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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keCoRE

뉴질랜드 정부가 선정한 국책 과학 과제를 연구하고 있는 10곳의 Centre of Research Excellence (CoRE) 중에서 지진 예측과 분석,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구조물에 대한 연구와 같은 공학적인 부분과 더불어 재난시 사회 공동체의 안전이나 회복탄성력과 같은 사회과학적인 분야까지 망라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몸담고 있습니다. 특히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과거와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수만가지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이용해 건축 토목의 안전성을 분석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함으로써, 2010년대 캔터베리/카이코라 대지진의 복구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KISTI와 협력관계를 맺고 한국의 세계적인 슈퍼컴퓨터 설비를 이용한 협업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남태평양에 자리한 인구 5백만의 소국 뉴질랜드는 일찍부터 영연방국이라는 점을 활용, 영국, 호주, 미국 등 영어권 과학 선진국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 덕택에 뉴질랜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전통적 선진국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국제적 협업을 통해 글로벌 스케일의 연구의 자그마한 한 축을 맡음으로써 과학의 진보에 “더불어” 공헌하는 실용주의적 과학 정책을 시행해왔다. 역사가 길지 않은 인구 소국임에도 노벨상 과학 부문 3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사실 (어니스트 러더포드(1908 화학), 모리스 윌킨스(1962 의학), 알란 맥디아미드(2000 화학))은 이 나라의 나름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이러한 환경에서 뉴질랜드가 조연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주연이 되기 위해 힘쓰는 분야들이 있다. 천혜의 자연 덕택에 얻게된 청정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생태계 보호와 기후 변화 대처같은 국가적 당면 과제에서는 독자적으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지정한 10대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CoRE (Centre of Research Excellence)라 불리우는 정부 출연 연구소들의 면면을 보면 이 나라의 당면한 과제가 어디에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겠다.

10개의 CoRE 중에서 New Zealand Centre for Earthquake Resilience (약칭 QuakeCoRE)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이유로 “지진”이라는 화두를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는 뉴질랜드의 처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2011년 2월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


뉴질랜드는 지진을 잠재적인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단층 주변에 건설된 수도 웰링턴을 그 관심의 중심에 두고 대비해왔다. 하지만 2010년과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진도 7.1, 진도 6.3의 대지진과 20,000번 넘게 일어난 여진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고 여겼던 지역에도 큰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지진은 한국 유학생 2명을 포함, 185명의 희생자를 내며 국가 경제에 천문학적 피해를 끼쳤으며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도시의 재건 사업이 완료되지 못했을 만큼 큰 상처를 남겼는데, 향후 발생할 지진에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한편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은 높은 퀄리티의 관측 데이터를 대규모로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미래의 지진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제반 연구를 수행할 곳으로 QuakeCoRE가 발족하는 데에 크라이스트처치의 University of Canterbury(이하 캔터베리 대학)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지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그 차선이다.
QuakeCoRE는 지질학이나 토목공학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지진 연구를 핵심으로 하면서 재난 시 공공서비스의 지속적 제공이나 문화재 보호 및 복구, 재난 관련 대국민 홍보/교육, 사회 구성원들이 겪게된 정신적 외상 등, 수차례의 재난 상황을 겪으며 그 중요성을 절감했던 사회 전반적인 이슈들도 중요한 주제로 삼아 관련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날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 확률은 얼마나 되며 그 대비는 얼마나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가 이끄는 소프트웨어팀이 지진 공학 연구진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지진 시뮬레이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진 시뮬레이션은 그 복잡성과 방대한 데이터 때문에 슈퍼컴퓨터를 쓰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따라서 컴퓨터 과학과 지진 공학 간의 융합 학문적인 특징이 있다. 지난 4년동안 우리 팀은 수집된 관측 데이터를 통해 유추해 낸 단층 모델과 속도 모델을 사용하여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실제 발생했던 지진 이벤트들을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다시 관측 데이터와 교차 검증함으로서 점진적으로 모델들을 정교화해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뉴질랜드 전국의 500여개의 단층에서 발생가능한 2만여가지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는 Cybershake NZ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는데, 이는 뉴질랜드 국토의 모든 위치가 미래에 지진의 위험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수치화, 개량화하는 것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Cybershake NZ의 결과물이 신규 건축물이나 구조물에 어느 정도의 내진 설계를 적용해야 하는지, 혹은 기존의 구조물을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 결정하거나 관련 법규나 정책을 정비하는 과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2만여개의 시나리오 중에서도 뉴질랜드 남섬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알파인 단층은 역사적으로 평균 300년마다 진도 8.0 지진을 일으켰던 곳으로서, 가장 최근의 사건이 1717년 (303년전)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있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로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QuakeCoRE는 발족이래 뉴질랜드 NeSI (New Zealand eScience Infrastructure)의 Maui, Mahuika 슈퍼컴퓨터, 그리고 2019년부터 미국 TACC (Texas Advanced Computing Center)의 Stampede2와 대한민국 KISTI의 누리온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KISTI와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시작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개방형데이터솔루션(DDS) 융합연구사업"의 일환으로 공식적인 파트너쉽을 (Affiliate) 맺고 QuakeCoRE가 개발해온 성과물들을 한국 지형에 맞게 현지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QuakeCoRE에서 개발한 뉴질랜드의 주요 단층과 50년 내에 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보여주는 웹페이지 (www.seistech.nz).
각 단층의 상세 정보와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3D 지진 동영상을 제공한다.

