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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케임브리지 대학교
한남식 (nhan)[ (상)케임브리지 전경 (중)King’s College Cambridge (하)St John’s College Cambridge ] ※출처:Cambridge University Website University of Cambridge 케임브리지대학교는 1209년 영국 케임브리지에 세워진 종합대학교 입니다. 8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아이작 뉴턴 경으로 시작하여 “종의 기원”의 저자인 찰스 다윈과 “방사능의 법칙”을 만든 어네스트 러더포드와 같은 과학계의 큰 획을 그은 과학자들이 공부했던 학교이기도 합니다. 최근에 영화로도 개봉된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주인공으로 독일군 암호체계인 “Enigma”를 해독한 천재 수학자 알란 튜닝 역시 케임브리지 출신입니다. 또 다른 영화인 “Theory of everything (국문제목: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주인공이며 “블랙홀” 이론으로 잘 알려진 스티븐 호킹 경은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러한 분들 외에도 일일이 소개하기가 힘들 정도로 매우 훌륭한 업적을 남긴 분들을 많이 배출하였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분들의 설명을 첨부하였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현재까지 9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여 단일 기관으로서는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격년에 최소 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각종 세계대학평가에서도 Top5 안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대학교 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Cambridge Momentum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구성하는 주요 주춧돌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는데 바로 Colleges, Departments 그리고 Institutes 입니다. Colleges와 Departments는 800년 전부터 대학교의 근간이 되었다면 Institutes는 근대에 들어와 주요 구성요소로 부상하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현재의 구성을 보면 총 31개의 College들이 있고5개 단과대학 아래 100여개가 넘는Department들이 있으며 15개가 넘는 Institute들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실 부분이 바로 케임브리지대학교의 Colleges라는 것입니다. 국내 뿐 아니라 영국의 아주 오래된 학교들인 케임브리지대학교와 옥스포드대학교 (둘을 묶어서 옥스브리지 Oxbridge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와 같은 영국계 아주 오래된 학교들을 제외한 전세계의 다른 대학교들에서는 “단과대학”의 의미로 사용됩니다. 가령 공과대학을 College of Engineering이라고 하듯이. 하지만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는 Colleges는 단과대학이 아니고 “기숙사”와 같은 개념입니다. 즉, Colleges는 학생들의 “생활”을 책임진다면, Departments는 “학업”을 책임지는 식이지요. 그래서Colleges에 가면 각기 다른 학과에 소속된 동급생들과 함께 먹고 자고 하면서 폭 넓은 교우관계를 통해 자기 분야 외의 인맥도 만들 뿐 아니라 지식도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보셨을 “해리포터” 소설/영화에서 나오는 네 개의 House들 (그리핀도르, 슬레더린 등)을 College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점은 해리포터에서도 그렇지만 케임브리지대학교 안에서도 각Colleges간 선의의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그래서 매년 각Colleges들의 랭킹이 발표되곤 합니다. 31개 Colleges 중 이번 포토에세이에서는 제일 처음 생긴 Peterhouse College부터 시작하여 가장 잘 알려진 King’s, Trinity, St John’s 삼총사와 함께 Pembroke과 Corpus Christi, 그리고 그 후에 800년 역사의 중간 즈음에 유일하게 설립된 Downing College (영국 총리 관저인 다우닝 10번지의 그 다우닝 맞습니다) 와 근래 들어 설립된 몇 개 안 되는 Colleges 중 하나인 Homerton을 사진과 함께 소개 드리려 합니다. [ 케임브리지 최초로 설립된 College ] [ Front Court 에서 바라본 Fellow들을 위한 Gibbs Building과 King’s Chapel ] [ Back Lawn 에서 바라본Gibbs Building과 Chapel / 참고로Gibbs Building의 건축가 역시 케임브리지 출신으로 훗날 미국 대통령관저인 백악관을 건축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두 건물이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College 정문 게이트와 그 옆에 위치한 Isaac Newton경이 만유인력을 발견했다는 사과나무 (키 큰 나무와 맨 우측에 있는 Chapel사이에 보이는 키가 매우 작은 나무) ] [ New Court - 이름은 “새로운” 코트 이지만 무려1831 지어진 건물. 19세기 풍 네오고딕 양식을 하고 있어 케임브리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임. ] [ New Court 앞 정원 ] [ (좌)Second Court 두번째로 지어진 기숙사 건물로 영화 “Theory of everything”에서 스티븐 호킹의 기숙사로 자주 등장하기도 함 / (우) College Library ] [ The Bridge of Sighs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탄식의 다리”와 닮아서 유명 ] [ (좌)The Great Gate – College 정문 게이트 / (우) Chapel 내부 ] [ (좌) College Chapel / (중) New Court 후면은 이렇듯 Ivy 들로 뒤덮여 있다 / (우) 진정한 "New" Court ] 'Peterhouse'에 이어 두번째로 설립된 College [ Main Hall과 Chapel ] 케임브리지대학교 소속 College들 중에서 유일하게 케임브리지 지역 주민들에 의해 설립된 College [ (좌) College 정문 게이트 / (우) Chapel과 Library ] Downing 가문의 막대한 유산을 케임브리지대학에 기증함으로써 설립된 College. 800여년의 역사 중간 즈음에 설립된 데에는 Downing 가문 후손들과 케임브리지대학 간의 유산이 정말 대학교에 기증된 것인지에 대한 수 백 년에 걸친 지리한 법정 공방이 있었기 때문이라 함. 결국 법원에서 대학교에 기증된 것이 확실하다는 판결을 하여 결국 College가 수 백 년 후에 설립이 되었다고 함. [ College 본관 ] [ (좌) College Library / (우) Library 앞 가든 ] 근대에 들어 설립된 College들 중 하나인 Homerton은 지리적으로 Cambridge Biomedical Campus에 가까워서 주로 의생명과학 분야의 학생/교직원들이 많이 소속되어 있다. [ (좌) College 정문 게이트 – 근대에 설립된 것을 보여주듯 현대식 게이트 임 / (우) Main Hall과 Chapel ] Colleges들을 설명 드렸다면 이젠 Departments를 말씀 드리려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 듯이Departments는 “학업”을 담당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아침이 되면 각 Colleges에서 자신이 속한Departments가서 자신과 같은 학과 소속인 학생들과 수업도 듣고 실험이나 실습도 하고 합니다. Department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학과”의 개념 그대로 입니다. 각 학과들은 주로 학문분야 별로 모여 있습니다. 가령 아래 보여드리는 학과들은 모두 생명과학분야를 공부하는 학과들로 시내 중심에 위치한 Downing Site에 함께 있습니다. Downing Site바로 옆에는 앞서 보신 Colleges중 하나인 Downing College가 있습니다. 인문사회과학분야 학과들의 경우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Sidgwick Site에 주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실 거리가 좀 된다 하더라 한들, 케임브리지가 워낙 작아 거리가 좀 떨어져 있다 해도 차량으로 5분이면 갑니다. 한편 공학관련 학과들은 최근 대규모로 개발되고 있는 케임브리지 북서쪽에 위치한West Cambridge Site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좌.상) Department of Pathology / (우.상) Department of Biochemistry / (좌.하) Department of Genetics / (우.하) Department of Plant Science ] [ Mill Lane Lecture Theatres / 각 학과 구분없이 대규모 강의장이 필요한 경우 강의 또는 필기시험 장소로 사용됨 ] 자, 그렇다면 이제 하나 남은 Institutes는 과연 뭘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전통적으로 근간을 이루고 있는 Colleges나 Departments와는 달리 훨씬 나중에 주요 주춧돌로 자리매김 했는데요. 이것은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학문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온 산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즉, 아주 오래 전에는 신학이나 철학과 같은 학문의 분야 외에는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가 수학이나 물리학, 그리고 인문학에서는 법학과 같은 학문이 생겨나다가 그 외의 다양한 학문 분야가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학문 분야들은 어찌 보면 우리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경계들에 의해 그 학문분야가 정해진 것인데요. 최근 들어 “융합”학문이란 말들을 많이 하고 있고, 이를 통해서 더 새로운 많은 것들을 연구하고 밝혀낼 수 있다고들 합니다. 즉 우리들이 인위적으로 나누었던 각 학문분야를 다시 합쳐야만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인데요. 케임브리지에서는 이미 19세기 말경인1874년에 이러한 “융합”이 실제로 가능할 수 있게 해준 Cavendish Laboratory 라는 그 당시에는 일종의 신개념 학문연구소를 만들었습니다. 비록 물리학과 소속으로 설립되었고, 보다 실질적인 과학교육과 연구가 가능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결국에는 각 학문 영역에 구분 없이 풀어내고자 하는 자연법칙이나 궁금증을 마음껏 탐구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게 됩니다. 