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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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난양 이공 대학교'에서의 연구원 생활

    이배훈 (lbh217)

     저는 2010년12월부터 6년간, 난양이공대학교 (난양이공대학, 난양기술대학, 난양공대, NTU)에서의 연구 생활을 마쳤습니다. 난양대학교는 싱가포르 서쪽 주롱섬 근처에 위치하며 원래 주롱섬의 공업 / 산업 단지를 부양할 수 있는 인력양성을 목적으로 출발하였다가, 지금은 교육, 경제, 무역, 국제 관계, 의료 영역까지 확장하여 종합대학으로의 면모를 갖추며 발전하고 있는 대학입니다. 대학의 주요 목표는 창의적이고,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세계적 리더를 배출하는 것으로, 최근 세계 대학순위에서도 초고속 순위 상승을 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젊은 대학입니다. (2016년 기준 QS 세계대학순위: 13위, 아시아 2위)  대학의 주요 건물 구조를 보면 North Spine과 South Spine 형태를 뛰고 있어 단순하면서 효율적인 공대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1955년 사립 난양대학으로 출범했다가, 1981년 난양기술학교를 거쳐, 1991년 정부의 지원을 받는 오늘날의 난양이공대학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난양이공대학교는 연구 중심의 대학으로, 많은 연구원 / 연구비 그리고 최첨단의 설비를 가지고 있고, 싱가포르 내에서 가장 빠르고 의미있는 연구실적을 내는 대학입니다. 연구 안전시스템 또한 잘 갖추어져 있으며, data open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대학은 the College of Engineering, the College of Science, the College of Humanities, Arts and Social Sciences, the Nanyang Business school, 그리고 the Lee Kong Chian School of Medicine(Imperial College London와 joint program)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난양이공대학교는 화학, 재료, 전자, 환경, 경제, 무역에서 경쟁력이 강하며, 특히 난양이공대학의 가까운 거리에 Cleantech One이 있어 친환경 에너지 개발 / 수질환경 개선 등 청정기술개발에서도 앞서 가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School of 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은 NTU에서도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학과였습니다. 학과에서는 생체 재료, 나노 재료, 나노 의약(Nano Medicine), 에너지 저장 재료, 그리고 구조용 고분자 재료를 주요하게 연구합니다. 특히, 나노 의약은 Northwestern University와 공동으로 발족한 NTU-Northwestern Institute for Nanomedicine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했던 분야는 단백질 기반의 수화젤을 활용한 조직공학 / 바이오잉크 / 바이오 3D프린팅이었습니다. 피브린 PEG 수화젤과 젤라틴 수화젤을 주로 다루었는데, 광경화 젤라틴 수화젤 합성을 최적화하는 일을 했습니다.  대학교 안에는 각종 열매 식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Yunnan Garden이 있는데, 휴식·산책 공간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침 등교길에 Yunnan Garden을 통과 하다 보면 어느새 신선한 공기로 인해 마음이 새롭게 되기도 합니다. 이른 아침에도 산책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난양공과대학에는 North Spine과 South Spine의 약간 투박해 보이는 건물들 외에도 두 개의 신선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녹색 잔디가 지붕을 덮는 친환경 건물인 ADM(Art, Design, and Media)과 기존의 틀에 박힌 강의실 모습을 바꾸어 참여와 대화·소통을 강조한 Hive 건물이 그것인데, 많은 사람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난양이공대학 안에는 20여개나 되는 식당들(Canteen)이 있어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음식들을 손쉽고 저렴하게 맛볼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주로 반숙된 삶은 달걀과 가야잼이 발라진 토스트를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습니다. 점심에 저는 주로 Yong Tau Foo 코너를 이용했는데, 샤브샤브처럼 여러 야채와 국수를 끓는 물에 데친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후식으로 열대과일을 즐길 수 있고, calamansi, lime, lemon, mango, rose, kiwi, avocado로 만들어진 다양한 쥬스도 각 식당마다 사먹을 수 있습니다.  