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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운대학교 연수기

    민경진 (minkj121)

     저는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에서 근무중이고, 현재 연구년을 맞아 브라운대학에 연수를 나와 있습니다. 우선 제 연수 기관 소개부터 해 드리겠습니다. 브라운대학은 아이브리그에 속하는 사립대학 중 하나로 1764년에 설립되어 2014년 개교 250주년을 맞았습니다. 아이비리그는 미국 동부에 있는 사립대학의 총칭입니다. 하버드, 예일, 코넬, 프린스턴, 콜럼비아 등이 속해 있는 것은 많이 아시지만 브라운, 다트머스, 펜실베니아 등 총8개의 학교가 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잘 모르시죠. 아이비리그라는 명칭은 이들 대학교의 역사가 오래되었기에 담쟁이덩굴이 덮인 건물이 많은데서 유래했습니다. 아이비리그의 각 대학들은 나름대로의 특성이 있는데요, 브라운대학은 아름다운 캠퍼스와 자유로운 학풍으로 유명합니다. 사철의 캠퍼스가 다 이쁘지만 저는 봄과 가을의 캠퍼스를 제일 마음에 들어합니다. 한국의 단풍도 이쁘지만 이곳 뉴잉글랜드의 단풍도 참 아름답습니다. 일교차가 클 수록 단풍이 아름답게 든다고 하는데 그 덕인 것 같네요. 가을색이 완연한 브라운 대학의 캠퍼스는 참 고풍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아이비리그의 대학들은 각 대학마다 고유의 학풍을 지니고 있는데 브라운대학은 이미 언급한 자유 분방한 학풍으로 유명합니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종교적 계율에 반발한 침례교단에 의해 처음 설립이 이루어졌기에, 초기부터 학문의 자유와 다양성을 강조해 왔고 현재까지도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학풍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입학시 결정하는 학과에 4년 동안 종속되는 한국과 달리 브라운의 학생들은 전통적인 전공분야 외에도 자신의 혼성 전공을 만들 수 있고, 지도교수와 상담하에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짜서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이 자유로운 학풍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가 네이키드 도넛 (naked donut)이라는 행사입니다. 중간, 기말고사를 앞 두고 자정이 넘은 야심한 시간에 나체 차림의 학부생들이 도서관을 돌며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도넛을 나눠주는 행사입니다. 언제 어디서 행사가 진행될지 철저한 내부 보안 속에서 진행되고 야심한 시간에 진행되기에 그 행운(?)을 즐기는 찬스를 얻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브라운 대학의 동문으로는 록펠러 가문의 아들 중 하나인 자선사업가 록펠러 주니어,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아들인 존 F. 케네디 주니어, CNN의 설립자 테드 터너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엠마 왓슨이 졸업을 하기도 했죠. 엠마 왓슨은 영국의 캠브리지, 미국의 예일, 컬럼비아 대학에도 합격했으나 브라운의 자유로운 학풍이 자신과 맞다고 판단하여 이곳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작년에 졸업식에서 찍은 사진이 그녀의 SNS에 올라왔을 때 학사모 속의 미모가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죠. 사실 테드 터너의 경우 정학 중에 기숙사에서 여자친구와 잠을 자다가 들켜서 학위를 못 받고 제적 당했는데 인터넷의 여러 정보에는 동문으로 기록이 되더군요. 이 브라운 대학은 프로비던스라는 로드 아일랜드 주의 주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로드 아일랜드라면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텐데 매사츄세츠 주의 아래에, 코네티컷 주의 위에 자리잡고 있고 미국에서 제일 크기가 작은 주로 그 크기가 충청북도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프로비던스는 그 뜻이 신의 섭리라는 뜻입니다.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들 중 신앙의 다름으로 인해 박해받던 개신교 교파 일부들이 피난처로 프로비던스 지역을 선택해 정착하며 도시가 형성되었습니다. 미국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보스톤 차 사건보다 1년 앞서서 영국에 대한 투쟁이 시작된 곳이 프로비던스이기 때문에 미국의 역사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인권 보장을 위해서 미국에서 노예제도를 제일 먼저 폐지한 곳도 이곳입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미국 내에서도 자유롭고 진보적인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예술인들의 터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파슨스와 더불어 미국 최고의 미술대학으로 손 꼽히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대학교 (RISD)가 이곳에 위치한 것도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아무래도 