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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미래


컴퓨터가 나오면서 각 나라별 언어위상이 조금씩 달라진 것 같습니다.

발음하는대로 쓰는 우리나라 말은 컴퓨터 적용이 좀 쉬웠고,

한자를 혼용하는 일본어는 사용이 불편하고, 철자 위에 기호를 찍어야 하는 불어는 영어에 비해 타이프가 더딥니다.

하지만 일본어가 컴퓨터 사용에 불편하다고 일본 사람들이 한글로 언어를 전환하지는 않을 것이니, 공연히 우리끼리만 하는 소리죠.


재미있는 현상은 한국사람들은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큰 반면, 그것을 지우고도 우수리가 한참 남는 영어 컴플렉스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내에서는 어린 학생들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영어에 목을 매고 업무에 영어가 필요없는 일인데도 사람을 채용할 때 영어 시험을 봅니다.

그런데 외국 동포사회에서는 반대 현상이 있습니다.

한인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한글교육을 시키려는 열의가 대단합니다.

여러가지 측면이 있습니다만, 애들의 정체성을 위해서, 부모와 소통하기 위해서, 그리고 한국기업에 취업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의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필자는 자녀들에게 한글 배우기를 별로 강조하지 않아서 애들의 한글이 어눌합니다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글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현상을 보면서 뿌리가 무섭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동포 부모들에게 종종 강한 주장을 할 때가 있습니다.

당신들이 애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려는 열정의 반만 들여서 본인들 스스로가 현지 외국어를 공부하라고 말합니다. 물론 반응은 상당히 썰렁합니다.

가방끈 이야기에서 민족혼 이야기까지 역으로 훈시가 들어옵니다.

좌우간 제가 보기에는 한국에서 영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오버하는 것이고, 외국에서 외국말 배우기보다 한글에 너무 집착하는 것도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세월이 지나도 한글이 살아남겠는지를 말하려는 것입니다.

5월에 저희 재불 한인 과학기술자 협회에서는 불란서 서부 도시인 Rennes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했었습니다.

규모는 작았지만 주제들이 다양해서 오랜만에 지적 호사를 잔뜩 누리고 돌아왔습니다.

불란서에 온 지 얼마 안된, 불어를 못하는 회원들도 있고,  또 2세 학생들은 한글 전문용어가 생소하니 파워포인트는 영어로 준비해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현재 한국말로 진행하는 대부분의 국내학회에서도 파워포인트 자료는 영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 한국 과학기술계는 이렇게 10년간 흐른다면 영어가 쓰는(written) 언어로 되고, 한글은 그냥 말하는 언어로만 구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훈민정음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훈민정음 이전에도 우리말은 있었지만, 글이 없어서 한자로 글을 썼으니까요.


과학기술계만 이런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일반 신문을 봐도 변화가 느껴집니다.

20년전만 해도 신문에서 어려운 단어 괄호 속에 들어있는 말은 한자였는데,  이제는 이 괄호 속 단어들이 영어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저지해야 할 것인지, 잘 다듬어야 할 것인지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당위성을 내세운다고, 진행되는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요.

영어가 보편화되는 것을 적절히 수위조절한 언어가 일본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단어를 알파벳으로 쓰지 않고 전부 일본어 발음으로 바꾸어서 쓰고 있습니다.

일본어식 영어단어들이 원발음과 너무 틀려서 우스꽝스러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자기들 언어를 지켜내려는 노력이 눈물겹습니다.

우리 나라는 한 때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하여 '코너킥'을 북한처럼 '모서리 차기' 라는 식으로 순수 한국말로 표기했었지만, 

지금은 일본처럼 영어를 발음대로 한글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어단어의 한글 철자들이 중구난방이어서 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운동이나 표준이 이미 만들어 졌는 지를 모르는 필자가 뭘 주장하려니 혹시 자다가 봉창 때리는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규칙을 예로 들면,  Orange를 한글로 표기할 때, '오렌지'가 아니라 '오랜지'로 쓰는 것이죠.

반면 ego는 '애고'가 아닌 '에고'로 쓰는 것입니다.

비슷한 발음이어도 원철자 모음이 a면 '애'로 e면 '에'로 표기하는 방식입니다.

지금 한국어 구어에서 '에'와 '애' 발음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합니다만,  단어의 철자에서는 가려서 쓰고 있습니다.

재료, 재미, 제비, 제사 처럼 말입니다.

