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단상(斷想)
2003-05-02
이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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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가 있을 때 중국인들은 고국에 돈을 보내고, 일본인들은 정보를 보내며, 한국인들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연락이 두절된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나라의 눈부신 인터넷 발달 덕분에 이제 이런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가 된 것 같다. 인터넷 동창회, 동호회를 비롯한 각종 포털 사이트의 카페 등을 통하여 공통된 관심사와 정보를 국제간에 실시간으로 교환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또한 친목과 여가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하여 최신 논문 색인, 과학기술보고서, 프로젝트, 직장 정보, 심지어 강의 노트까지 제공하고 있다. 특히 KOSEN에서는 과학 기술자들에게 필요한 과학 기술계의 최신정보, 첨단보고서, 분석요약 보고서 등을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있는 등 인터넷을 통한 정보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정보의 원활한 흐름은 인체에서 혈액의 흐름에 비교될 만큼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따라서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인 노하우(know-how) 만큼, 지식이나 정보를 찾아내는 “know-where”의 중요성이 점점 증대하고 있다.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여 유용하게 이용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급속히 발전하는 과학기술 문명시대에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최신 기술 개발 경향, 연구방향, 그리고 기술 수준 등에 대한 정확하고 믿을 만한 정보의 입수는 효과적인 투자 방향의 설정, 중복투자방지, 첨단 기술간의 연관 관계 파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한정된 재원을 효과적으로 투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의 영향은 사회, 문화, 과학기술은 물론이고 생각하지도 않았던 영역까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과학기술계의 예를 들면 논문 투고시 이전에는 우편으로 전 과정을 처리했으나 현재는 많은 저널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논문을 수신하고, 검토 결과를 알려주며, 수정, 교정도 역시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추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송수신비가 절약되며 논문 발행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발표된 논문들을 전자문서로 인터넷상에서 다운로드 받아 컴퓨터에 저장하고 언제든지 간편히 참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유용할 것 같은 인터넷도 동전의 양면과 같이 양면성이 있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각종 인터넷 게임은 사용자들에게 더 없는 오락을 제공하지만 장시간 의자에 머무르게 하므로써 좀더 유용하고 가치있는데 투자하여야 할 시간을 잠식하고 있다. 인터넷 정보 검색기술의 발달은 몇 개의 핵심단어 입력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단시간에 셀 수도 없이 찾아낼 수 있게 하지만 때로는 원하는 정보는 항상 인터넷 저편에 존재할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줄 수도 있다. 저널들간의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결과의 빠른 출간을 위한 경쟁은 논문의 가치를 점검할 충분한 시간을 부족하게 하여 오류를 포함한 논문의 발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토론은 다양한 의견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지만 익명성은 때로 기본적인 네티켓을 잊게 할 수도 있다.
인터넷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명제이지만 가끔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인터넷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터넷은 삶을 풍부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이지만 창조적이고 인류에게 질서를 가져다주는 개념들은 전형적인 인류의 전통과 유산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인터넷 시대의 진정한 신인류가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