부산 앞바다 지진 시나리오를3D 동영상 소프트웨어로 시각화 시킨 모습
(2019년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개방형데이터솔루션(DDS) 융합연구사업(1711101951)의 지원을 받아 KISTI/계명대/창원대 연구진과 수행 중인 공동 연구)

QuakeCoRE의 소프트웨어팀은 학위 과정 학생들을 포함한 연구진과는 독립된 조직으로, 독자적인 연구를 하기보다는 최신의 컴퓨팅 기술을 지진 연구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진 연구진들을 위한 컨설팅/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계 스타트업들이 애용하는 SCRUM 운영방식과, 2주단위의 스프린트를 도입하였다. 2주마다 지난 스프린트의 결과물을 연구진과 함께 평가하고 다음 스프린트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선별하는 회의를 갖고 매일 아침 스탠드업 미팅을 통해서 각자의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문제점이나 해결책등을 팀원간에 공유하도록 한다. 연구진들과의 협의를 통해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들은 과학적인 검증과정을 거친 후에 대부분 GitHub를 통해 오픈소스로 공개되며, 이를 이용해 생산해낸 데이터와 시각화 자료들은 궁극적으로 지진 공학 관련 학회나 학술지에서 발표되거나 때때로 TV/언론을 통해 대 국민 홍보/교육에 이용되기도 한다.

QuakeCoRE는 매년 Annual Meeting이라 하여 자체 학회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QuakeCoRE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공학/과학, 경제/사회학/문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토목, 지진 공학 관련 업계 관련자들이 참여하여 한 해동안의 성과를 발표하고 네트워킹을 쌓는 기회로 삼고 있다.

2020년 QuakeCoRE Annual Meeting 모습 (출처: QuakeCoRE Facebook)

QuakeCoRE 본부와 소프트웨어팀 오피스는 캔터베리 대학의 공과대학 토목/자원 공학과 건물에 소재해 있다. 이 대학은 크라이스트처치 국제 공항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 해외 방문객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공과대학의 관문 역할을 하는 CORE 빌딩을 통하면 어렵지 않게 토목/자원 공학과 건물에 위치한 QuakeCoRE 오피스에 방문할 수 있다. 2016년, 2017년의 경주, 포항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마냥 안전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앞으로 더 많이 한국의 연구진들과 교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캔터베리 대학  공대 CORE 빌딩 전경. (출처: 대학 홈페이지)

필자소개  : 배성은. 캔터베리 대학에서 알고리즘 연구로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프트웨어 업계를 거쳐 정부 출연 슈퍼컴퓨팅 센터 (NeSI: New Zealand eScience Infrastructure)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중, 새로 출범한 QuakeCoRE에 합류하여 컴퓨터 과학자와 개발자들로 구성된 소프트웨어팀을 이끌고 있다.
이메일  : sung.bae@canterbury.ac.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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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quake #Ground motion simulation #High performance computing

국가

뉴질랜드

소속기관

University of Canterbury (학교)

연락처

6421-238-1420 http://quakecore.nz

책임자

배성은 sung.bae@canterbury.ac.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