초기 청교도들이 정착한 곳이기에 다른 미국 도시들과 다르게 유럽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브라운대학과 RISD는 모두 칼리지 힐 (college hill)이라고 프로비던스 다운타운의 동쪽에 위치한 언덕위에 자리잡고 있는데 지은지 200년 이상 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이곳을 제 연수기관으로 선택한 주된 이유는 제가 이곳에서 박사 후 연수를 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약 3년 반 동안 이곳 브라운 대학의 생태, 진화학과에서 박사 후 연수를 했습니다. 2007년 이곳을 떠난 후 거의 8년만에 다시 방문을 하게 되니 옛 생각도 많이 나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무래도 새로운 곳에 정착하자면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데 저의 경우는 익숙한 곳이라 그런 수고가 적었습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박사 후 연수 당시 지도교수였던 Marc Tatar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중입니다. 저희의 연구 테마는 노화생물학으로 좀 더 자세히는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면역기능도 떨어지는데 이의 메카니즘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사람의 경우 노화는 수십년에 걸쳐 일어나는 과정이기 때문에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하기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수명이 70-80일 정도 되는 초파리를 이용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초파리를 이용해 노화를 연구한다면 많은 분들이 신기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원숭이의 경우 수명이 30-40년, 쥐만 하더라도 수명이 30개월이 넘기에 이들 동물들을 이용해 노화를 연구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에 효모, 예쁜꼬마선충, 초파리와 같은 모델동물들을 이용해 노화를 많이 연구합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70% 정도가 초파리에서도 발견되니 생각보다 진화상으로 아주 먼 친척이 아니죠? 사실 한국에서는 강의와 잡무 때문에 거의 논문 읽을 시간이 없었는데 이곳에서 호스팅 교수와 같이 리뷰 논문을 준비하며 많은 시간을 논문 읽는데 할애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학기 중에는 거의 일주일 강의를 비워야 하는 해외 학회 참석이 쉽지 않은데, 이곳에서 많은 학회를 참석하며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많은 연구자와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공동연구 기회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14년 3월에는 시카고에서 열린 초파리 연구 학회 (Drosophila Research Conference)에 참가해 많은 공부를 하고 돌아왔고, 미국 각지에서 열심히 연구하시는 한인 과학자 분들과의 귀한 만남도 가졌습니다. 그외에 기회가 되면 초청 세미나를 불러주시는 곳에 가 발표를 하기도 합니다. 그간 NEBS(New England Biological Society)라고 뉴잉글랜드 지역의 생명과학자 모임에서 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한인과학자와의 만남을 가졌고, 저와 박사과정 때부터 연구분야가 같아 꾸준히 연락을 해 오던 플로리다 주립대학의 Daniel Hahn 교수와 John Hatle 교수가 제가 미국에 연수 나와 있는 것을 알고 그곳 학과 세미나에 초대해 주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기도 했습니다. 연구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간 한국에서 못 즐긴 취미생활도 틈틈히 즐기고 있습니다. 주로 바빠서 그간 잘 못 했던 운동을 많이 즐기는데요, 일주일에 한번 테니스를 즐기고, 일주일에 두 세번씩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로드 아일랜드는 애칭이 오션스테이트일 정도로 바다를 많이 끼고 있어 낚시꾼들의 천국이기도 합니다. 5월부터 시작되는 낚시 시즌에는 바다에 나가서 광어, 도미, 대구, 한치 등의 낚시를 즐기기도 합니다. 특히 한치는 미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어종으로 뉴욕 등지에서 이를 잡기 위해 올라 오시기도 합니다.우측의 사진은 black fish, 일명 tautag이라는 물고기로 흑돔과 비슷한 물고기입니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횟감으로 최고입니다. 보스톤이 한시간, 뉴욕이 세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가끔 문화생활을 즐기러 이곳 도시들을 방문하기도 합니다. 지난 여름의 경우 뉴욕 필 하모니 오케스트라가 맨하탄의 센트럴 파크에서 무료 공연을 열기도 했습니다. 