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포식작용을 통한 소포체의 분해(ER-phagy)에 대한 최근 연구 동향
2020-04-08
org.kosen.entty.User@3fc18049
나지훈(moogun81)
1. 개요
소포체 (Endoplasmic reticulum; ER)는 세포 내 소기관 중 하나로, 막으로 감싸진 납작한 구조체와 관모양의 구조체가 서로 연결되어 그물망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는 세포 내에서 가장 넓게 퍼진 막구조체이다. 고해상도의 현미경을 통해 소포체를 관찰했을 때, 납작한 구조체와 관모양의 구조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모양의 구조체는 각각 다른 밀도를 보인다. 납작한 판 모양의 구조 역시 여러 관모양의 구조체 (tubule)로 이루어져 있지만, 통상적으로 이들은 납작한 구조체 (sheet)로 불린다. 소포체는 세포 내 필수적인 다양한 생리학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포 내 칼슘 (Ca2+) 농도 유지, 단백질의 합성, 글리코실화반응 (glycosylation), 단백질의 분비 및 이동, 지질합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포체는 또한 세포 내 합성된 단백질이나 세포 밖 단백질들이 제 위치로 이동하기 위한 이동 허브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단백질은 합성 후 제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소포체에서 구조적 변화를 겪게 되기도 하며, 골지체, 세포질 등 여러 소기관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소포체를 거쳐간다. 소포체의 구조는 세포의 종류나 조직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이는 소포체가 세포의 종류 및 기능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보조하고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가포식작용 (autophagy)은 세포 내의 막을 재료로 삼아 자가포식체를 생성하고 리소솜과의 융합을 통해서 단백질 및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 재이용하는 세포 내 대표적인 분해기작이다. 세포는 자가포식작용을 통해서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 및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아미노산 등을 세포 내에 필요한 기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자가포식작용은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비특이적인 기작 외에도 특정 소기관을 관리하고 분해하는 특이적인 자가포식작용이 존재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미토콘드리아의 자가포식작용인 미토파지 (mitophagy)이다. 최근에는 소포체의 막을 재료로 하여 나타나는 ER-Phagy가 밝혀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소포체가 순환이 되며 소포체의 품질이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다.
ER-phagy는 소포체 스트레스 (ER stress) 및 소포체 스트레스 반응(Unfolded protein response; UPS)와도 연관이 있으며, 이 외에도 ER 관련 효소를 통한 분해기작 (ERAD), 소포체로부터 비롯된 리소좀을 통한 분해 등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기본적으로 ER-phagy는 소포체를 이용하여 자가포식체를 생성하고 리소좀을 통해서 분해하는 기작을 일컫는다. 세포의 종류에 따라서 ER-phagy는 항상성의 유지를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고, 반대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본 보고서에서는 ER-phagy의 역할이 세포에 따라 어떻게 차이를 보일 수 있는지 최근 연구를 통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자세한 기작을 함께 정리함과 동시에 질병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논하고자 한다.
2. 주요 내용
2.1. ER-phagy의 역사
자가포식작용은 거대자가포식작용 (macroautophagy)라고 하는 세포 내 여러 물질을 제거하는 일반적인 자가포식작용 뿐만 아니라 특정 부분이나 물질을 분해하고 제거할 수 있는 특이적인 자가포식작용도 존재한다. ER-phagy는 소포체의 구성물질을 표적으로 한 자가포식작용을 가리킨다. ER-phagy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은 최근이지만, 처음 이 현상이 발견된 것은 50년이 넘은 1960년대였다. 자가포식작용이라는 개념이 처음 정립된 시기에 소포체의 일부가 자가포식체에서 발견되었지만 아직 선택적인 자가포식작용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이었다.