운동 시설 또한 잘 갖추어진 난양이공대학은 두 개의 인조 잔디구장이 있고, 풋살구장, 수영장, 배드민턴 코트, 테니스 코트, 탁구장 등이 있어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글 옆으로 조성된 산책길은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건강도 챙길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 가까이 가볼만한 곳으로는 새공원이 있습니다. 조그만 새부터 플라밍고, 사람만한 군함조, 펠리칸, 타조도 볼 수 있습니다. 열대우림 속에서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졌고, 트래킹 코스로도 좋습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잉꼬들에게 먹이를 줄 수 있는 곳도 있으며, 독수리의 공연도 볼만한 거리입니다.  2010년 12월에 연구원으로서 일을 시작 했는데, 처음 몇 달은 기후 적응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일년 내내 여름과 같은 이곳은 조금만 걸어도 등에서 땀이 나지만, 열대 기후는 곧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열대우림의 향긋한 냄새가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했습니다. 6년 간의 연구원생활을 마치며 열대식물원 같기도 했던 난양이공대학은 제 추억 속에 늘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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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물건 이야기 (이달의 주자: 정인경)

애니 레너드 저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요? 여러분들은 좋은 책을 만나면 어떻게 하십니까? 제가 아는, 어느 편집자는 자기 돈으로 책을 사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진짜 좋은 책이라고 말합니다. 좋은 책의 척도는 자기 주머니를 털어가면서 다른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것이죠. 여기서 소개하려는 애니 레너드의 『물건 이야기』가 저에게 그런 책입니다. 한때 『물건 이야기』가 품절되었을 때는 절판될까봐 마음을 졸였고, 중고책이 나오면 무조건 사뒀다가 지인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에서요.  저는 『물건 이야기』를 참 아프게 읽었습니다. 환경 관련 책 중에서 『물건 이야기』만큼 강렬하고 오래토록 마음에 남은 책은 없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후 일상생활에서부터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알루미늄 캔 음료를 사서 먹지 않기 시작했고, 더운 물을 아껴 쓰고,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자주 교체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특히 옷이 싸다고 세일기간에 마구 사들이던 습관을 버렸습니다. 예전처럼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 라벨이 붙어 있는 티셔츠를 생각 없이 버릴 수 없게 되었죠. 그 라벨을 보면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제 3세계 노동자들이 떠올라서 가슴을 쿡쿡 찔렀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제 책상 위에는 많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책과 노트북, 프린터, 휴지, 연필, 안경, 신문지, 가방 등등. 이런 물건들은 사는 것도 일이지만 버리는 것도 일입니다. 그린피스 출신의 환경 운동가인 애니 레너드가 관심을 둔 것은 쓰레기였습니다. “내가 오늘 버린 쓰레기봉투는 내일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가 옷과 책, 전자기기를 재활용해서 잘 버리기만 하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하나의 물건이 만들고 버려지는 기나긴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쓰레기장은 물론 공장과 병원, 대사관, 대학, 세계은행 사무실, 정부기관 등을 찾아다니며 ‘물건 이야기’를 재구성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확인한 것은 물건을 둘러싼,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불합리한 문제들이었습니다. 가전제품은 고치는 것보다 사서 쓰는 것이 비용이 덜 들었고, 멀쩡한 물건들이 쓰레기가 되어 그냥 버려졌습니다. 지구 전체가 환경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싼 일회용품으로 쓰레기장이 되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생산? 유통? 소비? 폐기? 각 단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취하고-만들고-버리는’ 전체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구 환경과 생태를 고려하지 않고, 상업적 이익만을 취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말입니다. 