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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의 도시, 맨체스터에서의 박사과정 생활

    김동현 (shark118)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노팅험 대학교 약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김동현입니다. 제가 이전에 작성하였던 노팅험 대학교에 관한 포토에세이 말미에 "기회가 된다면 제가 박사학위를 받은 맨체스터 대학교에 대하여도 말씀드리고 싶다"고 언급하였는데 이렇게 기회가 다시 왔네요. 맨체스터 대학교 (University of Manchester)는 노팅험 대학교와 마찬가지로 러셀 그룹 (Russell group)에 속한 연구중심 대학으로 잉글랜드의 북서부에 위치한 종합대학교입니다. 1824년에 설립된 이 대학교는 핵물리학 및 컴퓨터의 고향으로 불리우며,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Alan Turing이 인공지능 분야를 개척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현재까지 25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거쳐간 역사 깊은 대학교이기도 합니다. 맨체스터 대학교는 한국 대학교들과는 달리 한 울타리안에 캠퍼스가 있는 것이 아닌 맨체스터 시내 주변에 도로를 따라 여러 대학 건물들이 있는 형태입니다. [ 옥스포드 로드에 위치한 맨체스터 대학 본관 ] [ 맨체스터 대학 캠퍼스 전경 ] [ North Campus에 위치한 Sackville Street Building ] [ 맨체스터 대학 건물들이 위치한 거리 전경 ] 제가 박사과정으로 맨체스터 대학에 있을 때, North Campus에 위치한 Manchester Institute of Biotechnology (MIB)에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박사 논문은 최신 대사체학 기술을 이용하여 인간의 건강 및 질병을 연구하는 주제였으며, 상세 연구 분야는 자궁 경부암 세포를 이용하여 현재 HIV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물의 자궁 경부암 치료 가능성을 조사하는 일이었습니다. 굉장히 흥미있는 주제였고, 현재 제 박사논문에 사용되었던 약물은 임상 실험 중에 있습니다. [ 박사과정 연구의 시초가 되었던 BBC 뉴스 기사 ]   [ MIB건물 전경|사진 출처: University of Manchester 웹사이트 ]   [ MIB건물 내부 전경 ]   [ 맨체스터 대학 졸업식 ] 맨체스터 대학교가 있는 맨체스터시는 잉글랜드 북서부에 위치한 인구 약 50만명의 도시이지만 주변의 여러 도시들 (볼튼, 위건등)을 통합한 Greater Manchester는 인구 270만의 대도시입니다. 잉글랜드 내에서는 북쪽에 위치해 있지만 전체 영연방으로 봤을 때는 중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위로는 스코틀랜드, 아래로는 런던으로 여행하기에 좋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맨체스터는 대도시이기 때문에 시내에는 쇼핑 센터, 공연장 및 여러 편의시설들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듭니다. [ 맨체스터 시내 전경 ]   [ 크리스마스 시즌의 맨체스터 시청 ]   [ 맨체스터 일반 주거지 전경 ] 맨체스터에는 대도시의 규모를 반영해주는 영국에서 손꼽히는 쇼핑몰인 트래포드 센터 (Trafford Centre)가 있습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상점들이 입점해 있으며 그 외에도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여러 행사와 공연들이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 트래포드 센터의 외부 전경|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   [ 트래포드 센터의 내부 전경 ] 솔직히 많은 분들이 이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셨을 텐데요. 바로 축구 이야기 입니다.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맨체스터시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고지 입니다(제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 팬들께는 죄송스럽지만 맨유의 이야기만을 하겠습니다). 솔직히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대한 정보를 저보다 훨씬 더 자세히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맨체스터에서는 축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기 때문에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삼삼오오 펍에 모여 축구 중계를 다같이 응원하며 관람합니다. 저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구장에 경기 관람을 위해 간적이 있는데 경기가 있는 날은 사고를 방지하고 교통의 원할한 흐름을 위하여 경기장의 몇 정거장 전부터 모든 버스 정류장을 임시로 닫습니다. [ 올드 트래포드 구장의 외부 전경 ]   [ 경기를 기대하며 버스 정류장의 임시 철거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구장으로 향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 ]   [ 1958년 2월 6일 뮌휀 비행기 참사로 잃은 23명의 선수들을 추모하는 상징물 ]   [ 1968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영국 축구 클럽 최초로 유로피언 컵 우승을 하는데 큰 공을 세운 트리오, Bobby Charlton, George Best, Denis Law를 기리기 위한 동상 ]   [ 올드 트래포드 구장의 내부 전경 (흥미롭게도 올드 트래포드 구장은 전통을 지키기 위해 비디오 스크린을 설치하지 않고 아날로그식 전광판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 제가 맨체스터에서 박사과정을 하던 2006-2010년에는 운좋게도 박지성 선수가 큰 활약을 했던 시기여서 가슴 뿌듯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폴 스콜스, 라이언 긱스, 게리 네빌등의 슈퍼스타들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있던 시기여서 정말 행복한(?) 