모토인 'Magna opera Domini exquisita in omnes voluntates ejus' (신의 창조물들은 모두 위대하다. 그러므로 그들의 신비를 풀어내는 것 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를 보면 더욱 확연히 설립 배경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덕에 이Cavendish Laboratory에서는 물리학 뿐 아니라 DNA이중구조 발견과 같은 생물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발견들을 이끌어내며 단일연구소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고 중요한 발견들을 이루어 내게 됩니다. 그 산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게 해준 일등공신이기도 합니다. 이러한Cavendish Laboratory 에서 시작하여 꼭 “융합”을 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자 다양한 Institutes들이 만들어 졌습니다. 사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Gurdon Institute도 이중 하나로 이곳에 있는 교수들이나 연구원들은 학생들의 “학업” 또는 “생활”을 지도하거나 하지 않고 오롯이 “연구”에만 집중 하여 많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 결과 분자생물학 관련 연구소 중에서 논문 피인용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연구소의 이름을 딴 John Gurdon 경(83세로 아직도 연구소 안에 본인의 연구 그룹을 가지고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음)이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 Gurdon Institute 의생명과학분야 학과들이 모여있는 Downing Site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다. ] [ CRUK-CI (Cancer Research UK - Cambridge Institute) Gurdon Institute의 자매연구소이기도 한 CRUK-CI는 Cambridge Biomedical Campus에 위치한 최첨단 건물에 입주해 있다. ] [ MRC-LMB (Medical Research Council - 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구조분자생물학계에서 일종의 성지와도 같은 곳으로 여겨지는 MRC-LMB역시Cambridge Biomedical Campus에 위치한 최첨단 건물에 입주해 있다. ] 정리하자면 Colleges는 “생활”, Departments는 “학업”, Institutes는 “연구”라는 각기 정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대학교가 본연의 기능을 다 하면서도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더라도 주춧돌들만 있다고 집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지요. 주춧돌 위에서 모든 것을 총괄하는 기관이 바로 University 입니다. 대학본부에서는 앞서 소개 드린 세 주춧돌들을 잘 화합 시키고 긴밀히 협조하며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잘 리드를 합니다. 그와 아울러 앞서 말씀드린 본교 학생들이나 교직원들만을 위하지 않고 일반 대중들에게도 다양한 배움의 기회와 지식들을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박물관/미술관들을 운영하거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출판 기관 중 하나인 Cambridge University Press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 Senate House 입학도 매우 어렵지만 졸업은 더욱 더 어려운 영국식 대학교육에서 졸업식은 매우 의미 깊은 행사라 하겠다. 졸업식의 백미인 “빛나는” 졸업장이 수여되는 장소는 바로 이곳! ] [ (좌) Fitzwilliam Museum 미술품과 고대 유물들이 주로 전시됨 / (우) Sedgwick Museum 자연사 박물관 ] 또한 케임브리지대학병원인Addenbrooke's Hospital을 운영하며 의생명과학분야 교육/연구 뿐 아니라 최고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케임브리지대학병원 사이트를 확장/개편하여Cambridge Biomedical Campus를 새로 조성함으로써 유럽의 Biomedical Hub 를 만들기 위한 영국정부와 케임브리지시 및 케임브리지대학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 연구소들 뿐 아니라AstraZeneca와 같은 글로벌 제약회사들 및 병원들 역시 새로 입주하게 될 예정으로, 그 덕에 현재 병원 주변은 대규모 건설현장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 Addenbrooke's Hospital - Cambridge Biomedical Campus는 공사중 ] 케임브리지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이런 작은 마을에 800년 전에 Peterhouse College와 같은 몇몇 Colleges가 생기기 시작하며 대학교가 점점 커져서 이젠 대학교 안에 도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도시 안에 대학교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는 “Town and