그 후 자가포식작용의 기능이 손상되면 소포체의 기능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거대자가포식작용의 손상에 의한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효모에서의 실험에서도 기아상태에서 소포체의 일부가 자가포식체에서 발견되었다. 비록 거대자가포식작용이라고 정의되었지만 이 연구논문은 소포체가 특이적으로 자가포식작용에 관여할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그 이후, 소포체의 자가포식작용이 소포체의 상태를 유지시키고 구조를 회복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으며, 이는 ER-phagy라는 개념을 사용한 첫 논문이었다 [1]. 자가포식작용의 연구분야에서 소포체는 자가포식작용을 위한 재료 (막단백질)의 공급책으로서의 의미가 컸으며, 소포체 자체가 자가포식작용의 표적이 된다는 점은 새로운 개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후 연구를 통해 실제로 ER-phagy 수용체로 FAM134B (포유동물), ATG39, ATG40 (효모) 가 발견되었으며, ER-phagy의 역할 및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2]. 최근에는 SEC62, RTN3, CCPG1, ATL3, TEX264 등 여러 수용체가 발견되었다. 많은 수용체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ER-phagy는 이제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아직 밝혀야 할 부분이 많은 분야이다. ER-phagy는 세포의 종류 및 조건에 따라서 다양하게 일어나며 그 역할 또한 다양하다.
2.2. ER-phagy 수용체
자가포식작용 수용체는 cargo 와 자가포식체를 이루는 막에 위치한 MAP1LC3/LC3/GABARAP을 연결시켜주는 물질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서 특정 부위가 자가포식체에 의해 인식되어 분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 ER-phagy 수용체로 알려진 단백질들은 모두 LC3가 접합하는 부위인 LIR을 포함하고 있으며, 소포체가 리소솜에 의해 분해되도록 유도한다. 이 공통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각기 다른 도메인 및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세포 내에서 조건에 따라 모두 다르게 작동한다. ER-phagy 수용체는 단백질의 응집체와 결합할 수 있으며, 소포체 내의 단백질 응집체를 제거하는데 작동하기도 한다. 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작동하는 수용체도 존재한다.
2.2.1 구조에 따른 ER-phagy 수용체의 역할
수용체들은 소포체 내에서의 구조적인 특징에 따라서 intramembrane (IM), transmembrane (TM)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IM 수용체는 소포체의 막에 접합된 형태이며, 방향은 세포질을 향하고 있다. 반면에 TM 수용체는ER 내부로 향하고 있으며, 막을 완전히 통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IM 수용체에는 ATL3, FAM134B, RTN3L이 있으며, TM 수용체는 CCPG1, SEC62, TEX264가 알려져 있다. IM 수용체는 소포체의 구조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알려져 있다. FAM134B는 막을 증식 (budding)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FAM134B가 많이 응집해 있는 소포체 막의 말단은 ER-phagy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3]. IM수용체는 소포체 외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이 소포체 내의 단백질과는 연관이 없을 것이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소포체 내부 도메일을 지닌 막단백질은 소포체 내부의 단백질과 IM수용체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러한 단백질을 매개체로 하여, 소포체 내부의 단백질에 대해 IM 수용체 역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로 procollagen이 있으며, 소포체에 존재하는 calnexin은 잘못 생성된 procollagen을 제거하기 위해서 FAM134B과 함께 공동 수용체로 작용한다.
TM수용체는 소포체의 구조를 유지하는 등의 역할은 알려진 바가 없다. TM수용체는 소포체 내부의 단백질과 직접 결합할 수 있으며, 세포질에 존재하는 소포체 관련 단백질과도 결합할 수 있다. TM수용체는 거대자가포식작용에 의한 기작 및 선택적인 소포체의 자가포식작용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 최근 알려지 사실에 따르면, CCPG1, SEC62, TEX264는 모두 스트레스 상황에서 활성화된다고 한다. 단백질의 응집, 소포체의 증가, 영양적 기아 상태가 모두 스트레스에 해당한다. 많은 양의 단백질 및 소포체 막, 소포체 관련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을 대규모 ER-phagy라 부르며, 다양한 수용체가 이용된다. 특정 수용체에 의한 ER-phagy는 선택적인 제거를 위한 매우 좁은 스펙트럼의 ER-phagy를 유도하게 된다. RTN3은 선택적으로 prohormone을 제거하는 데 관여하는 수용체이다. 분자적 기작은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공동수용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2.2 효모에서 ER-phagy 수용체의 역할
효모의 ER-phagy 수용체는 Atg39와 Atg40가 알려져 있다. Atg39는 핵옆에 위치하며, Atg40은 소포체의 분해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이 두 수용체와 동일한 수용체가 포유동물 세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Atg40은 FAM134B와 유사성을 보이며, Atg39은 CCPG1, TEX264와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Atg39은 자가포식작용 관련 단백질인 Atg11과 결합할 수 있으면 CCPG1은FIP200와 결합한다고 알려져 있다.
