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트릭 회원 여러분!
산업 발전이 가속화되고, 또한 고도화됨에 따라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큰 사회이슈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특히 자동차의 배기가스에 의한 도심 지역의 대기 오염의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에 기름과 전기를 번갈아 사용하는 미래 그린 친환경 자동차인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제로 에미션 자동차의 가장 완성된 형태라고 알려진 연료전지 자동차가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오늘 인터뷰에서 만나보실 분은 연료전지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연료전지와 리튬이차전지를 연구하고 계신 김용태 교수님입니다. 그럼 교수님을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 지금 교수님께서 하고 계시는 연구 주제와 내용에 관해서 간단히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연구실에서는 궁극적인 미래형 자동차인 연료전지 자동차와 순수 전기자동차의 주동력원으로서 연료전지, 특히 고체고분자형 연료전지(PEMFC) 핵심기술과 리튬이차전지 소재기술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기계공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물리학, 화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등 다양한 학문의 융합이 필요하며 본 연구실에서는 이러한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연료전지의 상용화 및 이차전지의 고효율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료전지의 경우 상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비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전극재료로서 백금의 사용량 감소 및 비백금 전극재료의 개발에 관한 연구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차전지의 경우 근본적인 문제점인 오랜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신개념 전극 물질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위의 연구 이외에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 활동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 같은 학과에 재직중인 몇몇 교수님들과 함께 교과부 기초연구실 사업에 선정되었는데 주제가 직접석탄연료전지(DCFC)입니다. DCFC는 미분탄을 어떠한 처리 없이 직접 연료로서 사용하게 되므로 이론적으로는 현재의 모든 석탄 화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입니다. 다만 현재까지 연구된 바가 거의 없는 분야라 연구자체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매우 흥미로운 주제로 현재 연구 장비 세팅 등 준비단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주력 연구 분야인 자동차용 Main Power Sources와 더불어 차세대 발전플랜트용 연료전지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 미래형 자동차로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Fuel Cell Hybrid Vehicle)의 Main Power Source인 연료전지(Fuel Cell), Auxiliary Power Source인 리튬이차전지(Lithium Secondary Battery), 울트라캐패시터(Ultracapacitor) 그리고 이들과 기존 내연기관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Hybrid Power System에 관해 연구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에 연료전지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차이점 및 장단점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연료전지 자동차는 미래형 자동차 중 가장 궁극적인 형태로 거론되고 있는데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도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월등한 연비 및 승차감, 그리고 동등 수준의 출력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제작 비용 측면(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최소 5배 이상의 가격)이 상용화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으며 현재의 주유소처럼 수소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설치되어야 하는데 이 역시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형태로 궁극적인 미래형 자동차의 형태로는 보기 어렵고 현재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연료전지 자동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나온 과도기적 형태라는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다는 순수 전기자동차 (순수하게 배터리만을 주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자동차) 형태가 더욱 미래형 자동차로서 적합하다고 생각되는데 단점으로는 주행거리의 한계(현재 기술수준으로 최대 100 마일) 및 오랜 충전시간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 이러한 미래형 자동차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되고 실용화를 고려한다면 현재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왔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미래형 자동차가 어떤 형태가 될지 앞으로의 전망을 예측할 수 있다면 저희도 그 연구에만 집중하겠지요.(웃음) 현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만이 유일하게 상용화되어 있고 연료전지 자동차나 순수 전기자동차의 경우 아직은 실증을 위해 제작된 차가 소수 돌아다니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메이저 완성차 업체 연구원의 말씀을 인용하면 2012년 경 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하고자 준비하고 있다하니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상용화에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지만 앞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비용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현대자동차 투싼의 연료전지 모델은 제작비용이 1억원을 훌쩍 넘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순수 전기자동차의 경우 실제 판매가 시작된 일본 미쓰비시의 i-MiEV라는 모델은 경차 사이즈에 최대 주행거리가 160 km에 불과하지만 가격은 우리 돈으로 5,000만원(작년 기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아직 내연기관 자동차와의 직접적인 경쟁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 일부 학자들은 궁극적인 의미에서 완전 무공해차(zeroEmission)는 못된다고 지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동차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는 내연기관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Zero Emission이 아니지만 연료전지 자동차나 순수 전기자동차의 경우는 ZEV (Zero Emission Vehicle)가 맞습니다. 다만 고려대상을 자동차 자체가 아니라 LCA(Life Cycle Analysis, 전과정평가)로 이해한다면 연료전지 자동차나 순수 전기자동차도 연료의 생산이나 전지 구성품의 제작 등 여러 프로세스에서 어느정도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완전 무공해라는 말은 어폐가 있지요. 다시말해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하는 문제인데 LCA로는 완전무공해가 아니지만 미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열심히 개발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 교수님의 이력에도 화공 재료 기계 등의 다양한 전공이 있고, 연구에 대한 접근 방식도 매우 독특하신데요. 그 이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저는 학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였고 박사학위는 재료과학으로 취득하였습니다. 그리고 Post-Doc 기간에는 기계공학과에서 연구를 진행하였는데 사실 이렇게 전공이 섞이게 된 것은 제가 인위적으로 그렇게 의도한 바는 아니고 연료전지를 계속 연구해 오면서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들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연료전지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는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전극에서의 전기화학 반응입니다. 이러한 전기화학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급 물리화학에서 다루는 전기화학 지식이 필요하며 내부에서 일어나는 열 및 물질전달 해석을 위해 화학공학적인 지식도 많이 요구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반응 특성들이 실제 전극을 구성하는 재료가 어떠한 구조 및 조성, 에너지 상태에 놓여져 있느냐에 따라 좌지우지 되므로 재료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연료전지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시스템을 조합하고 제어해야 하므로 기계공학적 지식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공부를 하다 보니 이와 같이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를 따라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전공이 바뀌게 되었네요.
