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ESSAY
뉴질랜드 “정원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교수 생활
김동성 (dongseong)저는 2011년 8월부터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교(University of Canterbury) 컴퓨터과학 및 소프트웨어 공학과(Department of Computer Science and Software Engineering)에서 사이버 보안 (Cyber Security)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 뉴질랜드 남북섬과 크라이스처치| * 출처: 구글맵 ] 뉴질랜드는 크게 북섬과 남섬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제가 살고있는 크라이스트처치는 인구 약 45만명으로, 남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캔터베리 평원(Canterbury plains)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원의 도시(Garden City)로 알려져 있는데, 마치 도시 전체가 정원과 같습니다. 사계절 푸르르며, 자연이 아름다운 평화롭고 살기 좋은 도시입니다. 크라이스트처치 중심부에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공원인 헤글리 공원(약 165 헥타르)이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휴식과 운동의 공간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헤글리 공원에는 몇 백년이상 된 나무들이 아름답고 웅장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 (좌) 헤글리 공원의 큰 나무. 열명 이상의 성인이 둘러싸야 할 정도로 큰 나무이다. │ (우) 헤글리 공원에 벚꽃이 핀 모습 ] [ 크라이스트처치 도시 중심부 전경 ] 2010년과 2011년에 두 번의 큰 지진으로 크라이스트처치 도시 중심부 지역은 피해가 컸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위기가 기회가 되어서 오래된 도시의 중심부가 새롭고 안전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많은 건물들이 지진에 안전하게 설계, 건축되어지고 있고, 만명 이상 참석할 수 있는 크라이스트처치 컨벤션 센터도 계획되고 있습니다. 특히, 크라스이트처치 재건의 방법 중에 하나인 임시로 만든 상가 리스타트 몰은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크라이스트처치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도 매우 인기있는 장소입니다. 저도 가끔씩 가족, 방문자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합니다. 여기에는 아기자기한 소품, 여행 선물을 살 수 있고,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 리 스타트 몰(Re:start)의 모습|컨테이너로 만든 모습이 이색적이다. ] 제가 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캔터베리대학교는 1864년에 시작되었습니다. QS랭킹 세계 탑 3%안에 드는 대학교로, 뉴질랜드 전 총리 존키(John Key)가 캔터베리 대학교 출신이며, 유명 동문으로 노벨상 수상자 어니스트 러더퍼드가 있습니다. 캔터베리대학교는 약 만 이천명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 캔터베리 대학교 아이람 캠퍼스 전경 | *출처: 캔터베리대학교 웹사이트 ] [ 어스킨 빌딩(Erskine Building)|컴퓨터과학 및 소프트웨어 공학과와 수학 및 통계학과가 사용하는 건물로, 그래픽 픽셀을 연상시키는 모양이다. ] [ 뉴질랜드의 첫번째 사이비보안 회의 (전 총리인 존키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사이버 보안인데, 최근 뉴질랜드에서는 정부의 관심이 많아져서 2016년에 처음 국가 주도 하에 사이버 보안회의가 개최되었습니다. 뉴질랜드에는 8개의 국립대학교가 있는데, 각 대학교마다 특성화가 잘 이루어져있어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에 따라 학교를 선택합니다. 캔터베리대학교는 공과대학교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매우 높습니다. 뉴질랜드 전체에서 사이버 보안을 전공하는 교수는 10명 내외라 앞으로 더욱 발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캔터베리대학교에서 유일하게 사이버 보안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 요원으로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 주변에는 제일 큰 헤글리 공원 뿐만 아니라 많은 다양한 규모의 특색있는 공원들이 곳곳에 있어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자동차로 30분 내외에 남태평양을 볼수 있는 해변들이 가까이 있습니다. 그 중 한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뉴브라이튼 피어(New Brighton pier)에는 낚시를 하거나, 통발 혹은 투망으로 꽃게를 잡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수 있습니다. 