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기상현상이 육상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1. 개요
최근 기후변화의 진행에 따라 그동안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자연재해의 빈도가 증가하고 강도가 커지고 있다. 이런 자연재해는 가뭄, 폭염 등의 “극단적 기상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극단적 기상현상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동시에 전 지구 육상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급속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극단적 기상현상은 육상생태계의 탄소와 질소를 포함한 생지화학 순환에 영향을 미쳐 육상생태계 탄소 순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변화한 탄소 순환은 기후 시스템에 되먹임 작용을 통해 기후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1].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가뭄은 주민들에게 식량 부족으로 큰 고통을 줌과 동시에 육상생태계의 파괴를 가져다주었다[2]. 2003년 이어진 유럽의 열파 현상에 의해 서유럽 대륙에 저장되었던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배출되게 되었다. 이때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은 이전 3~5년 평년 수준의 기상 조건에서 육상생태계가 저장했던 양과 비슷하였다[1]. 극한의 기상현상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이에 대한 이해는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속가능성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할 것이다.
이후 본문에서는 극단적 기상현상에 대해 정의하고, 극단적 기상현상이 육상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기술하였다. 육상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식생과 토양 생지화학 과정, 수문과 토양 환경, 자연재해로 구분하였다. 또한 극단적 기상현상이 기후변화와 관련된 육상생태계 탄소 유동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2. 주요 내용
2.1. 극단적 기상현상에 대한 정의
극단적 기상현상은 일정 기간 가장 높은 수준(혹은 낮은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상 조건을 보임을 의미한다[1]. 머지않은 미래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 폭우, 폭설과 같은 극한 기상현상이 더 자주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기후변화는 극한 기상현상을 더 강하게 그리고 더 자주 발생시키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3]. 극단적 기상현상은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바꿀 힘이 있어 생태계의 안정을 저하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4].
기후변화의 진행에 따라 지역 간 강수량 증감과 강수 빈도의 차이가 켜질 것이며, 강수 빈도는 감소하나 집중 호우의 횟수가 늘어나는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4]. 지구 온난화에 의한 결과로 이어지는 전 지구 수문 순환의 확장은 열파, 가뭄, 홍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5]. 또한 기후변화는 열대성 저기압인 허리케인, 태풍의 생성 횟수를 높이고 풍속, 지속 기간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동안 열대성 저기압의 영향권이 아니었던 지역이 새로이 영향권 하에 들어가는 경우가 생겨났다[4].
2.2. 지구 온난화와 극단적 기상현상
최근 10~20년 동안, 폭우, 가뭄, 열파 현상 등과 같은 극한의 기상현상이 계속해서 증가 중이라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4]. 2016년 평균 기온을 1986~2008년 평균 기온과 비교한 결과, 온도가 0.4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어 지구 온난화가 계속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이런 추세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한파와 폭염, 해수면 상승 등의 영향으로 2050년에는 약 10억 명의 인구가 위협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6].
북반구에서 겨울 한파가, 반면 남반구에선 여름 폭염이 발생하는 이유가 결국 지구온난화에 있다고 기상 전문가들은 결론 내렸다[6]. 지구 온난화로 적도와 극 지방간 기온 차가 줄게 되면 제트 기류가 약해져 한파가 찾아올 수 있다. 제트 기류는 고위도와 저위도 간의 기온 차로 유지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빨리 더워져 이 기온 차가 줄어들게 된다. 이로 인해 남북으로 파동을 이루며 진행하는 제트 기류가 정체되어 같은 날씨가 이어질 수 있게 된다[3]. 또한 지구 온난화로 야기되는 기후변화는 강수량과 관련한 극단적 기상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강수량이 더 많아진 지역에서는 습한 공기가 더 많이 대기 중으로 상승한다. 상승한 공기는 비를 내리고 건조한 공기가 되어 그 주변 지역으로 하강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 습한 지역은 집중 호우 발생이 증가하나 건조 지역은 더욱 건조해지게 된다[3].
”엘니뇨”는 불규칙한 기상 이변과 이로 인한 자연재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7, 8].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동쪽 아메리카 대륙까지 바닷물이 수개월에서 1년 동안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는 현상을 엘니뇨로 정의한다. 따뜻해진 바닷물이 품고 있는 열이 해수면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지구의 대기 순환이 크게 바뀌게 되어 극단적 기상현상이 속출하게 된다. 바다 윗부분이 따뜻해지면서 깊은 곳의 찬 바닷물이 위로 올라오지 못할 때 엘리뇨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8].
2.3. 극단적 기상현상으로 인한 육상생태계 변화
극단적 기상현상과 관련한 지금까지 생태학 연구는 식물생산성과 이산화탄소 순환에 대한 것이 주를 이루었다. 이외에도 극한의 기상 조건이 수문 흐름, 토양 침식 및 토양 영양분 흐름, 그리고 식물 수분 조절 등의 생태계 기능과 관련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와 같은 연구 활동은 기후변화가 생태계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기여를 할 수 있다[4].
