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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킹스턴에서 포닥 생활

    김리나 (rkim87)

    안녕하세요. 캐나다 킹스턴에 위치한 Queen’s University에서 Postdoctoral Fellow로 근무하고 있는 김리나입니다. 포토에세이를 통해 많은 분들과 저의 포닥 생활에 대해 공유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더불어 향후 캐나다로 유학 또는 포닥 준비하시는 분들께 소소한 팁들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Queen’s University는 캐나다의 중간 규모 종합대학으로서, 2017년에 개교 175주년을 맞았습니다. 24,000여명의 학생이 재학중이며, 상경대학과 MBA 분야에서 캐나다 최고 대학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연구 중심 대학으로서 캐나다 내 대학 중 research income 분야 11위, research intensity 분야 6위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Queen’s University의 중심지인 University Avenue의 시계탑 앞에서 학교 거리를 찍은 모습입니다. 방학인 8월에 사진을 찍어서 거리에 학생들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9월인 현재는 학생들이 모두 돌아와 북적북적하네요. 사진의 왼쪽 거리 끝에 기둥 2개가 솟아있는 곳이 중앙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Stauffer Library 입니다. 학교의 교문이 없어 사진에 나온 거리가 학교 외부까지 경계없이 쭉 이어지는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Figure 1. University Avenue에서 본 Queen’s University 여름에는 학교에 남아있는 구성원들을 위해 6월말에 학교에서 BBQ 파티가 열립니다. 햄버거와 간단한 사이드 디쉬 몇 가지가 전부이지만 오랜만에 연구실 동료들과 같이 점심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평소에는 들어가 볼 기회가 없었던 유서깊어 보이는 건물에도 들어가 보고요! Figure 2. 6월말에 열리는 Queen’s Summer BBQ 파티 겨울의 킹스턴은 눈이 많이 옵니다. 정말 정말 많이… 특히 작년 겨울은 이 곳 사람들도 처음이라고 할 만큼 역대급으로 눈이 많이 왔습니다. 4월에도 ice storm이 올 정도였으니까요. 작년 겨울에는 거의 매일 아래 사진과 같은 풍경을 봤던 것 같네요. 밖에 나가기가 힘들다 보니 겨울에는 내부에 있을 수 밖에 없어서 캐나다의 겨울은 공부 및 연구하기에 굉장히 좋은 계절입니다!^^ Figure 3. 눈 쌓인 Queen’s 캠퍼스 저는 Queen’s University의 Mining Department, 광산공학과에서 포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광산공학과가 에너지자원공학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Queen’s University의 광산공학과는 올해로 125년이 되었으며, 북미,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캐나다 자원산업계 종사자의 33%가 Queen’s University 출신이라고 합니다. 저는 광산공학과의 Hydrometallurgy & Environment group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Hydrometallurgy는 물을 뜻하는 hydro와 제련 (metallurgy)이 합쳐진 말로써, 한국에서는 습식제련이라고 불리웁니다. 제련이라고 하면 용광로에서 쇠를 녹여 쇳물을 만드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데요. 이렇게 고온에서 물 없이 금속을 제조하는 것을 건식제련이라고 합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습식제련 분야에서는 고온 대신 물과 화학물질을 사용하여 다양한 원료로부터 금속을 회수합니다. 현재 저희 연구실에서는 금, 희토류, 리튬, 구리 등의 금속 침출 연구를 비롯하여 비소 안정화, 산성 광산 배수 발생 억제 등의 환경 문제 관련 연구 등이 수행되고 있습니다. 그룹 홈페이지 (https://hydrometallurgy.ca) 를 참조하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유학이나 포닥 지원에 관심있으신 분들도 홈페이지를 참조해 주세요! Figure 4. Queen’s University 광산공학과 로비 물과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금속을 회수하는 연구이다보니 연구실 풍경은 여느 화학 실험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아래 사진이 저희 연구실의 메인 실험실이고, 실험 결과의 분석을 위한 분석실이 따로 갖추어져 있습니다. 