피어 아래의 해변에는, 토요일마다 거의, 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가 있는데 매우 유명하고 재미있는 광경입니다. [ (좌) 뉴브라이튼 피어의 전체 모습 │ (우) 피어의 초입에 위치한 공립 도서관 ] [ 뉴브라이튼 피어 위에서 본 남태평양│항상 높은 파도가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 뉴브라이튼 피어 끝 부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의 모습│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여기서 잡힌다. ] [ (좌) 통발에 삭힌 닭고기를 넣고 꽃게잡이를 준비하는 모습 │(우) 통발로 잡은 꽃게 몇 마리 ] [ 뉴브라이튼 피어에서 본 모래 해변의 거대한 그림 ] 가끔씩 크라이스트처치 전경을 보기 위해서는 타게헤의 사인(sign of the Takahe)에 가거나 곤돌라 (케이블카)를 타야합니다. 타게헤는 차로 운전해서 갈 수 있으며, 곤돌라는 일정의 비용을 내고 타야 합니다. 타게헤에서는 크라이스트 전경을 볼 수 있으며,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입니다. [ (좌) 사인 오브 타케헤에서 본 크라이스트처치시 전경|(우) 크라이스트처치 곤돌라 입구 표시. 유명 대도시까지의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 [ (좌) 곤돌라가 운용되는 모습 |(우) 곤돌라 정상의 모습 ] [ 곤돌라 위의 카페 | 카페에 앉아 크라이스트처치를 보며, 차나 커피와 함께 여유를 즐긴다. ] [ 곤돌라 정상에서 본 남태평양의 모습 | 가끔씩 양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 크라이스트처치의 곤돌라 정상에서 본 리틀튼 항구(Lyttelton Port) | 이곳으로 대부분의 크라이스트 수출입이 이루어진다. ] 주말에는 토요 시장, 일요 벼룩 시장(flea market)이 있어서 세계 각국의 각종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뉴질랜드의 토착 민족인 마오리의 예술 공연도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일요 시장에 갔을 때, 20년 이상 되어 보이는 단추부터 한국에서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 것 같아 보이는 각종 잡다한 물건들을 파는 것을 보고 상당히 우스워보였습니다. 그런데, 약 5년을 뉴질랜드에서 살아보니, 뉴질랜드 사람들이 얼마나 재활용을 잘하고 아끼면서 사는지 느끼게되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시 되는 뉴질랜드인들의 문화에서 많이 배웁니다. [ 크라이스트처치 리카튼에서 매주 열리는 일요 마켓의 마오리 공연| 마오인들은 뉴질랜드인구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공연을 통해 문화를 계승하고 전파하려고 노력한다. 마오리 전통 공연을 보고 있으면, 매우 흥이 많고 즐거운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 [ 일요 마켓에서 팔고 있는 여러가지 물품들|매주 일요일마다 약 70~80여개의 소규모 상점들이 손수 손으로 뜨개질한 제품, 각종 야채들과 과일 ,각종 중고 서적(가격은 50센트 부터 2~3불까지 정도)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 크라이스트 주변에는 많은 공원과 해변이 있습니다. 매우 인상적인 해변 중 하나는 우드엔드 비치(woodend beach) 입니다. [ 우드엔드 비치에서 말을 타고 있는 모습 | 우드엔드 비치는 백사장이 몇 킬로나 되지만, 사람들이 많지않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변에서 말을 타고있는 모습이었다. ] [ 우드엔드 비치에서 말을 타고 있는 모습 | 아마도 경주 연습을 하는 모양이다. ] [ 섬너 비치(Sumner beach) 서핑하는 모습 | 방문한 날, 매우 춥고 바람이 강했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높은 파도를 즐기며 서핑을 하고 있었다. ] 크라이스트처치에는 좀 교외를 벗어나면 1시간 정도 운전거리에 캐슬힐이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생긴 큰 무더기의 암석들이 기이하고, 때로는 아릅답게 보입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마치 동화와 같은 세계에 와 있는 느낌입니다. 이 장소는 나니아 연대기의 촬영장소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 캐슬힐 전경과 암벽타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 1시간 반 정도 거리에는 초기 프랑스 이주자들이 살았던 작은 마을인 아카로아(Akaroa)를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 곳에서 뉴질랜드의 대표 음식인 피쉬 앤 칩스(fish and chips)를 먹는 것은 큰 즐거움을 줍니다. [ (좌) 아카로아의 모습. 보이는 곳은 강이 아니라 바다다. | (우) 아카로아에서 유명한 피쉬 앤 칩스 ] 크라이스트처치 북서쪽에 있는 핸머스프링스(Hanmer Springs Thermal pools and spa)라는 온천은 현지 키위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많습니다. 