합니다. 그는 한인 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인정을 받지만, 동시에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관습들을 보며 심리적 거리를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위해 일하던 정치인의 몰락에 즈음하여 헨리는 돌아온 언어치료사인 아내의 일을 돕기로 하며 소설을 끝을 맺습니다. 이 작품은 독자에게 헨리의 삶을 엿보게 해줍니다. 뉴욕주의 근교에서 플러싱 한인타운의 중심으로, 주인공의 어린시절부터그의 아들의 실종까지. 일직선적인 사건들의 흐름이 아닌 시공간을 넘나드는 방식은 마치 그 어디에도 온전히 정착 하지 않은주인공의 정체성을 묘사하는 듯 합니다. 과학자로 사는 우리의 삶은 어쩌면 영원한 이방인으로 여러 나라, 여러 환경에서 끊임없이 바뀌어가는 학문을 공부하며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다양성의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낸 이 소설을 그래서 쓸쓸함이 문득 드는 어느 가을날,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달 릴레이 북 주자는 Harvard University에서 이론화학 박사를 마치고 현재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 에서 postdoctoral fellow로 연구를 하고 있는 최정모 박사입니다. 화학과 학부 선배이자 박사과정을 같은 곳에서 같은 기간동안 하며 많은 힘이 되어 준 좋은 친구 입니다. 바쁜 박사 과정 중에도 동시에 과학사 석사 학위를 마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친구이기에 어떤 책을 추천 하게 될 지 기대가 됩니다. 자세히 보기

제목이 좀 도발적이죠? 몇 해 전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의 철학과목 글쓰기 제목이었다고 합니다.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은, 반공체제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는 교과서적인 대답을 요구합니다. 보통사람들은 감히 물으면 안되는 불경스런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국가란 그냥 따라야 할 무한대 또는 신과 같은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념은 어쩌면 국가를 등에 엎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어떤 무리들의 잘 짜여진 각본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국가와 정부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살아왔습니다. 사회계약설은 역사시간에 한 번 슬쩍 나오는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더 전설 같은 것이고, 국가는 오랜세월동안 억압과 착취를 행사하면서도 충성을 강요해온 폭군이었습니다. 미국은 독립전쟁을 통해 외부의 적과 싸워이긴 후 공화국을 구성했고, 다시 남북전쟁을 거치며 내부의 다른 의견을 가진 자들끼리 싸우고 달래서 연방을 결성했습니다. 프랑스는 전제군주를 민중의 힘으로 갈아엎고 왕의 목을 친 후 엎지락뒤지락하다가 공화정을 안정시켰습니다. 영국은 군주와 민중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서 피를 덜 흘리고 공화정으로 나아간 역사를 가졌습니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왕정은 일본에 의해 무너졌고 공화정은 미국에 의해 통제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창칼이 아닌 촛불의 힘으로 늦게나마 진정한 공화정과 사회계약론을 실천하는 중입니다. 그렇게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사람을 우선하는 정부의 수뇌부가, 주적이었던 북한의 지도자들을 만나는 과정을 보면서 저는 엉뚱하게도 ‘국가는 개인의 적인가?’하는 질문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현정부가 무엇을 잘못한다고 비판하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반공체제를 유지하면서 얼마나 남과 북의 지배층이 이심전심으로 ‘북풍’과 ‘총풍’ 같은 사건으로 상호간에 병풍노릇을 해주었을 것인지 상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었습니다. 주적이라던 북한은 사실 독재나 보수정부의 가장 든든한 방패였을 것입니다. 북한이라는 존재가 표현과 행동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는 초헌법적인 명분을 제공해주었으니까요. 진보정권이 들어선 지금은, 적대를 청산하고 평화를 건설한다는 과거와는 반대되는 명분이 유효합니다. 즉, 냉전이 존재하는 동안은 언제나 북한은 정권창출과 정권안정의 가장 효과적인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입니다. 남북한은 거리가 멀면 가까와지려는, 소위 ‘통일정서’로 정치 장사를 했고, 너무 가까워지면 ‘우리만이 정통단일정부’ 라며 득표장사를 해왔습니다. 아마 북한의 정치사정도 많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가까와질 때면 ‘우리민족끼리’라는 슬로건을 걸고, 너무 다가와서 불편할 때는 ‘외세와 자본주의로 오염된 체제’라며 남한을 밀쳤습니다. 그리고 민간차원의 비지니스는 너무 많이 정치의 영향을 받습니다. 개성공단이 그렇게 허망하게 문을 닫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2016년 통일부의 개성공단중단 성명자료 사진을 보니, 배경에는 엄청 크게 ‘통일은 우리의 미래, 우리의 희망’이라고 써두었더군요. 이런 부조화와 비정직함을 우리는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당장 실현에 시간이 많이드는 비핵화니 평화협정은 차치하고라도, 연로하신 실향민들 만남은 왜 추첨을 해야하고 또 기다려야 할까요? 사실 그동안 이산가족 만남은 양측 정부가 민중들에게 가끔씩 풀어놓는 정치선물 보따리로 활용되어왔습니다. 이전정부에서도 정상회담을 했고 그때마다 마치 금방 통일이 되거나 최소한 자유왕래나 자유무역은 곧이루어질 것처럼 말해왔습니다. 