돗자리 하나씩 펼쳐들고 널다란 잔디에 앉아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여름날의 밤을 아름답게 즐기는 뉴요커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외에도 저희 아이들이 열광했던 라이언킹을 비롯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나 메트로폴리탄, MOMA 등을 비롯한 많은 미술관, 미국의 역사를 따라 걷는 보스톤의 freedom trail 등 많은 볼거리들이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프로비던스는 북위 41도 정도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은 상대적으로 시원하고 겨울은 긴 편입니다. 다행히 바다를 끼고 있어서 온도 자체는 한국의 겨울과 비교해 그리 낮은 편은 아닌데 개나리가 4월 초순경이 되어야 피기 시작하니까 한국보다 한달정도 봄이 늦습니다. 지난 겨울은 특히나 눈이 자주 그리고 많이 내려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수십년만의 폭설도 내렸는데요 MIT 기숙사 앞에는 치워 놓은 눈으로 작은 산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많은 대학들이 무한경쟁의 시대로 들어가면서 이제는 대학의 연구년 제도도 없어질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이미 몇개의 대학은 이 제도를 축소하기 시작했다는 소리도 들리고요. 강의와 잡무에서 벗어나 재충전의 기회를 가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있는 제게는 아쉬운 소식입니다. 그간 연구년을 나오면 연구는 뒷전이고 골프 실력 향상에만 매진했던 일부 교수들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그간 앞만 보고 달려 오느라 제 자신과 가족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곳에서 재충전하며 가족과의 돈톡한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연구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가지는데는 LG 연암재단의 도움이 컸습니다. LG 연암재단은 지난 89년부터 국내학문의 세계화를 위해 연암해외교수를 선정해 연구비를 수여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LG 연암문화재단에 감사를 드리며 이만 포토에세이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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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불량제약회사 (이달의 주자: 서민)

벤 골드에이커 저

  <불량제약회사>의 저자인 벤 골드에이커는 <배드 사이언스>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비과학적인 것들을 비판함에 있어서 골드에이커는 늘 제대로 된 근거를 갖추었고, 또 풍자와 해학을 곁들여 읽는 내내 저를 즐겁게 했습니다. 저 또한 그런 글쓰기를 하고 싶었는지라 배울 점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 책 중 한 챕터가 바로 제약회사 비판이었는데, 거기에 성이 안찼는지 아예 책 한권을 새로 썼습니다. <불량제약회사>는 그러니까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부도덕을 다룬 종합보고서입니다.  그 의미와 재미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읽히지 않았습니다. 다루는 주제가 좀 무거운데다 500쪽에 달하는 분량이 독자들의 선택을 저어하게 만든 탓이겠지요. 하지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골드에이커의 해학과 재치는 이 책에서 더 빛을 발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저자가 주장하는 것들은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에, 이 책이 별로 읽히지 않는 현실은 좀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콜레스테롤에 대해 우리는 ‘악의 화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왜일까요? 물론 콜레스테롤은 관상동맥을 막아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원흉이긴 합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무조건적인 악은 아니며, 적당한 농도는 유지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콜레스테롤을 적대시하는 건,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팔기 위한 제약회사의 음모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지요. 약을 처방하는 것은 의사다, 의사들은 도대체 무얼 하기에 제약회사가 이끄는대로 끌려다니는가? 이 책에 그 해답이 있습니다. “한 연구자가 국제학회에 참석하는 의학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그들 대부분은 제약회사의 후원금 없이는 거기에 참석하러 떠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3분의 2는 제약회사 돈을 받는 것에 아무런 윤리적 거리낌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404쪽) 소위 말하는 제약회사의 리베이트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이 리베이트가 종종 문제가 되곤 하지요. 