애니 레너드는 콩고, 아이티, 방글라데시의 현장을 누비며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얼마나 불평등하고 처참한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알려주며, 깃털이 아니라 몸통, 자본주의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물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괴로울 수밖에 없는 것은 패트병으로 물을 마시고 해외 직구로 물품을 구입하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물건 이야기』를 끝마치며 애니 레너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첫째, 진보를 다시 정의하자! 진보는 경제 성장이 아닙니다. 진보의 척도는 건강, 행복, 친절, 평등, 긍정적인 사회관계망, 교육, 깨끗한 에너지, 시민적 참여 등입니다. 둘째, 전쟁을 없애자! 우리 삶과 환경을 파괴하는 것으로 전쟁만큼 한 낭비가 없습니다. 셋째, 물건의 가격에 ‘외부화된 비용’을 반영하자! 싸다고 구입하는 물건에는 노동자들의 스트레스와 질병, 환경파괴, 미래 세대의 피해 등 ‘외부화된 비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건에 제대로 된 가격을 책정해야 과다소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넷째, 물건보다 시간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며 살자! 맞습니다. 우리는 물건보다 시간이 더 비싼 것이고, 시간보다 사람이 더 비싸다는 것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적은 시간을 일하고, 더 적게 벌고, 더 적게 물건을 사고, 더 적게 버리고, 더 많은 시간을 공동체와 시민 활동과 지구를 돕는 일을 하며 사는 세상, 우리 모두 그런 세상을 꿈꿔봅시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다음 주자는 김동광 박사님입니다. 과학기술사회학을 전공하신 김동광 박사님은 이 땅에 과학기술의 민주화를 몸소 실천하는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과학센터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한국과학기술학회 회장까지 지낸 바 있는, 과학기술학(STS)의 전방위적 연구자입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오해』나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와 같은 좋은 과학책을 수십 권이나 번역한 과학저술가이기도 합니다. 학문과 일상의 정치화에 오래토록 내공을 쌓은 김동광 박사님이 어떤 책을 소개하실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자세히 보기

우리 생전에 정말 올 해 같은 해가 있었을까요? 제가 대학 초년생이던 1979년 10월 26일, 총성에 의해 대통령이 유고되었던 그때만큼의 혼돈의 세월입니다. 그런데 공교로운 것은 거의 40년의 공백을 둔 두 사건의 주인공들이 한 가족이라는 점입니다. 역사는, 한 번은 비극으로 찾아오고, 그 다음에는 희극으로 재현된다고 하더니 참으로 기묘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하기에 엉망진창으로 엮인 현실의 실타래를 잘라내고 미래를 열어야 합니다. 그래서 새해에도 새로운 과학을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외면할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년간 정보통신 기술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이 지대합니다. 필자는 이런 현상을 상당한 두려움으로 지켜보며 늘 꽁무니에 줄을 섰고 막차만 탔습니다. 그래서 직업이 컴퓨터로 기계구조물이나 전자기장을 해석하는 일종의 프로그래머인데도, 사실은 컴맹입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IT 기계를 안쓰려고 합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필자도 IT 기술의 엄청난 혜택자입니다. 프랑스에서 학위를 마치고 미국으로 취직할 때는 이메일 지원서의 도움이 컸습니다. 외국에 살면서 열 권 정도의 책을 한국에서 출판하면서 한 번도 같은 출판사와 계약을 한 적이 없었지만, 인터넷으로 소개하고, 원고 보내고, 계약하는 행위가 가능했습니다. '다음에 한국 들어오면, 밥 한 번 같이 먹자'는 저쪽의 인사를 한 번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이메일만으로도 서로 잘 아는 사이처럼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누리는 사소하지만 아주 큰 혜택은 전자기기로 책을 보는 일입니다. 오래 전에 미국 시사주간지 에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당신들 잡지 글씨가 너무 작으니 폰트를 좀 키워줄 수 없겠냐는 편지였습니다. 친절하게도, 편집이 시원하고 글자가 큰 다른 한 잡지를 오려서 봉투에 같이 넣었습니다. 큰 폰트를 가진 '듣보잡' 잡지 샘플까지 첨부한 편지에 그들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폰트를 키울 의사가 없다는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매몰차고 야속했던 그들을 원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기로는 어떤 인쇄물도 화면에 댄 손가락만 벌리면 글자가 커지니까요. 책은 꼭 종이여야 한다는 '편견'이 바뀐 것입니다. 앞으로는 새책의 잉크 냄새까지 뿜어주는 기기가 나올 지 모릅니다. 이제 새로운 시대는 IT기술에 생명을 부여하려는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대표적 분야입니다. 