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원자력 발전의 시민 수용성 연구

1. 개요



기술에 대한 대중들의 이미지는 큰 에너지 기반 시설일수록 그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돈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자력 발전소[1], 수력 발전소 건설, 셰일 가스[2],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3]에 대한 대중의 반대 의견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NIMBY(Not in My Backyard)로 치부하기에는 투자자 및 정부 향후 정책방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원자력 발전의 경우, 다른 발전과 다르게 설비비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원자력 폐기물 처리 문제는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세계적으로(신흥국 제외) 원자력 발전설치를 감축하는 분위기에 힘입어서 대중들도 장기적인 안전성 문제를 염려하여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반대로 일부 원자력 업계에 종사하는 인력은 원자력의 옹호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전력 수급 문제 및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원자력 발전을 없애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므로 정책 입안자가 국민들이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탈원전을 시행할 경우, 국민이 급격한 전기 요금 상승분을 얼마만큼 부담할 수 있을지 미리 파악하는 것은 정부 정책 입안자로서 전력 요금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 보고서에서는 원자력 발전의 대중들의 인식이 추후 원자력 발전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원자력 발전은 사고로 인해서 발생하는 이미지가 대중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중점적으로 살펴 보고자 한다[4]. 더 나아가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이 대중에게 어떠한 이미지를 형성해 왔으며, 그러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지도 살펴 보기도 한다.



 



2. 원자력발전의 대중 수용성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자력 정책은 대중이 가지는 이미지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반원전 여론이 상승하여 탈원전을 주장하는 정당이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잡게 되면, 탈원전으로 에너지 정책이 방향을 잡게 되지만, 그 반대가 되면 친원전으로 가게 될 것이다. 이는 원자력 정책이 과학 및 경제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대중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원자력 발전을 찬성하는 여론은 잘 표출되지 않는 반면, 반대하는 여론은 더 겉으로 많이 표출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는 탈원전 국가인 독일, 스위스, 대만의 사례에서 살펴 볼 수 있다[5].



독일은 1950년부터 원자력 발전에 관심을 보였으며, 대중도 이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원자력 발전소 입지로 선정된 지역에 주민 반발은 있었다. 하지만 1970년 중반부터 원전반대 운동이 시작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다소 과격하기도 하였던 이 운동은 일반 대중의 반감을 사기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힘입어 1970년말부터 원전을 반대하는 인사들이 정계에 진출하기 시작하였다. 녹색당은 2000년에 크게 성장하였으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결정할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스위스는 1960년 초반에는 원자력 발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1969년 루센스 지역에서 실험용 원자로의 노심용융(Meltdown) 사고로 인해서 국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조금씩 원전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하였으며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었다. 또한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그 여론은 보다 굳건해 졌다.



대만의 경우에는 1980년 초반까지 원자력 발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무지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이 없었으나, 일부 과학자 및 환경 단체에 힘입어서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조금씩 대중에게 알리는 구심점이 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 중반에 와서는 원전 반대 운동이 힘을 서서히 잃어갔다. 이후 2011년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 반대 운동을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제4기 원전 건설을 중단시키기에 이르렀다.



3. 대중의 원전 관련 이미지 형성에 미치는 요인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의 대중들이 원자력 발전에 가지는 이미지에 관한 연구는 상당수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서로 상반되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한 연구는 지난 30년간 일어난 원자력 사고 전후의 대중들의 원자력 발전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사고 전으로 회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 . 가령,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는 대중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는 일관된 발견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물론 일본에는 자국의 대형사고로써 아직도 그 피해에서 모두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연구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중국의 대중들의 이미지를 분석하여 보았다. 그 결과 35세 이상의 여성들에게 비교적 원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7]. 하지만 스위스에 대해서 연구한 결과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맞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발견하지 못하였다. 즉,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전반적으로는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맞으나, 그 정도는 국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정도는 일본과 근접한 정도의 차이에 기인한다는 것도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8].