분석 기기로는 AAS, MP-AES, TGA, XRF, 제타포텐셜 측정기 등이 있으며, 교내의 다른 기기 분석실에서 ICP-OES, XRD, SEM-EDS, XPS, Raman spectrometer 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학과 내에 저희 실험실 이외에도 건식제련 (pyrometallurgy), 자원처리 (mineral processing) 실험실도 있으며, 세 실험실이 겹치는 부분이 많아 모든 실험실과 자원을 공유합니다. 또한 학과에 이 세 분야를 아우르는 테크니션이 상주하고 있어, 저를 비롯한 학생들이 실험을 보다 수월하게 수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Figure 5. Hydrometallurgy & Environment group 실험실 킹스턴은 인구 12만의 중소도시로 토론토, 오타와, 몬트리올 등 3대 도시의 중간 지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대호 중 하나인 온타리오 호숫가에 있어 주변 풍경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또한, 과거 캐나다의 수도였던 도시라서 곳곳에 역사적인 건물들과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특히 석회석으로 된 건물들이 많아 limestone city라고도 불리웁니다. Figure 6. 킹스턴 위치 (구글지도) 킹스턴의 여름은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좋습니다. 아래 사진은 킹스턴의 랜드마크인 시청과 Confederation park의 분수대입니다. 여름 동안은 대체로 아래 사진과 같은 날씨가 계속됩니다. 햇빛이 굉장히 강렬해서 선글라스와 선크림은 필수예요. 첫해에 선크림 대충 발랐다가 햇빛 알러지라는 것을 겪었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Figure 7. 킹스턴 랜드마크 1 – 킹스턴 시청, Confederation park Confederation park에 있는 KINGSTON 싸인입니다. 귀엽게 ‘I’자리가 비워져 있고 포토스팟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직접 ‘I’가 되어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Figure 8. 킹스턴 싸인 Confederation park는 온타리오 호숫가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이 그 호숫가 풍경입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큰 배가 천섬 (thousand island) 크루즈용 페리이구요. 호숫가 건너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캐나다 사관학교입니다. Royal Military College라고 하는데, 간단하게 줄여서 RMC라고 부릅니다. 덕분에 킹스턴에 있다 보면 군인 친구들도 종종 사귈 수 있습니다. Figure 9. Confederation park의 호숫가 풍경 아래 사진의 배는 또 다른 천섬 크루즈 페리입니다. 천섬, thousand islands는 말 그대로 천 여개의 섬을 지칭하는 말이고요. 실제로는 1800여개의 섬이 캐나다, 미국 사이의 온타리오 호수와 세인트 로렌스 강을 따라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 곳 킹스턴이 바로 천섬 관광의 출발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지만 킹스턴에서 출발하는 페리보다는 이웃마을인 Gananoque나 Rockport에서 타는 것을 추천합니다. 중간에 미국령인 하트섬에 내려서 관광할 수 있는 코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의 페리는 Rockport에서 출발하는 페리입니다. Figure 10. Rockport의 천섬 크루즈 페리 페리를 타기 전 천섬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천섬의 일부 모습입니다. 여러 개의 섬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강을 따라 계속해서 저런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습니다. 페리를 타면 저 섬들 사이사이를 지나가게 됩니다. Figure 11. 천섬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다시 킹스턴 다운타운으로 돌아와서! St. Mary’s Cathedral이라는 대성당입니다. 100년이 넘은 성당입니다. 처음 킹스턴에 도착해서 높디 높은 첨탑이 신기해서 찍어 본 사진이었습니다. 킹스턴의 또 다른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Figure 12. 킹스턴 랜드마크 2 – St. Mary’s Cathedral 아래 사진은 크리스마스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산타 퍼레이드 입니다. 11월 초에 캐나다의 현충일인 Remembrance day가 지나고 나면 이 곳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11월 셋째주쯤 ‘Santa is coming to town!’ 