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에너지 기후모형에 대한 찬반 논의

1. 개요

기후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는 이제 우리가 이미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것처럼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면 그러한 논의가 나오게 된 근거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장을 하는 이들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에는 전 세계 기후변화 정책의 근간에 되는 경제학적 에너지 기후변화 모형이 있다. 현실과 최대한 가깝게 설계하여서 여러가지 시나리오별로 어떻게 지구의 온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을지 관망하는 모형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노드 하우스 교수는 경제학과 에너지 사용, 기후변화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서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Dynamic Integrated Climate-Economy) DICE 모형을 고안해 내었다. 이 모형은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 얼마의 비용으로 얼마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비교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의사 결정의 툴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DICE 모형은 훗날 기후변화의 경제적 영향을 평가하는 Integrated Assessment Model (IAM)으로 발전하게 되어 많은 곳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IAM 모형은 2100년까지 기후에 따른 결과, 에너지 경제 및 기후변화 시스템의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발전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특히, IAM을 활용하여 생성된 미래 시나리오는 기후변화 관련 정책을 제언하는 국제 기구인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의 평가에 고정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학적 모형의 한계에 대해서 언급하며 그 필요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는 부류들이 있다. 이들은 이러한 기후경제 모형이 인간 사회를 담아내기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취한다. 특히, 사회정치적인 변수들이 너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인간의 행동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가정한 모형의 기본 가정부터 잘못되었다고 본다. 특히 이러한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하여 미래의 시나리오 및 Pathway를 추정해 놓아봤자 그 결과는 오류로 가득차 있다고 보고 있다. 본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두 입장에 대해서 요약해 보고자 한다[1].

 

2. 기후모형을 옹호하는 입장

우선 IAM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본래 IAM의 목적은 경제적, 기술적 발전을 기초로 향후 온실 가스가 어떻게 배출될 것인가를 설명하는 시나리오를 생성하기 위해 사용되었다[2]. 이러한 IAM 모형에서 나온 시나리오들의 공헌은 기존의 패턴대로 가면 21세기에 지구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큰 경고를 준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많이 나오는 기후위기담론의 과학적 근거가 이 곳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IAM 모형을 통한 기후 변화에 대응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의 위험성에 대한 메시지가 각 정부 정책입안자들에게 전달되자, 기후변화 연구자들은 문제를 지적하게 되고,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 제시해 줄 것을 요청받게 된다. 이에 초기 경고 메시지에 그치던 IAM의 역할이 커지게 되었다.

이에 대해 IAM의 초점은 여러 가지 그럴듯한 가정에 따른 배출물 모델링에서 특정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시나리오 구성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차이를 강조하기 위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Mitigation Pathway of Climate Change(기후변화 완화 경로)[3]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다양한 미래의 Pathway들은 기후 정책의 미래 설계를 하는데는 유용했지만, 너무나 기술적이며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가령, 지구 온난화를 1.5 °C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일부 Pathway는 2030년까지 CO2 1톤당 수천 달러까지 높은 탄소 가격에 해당하는 정책 개입을 묘사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은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IAMs는 사회적 변화보다는 기술적 변화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술민주적이라는 비판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경로는 현재의 추세에 따라 인구와 경제 성장을 가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 도상국의 성장 및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과 같은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가정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을 보다 현실적으로 접목하기 위해서 IAM community는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Mitigation pathway 중 어느 것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IAM은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가능한 해결책의 가능한 조합을 식별하지만, 이러한 해결책이 필요한 규모로 실현 가능한지(feasibility) 여부는 표시하지 않는다.

이러한 단점은 IAM 모델이 그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IAM 연구원들은 완화 경로의 목적과 가정뿐만 아니라 타당성(Feasibility)에 대해 알려진 것을 더 잘 전달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이러한 경로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현재의 이해가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과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NET와 같은 기술 지향 경로와 파괴적인 사회 변화에 의존하는 경로 모두에 적용된다. 우리는 NET가 에너지 수요의 광범위한 감소보다 더 실현 가능한지 혹은 덜 가능한지 알 필요가 있다.

이에 최근 Exploring National and Global Actions to reduce Greenhouse gas Emissions (ENGAGE)[1] 프로젝트가 유럽 연합의 Horizon 2020 지원을 받아서 (Grant agreement No 821471) 출범하였다. ENGAGE 프로젝트는 국제 및 다분야의 선도적인 연구 단체의 컨소시엄으로, 파리 협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이고 기술적으로 건전하며, 사회적이고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한(feasible) 경로를 설계하기 위한 지식을 공동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ENGAGE 프로젝트는 탈탄소화 정책과 경로의 다차원적 실현가능성 개념을 개발 및 운영함으로써 IAM 기반 경로의 역사적 단점 즉 사회적, 정치적, 특정한 기술적 제약과 완화 노력의 촉진에 대한 불충분한 관심을 다룰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ENGAGE는 사회과학의 경험적 분석, 주정부 대화 및 개념적 통찰력을 활용하여 나중에 탈탄화 경로의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데 사용될 도구를 개발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IAM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며, 에너지는 개별 부문과 지역의 기후 변화에 대한 노출 분석 및 관련 비용 분석을 통해 회피된 기후 변화 영향을 정량화하고자 한다. 특히 취약한 인구, 특히 생물 다양성, 식품, 빈곤, 물, 공기 품질, 건강 및 고용에 대한 기후 정책의 편익(또는 트레이드오프)을 계량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출범한 계기도 너무나 수학적 공리에 치우친 IAM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것인만큼 IAM의 모형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서서히 문제점과 부족한 부분을 수정해 나가면서 그것이 개선되고 발전된다면 충분히 훌륭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3. 기후모형의 비판적인 입장