물론 의사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울러 그들은 그 돈이 자신의 처방행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도 확신했다.” (같은 쪽) 이게 사실이라면 제약회사가 지금까지 했던 일들은 다 헛된 일이겠지요. 실상은 정 반대입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제약회사로부터 뭔가를 받으면 그 노력에 부응하는 답례를 하는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당연히 정부는 돈을 직접 주는 것을 규제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이 책에는 제약회사가 어떻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지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나열돼 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란 것은 제약회사가 의사들을 위해서 논문을 써준다는 사실이지요. 그 논문은 당연히 의사의 이름으로 나가고, 더 당연한 일이겠지만, 논문 내용은 제약회사가 개발한 약에 호의적입니다. 의사로서도 이게 나쁜 일은 아닙니다. 안그래도 논문실적 쌓기가 어려운 판국에 자기 이름으로 된 논문이 유명학술지에 실리는 건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요. 논문대필이긴 하지만 제약회사는 절대적으로 비밀을 지킬 것이기에 걸릴 염려도 없습니다. “세계 어느 곳의 학자도 대필된 학술논문에 이름을 올렸다가 징계를 받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381쪽)  이 책을 읽고 나면 약을 먹기가 싫어질지 모릅니다. 우리가 먹는 약이 제약회사의 음모로 인해 부작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청의 승인을 얻었고, 먹을 필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처방을 내린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모든 것에는 음과 양이 같이 있기 마련, 제약회사가 인류사회에 공헌한 것도 꽤 많을 겁니다. 다만 ‘음’에 대한 비판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골드에이커 같은 분들이 있기에 제약회사가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사실 골드에이커가 이런 일을 해서 얻는 개인적인 이익은 하나도 없습니다. 만약 그분이 지금이라도 제약회사랑 손을 잡는다면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을 테고, 제약회사의 이사 자리에 오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요. 그럼에도 지속적인 비판을 하는 골드에이커를 보면서 이 세상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 것, 그게 바로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보람입니다. 저와 같은 보람을 느껴보시려면 이 책을 고르시길 권합니다.       제 다음으로 추천하는 주자는 정준호 선생님입니다. 런던에서 기생충학을 공부했고, 나이 스물아홉에 국내 학자가 쓴 최초의 ‘제대로 된 기생충학 대중서’인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를 썼습니다. 그 후에도 여러 권의 번역서와 저서를 쓰면서 기생충학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기생충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그가 있기에 제가 걷는 길이 외롭지 않습니다. 그간 말하지 못했지만, 이 기회를 통해 말씀드립니다. 정준호 선생님, 고맙습니다. 자세히 보기

과학기술계에서 뜨는 분야가 나노를 거쳐 생명-제약분야로 가다가 이제 급히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느낌입니다. 나노분야는 투입한 세월과 연구비에 비해 실적이 초라한 분야입니다. 지면으로 이렇게 심한 말을 해도 될 지 모르겠지만, 거의 사기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발전되는 분야와 융합하여 뒤늦게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는 법적인 제약이 많아서 냄비근성으로는 답이 없는 분야입니다. 그러니 생명과학분야의 인재들은 연구를 하느니 차라리 의사나 약사가 되려고 할 것입니다. 남아있는 연구자들은 장기간 기업이나 정부로부터의 지원이 쉽지 않아, 논문이나 내면서 학회에서 눈 맞는 외국기업에 기술을 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최근에 알파고 사건을 겪었고 비서나 친구 역할을 하는 듯한 일본 로봇들의 보도가 많아지면서 인간의 두뇌에 외모까지 예쁜 로봇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로봇은 주로 인간과 경쟁할 모션에 많이 집중했습니다. 예를 들면 불규칙적인 계단을 오르는 능력이 로봇의 가장 큰 평가지표였습니다. 이런 분야는 하드웨어가 비싸고 컨트롤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한 번 실패하면 너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완전 망하는 것입니다. 계단을 오르다가 실패하여 벌렁 나자빠진 로봇을 본 기억이 있으시죠? 