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예방할 수 있다
2003-06-03
윤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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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주요 국가에서 제 1의 사망 원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흔히 불치병으로 알려져 공포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고 현재까지 치료율이 만족스러울 만큼 높은 것도 아니어서 암의 원인을 잘 알아서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암의 원인 중 비중이 큰 것은 단연 흡연이다. 금연만 하면 모든 암의 30%는 방지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흡연은 폐암 뿐 아니라 두경부암, 방광암, 식도암 등 거의 모든 암의 발생 원인이 된다. 흡연과 유사하게 공해, 즉 대기오염도 발암 요인이며, 스트레스도 중요한 발암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스트레스에 의해서 몸의 면역성이 저하되면 정상적인 신체상태에서는 억제될 수 있는 발암유전자의 발현이 이루어지거나 정상적으로는 면역체계에 의해 소멸될 수 있는 소량의 암세포들이 계속 자라날 수 있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한 위암은 Helicobacter pylori라는 균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많으나 우리나라 인구의 70% 정도가 이 균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이며,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 등 식이와 관련이 되는 것 같다. 특히 탄 음식은 그 자체가 바로 발암물질이다. 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음식물이 지나가는 구강, 혀, 구인두, 하인두, 식도, 위, 장 등 모든 소화기관에 암이 생길 수 있다.
식품이나 환경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화학물질도 중요한 발암요인이다. 즉, 발암가능성을 줄이려면 자연 상태의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가공식품의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 식이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너무 지방질이 많은 식사가 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직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자궁체부암 등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야채, 과일, 섬유소 등은 암의 발현을 억제해 주는 효능을 가진 것으로 믿어진다. 특히 야채가 좋으며 즙을 내어서 먹는 것보다는 원래 형태 그대로 날 것으로 먹거나 익혀서 먹는 것이 좋다. 야채나 과일의 구성형태 자체가 항암 성질을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비타민 C, selenium 이런 식으로 어떤 한 성분을 약으로 복용하는 것은 항암 효과가 적다. 야채나 과일 같은 식품에는 무수히 많은 미소 영양소들이 여러 가지로 얽혀 있는데 그 중에서 어느 것이 항암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며, 그러한 구조 자체가 항암 효과를 나타내는 원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성분보다는 과일과 야채를 원형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우리 나라에 많은 간암은 B형 간염과 관련이 깊은 것이 밝혀져 있다. 따라서 항체가 없는 사람들은 B형 간염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술은 장 뿐 아니라 특히 간에 많은 스트레스를 주므로 과도한 음주를 삼가야 한다.
유전적인 소인 즉 가족이나 조상 중에 암이 있었던 사람에서 발암위험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밖에 방사선은 발암기전의 연구가 잘 되어 있어서 암의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요 원인은 아니다. 예컨대 흉부 단순촬영 (보통의 가슴 엑스레이 촬영)을 한번 시행할 경우의 발암 가능성은 담배 한 개피 흡연에 의한 발암 위험도 증가보다도 적고 환자가 병원까지 나오기 위해서 5킬로 정도 차를 타고 오는 동안의 사고 사망 확률보다 낮다. 즉 사고 피폭을 당하지 않는 한 진단 목적의 방사선 사용에 의한 발암 위험성은 실제로는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정도이다.
즉, 담배 안 피고, 심하게 음주 안하고 공기 좋은 곳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살면서, 가공식품 섭취는 피하고 야채를 많이 포함된 식사를 하며 자극적이거나 탄 음식을 피하고 B형 간염 예방 접종을 받고 운동을 적당히 하고 정기적 검진을 받으면 암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운동이 좋은 이유는 운동 자체가 뇌내 모르핀을 만드는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으며, 심폐기능을 비롯하여 몸의 기능을 높이며 특히 음식물의 찌꺼기가 빨리 배출되도록 도와서 발암물질이 체내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막아 주어서 대장암 등의 발병가능성을 줄이는 등의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그러나 너무 심한 운동은 운동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노화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 활성화 산소의 발생을 증가시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우리 나라의 주요 암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간략히 소개해 본다.
위암은 앞서 말한 Helicobacter pylori 감염을 치료하고 탄 음식, 맵고 짠 음식 같은 식이 원인을 피하면서 주기적인 내시경 검사로 조기발견의 노력을 기울이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요즘은 비교적 고통이 적은 수면내시경 등도 시행되고 있으므로 특히 40세 이상에서는 최소한 우선 한 번 시행하여 현 상태를 확인한 후 그 뒤에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폐암은 흡연과 공해를 피해 주면 발생위험을 낮출 수 있다.