Gown”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케임브리지에 원래 정착해 살던 사람들과 대학교에 속한 사람들 간의 마찰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Town은 말 그대로 동네(Town)에 살던 원주민들을, Gown은 학사모에 검은 가운(Gown)을 입은 대학교 소속 사람들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오래된 이야기고 이제는 대학교가 거의 마을 전체를 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사실 지도를 펴고 보면 중심지역 대부분의 땅과 건물은 모두 대학교 소유로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상업용 (일반 식당, 가게 등등) 건물들도 대부분 College 들이 건물주로 대여를 해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아주 맛있는 Chelsea Bun을 팔아 유명한 카페Fitzbillies ] [(좌) Pembroke Street의 왼편은 가게들, 우편은 Pembroke College / (우) Trinity Street의 왼편은Gonville and Caius College, 우편은 교회와 가게들 ] [(좌)여러 College들이 밀집된 길목인 Senate House Passage / (중) Rose Crescent – 오래된 쇼핑 거리 / (우) Grand Arcade – 새로운 현대식 쇼핑 거리 ] [ 시내로 가는 중심 도로인 Regent Street과 이층버스 ] 케임브리지 중심가에는 큰 규모 공원들이 곳곳에 있어서 시민들이 휴식할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Parker's Piece는 근대 축구 규칙을 최초로 적용하여 축구경기를 한 장소로 유명합니다. [ Parker's Piece ]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곳은 바로 “Pub”입니다. 펍이라고 하면 국내의 “호프집”이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사실 그보다 더 다양(?)한 중요한 역할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늦잠을 자고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English Breakfast같은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고요. 오전에 모닝커피를 마실 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커피 혹은 영국식 차를 마시며 케익 한 조각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점심식사를 해결할 곳이 막막한 사람들 역시 다양한 메뉴의 점심식사를 보며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구요. 오후에는 영국에서 대표적 음식거리로도 소개되는 Afternoon Tea (영국식 차와 함께 다양한 샌드위치와 케익들이 제공되어 식사 대용도 됩니다)를 먹을 수도 있지요.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국내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요리하는 왠만한 메뉴의 맛있는 요리들을 먹을 수도 있고요. 시간이 더 늦어지면 앞서 말씀드린 국내 “호프집”처럼 시원한 맥주를 한잔씩 들이키며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답니다. 스위스 아미 잭나이프처럼 정말 언제든 어떤 용도로든 전천후 사용이 가능한 아주 중요한 곳이지요.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1953년 2월 28일 The Eagle이란 펍에서 당시 케번디시 랩 소속이던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이 “생명의 신비를 풀었다!”고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바로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것인데요. 이 둘은 훗날 이 공로로 노벨상을 공동수상하게 됩니다. 혹시 의아해 하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혹자는 아마도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발표를 학술 대회장이나 대학교 강당 뭐 이런 나름 갖춰진 장소가 아니고 술집인 “펍”에서 할 수 있을까 하실 겁니다. 그런데 제가 “펍”에 대해 설명 드린 것을 보셨다면 아마도 조금은 이해가 되실 지도 모르지요. 말씀 드린 대로 “펍”은 케임브리지대학교 학생/연구원/교수 등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 역시 The Eagle에서 매일같이 식사를 해결하고 저녁이 되면 맥주잔을 기울이며 풀리지 않던 “생명의 신비”에 대해 열띤 토론도 하고 했었다네요. 그러한 “취중진담” 토론 속에서 어쩌면 그 둘은 그 “신비”를 풀어 줄 어떤 단초를 찾아낸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 중대한 “발표”를 다른 곳이 아닌 바로 The Eagle 펍에서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저 혼자만의 소설을 써 봤습니다. [ 케번디시 랩 (초창기 시절)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한 “펍”인 The Eagle ] 케임브리지는 전체 주거자의 52% 이상(2011년 기준)이 일주일에 최소 한번 이상 교통수단 목적으로 자전거를 이용할 정도로 영국에서 자전거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2위인 옥스포드가 30%, 3위인 고스포트가 24% 인걸 감안하면 격차가 꽤 큰 편이지요. 