(자기는 철저하게 '애'와 '에'를 구별하여 발음한다는 사람들도 보긴 했습니다.)

영어를 한글로 옮길 때 영어 발음도 고려하지만 영어의 철자도 고려하여 한글 철자에 규칙을 부여한다면 좀 더 정확한 철자법이 될 것 같습니다.


일전에 불어 어학 교재를 발행했다가 '전공침해+괘씸죄'로 불어 전공자들에게 엄청 욕을 먹었는데, 

이번에는 한글학자들에게 '무지몽매죄'까지 추가되어 가중처벌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필자에게 왜 이런데 관심을 가지냐고 물으신다면, 대답은 간단합니다.

필자는 책을 가끔 출판하는데 책 뒤에 색인을 만들 수가 없어요.

한글용어가 통일이 안되어 있고, 원어를 그대로 한글로 적자니 철자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영어 단어를 알파벳으로 색인에 넣자니 색인에 한글 따로 영어 따로 있는 것도 보기 않좋고...

책을 낼 때, 외국 서적들의 인덱스처럼 필자도 알찬 색인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추신) 상업광고 하나: 이번에 '2020년 대한민국, 제조업에 길을 묻다'라는 책을 냈습니다. 많이 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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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은 의견입니다. 한글도 이제는 세월에 따라 변하고 발전해야 합니다. 훈민정음에는 중국과 말이 달라서 한글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어 발음도 제대로 나타낼 수 없는 한글이 되어 있습니다. 주음부호(ㄷ등의 40자)를 쓰던 예전의 중국어가 아니고 현대의 간자어는 병음기호(중국식 영어발음기호)를 쓰는데 이 병음에는 r, l, p, f 발음이 다릅니다. 한글에서는 불가능하지요. 영어나 불어를 나타내는 데도 소리글자의 한글은 아주 힘겹습니다. 그러니 한글을 공부하기 보다는 영어를 공부하면 중국어도 배우기 쉽습니다. 그래서 환경공학박사인 저는 `한중일 한자를 중국어/한국어/일본어의 비원어민 대학생이 한거번에 공부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책도 9권이나 저술(http://blog.daum.net/enviromarh)했습니다. 여기서 한글을 발전시키려면 훈민정음의 발음을 살려내어 `p` 발음은 `ㅍ` 으로 하고 `f` 발음은 `아래히응` 으로 하고, `l`발음은 `ㄹ` 로 하고, `r` 발음은 `ㄹㄹ` 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한글 영어화 방법`에서 `영어 한글화 방법`을 새로이 개발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한국과 한글을 세계에 알리는 세계화가 되어야 햐는 것입니다. 한글은 이대로 두면 100년 이내에 없어진다고 UNESCO가 경고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가 한중일 한자 공부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도 한국어를 중국어와 일본어 사이에 동일한 자격으로 끼어 들게 해 70억 세계인 특히 13억 인도인이 배우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한글은 영원토록 살아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인도영어를 배워야 합니다.한국인의 혀가 인도영어에는 잘 맞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훈장은 바땀 풍(風) 하면서 생도들에게는 바람 풍 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자공부가 안되지요. 마찬가지로 영어도 "선생은 혀가 쭉 펴진 워터(water) 하면서 학생들에게는 혀꼬부라진 워러(water)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영어공부 안됩니다. 인도인처럼 발음하는 것이 콩글리쉬인데 사대주의 사상이 밑에 깔려있는 한국인은 미국 영어만 발음하려 합니다. 인도 대학생을 보고 어느 미국인이 영어 못한다고 합니까?? 인도인처럼 한국인도 영어신문보고 잡지보고 다 잘합니다. 다만 발음이 미국영어가 아니고 인도영어인 것 뿐입니다.한글의 미래는 한국대학생이 한중일 한자를 배워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를 모두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세계의 대학생이 한/중/일/영어를 배우는 시대를 만들면 한글의 미래가 밝다고 믿습니다. 저는 중국어 발음기호(병음)을 비원어민 대학생을 위해 간단히 한 `省(생)병음`도 개발해 한국 대학생들에게 한중일 한자를 한꺼번에 배우도록 하는 방법을 우선 인터넷 블로그에 등재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의견을 달아 죄송합나디. 저는 KISTI의 ReSEAT PROGRAMME의 환경전문연구위원 김오식(Ocica O`Kim)입니다. 한자책, 글쓰기 책 등의 비공학부분은 penname의 `오우`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제시하시는 의견이 아주 고견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