온천과 함께 놀이기구, 간단한 트랙킹도 할 수 있는 곳이며, 사계절 모두 다른 풍광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뉴질랜드 남섬에는 찜찔방이 없는데, 가끔씩 이곳 야외 온천에서 휴일을 보내며 신선 놀음을 하기도 합니다. 의외로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또 현지 뉴질랜드인들도 온천을 좋아하는 것에 놀랐습니다. [ 핸머스프링스 슬라이드 | 어린이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다. ] 뉴질랜드 남섬은 매우 아름다워 방문자들이 있을 때, 여행 할 기회가 있습니다. 주로 테카포 호수(Lake Tekapo), 푸카키 호수(Lake Pukaki)를 거쳐서 퀸스타운을 가는 경로입니다. [ 데카포 호수가는 길에 도로 위에서 찍은 사진 | 뒤에 보이는 알프스가 마치 컴퓨터 그래픽처럼 비현실적이다. ] [ 레이크 데카포 (Lake Tekapo) |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강물이라 그런지 물의 색깔이 무척 신기하다. ] [ 푸카키 호수 | 안개가 덮힌 푸카키 호수는 정말로 환상적이다. 차를 갓길에 세우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 [ 푸카키 호수 | 마치 신선이 살 것 같은 아름다운 호수다. 멀리 가운데 보이는 산이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뉴질랜드인 힐러리 경(Sir Hillary)이 등산을 연습했다고 알려진 마운트쿡(Mount Cook)이다. ]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대부분의 상점들은 목요일과 금요일을 제외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보통 오후 6시까지 영업을 합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여는데, 보통 직장인들의 월급날이 수요일이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는 심심한 천국일 수 있습니다. 보통, 가족과 함께 평화로운 사람들이 살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저는 라이프 스타일이 뉴질랜드의 삶과 잘 맞아서 현재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저의 포토 에세이를 마치고자 합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지진으로 큰 피해가 있었지만, 지금은 더욱 안전하고 새로운 도시로 바뀌고 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 주변에는 산, 바다, 강 등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매우 다양하고 많습니다. 제가 속한 캔터베리대학교에는 많은 뉴질랜드 학생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유학생들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많은 유학생들이 정원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와 캔터베리대학교에 방문하면 좋겠습니다. * 이메일 주소: dongseong.kim@canterbury.ac.nz * 개인홈페이지 주소: http://www.cosc.canterbury.ac.nz/dongseong.kim/ * 연구실 홈페이지 주소: http://www.cosc.canterbury.ac.nz/research/RG/security/
RELAY BOOK
코센릴레이북14 (두번째 릴레이 목록)
KOSEN 저
이청준과 톨스토이의 단편집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이청준과 톨스토이의 단편집입니다. 『이청준 단편집』은, 비극적 결말에 해결책으로 제시된 과정과 치유의 결과가 도리어 주인공들을 그 이전보다도 못한, 더 큰 좌절과 파멸의 나락으로 빠지게 만들었다는 점이 대학 새내기 시절,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많은 변화와 갈등 속에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제게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톨스토이의 단편집』은 미국으로 유학을 온 후 몇 년이 되어 나름 미국 생활에 적응해 가던 시기에 접하게 된 책이었는데, 아주 쉽고 간단한 이야기로 읽혀지지만, 두고두고 그 의미와 해석/적용에 관한 부분을 곱씹게 하는 깊이가 있는 글들입니다. 불량제약회사 - 벤 골드에이커 『불량제약회사』의 저자인 벤 골드에이커는 ‘배드 사이언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비과학적인 것들을 비판함에 있어 늘 제대로 된 근거를 갖추었고, 또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읽는 내내 저를 즐겁게 했습니다. 그 책 중 한 챕터가 바로 제약회사 비판이었는데, 거기에 성이 안찼는지 아예 책 한권을 새로 썼습니다. 『불량제약회사』는 그러니까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부도덕을 다룬 종합보고서입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이 책이 별로 읽히지 않는 현실은 좀 안타깝습니다. 지속적인 비판을 하는 저자를 보며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것, 그게 바로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보람입니다. 