이렇게 자전거 인구가 많은 데에는 아마도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도 하겠지만, 그 보다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동차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보다 여러모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일단 매우 작은 도시 (사실 도시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아주 작아서 한국으로 치면 읍/면/리 중에 아마 “면”정도에 해당하지 않을까 합니다.)에 케임브리지대학교를 비롯해 큰 업체들이 꽤 많이 소재하고 있어서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탓에 출퇴근 시에 교통정체가 심합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훨씬 빠른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중심가는 800여년 이상 된 건물들이 많다 보니 “주차”를 할 공간 자체가 없음은 물론 길 자체가 매우 좁습니다. 800년 전에 건물을 설계하고 도로를 정비하는데 “마차”정도나 염두에 두었겠지 “자동차”를 고려할 순 없었겠지요. 그래서 주차비가 살인적임은 물론 가끔은 주차가 아예 어려운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여튼 이런 저런 이유에 자전거 도시로 불리고 있는데요. 그 덕에 케임브리지에는 자전거 도로가 아주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자동차 도로와 인도 사이에 꽤 넓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양방향으로 정비되어 있는 것이 보이실 겁니다. 저 역시 출퇴근을 자전거로 편도 15-20분 정도 걸려 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곤 운동한다 샘 치고 즐겁게 타고 다닐 만 합니다. [ 케임브리지 주요 자전거 도로 ] 케임브리지에 오시면 꼭 하셔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punt”라고 불리는 나룻배를 타고 하는 “punting (펀팅)”입니다. 나룻배를 타고 River Cam (켐강) 위를 유유히 떠다니며 구경하시는 건데요. 이 펀팅의 백미는 바로 각 Colleges를 관통하며 관광하시는 겁니다. 날씨만 도와준다면 펀팅 만큼 편하고 여유 있고 효과 만점인 관광법도 없을 겁니다. 물론 함정은 케임브리지는 영국에 있고, 아시다시피 영국 날씨는 변화무쌍하단 것이지요. 펀팅을 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입니다. 켐 강을 끼고 있는 Colleges는 나룻배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해당 Colleges에 소속된 친구가 있다면 아주 저렴하게 대여 가능합니다. 다른 방법은 나룻배를 대여하는 “업체”를 통하셔야 합니다. 여기에도 두가지 방식이 있는데요. 첫째는 나룻배 자체를 빌려 직접 뱃사공이 되어 긴 막대기로 나룻배를 원하는 대로 타시는 것이 있고요. 이때 대여 가능한 나룻배는 인원에 따라 작게는 4-6인용부터 크게는 12명 이상도 함께 탈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둘째는 업체의 전문 뱃사공이 몰아주는 더 큰 나룻배(아무래도 한번에 많은 관광객을 태우고 출항(?)하는 것이 영업상 이득이겠죠)를 타시고 1시간 가량 편하게 구경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 장점은 전문 뱃사공이 1시간 내내 가이드 역할을 하며 각 Colleges 설명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 Punting – King’s College의 Back Lawn의 다리 위에서 바라본 모습 ] [ (좌) Punting – 북쪽 선박장 / (우) Punting – 남쪽 선박장 ] 자, 저와 함께하신 케임브리지 어떠셨나요? 800여년의 역사와 최신 현대식 기류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인 케임브리지는 참으로 묘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으셨나요?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즈음은 방문해 보시길 적극 권장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Y BOOK
불멸의 꿈 (이달의 주자: 윤신영)
류형돈 저
소개하고픈 과학책은 많지만, 그 중 올해 나온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언론이나 주변 지인들이 별로 언급한 적이 없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은 책이에요. 표지가 눈에 띄지 않고, 최근에는 과학책 출간이 좀 뜸했던 출판사에서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읽어보니 내용이 괜찮아 이 자리에서 소개해 보려 합니다. 미국 뉴욕대 의대 류형돈 교수께서 쓰신 ‘불멸의 꿈’(이음 출판사)이라는 책입니다.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늙음(노화)이잖아요. 이 주제에 대해 세포생물학을 전공한 교수가 편안한 어투로 풀어 쓴 책입니다. 서술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최근 논의까지 성실하게 담고 있고, 이론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위기나 내부 사정이 잘 묘사돼 있어 생생한 맛도 있습니다. 저자 자신이 그 논의의 한가운데에 있기에 가능한 내용입니다. 