원전에 대한 이미지 형성은 비단 사고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주요한 요소들이 미칠 수 있다. 가령, 정치적 성향, 사는 위치(도시/시골), 원전 인접 지역 등이 원전에 대한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백인 남성이 원자력 발전을 주로 찬성한다는 것을 밝혀내기도 하였다[9]. 이와 유사한 연구 세팅에서는 연령대가 좀 높으며 부유한 백인 남성이 원자력 발전을 더 옹호한다는 결과를 발견하기도 하였다[10]. 이러한 연구 결과로 미루어 보건데, 어느정도 보수적이며 사회적 기반이 안정된 계층이 원자력 발전에 더 옹호하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원자력 발전과 인접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에 긍정적이기도 혹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다. 너무 인접하여 그 위험성을 피부로 느끼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원자력 발전과 관련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거주하는 경우에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도 있다. 즉, 이해관계가 얽힌 경우에는 그 이해관계가 우선시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현 한국의 원자력 관련 옹호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설문지의 작성에 따라 응답자들의 답변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를 활용하는 정책 입안자들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설문 응답자들이 각 나라의 특정 에너지 정책에 대해서 답변을 하는 것인지, 원자력 발전의 일반적인 위험성에 대한 것인지에 따라 응답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4.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



우리나라의 경우 저신뢰 안전 불감증이 높은 국가이다. 또한 원자력 안전과 관련해서 연일 쏟아지는 납품비리와 품질서류 위조 사건 등은 원자력 발전이 과연 안전한가하는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이에 현재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소 운행과 관련해서 투명성의 확보를 실패하였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중들의 의심의 눈초리를 부당하다고 느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인 물은 썩어 들어 가듯이, 적절한 관리 감독의 부재로 인한 부당 이익을 여태까지 많이 챙겨왔고 소수의 원자력인들 때문에 다수의 견실한 원자력업계인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허술한 원전관리는 막대한 사후 관리비용 및 위험부담 증가로 국민들이 떠안아 할 몫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원자력 연구소에서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활용하여 원자력 대중 수용성에 대해서 분석해 보았다[11]. 빅 데이터를 활용하여 원자력 발전의 전반적인 여론을 분석하여 보았다. 분석 결과, 2011년 이후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전체적인 여론은 부정적이었으며 특히 발전소가 위치한 인접 지역 주민들의 여론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여론이 주도되는 것도 발견하였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2012년 한수원의 서류 조작 사건에 따른 납품 비리 사건이 일어난 시기 주위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히 많았음을 발견하였다. 이는 자료분석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되는 부분이지만, 본 연구에서는 그렇게까지 정밀한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아서 상세분석을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후, 2년이 지난 2014년 상반기의 결과에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을 발견하였다. 해당 보고서가 2015년에 나온 것을 감안하고,활성 단층에 밀집한 원전과 핵폐기물 처리까지 고려한다면 그 부정적인 여론은 어느정도 지속성 갖는다고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5. 우리나라의 원자력 업계가 나아갈 방향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원전의 대중의 반대운동이 거세지더라도 현재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을 오늘 당장 중단하거나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금씩 줄여나가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 위해서라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에 대한 연구에 대한 정보 수집 및 분석의 가치는 소중하다고 하겠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서 전문가 집단과 대중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는 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기존에 해 오던 방식과는 다른 소통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아쉽게도 현재 원자력 업계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너지 전환에 따른 원자력 발전 비중 축소)에 맞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장 원자력 분야 학생 지원수가 급감하고 있으므로 산업 자체의 존폐를 걱정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당장 미래가 불투명한데 누가 원자력공학과에 지원하여 학업을 수행할 것이며, 게다가 안타깝게도 원자력 안전 규제 시스템은 엉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원자력 업계는 원자력 발전의 안전을 보다 높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원자력 비리 근절을 위해서 자정작용에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일 때, 대중들은 비로소 원자력 업계에 대한 진정성을 조금씩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방사능을 활용한 분야, 방사능 의료, 비파괴 검사, 농식품 저장 등과 같은 분야를 키워서 원자력업계 자체의 파이를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기본적으로 수반될 때 원전 마피아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으며, 대중에게 원자력 발전에 대한 수용성도 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6. 결론



많은 에너지 정책은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지만, 원자력 정책만큼은 일반 대중의 여론이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앞에서 살펴 보았다. 지금 당장 원자력 발전 없이는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 것이며, 또한 다른 에너지원과는 차원이 다르게 원전은 한 번의 작은 사고도 용납될 수 없는 에너지원임이 자명한 사실이다. 이미 다른 나라의 참혹한 결과만으로도, 간접적 경험으로도 알 수 있듯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장기적인 피해를 는 그 누구도 원치 않으므로 원자력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원전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해야 하며, 정확한 정보와 사실 바탕으로 형성된 여론을 바탕으로 원전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