2.3. 소포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한 ER-phagy의 역할
소포체의 항상성 유지 및 질병의 발병 예방을 위해서 소포체의 구조적 리모델링은 매우 중요하다. 소포체 스트레스에 의해 손상된 소포체의 구조를 바꾸고 회복하는데 자가포식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동안 연구를 통해서 잘 알려지 사실이다. 자가포식작용을 통해서 소포체가 순환하는 현상은 기본적으로 ERAD를 통해서 조절되는 소포체 단백질의 분해에 대한 백업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살펴본 수용체들의 발견과 함께 소포체가 특이적으로 조절될 수 있는 ER-phagy의 중요성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FAM134B는 소포체 sheet에 특이적인 수용체이며, RTN3와 ATL3은 소포체 tubule을 표적으로 하여 분해한다. TEX264은 소포체의 three-way junction에 위치하여 가장 광범위한 부분의 소포체를 조절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은 세포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의 종류 및 상황에 따라 각 수용체의 작동 및 반응이 달라지게 되는데, SEC62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해결된 이후 소포체의 크기를 정상수준으로 줄이는데 관여한다. 또한 CCPG1은 위의 으뜸세포 (gastric chief cells) 및 췌장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며 소포체 스트레스 상황에서 활성화된다. ER-phagy는 또한 외부에서 유입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여 작동하기도 한다 [4].
2.4. ER-phagy의 활성화 및 조절 기작
ER-phagy의 활성화 및 조절 기작을 찾는 일은 매우 복잡한 연구 중 하나인데, 이는 소포체가 매우 복잡한 구조 및 단백질의 구성을 가지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방대한 소기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포체 자체의 역할도 세포 및 조직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ER-phagy 조절기작을 찾는 일은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R-phagy를 유도할 수 있는 유도물질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ER-phagy 수용체는 기본적으로 효소적인 활성을 띄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소포체 내부의 단백질과의 결합을 통해서 활성화가 된다. 따라서 수용체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하나의 활성방법이 될 수 있지만, 수용체 자체를 조절하는 기작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ER-phagy 수용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물질들을 응축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수용체의 밀도가 증가한 부위에서는 ER-phagy의 활성이 두드러지며, 주로 소포체의 막이 생성되고 증식되는 위치로 알려져 있다.
2.5. ER-phagy관련 질병
ER-phagy는 여러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 질병의 종류도 다양하다. FAM134와 ATL3의 돌연변이는 유전성감각및자율신경병증 (HSAN)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SAN은 말초신경질환 중 하나로, 감각소실과 발한 결여가 생기는 질환이다. FAM134B관련 질병은 상염색체 열성 형태롤 상속이 된다. 반면 ATL3는 상염색체 우성 형질로 전해진다. ATL은 cis 및 trans 형태로 이량화되기 때문에 우성 형질을 띠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FAM134B환자는 부정맥, 발한 저하증 등도 함께 발병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다리 약화 역시 발견되며, axon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TL1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는 엑손에 장애가 생기게 되며, 유전적 경직 하반신 마비 또는 HSN1이 발견된다. RTN2의 돌연변이는 HSP (SPG12)와 관련이 있다.