이라고 하면서 다운타운 중심 거리를 따라 산타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주로 어린이들이 열광하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이런 퍼레이드를 처음 본 저도 어린이들과 함께 열심히 구경하고 온 기억이 나네요. Figure 13. 산타 퍼레이드 종종 대도시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차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토론토로 나가기도 합니다. 한 달 또는 두 달에 한번은 토론토에 가곤 합니다. 아래 사진은 어느 비 오는 날 저녁에 찍은 CN 타워입니다. 한국의 남산타워 같은 곳이죠. Figure 14. 토론토 CN 타워 토론토는 캐나다 유일의 메이저리그 팀인 Blue Jays의 연고지이기도 합니다. 오승환 선수가 아직 토론토에서 뛰던 지난 4월에 텍사스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에 방문했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토론토의 오승환 선수, 텍사스의 추신수 선수 모두 경기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보지 못 했지만요. Figure 15. Toronto Blue Jays의 홈구장인 Rogers Centre 입구 야구장 내부 모습입니다. 4월 말이라 날씨가 쌀쌀해서 돔 구장의 돔이 닫혀 있습니다. 날씨가 좋은 여름에는 돔을 열고 경기를 한다고 합니다. 활발한 응원이 있는 한국 야구장과는 다소 분위기가 달랐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는 메이저리그 관람이었습니다. Figure 16. Rogers Centre 내부 한국의 대도시에서 생활하다가 처음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너무나도 조용한 분위기에 외롭고 적응하기가 힘들어서 왜 굳이 외국에 나올 생각을 했을까 후회하기도 했는데요. 2년 정도 지나 새로운 문화도 경험하고 색다른 연구도 해보니 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좋은 성과를 낼 일만 남은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시는 모든 KOSEN 회원 여러분들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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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이달의 주자: 김이정)

레이 달리오 저

  레이 달리오는 가장 성공적인 헤지펀드의 하나인 브리지워터의 창업자입니다. 달리오는 1975년 작은 아파트에서 브리지워터를 창업하고 40년간 끊임없이 경영 원칙을 쇄신하면서 꾸준하고, 높은 수익률을 내는 회사로 키워왔습니다. “원칙”은 레이 달리오의 자서전적인 책으로 본인이 그동안 삶의 지표로 삼고자 했던 개인척인 원칙들, 또 조직을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원칙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물론 다른 경영서에서 강조하는 원칙들을 반복으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이 서평에서는 달리오의 독특한 원칙들을 중심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달리오는 “radical truth and radical transparencies”를 반복적으로 강조합니다. 아무리 진실이 나를 아프게 하더라고 진실을 알아야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최고 경영자임에 불구하고 직원들이 본인에게 신랄한, 직접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피드백의 사실적 정확성만이 중요할 뿐, 피드백을 받은 사람의 감정이나 피드백이 야기할 수 있는 후폭풍 등은 고려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달리오는 이런 지속적인 “극단적으로 솔직한” 피드백 시스템을 바탕으로 본인을 포함한 모든 직원의 강점과 약점을 수치화한 야구 카드 (야구 선수의 시즌별 실적을 기록한 카드)를 만들고 누가 어떤 프로젝트에, 어떤 역할에 적합한가를 최적화하고자 합니다. 언뜻 듣기에는 정말 살벌한 조직 문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브리지워터에서도 이런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으며 달리오는 18개월 가량의 시간 후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해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철학의 연장선으로 브리지워터에서는 모든 미팅을 녹화합니다. 