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공진기(Cavity)를 통한 빛과 물질의 강한 상호작용

1. 서론

20세기 이전까지 빛과 물질은 별개의 영역으로 다루어지고,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1900년대에 들어 양자역학의 발전으로 빛과 물질의 상호 작용을 이론적으로 묘사할 수 있게 되고 실험적으로도 증명이 되면서, 지금까지도 다양한 물질과 구조 속에서 상호작용을 이해하고자 하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2012년에는 Serge Haroche와 David J. Wineland가 빛과 원자의 강결합(strong coupling)에 대한 연구의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빛-물질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기에 앞서,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두 개의 단진자를 생각해보자. 이들은 각각의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고 독립적인 운동을 할 것이다. 이제, 단진자 두 개가 하나의 실에 의해 연결된 것을 생각해보자(string-coupled pendulum experiment). 진자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두 단진자는 실에 의해 연결되어 서로의 운동에 영향을 주고받으며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한 진자 운동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빛과 물질도 상호작용 전에는 각각의 에너지 상태를 가지고 있지만, 공진기를 통해 물질의 공진을 일으킬 수 있는 파장대의 빛을 가두고 그 공진기에 물질을 두면, 빛과 물질이 결합(coupling)하며 물질은 새로운 에너지 상태를 가지게 된다. 이 때 주로 하나의 에너지 상태에서 서로 다른 두 에너지 상태로 나누어지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라비 분할(Rabi splitting)이라고 불린다. 분할이 많이 되면 될 수록, 즉, 두 에너지 준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빛과 물질이 더욱 강하게 상호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빛(전자기파) 에너지가 스스로 감퇴하는(damping) 것보다 라비 분할 에너지가 더 클 때 빛과 물질이 강결합(strong coupling)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물질이 유기분자(organic molecules)인 경우, 이러한 강결합에 의해 유기분자의 화학 반응성, 전하 전도도, 화학반응 속도, 들뜬 상태에서 이완되는 반응 경로(excited state relaxation pathways) 등을 바꿀 수 있다.

이 리포트를 통해 강결합을 위한 물질과 공진기의 선택 조건에 대해 설명하고, 이에 따른 다양한 공진기의 구조와 물질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 본론

2.1. 물질과 공진기의 선택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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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강결합을 위한 물질과 공진기의 물리적 변수 및 조건

 

물질이 공진기와 결합하였을 때, 크게 두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약결합 (weak coupling)과 강결합(strong coupling). 약결합 한 경우, 빛에 의해 들뜬 상태(excited state)가 된 물질은 ??의 속도로 광자(photon)를 내놓으며 기저 상태(ground state)로 가게 된다. 반면 강결합 한 경우, 물질과 공진기 모드(cavity mode)가 서로 에너지를 교환한다. 이 때 에너지 교환 정도를 라비 분할 에너지(Rabi splitting frequency, Ω)라 하며, 이 속도가 물질의 감퇴 속도(??)나공진기의 감퇴 속도(??)보다 매우 빠르기 때문에 약결합할 때와는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강결합을 위한 물질과 공진기의 조건은 Ω> ??+ ??이다.

라비 분할 에너지는 그림 1에서 보이는 식과 같이 물질의 전이쌍극자모멘트(transition dipole moment)와 공진기에 걸린 국소 전기장(local electric field)에 의해 결정된다. 전이쌍극자모멘트는 물질에 따라 결정되는 요인이며, 국소 전기장은 아래 식에 의해 결정된다. 

??=√(???/(2??0???2????? ))

???는 광자 에너지, ??0은 진공 유전율(vacuum permittivity), ??2= ??r로, 공진기의 유전 상수, ????은 공진기의 유효부피를 나타낸다. 광자 에너지는 물질의 공진을 일으킬 수 있는 파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물질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이며, 상수인 2??0를 제외한 나머지 ??과 ????은 공진기의 물성과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요인이다. 위의 식에 따라 결합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1) 전이쌍극자모멘트가 큰 물질을 선택하고, 2) 국소 전기장의 유효부피가 작아지도록공진기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2.2. 에미터 물질(Emitter material) 

A screenshot of a cell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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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에미터 물질의 종류와 전이쌍극자모멘트 ([1] 재구성)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물질의 전이쌍극자모멘트 값(단위 D, 드바이) 이 클수록 결합 강도도 세진다. 퀀텀 닷, 분자, 전이금속 디칼코겐화합물, 탄소계, 페로브스카이트, 원자 등 다양한 물질과 구조가 빛과의 상호작용, 즉 강결합을 이해하는 데에 연구되어 왔다. 특히 퀀텀 닷이나 분자의 경우 물성 뿐만 아니라 크기에 따라서도 전이쌍극자모멘트 값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물질을 선택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이 몇가지 더 있다. 1) 강결합을 위한 시스템 또는 공진기에 쉽게 결합될 수 있어야 한다. (예시: 매우 작은 부피의 공진기에도 들어갈 수 있다.) 2) 물질이 변하지 않고 오래 가야 한다. (long shelf-lives) 3) 환경의 제한을 덜 받아야한다. (예시: 강결합을 일으키는 시스템 온도가 상온이다.) 