박사과정 생활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번은, 세포 배양 일을 하던 St. Mary 병원에서 게리 네빌 선수와 마주쳤었는데 함께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참 아쉽네요. [ 올드 트래포드 구장내 전경 (당시에는 박지성 선수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   [ 2008-2009시즌 에버튼과의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 ]   [ 2008-2009시즌 에버튼과의 경기 ] 위 사진의 에버튼과의 경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 결승골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이 승리를 거두었고,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2008-2009년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하였습니다. 그 당시의 맨유는 지금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였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다시 맨체스터 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잠깐 돌아가자면, 제가 박사과정을 위하여 처음 도착한 곳이 맨체스터였고, 4년 동안의 첫 외국 생활을 한 곳이기 때문에 이 도시를 생각하면 여러 감정들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아직도 박사과정을 같이 한 친한 동기들이 있는 도시이기에 항상 그리운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하이드(Hyde, Cheshire)라고 하는 맨체스터 시내에서 차로 약 30분 정도 떨어진 한적한 마을에서 살았었는데, 가족과의 행복한 순간들이 있는, 저에게는 둘도 없는 행복한 추억을 간직한 곳입니다. [ 하이드의 한적한 마을의 전경 ]     [ 폭설이 내렸던 2010년 하이드 마을 전경 (눈이 오면 항상 딸을 썰매에 태우고 마을을 돌아다니던 행복한 기억이 있습니다) ] 현재는 노팅험에서 자리를 잡고 생활하고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저에게 맨체스터는 항상 마음의 고향과 같은,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도시 입니다. 비록 산업 기반 도시여서 역사 깊은 도시와 같은 유물들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전통있는 축구 클럽을 가진 도시, 영국 최대의 쇼핑몰을 가진 도시, 생명력 넘치고 풍부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도시 맨체스터"는 유럽 여행시 꼭 추천드리고 싶은 장소입니다. 이번 포토에세이에서는 맨체스터에서의 박사과정 생활을 말씀드려보았는데, 모두들 즐겁게 감상하셨기를 바랍니다. 그럼 모두 건승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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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체파리의 비법 (이달의 주자:정준호)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저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체체파리의 비법』이라는 책입니다. 이름부터 독특하지요. 장르는 SF입니다. 한국에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과거의 SF에 등장했던 ‘공상’들 중 얼마나 많은 것들이 현실이 되었는지, 또 지금의 과학 이론과 개념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마냥 공상으로 치부할 수도 없는 장르가 ’과학 소설’인 SF입니다. 체체파리의 비법은 그 중에서 특히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과학, 그리고 소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회 문제를 얼마나 날카롭게 통찰하고 우리에게 비춰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1970년대 미국에는 나선파리라는 기생형 파리가 있었습니다. 척추동물의 피하에 산란하고, 애벌레는 숙주의 살을 파먹으며 자라나는 파리였지요. 나선파리 감염 때문에 주변에 감염이 일어나 가축들이 죽기도 하고, 체중이 줄거나 가죽에 상처가 나서 상품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때문에 나선파리는 목축이 중요한 산업인 미국 남부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었지요. 그 때 등장한 기술이 바로 불임충 방사법(sterile insect technique)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지카 바이러스 유행 때문에 모기 개체수 조절에 쓰기도 하지요.  불임충방사법은 사육장에서 키운 수백만마리의 나선파리(혹은 기타 곤충) 수컷을 방사선에 노출시켜 불임으로 만든 다음 자연상태에 방사하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일명 씨 없는 수박을 만드는 셈이죠. 나선파리는 일생 동안 한번만 짝짓기를 하고, 이후 저장한 정자를 통해 계속 수정란을 산란하기 때문에, 처음 짝짓기에 불임 수컷과 정상 암컷이 짝짓기를 하게 되면 무정란만을 산란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이지요. 하지만 일단 다량의 곤충을 사육장에서 키워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매주 사육장에서 5,000만 마리에 달하는 불임 파리를 생산했고, 결국 1966년 나선파리 박멸에 성공합니다. 