그 비싼 기계가 금방 고철덩어리로 변한 것으로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여비서 로봇은 그렇지 않습니다. 답변을 좀 실수하거나, 동작이 약간 어색해도 그렇게 극적인 실패라는 느낌을 안주니까요. 흔한 드라마 대사처럼 ‘예쁘면 다 용서가 되는 법’이지요.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보다 훨씬 쌉니다. 특히 여러 개로 복제할 경우 소프트웨어는 ‘카피-&-패이스트’만 하면 되니, 대량생산 모드라면 하드웨어보다 가격경쟁에서 한참 앞섭니다. 그러므로 계단을 오르고 벽에 도끼질을 하는 ‘남성 로봇’보다 나긋나긋한 대화가 가능한 ‘여성로봇’이 개발자에게나 구매자에게나 훨씬 매력적입니다. 어쩌다가 인간세상은 고사하고 로봇세상마저 페미니즘에게 점령을 당할 지경입니다. 사실 페미니즘이 판을 친다는 것은 길조입니다. 전쟁이나 재난 등 평화가 깨지는 상황이 닥치면 근력이 센 남성 중심으로 권력이 급속히 이동하니까요.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인기있는 분야는 바둑이 아니라 언어입니다. 바벨탑 이전으로 인류를 되돌리려는 거대 프로젝트입니다. 자동번역 기능은 물론이고 문학작품까지 로봇이 만들어내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이 집필한 소설이 어떤 문학상 심사에서 예선을 통과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예선 턱걸이지만, 나중에는 당선소감과 함께 모니터가 작가얼굴 사진으로 나오는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한술 더 떠서 문학 좌담회 참석자 한 명으로 모니터가 턱 하니 놓이는 것은 아닐까요? 주제는 “ 미래 한국문학 어디로 가나?” 목소리는 작고하신 유명 작가들 중 한 분의 음성을 모방하여 구수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입니다. 이 분야는 사실 좀 쉬울 것 같습니다. 알파고가 예전 기보를 참조해서 바둑의 패턴을 인식한 것처럼, 빅데이터 처리 컴퓨터로 온갖 소설들을 다 집어넣은 후에 짜집기하는 것은 식은 죽먹기죠. 아마도 표절을 검토하고 피해가는 모듈도 집어넣을 것입니다. 이런 시대가 오면 드라마 작가들부터 퇴출될 것인 지, 아니면 인공지능으로 재무장하여 그들만의 세계로 들어오는 진입장벽을 더 높일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런 세상은 다 ‘오락사회’입니다. 있으면 재미있지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입니다. 하지만 진짜 우리네 삶을 돌아보면,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습니다. 당장 남북관계와 핵미사일 같은 문제는 변수에서 상수로 고착되어, 최고수준의 위험인데도 모두가 무덤덤해지는 권태기를 맞고 있습니다. 모두를 먹여살린다던 조선업은 불황이라고 난리입니다. 왜 크루즈 같이 고급배를 만들 생각은 진작에 안한 것인지요? 그리고 언제 닥칠 지 모르는 고강도 지진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는지요? 현재의 과학은 너무 가볍습니다. 제품만 경량화하면 될 일이지, 생각마저 가볍게 할 일은 아님에도 점점 가벼운 과학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패러다임이 경제라고 해도, 경제의 샘물은 과학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는 너무 자신들은 하층부로, 패배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어렵고 재미도 없는데, 권력도 없고 대중의 관심도 없는 분야라는 자조감이 많은 것입니다. 하지만 투표로 결정되는 자유민주주의를 외부로부터 지키는 것은, 인기가 아니고 힘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대의 힘은 보병이 아니라, 과학기술력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알파고라는 컴퓨터 하나의 침공에 온국민이 항복해야 했던 사건을, 구한말의 치욕처럼 느낄만한 책임감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항상 큰 틀을, 본질을 봐야 합니다. 우리는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키는 사람들이니까요.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차의과학대학교] 조직재생공학연구실

 차의과학대학교 바이오공학과 조직재생공학 연구실은 최용수 교수님의 지도아래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줄기세포 대량 배양 시스템 연구, 생리 활성 물질 분리 및 대량 생산공정 분야에 집중적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하여, 바이오의학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5년 이라는 짧은 연구실 역사지만, 20여 편의 국제 수준의 논문을 발표 하였으며, 21건의 특허(PCT 6건)를 출원하였습니다. 