연구에 대한 접근 방식측면에서 말씀드리면 현재도 연구를 위해 가장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 포항에 있는 방사광 가속기 시설인데요. 최근 보고된 문헌에 따르면 자동차용 연료전지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 연료전지 캐소드(공기극)에서의 느린 반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백금과 산소 사이의 결합이 강하기 때문으로 성능개선을 위해서는 산소의 흡착세기를 약화시키기 위해 백금 전극의 전자구조를 바꿔줘야 합니다. 이는 화공, 재료, 기계도 아닌 현대물리학의 양자역학 지식이 필수적으로 실험도 Lab-scale의 장비로는 해석이 안되고 대형 싱크로트론 시설을 이용해야만 합니다. 이렇듯 우리가 개발하고자 하는 타겟은 하나이지만 접근 방식은 최대한 다학제적으로 가져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공부할 양은 많은데 학교에 자리를 잡고 나서는 오히려 차분히 기초 과학 책펴고 공부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고민 중입니다.
- 연구이외에 교수님의 취미활동이나 사적으로 신경 쓰시고 있는 활동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특별히 고상한 취미활동을 하는 것은 없고 주말에 시간이 나면 딸과 놀아 준다던가 영화를 보는 정도이며, 사실 학위하는 동안에는 스키에 매료되어 일본 스키연맹의 기술검정 2급 테스트도 통과하고 방학이면 일주일에 사나흘 이상 스키장에서 살았는데 근래에는 겨울에 시간 날 때 몇 번 가보는 정도네요.
- 지금까지 교수님께 가장 큰 가르침과 영향을 준 분이 계시다면.
제 박사학위 지도교수님이신데 성함은 미타니(三谷) 선생님 이시구요. 세 개의 골짜기, 아마도 조상님이 산속 계곡 근처에 사셨던 모양이에요. 일본은 성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오사카 출신으로 점잖은 일본 노교수님들과는 달리 화통한 분인데 (상대적으로 동경출신은 깍쟁이 같다고 해요) 고체물리학을 전공하신 분이라 기초에 대한 강조를 지나치다 싶으실 정도로 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석사 마치고 삼성에 잠깐 근무하다가 유학을 가게 되었는데 주로 했던 연구가 뭐 회사다 보니 당연하겠지만 거의 응용에만 치우쳐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선생님과 디스커션도 안되고 제 스스로도 연료전지 연구를 하는데 기초과학이 뭐 그렇게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차츰 연구 과제를 진행해 나가다 보니 문제를 깊이 있게 파고들면 들수록 대부분 물리나 화학 문제로 귀결되더군요. 그러면서 기초과학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기초연구에 집중하는 연구 스타일들도 이때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METRIC 회원들이나 미래형 자동차를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도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여 조교수 딱지도 못 뗀 초보라 조언을 한다는 게 좀 어울리지는 않습니다만 수업시간에 가끔 대학원생들에게 들려주는 내용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제가 석사과정에서 주로 했던 일은 기초연구보다는 실제 연료전지를 만들고 성능을 평가하는 일이었는데요. 저는 제가 만든 연료전지의 성능이 동기나 심지어 선배가 만든 셀보다 성능이 좋을 때가 있어 굉장히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보니 셀 만드는 실력이 저보다 훨씬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었으며 더 놀랐던 점은 그 친구들이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어린 테크니션 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친구들의 이력이 화려했는데 전국 기능대회에서 수차례 입상경력이 있었으며 뭐든지 만들어내는 손재주들이 대단했습니다. 결국 제가 보유하고 있던 연료전지 관련 기술은 한참 동생벌 되는 그 친구들의 기술보다도 형편없었던 것이지요. 그나마 반응 메카니즘이나 셀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 등 시험 본다고 억지로 공부했던 몇 가지 단편적인 기초 지식 정도가 비싼 등록금 내가면서 학부/대학원까지 6년동안 공부한 저의 차별점이라는 생각을 하니 왠지 한심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박사학위 과정동안에는 더욱더 기초적인 부분에 집중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 특히 대학원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기술자(쟁이)가 아닌 연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은 목적으로 하는 대상이 공학적이라 하더라도 그 수단은 반드시 기초과학에 기반한 심도 있는 지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응용연구를 하더라도 그 근간을 바치고 있는 기초 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나중에 몇몇 단편적인 숙련기술을 보유한 쟁이가 아닌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줄 아는 진정한 연구자로서 평가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