이 모델은 나선파리가 유행하는 다른 중남미 지역으로도 수출되었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일생 동안 짝짓기를 한번만 하는 체체파리(수면병의 매개체)도 같은 방법으로 방제하고 있습니다.  『체체파리의 비법』은 이런 배경에서 출발합니다. 만약 똑같은 일이 사람에게도 일어난다면? 남성들이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여성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면? 사교 집단이 등장해 여성들에 대한 인종 청소를 정당화한다면? 그리고 극단적인 폭력으로 한 쪽 성이 사라진 세상은 어떻게 될까? 작가는 SF적 상상력을 통해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극대화된 사회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이, 그 뿌리에 정교한 논리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무지가 놓여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이 34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단편 속에는 숨막히는 반전도 숨어 있지요.  2016년 현재 한국에서 젠더 문제는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낮은 여성 연구자 비율, 연구 주제에서 여성의 문제가 낮게 대변되는 문제, 기존 실험 모델의 남성 편향성들’이 조금씩 언급되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젠더 문제는 사회문화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젠더 문제는 분명 과학기술 분야 속에도 존재합니다. 또 현대 사회에서 사회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학기술은, 역으로 젠더 문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특정 약품을 통해 직접 성 정체성을 결정할 수 있다거나, 혹은 체체파리의 비법에서 그리고 있는 것처럼 특정 성이 ‘멸종’당하는 미래가 등장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세계, 그리고 과학기술계에 30여년 전 쓰여진 SF는 많은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걸까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다음 주자는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의 최강신 교수님입니다. 이론물리학을 전공하시고 <빛보다 느린 세상 - 수식없이 이해하는 상대성이론>을 쓰시기도 했습니다. 스크랜튼학부는 자유전공 학부로 과학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토론과 글쓰기를 진행하는 곳으로, 다른 과학 기술 분야의 학생들과 연구자분들께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실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바통을 넘겨 드립니다. 자세히 보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소위 말하는 정체성입니다. 정체성은 손익은 물론이고 선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해본 정체성의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별-나이-가족-국가-언어-직업-종교 순입니다. 아마도 신앙생활에 열심인 사람은 종교가 맨 앞에, 일에 몰두하는 사람은 직업이 좀 더 앞으로 순위가 바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리고 나이가 제일 중요한 정체성이 아닌가 합니다. 남녀의 정체성 속에는 결혼유무가 포함될 것이고, 나이에는 시대에 따른 사고방식이 들어있습니다. 화성에서 왔다는 남자들과 금성이 고향이라는 여자들은 결혼 후 2년정도 지나면 서로가 다른 별 출신인 것을 매일 확인합니다. 한편, 이집트 돌비석을 해독해봐도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문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세대간의 불통은 동서고금을 관통합니다. 일전에 한창 인기 있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는 직업에 대한 정체성의 선언입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가지 정체성을 밖으로 들어낸다고 별다른 인센티브가 없어 부지불식간에 은연중 작동할 뿐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자주 보이며, 드러내면 인센티브가 분명한 정체성이 ‘국가와 민족’입니다. 식민통치를 거쳤고 남북분단과 전쟁을 치룬 한반도에서 특히 강렬한 외연적 정체성이 국가입니다. 국수주의자들에게 균형을 잡아주기도 어려운 것은 인센티브 때문일 것입니다. 성별과 나이에 따른 정체성을 아무리 부르짖어도 특별한 이익이 생기지 않습니다만, 국가와 종교에 대한 충성은 부르짖으면 상이 따릅니다. 그런 사람들은 권력이나 인기와 돈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애국이나 ‘믿습니다!’를 크게 외치는 사람들 중 진정한 애국자나 신앙인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남들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까지 세뇌시켜 국수주의자와 광신도가 됩니다. “과학에는 조국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조국이 있다.”는 말을 황우석 교수가 한 적이 있지만, 원래는 프랑스가 독일제국에 점령당한 때에 독일에 협력을 거부한 파스퇴르(Pasteur: 1822-1895)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단편소설과 시대가 동일한1870년 보불전쟁 당시입니다. 