본 연구실은 현재 최용수 교수님을 포함하여, 연구 교수 1명, 연구원 4명, 박사과정 3, 석사과정 2명으로 각자 맡은 바 연구에 최선을 다해 바이오의학의 산업화에 기여하고자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1) 연골 세포 치료제 개발    최근에 스키, 스노우보드, 테니스, 자전거, 조깅 등과 같은 실외 스포츠뿐 아니라 농구, 런닝 머신을 비롯한 실내 스포츠 그리고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짐으로써 발생하는 낙상사고 등으로 인하여 무릎연골 손상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또한, 연골 손상 중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염의 가장 흔한 형태로서 25세 이상 인구 중 2천7백만 명의 환자수가 추정되며 연령층이 올라갈수록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질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급증한 연골손상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기존에 시행되던 진통제 복용, 또는 인공관절 치환술 등은 근본적인 치료법으로서 대안이 되지 못하여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연골재생에 유용한 단백질을 과량 분비하는 탯줄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와 생체 소재를 사용하여 외과적 수술 없이 간단한 치료를 통해 환자의 고통을 감소 시켜 주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줄기세포은행 구축 및 특성 분석 • 줄기세포에서 분비하는 유용한 사이토카인 분석 • 생체 소재 개발 연구 • 연골 손상 및 퇴행성 연골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그림 1. 동물 모델을 이용한 줄기세포 연골 치료제의 효능 평가]   2) 줄기세포를 이용한 근위축증 치료기술 연구    최근 항공우주연구에 있어 가장 큰 관심사는 우주환경(미세중력)에서의 장기체류 (3-5년)로 이때에 다양한 문제가 나타날 것으로 예견하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환경 (미세중력)에서 우주비행사 혹은 실험동물에게 나타나는 생리적인 변화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우주 비행 환경에 노출되는 동안 하지 부분(다리근육 등)의 중력부하는 크게 감소하였습니다. 그 결과 근육은 위축되고 근섬유의 크기는 감소하였습니다. 이러한 감소는 체력과 지구력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이 긴 시간 동안 신체적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근력을 발생시키지 못합니다.  이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자, 우주 미소중력 환경과 유사하게 지상에서 무부하(unloading) 환경을 만들어 동물 모델을 구축하였습니다. 근위축증 동물 모델을 제작을 통해 근 위축증의 현상과 근육 감소 현상을 관찰하고, 줄기세포의 근육 투여를 하여 근 재생에 어떠한 효과를 나타내는지 비교 분석 하였습니다. [그림 2. 근위축 유도 동물 모델]    줄기세포 주입 군은 근육 재생관련 인자들이 크게 증가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또한 근섬유의 크기와 젖산 분해능이 뚜렷하게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우주인뿐만 아니라, 최근 급격한 인구의 고령화와 현대인들의 비활동성 증가에 따라 근위축(muscle atrophy)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예방과 치료법으로 제시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3) 탯줄 유래 생체 소재 개발 – Human Collagen    줄기세포는 질병 및 손상된 조직에 대한 재생치료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이나 손상된 조직과 장기의 근본적인 복원은 구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단독 세포치료제의 경우 세포의 생존율 및 생착률이 제한적 이여서 손상된 조직을 근원적으로 복구하지 못하는 기술적 한계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줄기세포와 피브린(fibrin), 콜라겐(collagen),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과 같은 천연 생체소재를 접목한 조직공학 기술이 필요합니다. 생체재료 분야 중 콜라겐 관련 분야는 신규 분야로서 이식용 바이오센서, 인공근육, 약물전달 제제, 창상 피복제, 유착방지제 등과 콜라겐 단백질 구조 개선을 통한 신제품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조직공학 분야에서 콜라겐 관련 생체재료 제품은 최근 활발히 성장하고 있으며, 뼈와 무릎의 대체, 근육, 심장질환제품과 기타 외과용 제품개발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신생아 출생 후 버려지는 태반 및 탯줄에서 휴먼 콜라겐을 분리하여 조직재생을 위한 의료기기, 의약품 및 세포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탯줄 유래 휴먼 콜라겐 공정 개발 • 탯줄을 이용한 의료용 복합 생체소재 및 치료용 조성물 개발 • 조직 수복용 복합필러 개발 • 생체 소재 개발을 위한 독성시험 연구 [그림 4. 