녹화를 통해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떤 의견을 개진했는지,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누구의 덕이고, 프로젝트가 망한다면 누구의 책임인지를 투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 적합한 보상을 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도태되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달리오는 능력있는 사람을 직원으로 두려면 그들의 성과를 정확히 인지하고 보상해야 하며 결국에는 극단적 투명성만이 능력있는 사람을 장기간 고용할 수 있는 원칙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투명성은 개인의 의견 개진에도 적용됩니다. 달리오는 모든 직원들이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그 때 그 때, 솔직하고 정확하게 말하도록 요구하며, 문제가 있을때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 불평과 비판을 하는 직원들을 경멸합니다. 즉 “뒷담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달리오는 모든 브리지워터들이 일관된 “원칙”을 가지고 행동하기를 원하며 “원칙”이 지속적으로 지켜지고 유지되지 위해서는 명문화되고 공포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브리지워터가 점점 커지면서 모든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 불가능해자 그는 2005년 모든 직원들에게 브리지워터의 원칙을 담은 책자를 배포하고 준수하기를 요구합니다. 그리고 2017년 본인의 은퇴를 맞아 이 원칙들을 500여 쪽에 달하는 책으로 출판하게 됩니다. 모든 자서전적인 책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이지만, 달리오가 제시하는 원칙들이 브리지워터가 성공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표본수가 1인 후향적 연구의 한계라고 할까요? 그러나 달리오가 제시하는 원칙들이 한번씩 음미해 볼 가치가 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동 연구나 연구실 생활의 많은 문제들이 처음에 원칙들을 정하지 않고 서로 다른 기준으로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극단적으로 솔직한, 명문화된 원칙이 있다면 더 효과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음달 릴레이 북 주자는 하버드 의과 대학에서 신경과학 박사 과정을 마치고 Stephen Liberles 랩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가영 박사님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박사 과정을 같이하면서 원생의 애환도 나누고 신경과학자로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서 많은 배울점을 주었던 고마운 친구입니다. 자세히 보기

진실을 판단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비록 그것이 동전을 던져서 앞면 아니면 뒷면이 나오는 아주 단순한 이분법적인 문제일지라도… 그렇게 지나온 세월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정말 소설보다 더 허구적이고도 허무 개그같은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간첩도 조작하던 그 숱한 정치적 사건들 말고도 말입니다. 예를 들면 이태원 살인사건을 봅시다. 솔로몬의 재판을 기대하진 않았어도, 둘 중 하나가 범인은 틀림 없는데 특정할 순 없으니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는 논리로 둘 다 살인죄로 판결하지 못했습니다. 뒷북도 그런 뒷북이 없게, 18년이나 지난 다음 다시 ‘용의자’를 미국에서 불러들여 감옥에 넣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괜히 힘을 다 잃은 이전 정권을 또 까는 것같아 좀 비겁해보이긴 하지만, 사실 최순실 사건의 경우 가장 반성해야 할 집단은 소설가들이며 그들은 상상력 부재로 가슴을 쳐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마치 대칭적 구조를 가진 두 개의 사건, 우리가 다 들어본 황당무개한 미술작품 시비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라는 그림은 우연하게도 작가에게 알려졌고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간혹 다작 화가들 중 자기 작품을 못알아보고 위작이라고 말한 사례들도 있어 작가의 말만 믿고 판정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프랑스 그림 전문 감정그룹이 투입되어서 과학적 분석을 해보고는 진품일 확률은 2ppm에 불과하다고 판정했는데도 결론은 진짜라고 났습니다. 더욱이 검찰은, 프랑스측의 방법으로 다른 진품을 확인해보았더니 진품일 확률은 4%에 불과했다며 감정팀의 결론을 배제합니다. 문제는 프랑스팀이 돌려본 결과가 아니고 자기네들이 발표한 결과인데, 여러가지 하드웨어들을 통해 데이터를 받고 엄청나게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처리한 결과일 터인데, 그들의 도움없이도 결과도출이 가능했다니 그 천재성에 입이 떡 벌어집니다. 