무엇보다 관련 지식을 그냥 모아 요약해 들려주는 게 아니라, 어떻게 노화에 맞설 수 있을지 저자 나름의 입장을 취해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반가웠습니다. 늙음, 혹은 노화는 전우주적인 현상입니다. 일종의 비유로요. 세상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합니다. 그리고 그 중 후기의 현상을 늙음 혹은 노화라고 많이 표현합니다. 은하도 새 별이 많이 태어나는 활동성 은하핵을 지닌 단계를 지나면 고요하고 덜 활동적인 단계가 됩니다. 이 때를 흔히 나이가 들었다고 비유합니다. 우주는 어떻고요. 점점 팽창하다 보면 공간에 물질이 희박해지는 단계가 올 텐데, 이 때도 우주가 나이가 들어 결국 죽음을 맞는 것으로 묘사합니다. 태양도 나이가 들면 부풀어 오른 채 ‘늙은 별’이 되고, 언젠가 임종의 순간을 맞겠죠. 어떻게 보면 우주는 모두 노화하는 존재로만 가득 채워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생명체입니다. ‘생명이야말로 ‘늙음’이라는 비유의 근원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면, 생각을 고쳐야 합니다. 오히려 생물은 그런 일방향성의 노화에 저항하는 존재니까요. 예를 들어 볼까요, 미생물은 늙지 않습니다. 박테리아는 이분법을 통해 자신과 유전적으로 똑같은 개체(클론)를 끊임없이 만들어 갑니다. 이 방식으로 분열하는 미생물에게 우리가 아는 노화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식물은 어떨까요. 식물은 잎이 피고 꽃이 만개했다 시들고 열매 맺은 채 시듭니다. 분명 노화 개념이 있지만, 이 노화는 우리가 아는 노화와 달라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식의 순환을 합니다. 이는 땅에 붙박이로 자랄 수밖에 없는 식물이 진화시킨 나름의 생존 전략입니다. 생체 여러 기관이 마모돼 그 결과 죽음을 향해 서서히 나아간다는 의미의 노화가 아닙니다. 이는 오직 사람 같은 동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지요. 노화에는 여러 이유와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바로 이 노화의 기작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연 한 가지겠죠. 최대한 늦춰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요. 저자는 그 중 섭생 방법을 바꾸는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먹을 것을 잘 조절하면 좀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명한 실험 중 이런 게 있죠. 쥐에게 주는 식사의 양을 조절해서 수명과 건강상태를 비교하는 실험입니다. 1930년대 미국 코넬대 클라이브 맥케이 박사가 한 실험 결과입니다. 적게 먹은 쥐가 양껏 먹은 쥐보다 수명이 길었다는 실험입니다. 한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이 실험은 1980년대 들어 이 실험 결과를 지지하는 또다른 연구 결과가 나오며 주목 받습니다. 동물 실험은 물론, 생태계 고립실험 ‘바이오스피어2’ 실험 참가자들의 체중과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를 비교한 연구도 모두 ‘먹는 칼로리를 줄이면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말해줬습니다. 저자는 단백질 섭취 부분에 주목합니다. 단백질 섭취를 줄이면 어떤 단백질은 기능이 활성화하고, 반대로 어떤 단백질은 기능이 떨어져서 세포를 스트레스(굶주림)에 대비하게 만든다는 것이지요. 어떤 단백질은 나이가 들면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문제도 단백질 섭취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단백질 섭취량과 노화, 수명 사이의 관계는 저자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기도 합니다. 현장 과학자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생생합니다. 이 책은 인류가 노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 아닙니다. 노화 연구의 현장에 있고, 그 중 아주 세밀한 어떤 부분을 갱신해 나가는 한 과학자가, 역시 그런 갱신을 통해 노화라는 큰 분야를 그려나가는 다른 과학자들의 성과를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입니다. 연구 현장에 계신 과학자들이 이런 책을 종종 쓰시면 좋겠습니다. 성과 위주로만 소개되는, 영웅 서사를 닮은 글이 과학 글의 전형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과학은 논쟁과 토론, 갱신을 통해 수시로 정설이 바뀌어 가는 역동적인 분야니까요. 제가 다음 주자로 꼽고 싶은 분은 이상희 미국 UC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입니다. 이 교수는 고인류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국내 첫 학자로, 현생인류는 물론 다른 친척 인류와 영장류의 진화를 연구하고 계세요. 우리 자신의 ‘기원’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최근 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가장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답을 주실 수 있는 분이죠. 최근 기고와 강연 등을 통해 대중과 활발히 만나고 계시기도 해요. 2015년 발간한 책 ‘인류의 기원’(저도 출간에 한 발 얹은 책이긴 합니다)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