탯줄 유래 콜라겐]   4) 치료용 줄기세포 대량 배양 기술 개발    세계적으로 여러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줄기세포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세포치료제 분야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재생의학 분야가 크게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제 개발은 기술, 경제, 의료 산업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나, 다양한 줄기세포의 확보기술과 분화유도기술이 개발됨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의 대량 증식 기술이 개발되지 못하여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재 임상 단계거나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의 사례를 보면 Cellerix사의 지방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크론병 질환의 치료를 위해 1회 주입 시 최대 6천만개의 지방줄기세포를 사용하여 효과를 확인하였고, 안트로젠사의 크론성 누공 치료의 경우 누공 지름이 1 cm 일 때 1회 치료 시 지방줄기세포를 최소 3천만개를 투여하여 치료하였으며, 알앤엘바이오사의 하지허혈 질환의 경우 1회 투여 시 약 3억개의 지방줄기세포를 주사하였습니다.  임상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의 대부분은 지방유래, 또는 골수줄기세포 등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고 있는데 성체줄기세포는 신체 각 조직에 극히 소량만이 존재하며 이를 치료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체외배양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중간엽 줄기세포 (mesenchymal stem cell)의 경우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1회 주입 시 몸무게 kg당 100~500만개의 세포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60 kg의 성인의 경우 1회 주입 시 최소 6000만개에서 최대 3억개의 세포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줄기세포를 질병의 치료목적으로 인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1회 투여하는 줄기세포를 유효한 수만큼 늘리기 위한 배양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기존 방식의 부착식 2-D culture로써는 많은 수의 세포 확보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줄기세포의 효과적인 적용을 위해 많은 수의 줄기세포를 확보할 수 있는 독창적인 줄기세포 대량 배양 기술 개발이 필요하며, 본 연구를 통해 안정된 줄기세포 대량 배양기술이 확보되면 많은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림 5. Bioreactor를 이용한 줄기세포 대량 배양]   5) 누에 유래의 생리활성 물질의 생산 공정 개발 및 바이오 산업 응용    최근 인간 및 동물 유래 소재의 윤리 및 법적 문제로 인해 천연물 소재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천연물은 작물, 미생물 및 곤충산물을 이용하여 신 소재를 탐색하고 효능을 평가 하기 위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천연 소재를 이용하여 의약용, 화장품용 및 기능성 식품으로 응용 제품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세계 경쟁 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차별화된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천연물 소재 중 많은 효능이 알려져 있으며 천연물 원료 공급의 용이함 및 경제적, 산업적 부가가치를 크게 창출할 수 있는 누에를 선정하였으며 누에로부터 실크 단백질과 누에 체액을 분리하였습니다. 또한 대량 생산에 용이한 제조 공정을 개발을 통해, 미백 활성, 창상 치료용 드레싱제 개발, 우태아 혈청(Fetal Bovine Serum, FBS)을 대체할 줄기세포 동결 보존제에 활용 함으로서, 산업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그림 6. 누에 실샘 유래 실크 단백질 분말 제조 공정 및 체액 유래 생리활성 단백질의 분리 공정 ]    늘 바쁜 실험 일정과 보고서에 묻혀 때론 힘들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족같이 친근한 실험실 식구들의 미소로 서로를 응원하며,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최용수 교수님께서는 바쁘시지만, 함께 자주 식사를 하시면서 연구원들의 고민들을 상담해 주시고 해결하시려고 노력하십니다. 또한 분기별 실험실 워크샾과 등산을 통해 실험실의 단합을 하고 있습니다. 밝은 미소와 즐거움이 가득한 TREL (Tissue Regeneration Engineering Laboratory)로 오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직재생 공학 연구실은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335차바이오 컴플렉스 609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 대해 궁금하신 사항은 하단의 연락처를 참고 부탁 드리겠습니다. 언제나 따뜻하게 맞이해 드립니다. ■ 주소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335 차바이오 컴플렉스 ■ 전화  : 031) 881-7232 ■ Homepage  : http://tre.cha.ac.kr/ ■ e-mail  : yschoi@cha.ac.kr (최용수 교수님)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