서론에서 간단히 언급하였지만, 기후모형에 비판적인 입장을 주로 지니고 있는 학자들은 사회학자 계통의 학자들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수학적 모형으로 세상의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에 동의하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AM 모형은 인간의 행동에 대한 경제적 해석에 의해 뒷받침되는 금융과 기술의 변화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단순한 기후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거의 모든 IAM은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탄소 가격(CO2 배출에 적용되는 비용)을 예측하여 풍력 터빈 및 원자력 등 저CO2 방출 에너지 공급업체를 향한 다층적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그들은 또한 CO2를 대기에서 직접 배출하고 저장하는 행성 규모의 온실가스 마이너스 분출 기술(Negative Emissions Technologies: NETs)을 구상한다. 이러한 결론의 요지는 자유 시장 경제의 점진적 탈탄화를 통해 1.5-2°C의 공약이 여전히 타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망이 정말 그렇게 장밋빛일까? 연간 CO2 배출량은 1990년 이후 약 70% 증가하였다. 그리고 일단 항공, 해운, 오프쇼어 제조 사업에서의 배출이 포함되면, 기후 진보로 유지되는 국가들 조차도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러한 실패를 고려할 때, IAM 결과는 어떻게 완화에 대한 지속적인 기술민주적 접근방식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2006년 영국의 스턴보고서(Stern Review)는 연간 2.4%의 성장을 시사하는 경험적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0.95%로 모델링했다[4]. 불편한 실제 데이터보다 바람직한 모델링 데이터에 대한 선호도 또한 미국 기후 변화 과학 프로그램의 IAMs를 뒷받침했다.

보다 최근에는 연간 배출량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그러한 열정을 지원하는 시범 프로젝트 이상에도 불구하고 IAM 연구에서 행성 규모의 NET가 보편화되었다. 미래 기술의 예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할인율을 적용함으로써, IAM은 향후 수십 년 동안 투기성이 높은 NET가 현재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완화보다 훨씬 더 저렴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1990년대에, 기술민주적 접근법은 2°C의 전지구 온난화 목표에 맞추어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누적 배출의 문제다. 지속적인 배출 감소 실패는 경제 시스템의 온건한 변화에서 혁명적인 제도 정비로 도전을 밀어냈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적인 입장이 아니라, 파리 기후 협정에 대한 과학적이고 수학적 해석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20년 이상 동안 IAM은 가속화된 실패의 일부로써 처음에는 가정과 데이터를 세밀하게 조정하고, 나중에는 수천억 톤의 투기성 마이너스 배출로 추정했다. 그러나 보다 심오하게 IAM은 단순히 그 일에 대한 잘못된 도구로 사용되었다. 오늘날 완화 과제는 1990년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규모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IAM은 시장 중심의 주류 경제학에 기초한 모형을 사용한다. 이러한 모형에 포함된 알고리즘은 경제적 균형에 가까운 한계 변화를 가정하며, 가격 변동에 따른 수요의 작은 변동에 크게 의존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파리 기후 협정은 오늘날 시장 경제의 균형과는 거리가 먼 완화 과제를 설정하여 사회의 모든 면에 걸쳐 즉각적이고 급진적인 변화를 요구한고 있다.

 

4. 결론

앞에서 살펴본 바와 IAM을 옹호하는 입장은 실현가능성 평가의 과제로, 경로가 경제적 비용과 기술적 복잡성 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 수용성에 의해 제약된다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미래는 정부, 기업, 지역사회와 같은 현실적 행위자들이 그것을 이끌어내는 현실적인 길이 있는 한에서만 실현 가능하다. 그러한 행위자들이 다른 맥락에서 완화의 경제적, 정치적 비용을 부담하기에 충분한 동기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IAM은 다른 지식 분야로 보완될 필요가 있다. IAM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알려 주는 데 없어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이러한 해결책 중 어느 것이 실현 가능한지를 이해하기 위해 다른 학문이 필요하다. 이러한 학문적 협력을 잘 이끌어 낸다면 IAM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서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많은 비평의 요소들이 이미 1984년에 당시의 IAM을 분석한 세 개의 훌륭한 논문에서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는 점이다[5-7]. 35년이 지난 지금, 같은 실수는 영구적으로 행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IAM 연구 전반에 걸쳐 롤아웃되고 표준화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두 가지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기후위기 속에서 의지할 것이라고는 이러한 수학적 모형일수 밖에 없기도 하다. 그 이면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행동 변화 및 정부의 뼈깍는 노력이 즉각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