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RE100 성공을 위한 기술 및 에너지 정책 동향

1. RE100 개요

글로벌 RE100은 국제 비영리 단체인 The 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연합하여 개최한 2014년 뉴욕 기후주간에서 처음 발족되었으며, 연간 100G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이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2030년 60%, 2040년 90%, 2050년 100% 전환)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글로벌 RE100 이행 주요기업들 중 Apple은 2018년 그리고 Google은 2015년에 100% 이행을 달성하였고, BMW는 2050년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증서 구매, 녹색요금제,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수급계약) 방식 등의 참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형 RE100은 글로벌 RE100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뿐만 아니라 동 캠페인에 가입하지 않은 기업,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고, RE100 라벨링, 온실가스 감축 실적 인정, 녹색프리미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의 참여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형 RE100의 성공적인 이행을 위해서는 국내 전력(발전/매전)시장 구조(도매, 송배전, 소매 시장) 개선이 필요하며, 도매 시장은 발전소가 전기를 만들어 전력 시장 운영자(전력거래소)에게 판매하는 시장이고, 송배전 시장은 발전소로부터 고객까지 이어지는 송배전망을 운영/관리하는 시장이며, 소매 시장은 전력 도매 시장에서 구입한 전력을 소매 판매업체(한국전력공사)가 실제 전기소비자들에게 전력을 판매하는 시장이다.

국내에서의 각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도매 시장의 경우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들과 민간자본으로 지어진 발전소들 그리고 많은 태양광/풍력 발전소들이 시장 참여자로 존재하는 개방된 구조이며, 송배전과 소매 시장의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규제 시장으로, 글로벌 RE100 참여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PPA 방식은 현재 국내 전력시장 제도 상, 전력 판매를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실행하기에 어려운 방식이다.

본 리포트에서는 한국형 RE100 켐페인의 성공을 위한 이행 정책을 핵심 수단인 녹색프리미엄,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ion,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구매, 제3자 PPA, 지분참여 그리고 자체건설 등의 정책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2. RE100 이행 동인[1]

CDP의 “2020 RE100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이 추가적인 에너지 비용을 지출하면서 RE100을 이행하는 이유는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기업 이미지 구축을 위한 것 보다는 온실가스 감축, 기업의 사회적 책임 그리고 고객들의 요구가 기업의 성장/유지에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2.1. 온실가스 감축

탄소배출권거래제, 탄소세 등 전세계 국가에서 탄소 배출과 관련 제도가 늘어나면서 많은 기업들은 탄소배출량을 직접적인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들 또한 한국형 RE100 캠페인와 탄소배출권 제도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더불어 기후 위기가 심화되면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고려할 때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2.2.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이 생산활동을 하면서 환경경영, 윤리경영, 사회 공헌 등 사회 전체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며 그에 따라 의사 결정 및 활동을 하는 것을 의미하며, 과거에는 기업의 목표는 주주가치, 즉 주주들의 금전적 가치 극대화였고, 이를 위해 기업들은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사회적/환경적 요소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기업의 존재 의미 및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점차 성숙되어 가면서, 기업 또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더불어 기후위기는 현재 전 세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있어서 자연스럽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2.3. 고객들의 요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이미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이를 이행하는 것에서 나아가, 부품 공급사에게도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으며, Apple은 자사 제품의 모든 부품 공급사들이 RE100을 이행하도록 서약을 받고 있고, BMW는 자사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삼성SDI와 LG화학에게 RE100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3. 글로벌 RE100 기업 동향[1]

3.1. Google

이미 2015년도에 재생에너지로 전력 100% 조달, 즉 RE100을 달성한 Google은 Renewable Energy Guideline 문서에서 자사의 재생에너지 조달 전략을 크게 4가지(직접PPA, 상쇄PPA, 재생에너지 요금제, 계통 조달)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Google은 전력구매계약을 맺는 모든 프로젝트들이 “부가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부가성”이란 현재 기술 및 제도로 경제성이 나오지 않거나 금융 조달이 힘든 발전소들이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비로소 경제성과 금융 조달이 가능해지게 됨을 의미한다. 이미 경제성이 충분한 발전소들에게는 전기를 구매하지 않고, Google과 같은 거대기업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보장해야만 사업성이 나오는 발전소들에게서만 전기를 구매하고 있다.