RTN3은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TN3의 기능장애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경돌기의 확장을 저해하고 신경세포의 퇴화를 유도하였다. 실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RTN3의 다양한 유전형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RTN3가 ER-phagy를 통해서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다.
암은 ER-phagy와 관련된 또다른 질병이다. FAM134B 및 SEC62가 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SEC62는 여러 암세포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아마도 SEC62가 더 많은 ER stress를 유발하여 병증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CPG1 역시 비슷한 기작으로 암 발병에 기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FAM134B는 이와는 반대로 암세포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에서 FAM134B의 돌연변이가 관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반대로 FAM134B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FAM134B를 감소시키면 오히려 세포사멸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ER-phagy 수용체는 발병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그 자세한 기작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며, 앞으로 더 많은 결과가 정리된다면 ER-phagy가 치료 타겟으로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3. 결론
ER-phagy는 소포체의 항상성을 유지하여 세포가 제 기능을 하게 하는 중요한 작용이다. 선택적인 자가포식작용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까지 ER-phagy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종류의 수용체가 발견됨에 따라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내용을 정리해 보았을 때, 완전한 기작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ER-phagy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용체가 존재해야 하며, 따라서 수용체를 통해 상위 조절기작 및 하위 기작을 밝혀낸다면 ER-phagy 관련 질병이나 치료전략을 발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R-phagy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서 ER-phagy가 활성화되는 조건 및 세포종류가 다르고, ER-phagy가 세포에 끼치는 영향도 다르다. 앞으로는 이를 더 세분화해서 연구하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References
소포체 (Endoplasmic reticulum; ER)는 세포 내 소기관 중 하나로, 막으로 감싸진 납작한 구조체와 관모양의 구조체가 서로 연결되어 그물망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는 세포 내에서 가장 넓게 퍼진 막구조체이다. 고해상도의 현미경을 통해 소포체를 관찰했을 때, 납작한 구조체와 관모양의 구조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모양의 구조체는 각각 다른 밀도를 보인다. 납작한 판 모양의 구조 역시 여러 관모양의 구조체 (tubule)로 이루어져 있지만, 통상적으로 이들은 납작한 구조체 (sheet)로 불린다. 소포체는 세포 내 필수적인 다양한 생리학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포 내 칼슘 (Ca2+) 농도 유지, 단백질의 합성, 글리코실화반응 (glycosylation), 단백질의 분비 및 이동, 지질합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소포체는 또한 세포 내 합성된 단백질이나 세포 밖 단백질들이 제 위치로 이동하기 위한 이동 허브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단백질은 합성 후 제 위치로 이동하기 위해 소포체에서 구조적 변화를 겪게 되기도 하며, 골지체, 세포질 등 여러 소기관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소포체를 거쳐간다. 소포체의 구조는 세포의 종류나 조직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이는 소포체가 세포의 종류 및 기능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보조하고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가포식작용 (autophagy)은 세포 내의 막을 재료로 삼아 자가포식체를 생성하고 리소솜과의 융합을 통해서 단백질 및 손상된 소기관을 분해, 재이용하는 세포 내 대표적인 분해기작이다. 세포는 자가포식작용을 통해서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 및 손상된 부위를 제거하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아미노산 등을 세포 내에 필요한 기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자가포식작용은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비특이적인 기작 외에도 특정 소기관을 관리하고 분해하는 특이적인 자가포식작용이 존재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미토콘드리아의 자가포식작용인 미토파지 (mitophagy)이다. 최근에는 소포체의 막을 재료로 하여 나타나는 ER-Phagy가 밝혀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소포체가 순환이 되며 소포체의 품질이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다.
ER-phagy는 소포체 스트레스 (ER stress) 및 소포체 스트레스 반응(Unfolded protein response; UPS)와도 연관이 있으며, 이 외에도 ER 관련 효소를 통한 분해기작 (ERAD), 소포체로부터 비롯된 리소좀을 통한 분해 등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기본적으로 ER-phagy는 소포체를 이용하여 자가포식체를 생성하고 리소좀을 통해서 분해하는 기작을 일컫는다. 세포의 종류에 따라서 ER-phagy는 항상성의 유지를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고, 반대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본 보고서에서는 ER-phagy의 역할이 세포에 따라 어떻게 차이를 보일 수 있는지 최근 연구를 통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자세한 기작을 함께 정리함과 동시에 질병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 논하고자 한다.
