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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니다, 우주일지 (이달의 주자 : 신봉규) 신동욱 저

  접근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우리에겐 우주를 사랑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이 소설의 장르는 공상과학입니다. 공상과학이 가지는 특별한 점은 아마도 세계관 자체의 현실성 혹은 구현가능성에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인 2020~2025년 즈음을 소설의 배경으로 잡았고, 근 미래의 모습에 대해 나름 구체적인 설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세계관 설정과 내용을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는 것이 소설 전반에 걸쳐 느껴집니다. 필시 작가는 과학과 우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그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책에 기술된 다양한 지식이나 설정들이 나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원래 배우입니다. 화보촬영을 위해 탄 비행기에서 우연히 UFO를 보게 되었고, 그 후로 자칭 ‘우주덕후’가 된 작가는 흔하지 않은 질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시련을 딛으며 ‘공상과학’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영혼은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고, 그는 하나의 소설을 통해 그의 모험일지를 써 나간 것입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한국 과학계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여자 주인공인 한국인 물리학자 안나가 나로호 발사 당시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전면에 보이지만 정작 과학기술자들은 보이지 않던 모습을. 과학적 발견과 기술의 발전을 이룩하는데 실제로 기여했던 연구자들이 전면에서 기뻐하며 그 업적에 대해 박수를 치는 모습으로 과학사는 기억되어야 한다고 작가는 은연 중 생각을 표현합니다. 실제로 연구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컨데, 점점 논문 실적과 행정일에 치우쳐가던 저의 모습을 다시한번 가다듬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과학을 수행하는 것이 어떠한 과정일지 간접적으로라도 대중들을 통해 흡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는 위해서는 이처럼 소설과 영화 등의 문화적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 소설 속에는 연구비를 따기 위한 고민과 방법들이 나름의 요소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주선의 명칭이 왜 페덱스1호로 정해졌는지 나름의 논리로 기술됩니다. 그것이 표현하는 것이 실제와 좀 다를지라도 문제의 본질을 함유하고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학을 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과정이 있는지, 왜 하는지를 그려낸다면, 이또한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학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기가 매우 어려움에도, 현실에 존재하는 지점들을 이처럼 담아낸 소설이라는 점에서 저는 이 소설이 공상과학 장르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가는 우주 천체 분야의 박사님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고 하니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작가는 이렇게 언급합니다. ‘이 소설은 내가 썼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과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발간한 책들이 쓴 것이다. 좋은 책들을 발간해준 그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언급은 하지 않겠으나, 이 소설은 유난히 똥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옵니다. 아마도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 소설은 우주선에서 똥 마저도 아껴야할 자원으로써 활용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또한 우주복과 우주선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과 기술은 그 자체로 간략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이처럼 ‘아늑한 지구’에서는 생각하지 못할 ‘특이한(?!)’ 생존 방식을 어떻게 과학과 기술을 통해 구현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하나의 인간의 경험이며, 실수와 반복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흔히 대중에게 비춰지는 과학과 기술의 모습은 한번에 이루어지는 우아한 마술쇼와 같다고 생각되는데, 실상은 처절한 몸부림과 실패, 그리고 반복의 역사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기 전에,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제가 실제와 같다고 체감할 수 있었던 과학자나 공학자의 모습은 ‘빅뱅이론’ 시트콤에서 일을 시작한 이론 물리학자 쉘든 쿠퍼와 쿠스트라 팔리였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서로 아무말 없이 몇십분간 칠판의 공식과 그래프를 지켜보는 장면이었는데, 그것은 실제로 일어나는 일임을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과학을 하는 것이 어떠한 모습일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리는 현실적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물론 재미있으면 더 좋겠지요!

소개한 소설의 배경에는 우주와 천문학에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그 외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우주궤도 엘레베이터 설정이 나오기도 합니다. 고체물리학과 표면물리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응집물리분야와 관련된 재미난 공상과학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매체와 방법들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떠한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지 더 많은 논의를 하고 싶은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그런 저에게 활활 타오를 마음의 장작을 하나 추가해 주었던 소설, ‘씁니다, 우주일지’ 책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다음 릴레이 주자는 일본 KEK 물질구조과학연구소에 계신 이상현 박사님입니다. 언제나 인자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주변인들을 편안하게 해주시는 매력이 있으신 분입니다. 또한 학문을 대하실 때의 진지함까지 겸비하신 멋있으신 선배님입니다. 중성자 회절장치를 이용하여 고체 자기구조 연구를 수행하고 계신 이상현 박사님의 재미난 책 이야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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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HO SONG(cat12) 2018-05-18

우주 천문학 생소하지만 흥미롭겠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