전 지구적으로 육상생태계의 식생, 토양 등의 구성요소에 가장 강력하고 폭넓게 영향을 미치는 극단적 기상현상은 가뭄이다. 가뭄에 의해 토양과 식물 호흡량을 포함하는 생태계 호흡량이 감소한다. 그러나 가뭄 후 강수에 의한 수분의 재공급은 호흡량의 빠른 증가를 가져온다. 강수 이후 호흡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은 가뭄 이전의 양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가뭄은 증발산을 줄이게 되어, 증발산에 의한 냉각 효과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지구 온난화에 양의 되먹임 작용을 하여 온난화를 더해지게 할 수 있다[1].
극단적 기상현상이 육상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생태계형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산림은 초지, 나지에 비해 깊은 지하 수위를 가지고 있으며, 가뭄과 열파에 비교적 덜 민감하다. 초지는 산림보다 식생의 변화와 계절 순환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극한의 기상 조건에 쉽게 변하게 된다. 토양층에 많은 탄소를 보유하고 있는 이탄 습지의 경우, 극한의 낮은 기온과 높은 수위 조건에 덜 민감하여 토양층의 탄소량은 쉽게 분해 되지 않는 안정 상태로 유지된다[1]. 다양한 극단적 기상현상이 육상생태계의 생태계 구조, 기능, 과정에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영향을 생태계 과정에 따라 구분하여 아래에 정리하였다.
2.3.1. 식생, 토양 생지화학 과정
극단적 기상현상이 식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종다양성, 생산성, 생물시계, 외부 종 침입에 대한 대응력의 변화 등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심한 가뭄, 폭우, 열파 이후에 하층 식생 부락의 주요 종 구성이 바뀌게 된다[4]. 극단적 기상현상 조건에서의 식생의 반응은 환경 조건, 종 다양성, 천이 시기 등에 따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 기상현상에 대한 처음 반응으로 식생 군락은 쇠퇴하나, 이후 극단적 기상현상의 지속으로 인해 식생의 구성과 기능은 변화를 거치게 된다.
극한의 온도가 식물에 미치는 직접적인 요인은 식물 효소를 파괴하거나 효소의 활동을 지연 시켜 광합성과 호흡을 방해한다. 이에 따라, 식물의 성장과 발달이 크게 저하되게 된다. 극한의 낮은 온도로 인한 서리의 발생은 식물에 직접적으로 큰 피해를 주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겨울과 이른 봄에 나타나는 고온 현상은 때 이른 개엽, 개화를 발생 시켜, 식물 생장에 영향을 주게 된다[1]. 토양의 경우, 고온이 나타날 시 토양 미생물의 효소 활성이 증가되어 토양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 분해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는 변화를 겪을 수 있다[4].
가뭄으로 식물의 계절 변동이 바뀌거나, 식물 생장의 지연, 우점 식생종의 변화, 그리고 토양 미생물 군집의 구성과 활성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한 달 이상의 오랜기간 동안 가뭄 발생 시, 식생 종이 빠르게 변화하고, 식생 잔여물의 감소를 확인 할 수 있다. 가뭄의 진행에 따라, 식물 잎의 노쇠 전 영양분의 재흡수가 일어나 분해가 쉽지 않는 다량의 탄소 화합물 생산이 이루어진다. 이로 인한 결과로 생태계에 존재하는 식물 잔여물의 질은 감소하게 된다[9]. 토양 미생물이 매개하는 탄소와 질소 무기질화, 질소 가스 유동, 토양 호흡 같은 생태계 과정은 강수량의 적은 변화에도 빠르게 변할 수 있다. 강수량과 강수 빈도의 감소는 토양 미생물 활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에 토양 상층의 생지화학 순환을 약화시킬 수 있다. 건조/반건조 육상생태계에서의 미생물 활성은 생태계 수분, 영양 가용성과 연관성이 낮은 것으로 밝혀져 강수 변화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5].
2.3.2. 수문 과정과 토양 환경
가뭄으로 인한 건조한 상태의 지속은 생태계 내 물흐름과 공급이 저감되는 변화를 겪게 되어 물 부족 환경에 저항력이 큰 식생으로 종 구성이 바뀌게 된다. 미국 남서부의 하천부지가 토착종인 미루나무가 버드나무 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한가지 예가 될 것이다[2]. 집중 호우 빈도가 증가되는 기상현상은 생태계의 증발산을 증가시키고, 생태계 표면 유출수가 더 많이 생기도록 한다. 반대로, 강수의 빈도가 줄어들 시, 육상생태계 내의 증발량과 수분 순환에서의 증발량의 상대적인 비율이 줄어들 수 있다. 이로 인해, 토양층 전체에 존재하는 지하수의 양과 흐름이 영향을 받게 된다. 지하수의 시공간 변동이 생길 시, 식물 뿌리의 생장 경향과 뿌리 모양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 뿌리가 토양 내 깊게 자랄 수 있는 식생으로 구성된 생태계의 경우, 강수량 변동에 따라 식물 근권에 변화가 있게 되는데, 이와 같은 변화는 식물 내로 물 흡수가 효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게 도와준다[5].