간암은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고 음주를 적게 하면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암 중 발생율 1위가 된 유방암은 지방질이 많은 식사를 피하면서 자가촉진을 하고 주기적인 신체검사 때 검진을 받으면 충분히 조기 발견할 수 있고 이 경우 유방을 절제하지 않고도 병소만 제거한 후에 방사선 치료해주면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높다.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길게는 수십 년의 오랜 시간 동안 단계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므로 기혼 여성에서 1-2년에 한번 세포진 검사 (pap smear)를 하면 쉽게 조기 발견할 수 있고 이 경우 방사선치료나 수술로 높은 완치율을 보인다.
직장암은 야채를 많이 먹고 지나친 지방섭취를 줄이고 규칙적으로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면 발생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우리 나라 여성에 많은 갑상선암은 목 아래 부분의 갑상선이 커지지 않았는지를 자주 만져 보고 커지면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대개 조기 발견되면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그밖에 식도암, 장암 등은 위의 일반론에서 제시한 식이 상의 주의 등으로 많은 부분 예방할 수 있다.
암이 일단 발생한 경우에는 초기에 발견하여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의 표준적인 세 가지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 치료이다.
이 중 암이 혈류를 타고 멀리 퍼진 경우 즉, 전이가 된 경우가 아니면 대개 수술, 방사선치료의 국소적 치료로서 좋은 성과를 볼 수 있다. 수술이 적합한 경우도 있고 방사선치료가 더 적합한 경우도 있고 두 가지를 병합 시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주 치료법으로 하되 보조적으로 항암제 치료까지 행하는 경우도 있다.
혈류를 타고 원격 전이가 되거나 림프관을 타고 먼 부위의 림프절까지 간 경우는 국소적인 치료법인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만으로는 완치가 될 수가 없는데 항암 치료제의 효과가 아직 불충분하므로 대부분의 고형 종양에서 일단 전이가 되면 완치율은 거의 0이다.
따라서 현재 종양학자들의 노력은 전이가 되지 않았을 경우의 치료법인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더욱 개선하는 일과 원격전이가 되었을 경우의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항암제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항암제로서 화학요법제 (보통의 항암약) 뿐 아니라 유전자 치료제, 종양의 혈관 형성을 방지해 주는 약 등 여러 가지가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치료성적은 좋지 않았다. 만일 효과가 좋은 항암제가 개발된다면 국소적인 치료는 수술과 방사선치료로 하고 전신적인 치료는 항암제로 할 수 있게 되어서 암 치료의 신기원이 열릴 것이다.
세 가지 표준 치료법 중 하나인 방사선치료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전리방사선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것이다. 방사선은 구체적으로는 DNA의 화학결합을 끊어주어서 암세포의 자기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게 함으로써 암세포 증식을 막아주어 궁극적으로 소멸시키며 또한 암세포의 Apoptosis도 야기한다.
이런 기전에 의해 어떤 암이라도 충분한 방사선을 조사하면 쉽게 없앨 수가 있다. 그럼에도 방사선 치료로 완치가 안 되는 경우는 두 가지 이유에서이다.
첫째, 주변 정상 조직이 방사선에 약해서 암을 완치시키기에 충분한 방사선을 조사하기 어려운 경우이다. 우리 나라에 비교적 많은 위암과 간암도 이에 해당한다. 방사선을 많이 조사하면 충분히 없앨 수 있지만 위와 간이나 장 자체가 방사선에 약해서 충분한 치료가 어려운 것이다.
둘째, 원격전이가 된 경우는 온 몸에 병이 퍼진 것과 같은데 부작용 때문에 몸 전체에 충분한 방사선치료를 할 수가 없으므로 방사선만으로는 당연히 완치가 안 된다.
이 문제점 들 중 두 번째는 보다 우수한 항암제의 개발로 해결할 수 있다.
첫째 문제의 해결, 즉 정상조직에 들어가는 방사선 양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한가지는 3차원 입체치료 (3-D conformal therapy)이다. 즉 3차원적으로 종양에만 방사선이 들어가고 주변의 정상조직은 방사선을 거의 안 받게 치료를 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발달에 따라서 세기조절 방사선 치료 (IMRT: intensity modulated radiotherapy) 의 등장 등 점점 더 3차원 치료법이 발달하고 있다. 언젠가는 주변 조직의 손상이 거의 없이 종양만 파괴하는 방사선치료가 이루어지는 것도 꿈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수술은 최소한으로 시행하고 방사선 치료와 앞으로 개발될 새로운 효과 높은 항암제로 국소 병소와 전이 병소를 다 치료해서 인체의 손상으로 인한 기능상의 장애나 미용상의 문제를 최소화 하면서 암 치료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