체체파리의 비법 -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21세기가 시작되어 한참 달리고 있는 오늘날, 절대빈곤의 상황을 아직도 겪고 있는 인도나 아프리카의 사람들을 보면서, 지난 시간동안 간간히 저들과 나의 관계에 대하여 고민하고 질문해오던 내용들을 이 한권의 책에서 더 깊이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각종 질병과 기아에 허덕이면서 절대 빈곤의 상황에 구속되어 있는 사회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함께 동시대에 같은 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떠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일까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공돌이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됩니다. 양손잡이 자연세계 - 마틴 가드너 저는 『양손잡이 자연세계』를 읽고, 입자물리를 전공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자연의 대칭에 대한 책입니다. 대칭이라는 열쇠 글은 하나지만, 시간이 왜 미래로만 흐르는가, 왜 모든 사람의 탯줄은 한쪽 방향으로 꼬여 있나, 바이러스는 생명인가 하는 질문들이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답을 얻을 수 있도록 친절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은 제 평생에 걸친 소중한 경험이어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번 생각해보고 답을 얻으면 좋겠다고 권하고 싶습니다. 매력적인 장 여행 - 기올리아 엔더스 소화기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기관임에도(삶을 두 동사로 요약하면 “먹고 싼다” 아닐까요?) 다른 장기에 비해 소홀하게 취급해왔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중요한 발견들이 '그들(전공자들)만의 리그'에 머물러 있어 대중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지침으로 이어지지 않는데 실망해 본인이 직접 책을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소화관과 소화에 대한 내용이고, 두 번째는 장의 신경체계에 대해 다루고, 마지막이 장내미생물 이야기입니다. 장에 대한 과학지식뿐 아니라 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팁들이 수두룩합니다. 불멸의 꿈 - 류형돈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늙음이잖아요. 이 주제에 대해 세포생물학을 전공한 교수가 편안한 어투로 풀어 쓴 책입니다. 서술이 어렵지 않으면서 비교적 최근 논의까지 성실하게 담고 있고, 이론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위기나 내부 사정이 잘 묘사돼 있어 생생한 맛도 있습니다. 저자 자신이 그 논의의 한가운데에 있기에 가능한 내용입니다. 이 책은 인류가 노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닙니다. 노화 연구의 현장에 있고, 그 중 아주 세밀한 어떤 부분을 갱신해 나가는 한 과학자가, 역시 그런 갱신을 통해 노화라는 큰 분야를 그려나가는 다른 과학자들의 성과를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입니다. 스패로 - 메리 도리아 러셀 『스패로』는 과학소설 중 명작으로 꼽힙니다. 적은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기획해 보는 과학덕후들, ‘이방인’과 만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선의의 작은 잘못들이 가져오는 큰 만행’은 인류학자들에게는 익숙한 소재입니다. 스타트랙의 팬이자, 인류학도인 제가 홀딱 반할 수밖에 없는 책이죠. 고인류학자로서, 대학교 교수로서 커리어를 쌓다 전업 작가로 전환한 러셀의 첫번째 작품이 라 그런지, 작품 곳곳에 고인류학, 혹은 인류학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더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저자의 풍부하고 기발한 유머 감각이 책의 곳곳에 양념처럼 등장해서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책입니다. 마션 - 앤디 위어 이 책은, 아주 자세하고 비교적 많은 사실이 철저하게 고증된 하드 SF에 해당되지만, 제가 이 이야기에 주목한 것은 주인공의 낙천적인 성격이었습니다. 와트니처럼 낙천적인 사람은 없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자고 이런 많은 희생을 하는 곳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린 후 뿌듯하게 덮었습니다. 우리가 이런 사람이 아니고, 세상이 이렇지 않을망정, 인간은 이런 것을 꿈꾸며 여전히 이러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원하고 기분 좋게 읽히는 하드SF, <마션>을 여러분에게 권합니다. 지구의 속삭임 - 칼 세이건 외 칼 세이건과 그의 동료들이 우주탐사선 보이저호에 실어서 보낸 ‘골든 레코드’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기록한 책입니다. 