파리코뮌이 결성되었고 독일제국의 황제 빌헬름 1세가 베르사이유 궁전 ‘거울의 방’에서 대관식을 치른, 아주 복잡한 시대였습니다. ‘마지막 수업’은 필자가 고등학교 다닐 때 영어교과서에 나왔는데, 놀랍게도 일본교과서에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 훌륭한 이야기를 정작 프랑스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한 20명쯤 물어봤는데, 그들이 한결 같이 도데의 다른 작품들에는 친숙했지만, 마지막 수업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유럽통합을 거치면서 국가간 적개심을 유발할만한 내용들은 교육과정에서 배제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교토의정서에서 파리협약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는 국경을 넘어 세계인이 같이 일해야 할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 것만 팔고 너네 것은 안산다는 논리로 무역을 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환경상 정도가 지나칠 수 밖에 없는 한국에서의 국수주의라는 벽을 이제부터는 조금씩 헐어내야 할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우리의 역량은 그 정도의 자신감과 포용력을 가져도 될 시대입니다. 그런데 지식인들은 극우파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운 지, 이 문제에 너무 소극적입니다. 신은 그들만의 편이라는 유대교 신앙을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얼마나 유치한 일인가요? 우리는 어느 국가에 속하기 이전에 지구인입니다. 앞에서 말한 모든 화성인과 금성인도 이미 귀화한 지 오래된 지구인입니다. 물론 세계시민주의가 지나치면 무정부주의와 통하여 무질서한 세상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느 것에나 균형이 필요한 법이죠. 그래서 필자는 여권 없는 세상까지 꿈꾸지는 않고, 여권은 소지하되 비자는 필요 없는 세상을 지지합니다. 다소 황당한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기우’라고 할만한 엉뚱한 고민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만약 혜성 하나가 지구로 접근해오고 있고, 그 궤적으로 볼 때 3년 후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50% 이상이라는 정보를 우리가 알게 되었을 때, 지구인들은 국가간에 효율적으로 협력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아마 확률을 다시 계산해보고, 충돌 장소가 자기 나라에서 가까울 지 멀 지를 계산하느라, 그리고 누가 얼마를 내며, 누가 헤게모니를 쥘 지 갑론을박하느라 최소한 1년은 보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환경-에너지와 생명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혜성충돌과 유사한 상황이 앞으로 자주 생길 것입니다. 겨우 지구 무게의 백분의 일만한 혜성의 충돌에도 우리는 아마 다 사라질 것입니다. 현충일을 맞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많은 분들을 생각해보는 시절입니다. 호국영령들이 궁극적으로 지켜야 했던 것은 우리도 마땅히 지구인으로서 누려야 할 자유와 평화였기에, 목숨까지 내어준 그분들은 애국자이면서 동시에 진정한 지구인이요, 휴머니스트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 과학기술의 철학이 국가를 넘어 세계로 더 많이 경계를 넓힐 수 있길 바랍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을 깨우치면서 우리에게 국경이 장벽일 수 없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UNIST 환경분석화학연구실

 UNIST 환경분석화학연구실(지도교수: 최성득)은 2009년 3월 UNIST 개교와 함께 개설되었습니다. 연구실 로고에 표현된 것과 같이 다양한 환경에 존재하는(우측 지구본) 미량오염물질(좌측 벤젠고리)을 질량분석기술(하단 기기신호)을 기반으로 분석하여 오염물질의 다매체 환경거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도교수의 전공이 지구과학(학부)과 환경분석(석박사)이므로, 본 연구실의 연구주제는 대부분 분석화학과 지구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기, 토양, 수질, 퇴적물, 식품 등 모든 매체를 다루고 있으므로, 환경부, 미래부, 교육부, 해수부, 식약처, 농림부, 국민안전처 등 다부처 과제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박사 1명, 석사 4명, 포닥 2명을 배출했고, 모든 졸업생이 전공을 살려 관련 정부기관과 기업연구소에 취업했습니다. 현재는 박사과정 4명, 석사과정 4명, 학사과정 2명, 연구원 2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구성원의 전공은 대부분 환경공학, 화학공학, 화학 등이며, 모든 학생들이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미량오염물질 분석과 환경모델링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환경모니터링/모델링 연구를 수행 중에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분석장비를 활용하여 미량독성물질(잔류성유기오염물질, 휘발성유기오염물질, 중금속)을 분석합니다. 이러한 분석자료에 대한 통계처리와 모델링 결과를 종합하여 오염물질의 환경거동(배출, 이동, 확산, 축적, 제거)을 파악하고 관리방안을 제안하는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합니다.   (1) 잔류성유기오염물질 다매체 모니터링/모델링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은 다이옥신류, 유기염소계 농약류, 브롬화 난연제 등을 포함하는 물질로서 환경매체에서 오래 잔류하고 장거리 이동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청정한 지역이라도 지구상에서 POPs로 오염되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POPs는 먹이 사슬을 통해 인체에 유입되므로 태아 시절부터 평생 POPs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POPs의 환경거동을 파악하기 위해 다매체 시료를 채취하고 고분해능 질량분석기(HRMS)와 액체크로마토그래프 질량분석기(LC/MS/MS) 등을 이용하여 극미량 분석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기기분석뿐만 아니라 다매체 환경거동모델과 통계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환경거동을 통합적으로 연구합니다.   • 관련연구과제: 식품 중 다이옥신, PCBs 안전관리 연구(식약처), 신규 POPs 다매체 통합노출평가 및 대체물질 모니터링 기술개발(환경부), POPs 측정망 신규 POPs 분석(환경부), 잔류성유기오염물질 모니터링을 위한 다목적 수동대기채취기 개발 및 응용(교육부) [잔류성유기오염물질의 다매체 환경거동]   (2) 공단지역 화학사고대응    구미 불산사고와 중국 텐진항 폭발사고 발생 후, 화학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특히, 대규모국가산업단지가 노후화되고 화학물질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화학사고의 가능성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화학물질안전원을 중심으로 화학사고에 대한 사전대비와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있지만, 지역특성에 적합한 화학사고 시나리오 작성과 화학사고 시 구체적인 주민 대피경로 제시 등은 미흡합니다. 본 연구실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대기모니터링, 대기확산모델링, 지리정보시스템(GIS) 자료를 확보하여, 산업단지 특성을 고려한 화학사고 가능 물질, 화학사고 피해 예상 지역을 추정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화학사고는 육상에 국한되지 않으므로, 해양화학사고에 대한 대응장비 개발연구도 수행 중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드론에 시료채취장비와 센서를 장착하여 사고 발생 시 효과적으로 화학물질을 탐지하고 초동대응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관련연구과제: HNS 유출사고 현장 대응기술 및 장비개발(국민안전처), 화학 및 화학재난 감시 긴급대응 기술 및 장비 개발(미래부) [화학재난대응 단계별 연구내용]   (3) 중금속 모니터링    중금속은 전통적으로 환경오염물질로 알려졌으며, 다매체에 대한 모니터링이 국가차원에서 꾸준히 수행되고 있습니다. 중금속의 전처리(추출)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고, 분광학적 방법이나 질량분석법으로 미량 중금속을 검출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유도결합플라즈마 질량분석기(ICP-MS)를 이용하여 미세먼지, 토양, 수질시료에 함유된 중금속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양수산환경의 비소 오염에 대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비소는 매우 다양한 화학종으로 존재하며 독성이 강한 무기비소가 생체 대사를 거쳐 독성이 거의 없는 유기비소로 전환됩니다. 다양한 비소 화학종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ICP-MS에 고성능액체크로마토그래프(HPLC)를 연결하여 분리분석을 수행합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해양수산시료(해수, 퇴적물, 해조류, 어패류)에 대한 비소 화학종 최적 분석법을 정립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산물 섭취를 통한 비소 위해성 평가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 관련연구과제: 수산환경 내 비소화학종의 분석법 확립 및 스크리닝(해수부) [해양수산시료의 비소 화학종 모니터링]    본 연구실은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의 전형적인 연구실로서,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연구에 몰입하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미래부 산하의 과학기술원이므로 등록비는 모두 면제되며, 연구과제 참여를 통해 기숙사비, 식비,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학비에 대한 걱정 없이 본인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석사과정부터 다양한 고가장비를 사용하여 실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학생들에게 학회참석을 장려하여 거의 매년 학회발표상을 수상하고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방학 중에는 연구실 워크숍과 MT를 겸하여 학기 중 주요 연구성과와 연구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의 연구 특성 상, 학생들이 팀을 구성하여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연구실보다도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서로 도와주며 연구를 수행합니다. 매주 월요일에 전체 그룹미팅을 하여 최신 연구동향이나 연구진행사항을 논의했으나, 최근에는 연구과제와 학생 증가로 인해 팀별로 혹은 개인별로 수시로 회의를 진행합니다. 2013~2014년에는 프랑스인 두 명이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베트남 학생 두 명이 재학 중입니다. 향후, 외국인 학생을 꾸준히 입학시켜 연구실의 국제화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 주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길 50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환경분석화학연구실 ■ 전화  : 052) 217-2875 ■ Homepage  : http://home.unist.ac.kr/professor/sdchoi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