세슘 원자의 경우 단일 에미터로 공진기와의 강결합을 실험적으로 처음 증명한 물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때문에 공진기의 부피가 일정 이상 커야한다. 분자는 종류와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크기가 작기 때문에 매우 작은 부피를 가지는 공진기와도 상호작용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상온에서 물성이 변형될 확률이 매우 높아 안정성이 떨어진다. 퀀텀 닷은 분자에 비해서는물성이 쉽게 변하지 않으며 대부분 큰 전이쌍극자모멘트 값을 가진다. 하지만 크기가 크기 때문에 플라즈모닉 공진기와 같이 매우 작은 부피의 공진기에서 강결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육방정 질화붕소(hexagonal boron nitride, hBN)에 대한 강결합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2.3. 공진기(Cavity)



표 2. 유전체 공진기와 플라즈모닉 공진기 비교

공진기는 크게 유전체 공진기(dielectric cavity)와 플라즈모닉 공진기(plasmonic cavity)로 분류할 수 있다. 공진기 중에서도 가장 간단하며 대표적인형태는 빛이 갇혀있는 마주보고 있는 두개의 거울이다. 이러한 유전체 공진기는 유효 부피가 크기 때문에 다양한 물질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어 초기에 매우 활발하게 연구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유효부피가 크면 국소 전기장 값이 작아지고, 결과적으로 결합 강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강결합을 하는 데에 있어 한계를 가진다. 유전체 공진기는, 주로 금속으로 이루어진 플라즈모닉 공진기에 비해 감퇴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높은 Q 인자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을 가진다.

플라즈모닉 공진기는 표면 플라즈몬 폴라리톤(Surface plasmon polaritons, SPPs)과 같이 금속 표면에 빛이 아주 강하게 결합하는 특성을 활용한다. 빛이 국소적으로 표면에 갇혀있기 때문에 유효부피가 매우 작다는 점에서 강결합을 일으키는 데에 있어 큰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그만큼 물질을 갇힌 빛속에 위치하도록 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금속 특성상 감퇴속도(??)가 빨라 Q 인자가 낮다. 금, 은, 알루미늄 등 다양한 금속을 활용한 플라즈모닉 공진기가 연구되었다. 특히 유효 부피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나노 입자, 나비 넥타이, 나노 안테나, 코어-셀(core-shell) 구조 등을 통해 빛을 최소 부피에 가두고 물질을 적절하게 위치시키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3. 결론

양자역학의 발전으로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물질의 공진을 일으킬 수 있는 특정 파장의 빛을 공진기에 가두고 물질을 위치시켰을 때, 몇 가지 물리 조건이 충족되면 빛과 물질은 매우 강하게 상호작용 하면서 새로운 에너지 상태를 가지게 된다. 결합 강도를 높이기 위해선 물질과 공진기의물성과 구조를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플라즈모닉 공진기로 매우 작은 유효부피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에미터 물질의 갯수를 조절하거나, 공진기내에 적절하게 위치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여전히 도전 과제로 남아있다. 또한 에미터마다 쌍극자 모멘트의 방향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리소그래피(lithography)나 주사터널링현미경(Scanning tunneling microscopy, STM)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일정한 방향성을 갖도록 하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아직도 빛과 물질의 강결합을 물리적으로 해석하고, 다양한 물질들과 빛의 상호작용을 실험적으로 증명할 것이 많이 남아있다. 빛과 물질의 강결합에 의해물질의 화학 반응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응용 분야가 매우 넓을 것으로 기대된다.

 

References

1.Baranov DG, Wersäll M, Cuadra J, et al., Novel Nanostructures and Materials for Strong Light–Matter Interactions. ACS Photonics 5, 24–42, 2018. 

2.Hugall JT, Singh A, van Hulst NF, Plasmonic Cavity Coupling. ACS Photonics 5, 43–53, 2018. 

3.Hertzog M, Wang M, Mony J, Börjesson K, Strong light–matter interactions: a new direction within chemistry. Chem Soc Rev 48, 937–961, 2019.

4.Khitrova G, Gibbs HM, Kira M, et al., Vacuum Rabi splitting in semiconductors. Nature Phys 2, 81–90, 2006.

5.Flick J, Rivera N, Narang P, Strong light-matter coupling in quantum chemistry and quantum photonics. Nanophotonics 7, 1479–1501, 2018. 

6.Frisk Kockum A, Miranowicz A, De Liberato S, et al., Ultrastrong coupling between light and matter. Nat Rev Phys 1, 19–40,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