이런 꼴을 당하는 작가나 유족들은 정말 환장할 노릇일 것입니다. 유일한 방법은 그냥 별일 아닌 것으로 넘어가는 것이죠. 진실이니 거짓이니 하는 것이 죽고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말입니다. 그 한참후에는 반대 사건이 생겼습니다. 화투를 그린 조영남 ‘화백’이 뉴욕시 한복판에서 전시회를 한다는 뉴스는 일찍 본 바 있습니다. 소재도 독특하고 재주도 많은 사람에 대한 칭찬과 질시가 범벅이 되고 있던 차에 ‘사실은 대작’이라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1차 재판에서는 유죄, 2심에서는 무죄였습니다. 협업을 위주로 작품을 하는 것이 현대미술의 경향이랍니다. 그런데 협업이란 것은, 구조물에 준하는 크기를 가진 조각물이나 옛날 미켈란젤로가 그렸던, 작업양이 엄청나게 많은 성당천정화 같은 것들에나 어울리는 이야기입니다. 사람 키보다 작은 2차원 그림을 조수들을 시켜서 그렸다면, 그것은 예술이라기보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에 더 가깝습니다. 모나리자를 다빈치가 아닌 대타가 그렸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화투를 치기 전의 상태, 화투장들이 대충 흥크러진 모습을 한 번 그려봐요! 팔광은 가운데로 넣고…” 이런 주문이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는 특허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를 보장해주지만, 저작권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만으로는 안되고 표현 방식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합니다. 그래서 시한부 인생의 사랑을 처음 다룬 소설있었고, 그 후 동일한 주제나 소재를 다룬 소설이 나와도 저작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표현이 같아야 저작권 침해로 인정합니다. 다시 말해서 구체적인 작품활동에 대해서만 저작권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속사정은 훨씬 더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사건에서도 그랬지만, 이런 문화 예술계 문제나 심지어 대형교회나 불교종단 내의 종교문제들까지도 검찰에 기소하고 법원에 판단을 맡긴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계 사건들은 문단이나 화단에서 결론을 내고, 그 결론을 바탕으로 법적으로는 민사소송만 진행하는 정도가 되어야 할 터인데, 비전문가들에게 전문가들의 창작을 판단해달라니 스스로가 자기 정체성과 자존감을 부정하는 처사입니다. 남들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 자신의 예술적 체면마저도 포기하는 짓이죠. 과학기술계에서도 논문표절 문제가 나오면 학계에 의견을 묻기보다 법원이 판단해줍니다. 학자들은 그저 지지편이나 반대편의 증인으로나 불려갈 뿐이죠. 왜? 학자들의 양심을 믿기도 어렵고, 양심있는 학자라면 그들간에 엮여있는 인맥구조로부터 학자들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학계에서 먼저 잘못 이야기했다가 왕따당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나저나 두 개의 상반된 위작사건을 보니 우리쪽 사정과 닮은데가 보입니다. 대학원의 경우, 천경자 화백처럼 아주 철저히 본인이 스스로를 통제하며 연구하기에 대학원생들이 곁에 가기가 편치 않은 교수도 있고, 조영남 화백처럼 아이디어만 주고 나머지는 대학원생들에게 시키고, 제1 저자는 본인으로 등재하는 교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연구물이나 창작물인지에 대한 학계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물론 기준이전에 양심이 더 중요한데, 과학으로 양심을 계량할 수 없으니… 결론을 맺으려 합니다. 이분법적으로 간단하게 진리와 허구를 나누고 싶어도 어려운 것이 지금 세상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접하는 소식은 다 간접적으로 알게되는 일인데, 보도하는 미디어의 각도를 믿을 수 없고, 제3자라고 증언하는 사람들도 사실은 교묘하게 서로의 이익이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미인도 위작건만 해도, 사법부는 해당사건과 이해충돌이 전혀 없어보이지만, 소장자가 대통령 암살범이었기 때문에 종국에는 정치와 만나는 접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순진하게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놓을 필자의 궁색한 논리는 이렇습니다. 어쩌면 요즘 동전 던지기는 디스크보다, 실린더 모양에 더 가까운 것을 던지는 게임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무리 상황이 동전 던지기 같이 단순해보여도, 동전이 옆구리 테두리 면으로도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자는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성별도 존재할뿐더러, 성전환 수술도 가능하다고 하니 말입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University of Saskatchewan] AMDR Lab