Google은 REC와 묶여 있는 실재하는 전력만을 구매하고 있고, 반드시 그 전력이 어디서 생산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것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 가능한 현물 REC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특정한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생산된 REC만을 구매하겠다는 원칙으로, 이를 통해 Google이 RE100을 이행함으로써 전세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Google은 가능한 한 전력의 소비지와 조달처를 일치시키고자 노력하는 근거리 원칙을 기본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고 있다.

 

3.2. Apple

Apple 역시 Google과 마찬가지로 2018년에 이미 RE100 이행을 달성한 기업으로,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외부 기업에 위탁 생산하는 특성상, 공급업체들이 RE100을 이행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까지 갖추고 있다.

Apple은 자사가 조달하는 재생에너지 전력의 83%가 자체 개발한 프로젝트에서 공급된다고 밝히고 있고, 이 중 84%가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통해 조달되고, 직접 소유(On-site 개념) 12% 그리고 4% 정도를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대한 지분 투자로 조달하고 있다.

더불어 전력회사의 녹색요금제 프로그램에 참여(10%) 하거나 Apple이 입주한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로 조달(2%)하고 있고, 상술한 방안이 불가능할 경우, 최근 건설된 발전소에서 발행한 검증된 REC를 구매하고 있다.

또한, Apple은 2015년 10월에 공급업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Supplier Clean Energy Program”을 발족하여, 재생에너지 발전소 지분참여 방식으로 Apple 제품 생산 업체들의 재생에너지 조달을 돕고 있으며, 2030년까지는 Apple의 전 공급망에서 RE100 이행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을 기반으로 2020년 6월 기준 Apple의 71개 부품공급사들이 RE100 이행 달성을 확약했으며, 7.8GW 규모의 발전소를 개발 중이고 이 중 2.7GW는 현재 상업운전 중이다.

Apple이 “Supplier Clean Energy Program”을 통해 실질적인 RE100 이행을 추진한 사례에는 “China Clean Energy Fund”가 있다. Apple과 10개의 공급업체가 함께 조성한 이 펀드는 총 3억 달러 규모이며, 향후 1GW의 중국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투자되어 중국 내 Apple의 공급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고, 국내에서는 Apple의 주요 공급사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Apple과 “Clean Energy Partner” 협약을 체결하였으며, 향후 Apple에 공급하는 부품 생산 시 재생에너지 전력을 100% 사용할 계획이다.

 

3.3. TSMC

대만은 2017년부터 직접 PPA 관련법을 시행하였고, 2019년 5월부터는 신재생에너지 전력 판매가 가능해지며 실질적으로 직접 PPA계약이 이루어졌고, TSMC는 2020년 7월 RE100을 선언한 이후 덴마크 외르스테드(Ørsted)사가 개발중인 발전 규모 920MW의 해상풍력 발전소와 20년 PPA를 체결 하였으며, 이 계약을 포함해서, TSMC는 2020년 한 해에만 1.2GW의 해상풍력 PPA를 체결했다.

TSMC의 1.2GW PPA 체결량은 2020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IT기업 Amazon과 석유화학기업 Total 다음으로 많은 재생에너지 PPA 체결량이고, Amazon의 경우 3GW는 태양광, 2GW는 풍력으로 조달하였으며, Total은 3GW를 태양광으로 조달하였다.

또한, 연간 13TWh의 전력을 쓰는 TSMC는 2030년까지 공장부문 25%와 비공장부문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향후 PPA 계약 규모 확대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했다.

TSMC뿐 아니라 대만의 주요 바이오 기업인 TCI 등 대만 내 많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직접 PPA 계약을 맺고 있으며, 직접 PPA 방식이 RE100 이행의 주요한 수단으로 제시되고 있다.