일본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반려로봇 시장이 커지고 있고, 수명을 다한 반려로봇의 장례식을 치루는 사진도 보았습니다. 마치 늘 안고자던 강아지 인형의 바느질이 터져 속이 나오면, 강아지가 사고사로 죽은 것처럼 슬퍼지는 모양입니다. 제삼자들에게는 아주 유치한 짓으로 보이겠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자식 상을 당한 심정일 수 있겠죠. 그나저나 돌보는 노인을 두고 먼저 간 로봇 자식의 ‘불효’가 정말 막심합니다. 영원히 건강하게 살고싶은 인간의 욕망을 근간으로 한 생명과학도 대세입니다.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를 이제는 과학이 찾아내려고 합니다. 현시대에 불가하다면 미래의 과학에게 맡겨보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자신의 몸을 냉동시키기로 결정한 40대 여성의 인터뷰를 영국 BBC라디오를 통해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패널단 기자들에게 사회자가 "당신들도 이런 경우, 냉동을 선택하겠냐"고 물었습니다. 한 여성 기자의 답변이 흥미로웠습니다. 3세기 후에나 다시 깨어난다면 모를까, 30년 정도 후에 깨어난다면 냉동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관계가 엉망진창이 될 것이니까요. 우리가 사는 생명은, 생물학적 존재에 사회적 관계가 더해진 것입니다. 몸은 여전한데 관계가 전부 시간축을 따라 한참 옮겨졌다면, 그래서 자식이 부모 나이로 둔갑하고, 배우자가 조부모처럼 된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아마도 과학은 대답할 것입니다. "우리가 죽을 사람 살려 놨으니, 관계문제는 사회학이 알아서 해결해야지!" 과학은 물에 빠진 사람만 건져 주면 되었지, 보따리까지 건져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역사는 ‘정’이 ‘반’으로 움직이고, 다시 ‘합’으로 만나는 변증법 방식으로 발전하기 마련입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그 좋은 것을 적정선에서 사용하지 못하고, 멈추지 못한 채 관성방향으로 계속 진행하면서 '오버'를 하게 됩니다. 내 삶을 다른 개체가 대신 살아주는 것 같은 존재양식을 받아들이기 싫은데, 인공지능 로봇에 점차 익숙해지면 결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종래에는 인간이 자기 문화와 존재양식을 지켜내려고 인공지능에게 저항하는 방식으로 역사가 진행되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주객의 전도입니다. 폐기로봇을 죽은 자식처럼 가슴에 묻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비극인지 희극인지, 정말 혼동스럽습니다. 동면을 준비 중인 위의 여성이 몇 십년 후에 깨어나게 된다면, 아마 인공지능 로봇이 자신의 과거기억들을 교육시켜주지 않을까 합니다. 이쯤되면 가장 명확한 경계를 이룬다고 생각해온 삶과 죽음, 그리고 기계와 생물의 구분도 혼동스럽습니다. 2016년, 국정농단사건으로 역사는 분명 후퇴했지만, 그 후퇴를 저지하고 민심으로 저들을 무력화시킨 민중의 힘은 IT라는 도구의 힘에 많이 의존했습니다. 그들의 범죄를 까발리는 일도, 평화적으로 엄청난 민중을 이끄는 일도 IT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생명이란 데이터의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는 극단적 과학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만, 촛불을 횃불로 만든 ‘민주 IT’ 그리고 ‘공화정 IT’ 같은 방향으로 기술을 몰아갈 수는 없을까요? 불편은 감수하되, 정의는 양보할 수 없는 과학과 철학을 새해에도 열심히 고민해봅시다. 세계 곳곳의 모든 코세니아들께, 밝고도 큰 태양이 떠오르는 새해가 되길 기원드립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THE ROWAT LAB

저희 실험실은 biology와 physics, 그리고 engineering이 잘 융합되어있는 몇 안되는 interdisciplinary 실험실들 중 하나입니다. 지도교수님이신 Dr. Amy Rowat은 캐나다의 Mount Allison University에서 물리학 및 수학, French, 그리고 Asian Studies로 복수 학사학위를, Technical University of Denmark의 Center for Biomembrane Physics에서 화학 석사학위를, 그리고 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Human Frontiers Cross-Disciplinary Fellow로서 Harvard University의David Weitz 실험실에서 postdoc 트레이닝을 받으셨습니다. Dr. Rowat은 어려서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으셨고, 요리 재료들의 특성들에 대해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져오다가, 학위과정 및 postdoc 트레이닝 기간동안 본격적으로 생물학적 물질들의 물리적/기계적 특성에 관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동영상을 참조하세요: https://youtu.be/dsUrVE11wFk) 저희 실험실은 현재 4명의 박사과정 대학원생과 1명의 석사과정 대학원생, 그리고 1명의 postdoc이 다양한 생물학적 샘플들의 물리학적 특성을 측정하기 위한 물리학적 이론정립, 공학적 장치 개발, 그리고 이를 활용한 분자/세포 생물학적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습니다. 