그러나 여태껏 보여준 여정으로 판단해보면 그것은 바위를 산으로 밀어올리고 다시 굴러떨어진 바위를 반대편에서 밀어올리는 ‘무한루프’ 였습니다. 이제 남북화해나 교류는 정치적 당위성에서 한 발 더 나가 좀 더 구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간섭할 여지가 적은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학술행사 같은 것부터 활성화하면서 시지프스의 신화가 반복되는 일을 막아야 합니다. 통일을 원한다고 하면서 준비없이 막연히 기다리는 그 숙명적 통일관을 이제는 바꿔야죠. 북한을 전체로 보지 말고 부분적으로, 분야별로 만나고 느끼고 배우고 가르치는 것은 어떨까요? 그것이 정치적 터부를 피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기초작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어쩌면 북한 엘리트층을 자극하지 않으려면 북한이 경제적으로 일정수준에 이르기까지 통일이라는 단어를 아예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당장 과학기술계가 환경-기상연구, 한의학 교류 같은 구체적 의제로 공동 학술대회 같은 것을 제안해보면 어떨까요? 아직 포닥으로 북한대학에 갈 수는 없겠죠? 정치인들의 성대한 파티가 끝나면, 우리 젊은 과학자들이 김책공대 캠퍼스에서 대동강 맥주를 마시는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때는 금방 오겠죠?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인하대학교] 수문생태학연구실

인하대학교 수문생태학연구실(Center for Hydrology and Ecology)은 2003년 김형수 교수님 지도하에 설립되었습니다. 김형수 교수님은 고려대학교 토목환경, 수공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Florida Atlantic University에서 환경 및 수자원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 후,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수자원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수문?생태학 분야뿐만 아니라 기후변화가 홍수와 가뭄 등의 각종 재난 및 습지의 기능 등에 미치는 영향 평가와 적응 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카오스 및 프랙탈과 같은 과학이론을 여러 분야에 적용하는 연구 그리고 수문학과 생태학의 융합 연구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의 증가와 강우 패턴의 변화 등으로 인해 수자원 및 관련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태풍,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해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습지생태계와 기능, 국가경제, 에너지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실에서는 물, 재난, 생태, 습지, 각종 경제성 분석, 수열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는 새로운 학문 및 연구분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또한 빅데이터, 머신러닝, 베이시안 등의 기법들을 적용하는 연구도 꾸준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실은 수자원, 환경, 에너지 및 생태분야와의 융합 연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며, 우리 연구실은 우리와 함께하고자 하는 인재들을 위해 항상 열려 있습니다. 본 연구실은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각 연구 분야의 전문성 있는 연구를 위해 국가 또는 기업 관련 과제를 진행할 때 팀별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분야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한달에 한번 자체 세미나를 개최하여 교수님과 모든 팀이 모여 각자 연구하고 있는 분야를 설명하고, 포럼을 통해 연구를 심화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을 진심으로 생각하시고 지도해 주시는 교수님의 사랑과 열정으로 배우고 성장해 나갈 수 있으며 연구실에서는 그동안 박사 14명, 석사 70명을 배출하였고 현재 박사과정 21명, 석사과정 15명의 연구원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시야를 넓히고, 폭넓은 연구관련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매년 국제학회 2~3회, 국내학회2~3회를 함께 참여하여 논문을 발표하고 전문가 및 관련 연구자들과 교류를 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를 통해 실제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이 SCI(E)논문 49편, 국내논문 188편으로 총 230여편에 달하며, 저서 11편, 프로그램 7개 등의 연구 실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또한, 연구 이외에도 스승의 날, 송년회 등 정기적으로 졸업생들과의 모임으로 선후배간의 친분을 다지고 있으며, 매년 MT를 통해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구성원들 간의 소통의 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즐거운 연구실 생활과 폭넓은 연구 경험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을 환영합니다. ■ 주소  :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인하로 100 인하대학교 공과대학 2호관 2남 203호 ■ TEL   : 032) 872-8729 ■ 홈페이지   : hydroeco.inha.ac.kr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