Advanced Materials/Devices Research (AMDR) 랩은 캐나다 중부 대평원 지역인 사스캐처원(Saskatchewan)주의 최대 도시인 사스카툰(Saskatoon)에 위치한 University of Saskatchewan, 물리 및 공학물리학과(Department of Physics and Engineering Physics)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지도교수인 장갑수 교수는 연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부 및 석·박사를 마친 후 미국 University of Tennessee at Knoxville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내 Advanced Light Source 방사광가속기 연구소의 연 X-선 방출 분광기(Soft X-ray Emission Spectrometer) 개발에 참여하였고, 이후 캐나다 유일의 방사광가속기 연구소인 Canadian Light Source (CLS)가 사스캐처원 대학교에 건설되면서 2003년에 동 대학교로 옮겨 물리 및 공학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AMRD 랩은 물질의 물리화학적 결합을 결정하는 전자의 분포구조 분석을 통해 다양한 첨단 소재들의 물리적, 광학적, 자기적 특성을 규명하고, 이 물질들을 차세대 전자소자, 고밀도 정보저장매체, 태양전지, 센서등에 적용하기 위한 소자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진들은 사스캐처원 대학교에 소재한 CLS 연구소의 방사광가속기(Synchrotron)에서 생성된 X-선을 이용하여 첨단소재의 전자구조 및 미세 물리구조를 분석한 후, 이를 기반으로 AMDR 랩에 보유한 박막제조 장비와 전자 계측 장비, Solar simulator등을 사용하여 소자를 제작하고 디바이스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AMDR 랩의 주요 연구분야는 X-선 흡수/방출 분광법(X-ray Absorption/Emission Spectroscopy)를 비롯한 다양한 방사광 기반의 전자구조 분광법과 밀도범함수 이론(Density Functional Theory)을 사용한 전자구조 계산을 적용하여 탄소 고분자 유기 반도체, 자성 산화물 반도체, 2차원 그래핀 물질, 생체 호환 반도체 및 태양전지용 광반응 소재의 전자구조와 적층구조 분석등이 있으며, 이 물질들을 이용한 다양한 소자의 표면 및 계면 연구를 디바이스 작동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성능개선에 필요한 물질의 디자인특성을 제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결합으로 구성된 유기물 반도체는 실리콘과 같은 무기 반도체에 비해 저비용으로 저온에서 대면적 박막증착이 용이한 경량 반도체로서 분자체의 화학구조에 따라 다양한 특성들을 구현할 수 있고 유연한 기판에 집적회로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여 flexible electronics등 차세대 전자산업의 주요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기화합물의 특성상 결정질의 규칙적인 적층성장이 어렵고, 낮은 전하이동도(charge mobility), 전하공핍층(charge depletion layer)의 부재등 여러 단점때문에 무기 반도체와 같은 고성능 전자소자의 구현이 어렵습니다. 저희 랩에서는 방사광 X-선의 선형편광성을 이용하여 유기반도체 박막의 적층성장구조와 highest occupied molecular orbital(HOMO)-lowest unoccupied molecular orbital(LUMO) 에너지 갭, 전자 준위 분포를 측정하므로써 이들 물질의 기초 물성을 규명하고 소자의 고성능 구현에 필요한 물성제어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루브렌(Ruberene) 유기 반도체는 비평면 분자구조로 인해 증착된 박막은 비정질의 불규칙한 구조를 가지게 되는데 루브렌 박막아래에 펜타센(pentacene)박막을 버퍼로 증착함으로써 결정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만든 루브렌 박막의 HOMO-LUMO와 전자구조를 분석하여 금(Au)를 전극으로 사용하는 경우 루브렌 트랜지스터는 p형과 n형 작동이 모두 가능한 쌍극 전계 트랜지스터가 됨을 규명하였습니다(그림 1). 그리고 안트라센(anthracene) 모체에 다양한 반응기를 붙였을 때 반응기의 접합위치에 따라 결정질 향상이 좌우 되는 것을 bis(phenylethynyl)anthracene(BPEA) 유기 반도체에 알킬 반응기(Alkyl side group)를 다르게 결합시켜 밝히기도 하는 등(그림 2) 차세대 유기 전자소자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한 다양한 기초 물성연구들이 AMDR 랩에서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Figure 1. DFT 계산으로부터 얻는 Rubrene 유기반도체의 LUMO 분포 경향, (b) 다양하게 적층성장한 루브렌 박막의 AFM 원자현미경 사진, (c) 다르게 적층성장된 루브렌 박막의 전자구조 스펙트럼.   