보다 자세히 연구분야를 소개해 드리자면, 세포나 핵의 물리적/기계적 특징들을 찾아내고, 이러한 특성들이 개체의 생리적 현상 혹은 질병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세포나 핵의 물리학적 특성들, 특히 변형성 (deformability)은 gene expression, genome integrity, 그리고 mechanotransduction 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아가 질병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더 soft 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세포나 핵의 물리적 특성들이 어떻게 이러한 질병과 연관되어 있는지 자세한 메카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은데, 보다 효율적인 질병 진단 및 치료를 위해서는 물리적 특성들과 질병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저희 실험실은 현재 다음과 같은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2.1 암세포의 변형성이 스트레스에 의한 암 전이 촉진에 끼치는 영향 연구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스트레스가 암 전이에 끼치는 영향은 기존에 연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암환자는 암의 전이가 더 잘 일어난다고 보고되어 있는데, 그 메카니즘에 관해서는 계속 연구가 진행중인 상황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 혹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이러한 내분비계 신호전달에 의해서 암세포 및 주변 조직들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 결과 면역세포, 혈관계, 그리고 extracellular matrix (ECM) 등에서 변화가 생기고, 이는 주로 암세포의 전이를 돕는쪽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tumor microenvironment에 끼치는 영향 외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암세포에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 특히 암세포의 물리학적 특성에 어떠한 변화를 유발하는지는 전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암세포의 변형성이 암세포의 전이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요소중 하나이므로, 저희 실험실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암세포의 변형성 및 전이성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유방암을 모델로 하여 in vitro 및 in vivo 분자/세포 생물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Figure 1. 암 전이 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물리적 요소들을 보여주는 그림. 여러 단계들 중에서 특히 individual tumor cell의 deformability와 cytoskeletal network 변화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Clin Transl Immunology. 2016 May 13;5(5):e78.)    2.2 암세포의 변형된 물리학적 특성들에 관한 연구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유전적으로 크게 변형되어 있습니다 (oncogene 및 tumor suppressor gene들의 변화). 또한 암세포의 대사 (metabolism) 또한 정상세포와는 다르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물리학적 특성들도 달라져 있습니다 (세포나 핵의 크기, 변형성 등). 저희 실험실에서는 암세포에서 변형되어 있는 저러한 물리적 특성들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중입니다. 현재는 주로 이자암 (pancreatic cancer)를 모델로 하여 암의 진행에 따른 암세포의 물리적 특성 변화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는 궁극적으로 암의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Figure 2. 실험실에서 자체 개발하여 사용중인parallel microfiltration (PMF) 장치 (A) 및 원리 (B)를 보여주는 모식도. 공기로 압력을 가하면서 세포를 자신의 크기보다 작은 pore의 membrane을 지나가게 함으로써 상대적인 세포의 변형성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Stiff한 세포일수록 pore를 잘 통과하지 못하고, soft한 세포는 같은 조건하에서 pore를 잘 통과하므로, 최종적으로 남겨진 세포 및 media의 무게를 측정하므로써, 동시에 여러 샘플의 변형성을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Sci Rep. 2015 Dec 2;5:17595.)    