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대중화와 홍보
2004-03-03
변상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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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자주 언급되는 ‘이공계 기피 현상’은 피상적인 기술천시 풍조 혹은 학업상의 어려움 및 열악한 처우 등의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국내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 전반에 걸친 이분법적 사고와 체계적인 지원 부족을 심층적으로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또한 ‘과학홍보’ 및 ‘과학대중화’에 있어 언론의 책임이 한층 무거워진 것도 사실이다.
과학홍보의 당위성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자들이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이 없었다. 즉, 과학분야 관계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국민들에게 소외감을 조성했다는 역설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시기에 ‘과학 저널리즘’의 사명은 바로 국민과 과학기술 종사자와의 관계에 좀 더 친밀감을 유도하는 변화된 사회분위기 조성에 있을 것이다. 결국 국민이 과학기술의 진정한 주체가 될 수 있는 사회가 ‘과학기술 중심 사회’의 실현을 가능케 할 것이다.
‘과학대중화’에 대한 언론의 현실
과학의 대중화를 조성하는 주도적인 역할은 언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학대중화’라는 사업 자체가 언론의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없이는 이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과학 대중화’와 ‘과학 홍보’의 역사적 맥락을 짚어보면 1920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의 창간 이래 국민들의 꾸준한 의식개혁운동에 앞장서 왔고, 1972년 이후부터는 ‘조국 근대화’라는 기치 아래 정부 주도로 ‘과학기술처’(現’부’)가 발족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이 시작되었다. 오늘 날에는 과학기술부가 주축이 되어 ‘한국과학문화재단’,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문화진흥회’ 등 관련 단체가 다양한 형태의 과학기술풍조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과학기술 지식의 확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대중화 및 국민과학화’의 중요성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속도로 볼 때, 과학기술 발전 역시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갈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발전속도는 자연스레 과학기술 종사자와 일반 대중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장벽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실생활에서 겪는 문화적 충격과 부적응으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되기도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전문가인 과학기술 종사자와 비전문가이자 과학기술의 주체가 되야 할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 소통의 부재로 우리의 삶의 행복과 질을 증진시키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은 오히려 ‘반과학운동’과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과학’ 없는 ‘기술’
근대과학사를 돌이켜 보면 한국의 과학기술은 대중적인 기반을 형성하지 못하고 기형적 발전에 그치고 있다. ‘과학대중화운동’이 비록 나름대로 역사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개발경제시대 정부 주도하의 정책은 과학기술을 경제적 목적을 위한 도구적 수단으로 보는 풍토가 만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정책과 지원은 정작 중요한 본질인 ‘과학’은 없고 ‘기술’만이 있는, 즉 과학기술 발전의 본질을 저해하는 왜곡된 형태의 발전과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말해준다.
‘과학기술중심사회’와 ‘과학저널리즘’의 방향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단순한 경제, 정치적 논리로 ‘과학기술’ 자체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양되어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이가 과학에 흥미를 갖는 것은 순수한 호기심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과학기술이 경제적 생산성이나 자본의 전유물로 강요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창의적인 교육과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볼 때, 침체된 경제, 정치적 부정부패 등 중요한 국가적 현안의 본질적 키워드는 ‘과학기술중심사회’과 연관을 맺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과학기술 중심사회’란 수단시되고 가시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하드웨어적인 발전이 아닌,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발전을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과학기술진흥과 이런 방향에 부응하는 ‘과학 저널리즘’이 요구되는 사회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의식과 생활 속에 ‘과학기술 정신’을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과학기술과 산업의 진흥은 물론 전통 문화 전반에 걸친 발전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언론을 이용하고, 과학 기자들이 실체보다는 이미지에 의존하여 기사를 작성하게 될 때, 대중은 과학을 이상적인, 그러나 소외감을 야기시키는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므로 과학 기자의 역할은 현 언론의 피상적이고 흥미 위주의 저널리즘 형태를 돌아보고,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보도와 홍보를 통해 새로운 ‘과학 저널리즘’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