Figure 2. BPEA 유기 반도체에 다르게 결합된 분자들에 대한 각분해 X-선 흡수 분광법 스펙트럼과DFT 계산으로 구한 이론 스펙트럼의 비교. 오른쪽 아래 스펙트럼을 통해 분자구조가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HB-ant-HT와 HB-ant-THT의 경우에만 결정성을 띠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저희 연구실에서는 뛰어난 전기 및 열 전도성과 기계화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어 미래 꿈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가전자대(valence band)와 전도전자대(conduction band)가 특이점에서 연결되어 있어 반금속(semi-metal)의 특성을 가지는 단원자층 물질인 그래핀의 표면처리를 통해 에너지 갭을 조절하여 실질적인 반도체 특성을 구현하는 기법(그림 3)을 연구하는 등, 첨단 소재들의 기초적인 특성을 규명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전자소자 및 에너지 소자들에 활용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필요한 물리적 성질을 발현하기 위한 물질개질 분야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Figure 3. 코발트 국소 표면처리(local area decoration)된 그래핀의 에너지밴드갭 개방메커니즘과 X-선 흡수/방출 분광법을 이용한 표면처리 그래핀 에너지갭의 실험적 검증되었습니다.   1907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개교 111년을 맞는 사스캐쳐원 대학교는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캐나다의 15개 연구중심 종합대학(U-15 Group of Canadian Research Universities)의 하나로, 노벨 물리학상에 Gerhard Herzberg 박사와 화학상에 Henry Taube 박사등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캐나다 방사광가속기 연구소(CLS)와 백신 및 전염성 질환 기구-국제 백신센터(The Vaccine and Infectious Disease Organization-International Vaccine Centre, VIDO-InterVac)등 국제적 연구시설을 갖춘 캐나다의 주요 대학입니다. 또한 23,000명의 학생들과 6,000명의 교직원이 소속된 사스캐처원 대학은 매서운 겨울 추위를 보내고 나면 여름에는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면서 쾌적한 날씨와 아름다운 캠퍼스로도 유명합니다. AMRD 랩의 학생들은 연구실의 소자계측장비들로 각자의 연구 프로젝트와 관련된 소자 및 시료들을 제작한 후 CLS에서 전자구조 분석실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CLS의 빔라인에서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6개월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연구주제와 실험계획을 설명하는 빔타임 신청서를 제출한 후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지도교수와 매주 개별 미팅과 랩 전체회의를 통해 미리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토의합니다. 또한 AMDR 랩은 CLS외에도 미국 Advanced Light Source, 포항 방사광가속기 연구소등 외국에 소재한 방사광연구소 및 한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의 여러 대학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어 소속학생들은 국제공동연구 환경속에서 다른 국가의 연구진들과 함께 교류하고 협업하는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좌로부터] 대학본부 전경과 캐나다 방사광가속기 연구소(CLS) 내부 ■ 주소  : Department of Physics and Engineering Physics, University of Saskatchewan 116 Science Place, Saskatoon, SK S7N 5E2 Canada ■ TEL   : +1-306-966-2768 ■ 홈페이지   : http://amdr.usask.ca ■ 오시는길   : 한국에서 오시는 경우 벤쿠버를 경유하여 국내선으로 사스카툰에 도착하게 됩니다. 다운타운 근처에 있는 사스캐처원 대학교까지 Saskatoon John G. Diefenbaker airport에서 차로 15분가량 소요되며, Physics Building은 본관 옆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학본부에서 내려서 걸어오시거나, 가까운 캠퍼스 주차장에서 오시면 됩니다. ^^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