2. 주요 내용
2.1. ER-phagy의 역사
자가포식작용은 거대자가포식작용 (macroautophagy)라고 하는 세포 내 여러 물질을 제거하는 일반적인 자가포식작용 뿐만 아니라 특정 부분이나 물질을 분해하고 제거할 수 있는 특이적인 자가포식작용도 존재한다. ER-phagy는 소포체의 구성물질을 표적으로 한 자가포식작용을 가리킨다. ER-phagy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은 최근이지만, 처음 이 현상이 발견된 것은 50년이 넘은 1960년대였다. 자가포식작용이라는 개념이 처음 정립된 시기에 소포체의 일부가 자가포식체에서 발견되었지만 아직 선택적인 자가포식작용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 전이었다.
그 후 자가포식작용의 기능이 손상되면 소포체의 기능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거대자가포식작용의 손상에 의한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효모에서의 실험에서도 기아상태에서 소포체의 일부가 자가포식체에서 발견되었다. 비록 거대자가포식작용이라고 정의되었지만 이 연구논문은 소포체가 특이적으로 자가포식작용에 관여할 수 있다는 발견이었다. 그 이후, 소포체의 자가포식작용이 소포체의 상태를 유지시키고 구조를 회복시킨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으며, 이는 ER-phagy라는 개념을 사용한 첫 논문이었다 [1]. 자가포식작용의 연구분야에서 소포체는 자가포식작용을 위한 재료 (막단백질)의 공급책으로서의 의미가 컸으며, 소포체 자체가 자가포식작용의 표적이 된다는 점은 새로운 개념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후 연구를 통해 실제로 ER-phagy 수용체로 FAM134B (포유동물), ATG39, ATG40 (효모) 가 발견되었으며, ER-phagy의 역할 및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2]. 최근에는 SEC62, RTN3, CCPG1, ATL3, TEX264 등 여러 수용체가 발견되었다. 많은 수용체의 발견에도 불구하고 ER-phagy는 이제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아직 밝혀야 할 부분이 많은 분야이다. ER-phagy는 세포의 종류 및 조건에 따라서 다양하게 일어나며 그 역할 또한 다양하다.
2.2. ER-phagy 수용체
자가포식작용 수용체는 cargo 와 자가포식체를 이루는 막에 위치한 MAP1LC3/LC3/GABARAP을 연결시켜주는 물질을 일컫는다. 이를 통해서 특정 부위가 자가포식체에 의해 인식되어 분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 ER-phagy 수용체로 알려진 단백질들은 모두 LC3가 접합하는 부위인 LIR을 포함하고 있으며, 소포체가 리소솜에 의해 분해되도록 유도한다. 이 공통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각기 다른 도메인 및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세포 내에서 조건에 따라 모두 다르게 작동한다. ER-phagy 수용체는 단백질의 응집체와 결합할 수 있으며, 소포체 내의 단백질 응집체를 제거하는데 작동하기도 한다. 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작동하는 수용체도 존재한다.
2.2.1 구조에 따른 ER-phagy 수용체의 역할
수용체들은 소포체 내에서의 구조적인 특징에 따라서 intramembrane (IM), transmembrane (TM)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IM 수용체는 소포체의 막에 접합된 형태이며, 방향은 세포질을 향하고 있다. 반면에 TM 수용체는ER 내부로 향하고 있으며, 막을 완전히 통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IM 수용체에는 ATL3, FAM134B, RTN3L이 있으며, TM 수용체는 CCPG1, SEC62, TEX264가 알려져 있다. IM 수용체는 소포체의 구조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알려져 있다. FAM134B는 막을 증식 (budding)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FAM134B가 많이 응집해 있는 소포체 막의 말단은 ER-phagy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3]. IM수용체는 소포체 외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그 역할이 소포체 내의 단백질과는 연관이 없을 것이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소포체 내부 도메일을 지닌 막단백질은 소포체 내부의 단백질과 IM수용체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이러한 단백질을 매개체로 하여, 소포체 내부의 단백질에 대해 IM 수용체 역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로 procollagen이 있으며, 소포체에 존재하는 calnexin은 잘못 생성된 procollagen을 제거하기 위해서 FAM134B과 함께 공동 수용체로 작용한다.
