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이달의 주자: 손창희) 마스카와 도시히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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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개드릴 책은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던 마스카와 도시히데 선생의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 입니다. 이 책은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책으로, 과학자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마스카와 도시히데 선생은 이 책을 통해 과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의도치 않게 전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이를 막기 위한 과학자들의 사회적 참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과학계의 성과중심주의가 이러한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그의 은사인 사카타 쇼이치 선생의 “과학자는 과학자로서 학문을 사랑하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인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는 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이 책이 저에게 와닿았던 이유는 마스카와 도시히데 선생이 지적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현재 제 위치에서 몸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비롯한 과학계의 놀라운 발견은 인류에게 원자력이라고 하는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였으나, 그와 동시에 원자폭탄이라는 인류 최악의 무기를 만드는데 악용되었습니다. 마스카와 도시히데 선생은 이러한 원자력과 원자폭탄의 역사야말로 과학의 발전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과 과학자의 사회적 참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일하고 있는 오크리지 연구소는 바로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인 little boy가 제작된 연구소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지 70 년이 넘은 지금에도 오크리지의 Y12 연구소는 여전히 핵무기 관련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고도로 발전된 핵무기가 다시 전쟁에 사용된다면 과거의 전쟁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입니다. 북한과의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핵전쟁의 공포를 느끼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마스카와 도시히데 선생의 이야기는 저에게 단순한 충고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 책은 저와 같은 연구자분들께 큰 의미가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응집물질물리를 세부 전공으로 정한 이유는 이 학문을 연구함으로써 사회에 공헌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동기가 무색하게, 최근 저의 연구의 동기는 “어떻게 하면 높은 impact factor의 저널을 쓸 수 있을까?” 이었습니다. 연구에 매진한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해 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평화 활동에 힘쓰면서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스카와 도시히데 선생을 보면 과학자의 사회참여가 연구에 방해가 된다는 핑계는 대기 어려워 보입니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연구를 하며 평화 운동에 힘쓸 미래의 마스카와 도시히데에게 이 책을 추천드리면서 글을 마칩니다.
다음 주자로 추천드릴 분은 University of South Carolina 의 이동규 교수님입니다. 오크리지 연구소에서 만난 이동규 교수님은 먼 미국 땅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친구이자, 연구에 많은 도움을 둔 조력자이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선배입니다. 연구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박식한 이동규 교수님의 흥미로운 책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일본인 과학자가 그것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분이 과학자로서의 고민을 쓰낸 책이라니 무척 관심이 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