2.3 세포의 물리/기계적 특성을 기반으로 한High-throughput screening 기술 개발 일반적으로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더 soft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chemotherapeutic drug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면 암세포가 다시 stiff 해진다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암세포의 물리/기계적 특성을 활용하여 효과적인chemotherapeutic drug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수행중입니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device 개발은 물론이고, 효율적인 데이타 분석을 위한 software적인 개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Figure 3. 그림과 같은 microfluidic device를 제작하고, 이미 물리적 특성이 잘 알려져 있는 gel particle을 이용하여 각 device마다 transit time을 calibration 시킬 수 있습니다. 그 후, 물리적 특성이 알려지지 않은 샘플, 즉 세포의 transit time을 측정함으로써 미지의 샘플이 갖는 물리적 특성값들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됩니다. Transit time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high-speed camera와 같은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image analysis를 위한 Matlab coding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기술도 필요한데, 모두 저희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구현해 내고 있습니다 . (Lab Chip. 2016 Aug 16;16(17):3330-9.)    2.4 줄기세포 분화 과정에 따른 세포내 핵의 모양 변화 연구 줄기세포가 분화함에 따라 핵의 모양에도 변화가 있음이 이미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막을 구성하는 단백질들이 역동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러한 핵의 물리적 변화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유래하는지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중입니다. 관련된 내용은 다음 동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BhAP6IfykEQ   UCLA에 잘 갖춰진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며 실험실 구성원들은 각 자 자신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실험실이 그러하듯,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일을 하고 있으며, 실험실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구성원들끼리 가깝게 지내며 각자의 학업/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행복한 실험실입니다. 매주 1회 있는 전체 그룹 미팅 외에도, 언제든지 교수님과 1:1 미팅을 통해 프로젝트 진행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학부생들의 끊임없는 관심 덕분에 항상 학부생 연구원들이 실험실에서 postdoc과 대학원생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는 곧 research mentoring 경력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지도교수님이 postdoc및 대학원생들의 학회참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국제학회에 자주 참석할 수 있는 것도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저희 실험실이 위치하고 있는 Terasaki Life Science Building 은 2010년에 완공된 새 건물이어서 매우 쾌적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Figure 4. 왼쪽에서 세번째가 Dr. Amy Rowat 이고, 필자(김태형)가 바로 옆에서 포스터를 들고 서있습니다. 2016년 여름동안 research에 참여했던 UCSD의 Amgen Scholar, Kevin 학생의 포스터를 들고 기념촬영. (2016년 8월)   저희 실험실은 UCLA 캠퍼스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Terasaki Life Science Building 1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캠퍼스 맵 참조). 저희 실험실에 관심있으신 대학원생/postdoc 분들은 Dr. Rowat 혹은 저에게 이메일로 문의 주시면 됩니다.   Figure 5. UCLA 캠퍼스 지도. 빨간색으로 표시된 건물이 Terasaki Life Science Building.   ■ 주소  : Terasaki Life Sciences Building #1140             610 Charles E Young Dr. East, Los Angeles, CA 90095 ■ 전화  : +1 310-825-4076 ■ 이메일  : Amy Rowat : rowat@ucla.edu                김태형 : bioholic@gmail.com ■ 홈페이지 : https://www.ibp.ucla.edu/research/rowat/RowatLab.html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