TM수용체는 소포체의 구조를 유지하는 등의 역할은 알려진 바가 없다. TM수용체는 소포체 내부의 단백질과 직접 결합할 수 있으며, 세포질에 존재하는 소포체 관련 단백질과도 결합할 수 있다. TM수용체는 거대자가포식작용에 의한 기작 및 선택적인 소포체의 자가포식작용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 최근 알려지 사실에 따르면, CCPG1, SEC62, TEX264는 모두 스트레스 상황에서 활성화된다고 한다. 단백질의 응집, 소포체의 증가, 영양적 기아 상태가 모두 스트레스에 해당한다. 많은 양의 단백질 및 소포체 막, 소포체 관련 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을 대규모 ER-phagy라 부르며, 다양한 수용체가 이용된다. 특정 수용체에 의한 ER-phagy는 선택적인 제거를 위한 매우 좁은 스펙트럼의 ER-phagy를 유도하게 된다. RTN3은 선택적으로 prohormone을 제거하는 데 관여하는 수용체이다. 분자적 기작은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공동수용체가 존재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2.2 효모에서 ER-phagy 수용체의 역할
효모의 ER-phagy 수용체는 Atg39와 Atg40가 알려져 있다. Atg39는 핵옆에 위치하며, Atg40은 소포체의 분해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이 두 수용체와 동일한 수용체가 포유동물 세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Atg40은 FAM134B와 유사성을 보이며, Atg39은 CCPG1, TEX264와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Atg39은 자가포식작용 관련 단백질인 Atg11과 결합할 수 있으면 CCPG1은FIP200와 결합한다고 알려져 있다.
2.3. 소포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한 ER-phagy의 역할
소포체의 항상성 유지 및 질병의 발병 예방을 위해서 소포체의 구조적 리모델링은 매우 중요하다. 소포체 스트레스에 의해 손상된 소포체의 구조를 바꾸고 회복하는데 자가포식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은 그동안 연구를 통해서 잘 알려지 사실이다. 자가포식작용을 통해서 소포체가 순환하는 현상은 기본적으로 ERAD를 통해서 조절되는 소포체 단백질의 분해에 대한 백업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살펴본 수용체들의 발견과 함께 소포체가 특이적으로 조절될 수 있는 ER-phagy의 중요성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FAM134B는 소포체 sheet에 특이적인 수용체이며, RTN3와 ATL3은 소포체 tubule을 표적으로 하여 분해한다. TEX264은 소포체의 three-way junction에 위치하여 가장 광범위한 부분의 소포체를 조절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받은 세포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포의 종류 및 상황에 따라 각 수용체의 작동 및 반응이 달라지게 되는데, SEC62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해결된 이후 소포체의 크기를 정상수준으로 줄이는데 관여한다. 또한 CCPG1은 위의 으뜸세포 (gastric chief cells) 및 췌장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며 소포체 스트레스 상황에서 활성화된다. ER-phagy는 또한 외부에서 유입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여 작동하기도 한다 [4].