보이저1호와 2호가 발사된 때가 1977년이고 이 책이 발간된 것이 1978년의 일이니 거의 40년 만에 한글로 번역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된 셈입니다. 『지구의 속삭임』은 40년 전 쏘아올린 현재의 우리를 위한 우리들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책으로, 인류가 멸종해도 우리들의 모습을 간직한 채 우주 공간 어느 곳을 떠돌아 다니고 있을 우리들의 유서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소중한 우리들의 모습을 『지구의 속삭임』 속에서 만나보길 권합니다. 물건 이야기 - 애니 레너드 저는 『물건 이야기』를 참 아프게 읽었습니다. 환경 관련 책 중, 이만큼 강렬하고 오래토록 마음에 남은 책은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패트병으로 물을 마시고 해외 직구로 물품을 구입하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요? 제가 아는, 어느 편집자는 자기 돈으로 책을 사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진짜 좋은 책이라고 말합니다. 『물건 이야기』가 저에게 그런 책입니다. 한때 책이 절판될까 마음을 졸였고, 중고책은 무조건 사뒀다 지인들에게 나눴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추천합니다. GMO 사피엔스의 시대 - 폴 뇌플러 폴 뇌플러는 캘리포니아 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세포생물학 교수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연구하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소상하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뇌플러는 최초의 시험관 아기부터 이 책의 핵심 주제인 맞춤아기까지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 즉 "더 나은" 인간을 향한 갈망에 우생학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는 점을 제기합니다. 그것은 '완벽한' 아기의 정의를 누가 내리는가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유전자 가위와 같은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새로운 기술적 발전 가능성과 함께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점들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20대 후반, 처음 『월든』을 만났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환경단체에서 일을 했고, 자연스레 생태학과 관련된 읽을거리를 찾다 눈에 들어온 책이었어요. 조금 훑어보다 금세 덮었습니다. 숲속에 은둔하며 사는 어느 낭만주의자가 쓴 글이려니 생각했지요. 소로를 단순한 낭만주의자라고 여긴 것이 큰 오해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시기는, 40대 후반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고전읽기 강좌를 운영하면서 선택한 책이 그나마 익숙한 『월든』이었어요. 수업준비로 열심히 완독했습니다. 관련 논문들도 찾아 읽고, 자발적으로 몇 차례 더 완독했습니다. 읽을수록 감탄했어요. 20년 전 눈에 들어오지 않던 구절들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과학과 인생관 - 천두슈 외 이 책은 1923년 무렵 중국 사상계에서 ‘과학과 인생관 논전’이 벌어졌을 때 논쟁에 참여한 사상가, 철학자, 과학자 등 여러 분야 지식인들의 글을 모아 펴낸 책입니다. 거의 100년 전에 이뤄진 두터운 논쟁의 흔적을 보다보면, 우리 시대에 과학은 대체 무엇인지, 과학과 사회는 무엇을 왜 소통하려는 것인지, 행복한 삶을 위해 과학의 유익함은 저마다의 인생에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것인지와 같은, 분명한 한 가지 답을 얻기 힘들지만 중요한 물음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인생의 문제에서 과학을 바라보는 것은 이밖에도 여러 생각거리를 줄 듯합니다. 석주명 평전 - 이병철 일제 강점기 시절부터 6.25사변까지, 어떻게 보면 한국 근대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에 과학자의 삶을 선택한 석주명 선생의 이야기입니다. 나비박사로 잘 알려진 석주명 선생을 다룬 많은 책 중 가장 대표적인 책으로 뽑히고 있어 오래된 책임에도 소개합니다. 역사 속 생물학자로 남은 석주명 선생의 삶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각자의 생각에 맡기면 될 것 같습니다만, 석주명 평전을 읽고 있는 연구자(혹은 연구자의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라면 자신에게 무수히 던져야 할 질문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이란 무엇일까?' '과학을 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나에게 과학이란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