 

4. 한국형 RE100 이행 정책[2~5]

한국형 RE100 이행 방안으로 전기소비자의 자발적인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 지열, 해양에너지) 사용 및 확인 절차(녹색 프리미엄, REC 구매, 제3자 PPA, 지분 참여, 자체 건설)를 마련하고 있으며, 할당기업(전기소비자)이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고 에너지공단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경우 할당기업의 간접배출량 감축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4.1. 녹색 프리미엄

전기소비자가 기존 전기요금과 별도의 녹색 프리미엄을 한국전력공사에 납부(입찰 구매)하여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고, 전기소비자가 구매한 전기에 대해 한국전력공사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전기소비자에게 발행하여 전기소비자는 RE100을 충실히 이행하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 마케팅 등에 활용한다.

 

4.2. REC 구매

전기소비자(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소비자, 1MW 초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 의무이행에 활용되지 않는 재생에너지의 REC를 에너지공단이 개설하는 REC 거래플랫폼을 통해 구매(한국전력공사의 전력망 이용료 포함)하고, 전기소비자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발급받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로 RE100 및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활용한다.

 

4.3. 제3자 PPA

한국전력공사 중개로 전기소비자(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소비자, 1MW 초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간 전력수급계약(PPA)을 체결하여 전력과 REC를 함께 구매(한국전력공사의 전력망 이용료 포함)하고, 전기소비자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발급받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로 RE100 및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활용한다.

 

4.4. 지분 참여

전기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해당 발전사와 제3자 PPA 또는 REC 계약을 별도로 체결하여 전기소비자는 전기 또는 REC를 구매하고, 구매한 REC를 RE100 관리시스템(한국에너지공단)에 제출하여 발급받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로 RE100 및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활용한다.

 

4.5. 자체 건설

전기소비자가 자기 소유의 자가용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하여 직접 사용하고, 전기소비자는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발급받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로 RE100 및 온실가스 감축 이행에 활용한다.

 

5. 주안점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의 “2020 RE100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RE100 이니셔티브 가입 동기에 대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온실가스(Green House Gas) 배출 관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을 주요 이유로 꼽았으며, 소비자들의 기대를 이유로 꼽은 기업들도 90%가 넘었고, 더불어 70% 이상의 기업들이 장기 리스크 관리, 대기질 향상, 주주 요구 등을 RE100 이행 동기로 선택하였다.

글로벌 RE100은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공급하는데 그 목적이 있지만,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기업들의 76%는 2030년 이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미 31%(53개사)의 기업은 RE100을 달성하였고, 평균 재생에너지 조달률은 42%에 달하고 있다.

또한, 2020년 현재 REC 구매가 RE100 이행방안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 비율이 최근 5년간 60%에서 42%로 2/3 수준으로 감소하였고, 녹색프리미엄의 비율 역시 소폭 감소했으며, 자가 발전은 절반 이상의 기업(151개사)들이 선택하는 수단이지만, 그 비중은 2.5%로 4가지 RE100 이행방안(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PPA, 자가 발전) 중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기업들이 현장에 설치할 수 있는 발전소 규모가 한정적이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반면 PPA 비중은 최근 5년간 3.3%에서 26%로 8배 이상 급증하였고, 더불어 135개의 기업에게 RE100 이행에 대한 장기 전략을 물었을 때, 10곳 중 4곳이 PPA를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PPA 비중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기업들이 PPA와 자가 발전에 대해 주목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으로, 전세계적으로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를 달성한 지역이 증가함에 따라 기존의 전력(화석에너지)을 사용하며 추가적인 비용(REC/녹색프리미엄 구매)을 지불하는 것보다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RE100 이행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References

1. 2020년 RE100 연간보고서. CDP, 2020.

2. 한국형 RE100(K-RE100) 도입방안 및 인증서 거래시장 시범사업 안내. 한국에너지공단, 2021.

3. 녹색 프리미엄제 시행 방안. 한국전력공사, 2021.

4.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지원 등에 관한 규정. 산업통상자원부, 2020.

5.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의 배출량 보고 및 인증에 관한 지침. 환경부,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