토양 침식은 집중 호우, 폭풍의 강도와 빈도 증가가 일어남에 따라 심화된다. 지형, 토양 종류, 식생과 인위적인 토지 피복 변화에 따라 토양 침식의 정도가 결정될 수 있는데, 극단적 기상현상도 이들 요인과 더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퇴적 이후 침식에 따른 토양 탄소의 제거는 육상생태계 탄소 저장량과 이산화탄소 유동량 변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1]. 겨울 동안 많은 강설 이후 토양층에 쌓이는 눈은 토양층의 단열 효과를 가져와 토양 온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 할 수 있도록 한다. 높아진 토양 온도는 토양층을 녹이게 되므로 미생물에 의한 토양 호흡량을 높이는 작용을 할 수 있다[1].
2.3.3. 자연재해 발생
가뭄, 폭염, 폭설, 집중 호우 등의 극단적 기상현상이 일어날 경우 자연재해의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10]. 산불은 육상생태계에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산불에 의해 식생 생물량, 토양 유기물이 연소되는 피해를 입게 된다. 산불은 연소물의 유기물량, 수분함량과 더불어 대기의 습도, 기온, 풍속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기상과 관련한 비생물 요인은 산불의 기간과 강도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가뭄에 의해 산불 발화와 산불이 퍼지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1].
폭풍과 열대성 저기압은 인간의 인명과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뿐 아니라 육상생태계의 기능과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자연재해이다. 생태계의 탄소 균형이 바뀌는 것은 폭풍과 열대성 저기압이 미칠 수 있는 영향 가운데 하나이다. 2004년 태풍 민들레가 동아시아 지역에 심한 강우와 강풍을 동반하고 통과했을 때, 0.5 Mt의 입자성 유기탄소가 육상 생태계에서 해양으로 옮겨졌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의해 손실된 미국 육상생태계 탄소량은 미국 모든 지역 산림이 연간 흡수할 수 있는 양의 50~140%에 달한다고 평가되었다[11].
2.4. 극단적 기상현상과 육상생태계 탄소 유동
극단적 기상현상은 육상생태계 탄소 순환을 지연시키거나 촉진시키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영향으로 인해 육상생태계 탄소 유동량은 증감의 변화를 겪게 된다. 첫째, 가뭄과 같이 생태계에 물 공급을 어렵게 하는 기상현상은 육상생태계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줄이게 만든다. 2000~2004년의 북미의 가뭄 기간 동안, 북미 서부 지역의 탄소 흡수량은 연간 30~298 Tg C 수준으로 크게 감소되었다고 평가되었다[12].
기온 상승과 강수량의 증가가 나타나면, 식생의 생장 기간이 늘어나고 수분 이용 효율이 증가하여 육상생태계 식생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온 증가는 오히려 식생의 호흡률과 토양 유기물의 분해 속도를 빠르게 하여 육상생태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가가 일어난다. 강수시 토양층 내 물의 수직 운동에 의한 용존유기탄소 침출 또한 육상생태계 이산화탄소 배출을 도울 수 있다[5]. 그러므로, 식생의 탄소 흡수량과 식생, 토양의 탄소 배출량 각각의 증감 정도에 따라 육상생태계는 탄소 흡수원 혹은 배출원이 될 수 있다[10].
열대 산림지역의 경우, 가뭄, 집중 호우, 폭풍 등의 현상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들 극단적 기상현상이 탄소 순환에 미치는 모든 긍정적, 부정적 영향에 대한 종합적 평가가 있어야 열대림의 탄소 유동 변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1].
3. 결론
극단적 기상현상의 발생은 기후변화에 의해 촉진될 수 있으며, 최근 전 세계의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 기상현상은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추세이다. 극단적 기상현상은 육상생태계의 구조를 바꾸고, 생지화학적 기능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다. 육상생태계의 탄소 유동량의 변화는 극단적 기상현상의 중요한 영향임이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극한의 기상 조건이 육상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는 육상생태계의 보전과 기후변화 속도를 줄이기 위한 육상생태계 관리를 위해 매우 필요하다. 넓은 지역의 기후 순환과 작은 지역의 극단적 기상현상과의 상호작용이 규명되지 못한 이유로 현재 개발된 기후 모형으로 극단적 기상현상의 발생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4]. 그러므로, 가뭄, 집중 호우 등의 급격한 기상 변화와 대기 내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의 관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9]. 극단적 기상현상, 육상생태계 탄소 순환에 대한 계속적인 모형 및 측정 연구는 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는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