2.4. ER-phagy의 활성화 및 조절 기작
ER-phagy의 활성화 및 조절 기작을 찾는 일은 매우 복잡한 연구 중 하나인데, 이는 소포체가 매우 복잡한 구조 및 단백질의 구성을 가지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방대한 소기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포체 자체의 역할도 세포 및 조직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ER-phagy 조절기작을 찾는 일은 매우 복잡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R-phagy를 유도할 수 있는 유도물질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ER-phagy 수용체는 기본적으로 효소적인 활성을 띄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소포체 내부의 단백질과의 결합을 통해서 활성화가 된다. 따라서 수용체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하나의 활성방법이 될 수 있지만, 수용체 자체를 조절하는 기작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ER-phagy 수용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물질들을 응축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수용체의 밀도가 증가한 부위에서는 ER-phagy의 활성이 두드러지며, 주로 소포체의 막이 생성되고 증식되는 위치로 알려져 있다.
2.5. ER-phagy관련 질병
ER-phagy는 여러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 질병의 종류도 다양하다. FAM134와 ATL3의 돌연변이는 유전성감각및자율신경병증 (HSAN)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SAN은 말초신경질환 중 하나로, 감각소실과 발한 결여가 생기는 질환이다. FAM134B관련 질병은 상염색체 열성 형태롤 상속이 된다. 반면 ATL3는 상염색체 우성 형질로 전해진다. ATL은 cis 및 trans 형태로 이량화되기 때문에 우성 형질을 띠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FAM134B환자는 부정맥, 발한 저하증 등도 함께 발병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다리 약화 역시 발견되며, axon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TL1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경우는 엑손에 장애가 생기게 되며, 유전적 경직 하반신 마비 또는 HSN1이 발견된다. RTN2의 돌연변이는 HSP (SPG12)와 관련이 있다.
RTN3은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TN3의 기능장애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증가시켰을 뿐만 아니라 신경돌기의 확장을 저해하고 신경세포의 퇴화를 유도하였다. 실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RTN3의 다양한 유전형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RTN3가 ER-phagy를 통해서 알츠하이머병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자세히 밝혀진 바가 없다.
암은 ER-phagy와 관련된 또다른 질병이다. FAM134B 및 SEC62가 암 발병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SEC62는 여러 암세포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아마도 SEC62가 더 많은 ER stress를 유발하여 병증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CCPG1 역시 비슷한 기작으로 암 발병에 기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FAM134B는 이와는 반대로 암세포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세포에서 FAM134B의 돌연변이가 관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서는 반대로 FAM134B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FAM134B를 감소시키면 오히려 세포사멸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ER-phagy 수용체는 발병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 그 자세한 기작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며, 앞으로 더 많은 결과가 정리된다면 ER-phagy가 치료 타겟으로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다.
3. 결론
ER-phagy는 소포체의 항상성을 유지하여 세포가 제 기능을 하게 하는 중요한 작용이다. 선택적인 자가포식작용이라는 개념이 정립되기까지 ER-phagy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다양한 종류의 수용체가 발견됨에 따라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내용을 정리해 보았을 때, 완전한 기작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ER-phagy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수용체가 존재해야 하며, 따라서 수용체를 통해 상위 조절기작 및 하위 기작을 밝혀낸다면 ER-phagy 관련 질병이나 치료전략을 발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R-phagy 수용체의 종류에 따라서 ER-phagy가 활성화되는 조건 및 세포종류가 다르고, ER-phagy가 세포에 끼치는 영향도 다르다. 앞으로는 이를 더 세분화해서 연구하고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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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umati P, Dikic I & Stolz A, ER-phagy at a glance. J Cell Sci 131, pii: jcs217364. https://doi.org/10. 1242/jcs.217364, 2018.
- Bhaskara RM, Grumati P, Garcia-Pardo J, Kalayil S, Covarrubias-Pinto A, Chen W, Kudryashev M, Dikic I & Hummer G, Curvature induction and membrane remodeling by FAM134B reticulon homology domain assist selective ER-phagy. Nat Commun 10, 2370, 2019.
- Chiramel AI, Dougherty JD, Nair V, Robertson SJ, Best SM. FAM134B, the selective autophagy receptor for endoplasmic reticulum turnover, inhibits replication of ebola virus strains makona and mayinga. J Infect Dis. 214(suppl 3):S319–25,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