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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바다를 만나는 곳에서...

사람들은 흔히 해양학을 한다고 하면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거나, 해수욕과 관련된 일 등을 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해양과학이라고 용어를 약간 바꿔도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 학문인지 쉽게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처럼 해양학은 우리들에게 아직까지는 비교적 생소한 학문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에게 좀 더 친숙한 학문분야는 아마도 해양학을 포함하여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지구과학이라는 분야일 것이다. 지구과학 분야가 만들어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추진된 자연과학 교육개혁 운동의 결과였다고 한다. 이후 한국에서도 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지구과학이 생겨 생물과학에 대응되는 무생물계를 총괄적으로 다루게 되었다. 지구과학은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현상을 그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작게는 분자규모에서부터 크게는 지질학적 시간규모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은 현상들을 총괄하며 그 대상 또한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지구과학은 그 대상에 따라 크게 해양학, 지질학, 기상학 등으로 나뉘어 세부 학문 분야들이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이러한 세부 학문 분야들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학제간의 연구필요성이 제시되고는 있으나, 해양학의 학문적 정체성은 이와 같이 지구과학의 한 분과로 해양의 자연현상을 연구하는 분야 정도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양학은 바다에 대한 단일 과학이 아니라 모든 과학이 한 덩어리로 뭉쳐 바다에 적용된 종합과학의 학문이다. 즉 해양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기상학처럼 물리학과 수학의 지식을 필요로 하며, 생화학적 현상을 탐구하기 위해 화학과 생물학 이론들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육상의 지질학과 마찬가지의 지질학적 지식들이 해저 지질에도 적용되어야 지질학적인 현상들을 연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해양학은, 바다를 대상으로 여기에서 일어나는 모든 자연현상들을 수학은 물론 물리, 화학, 생물, 지질학 및 기상학 등 모든 자연과학 이론들을 적용하여 연구하는 종합과학인 것이다. 사실 해양에 대해 인류가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1768년 벤자민 플랭클린이 작성한 맥시코만류(Gulf Stream)에 대한 해류도는 해양에 대한 최초의 출판물로 알려져 있고, 해양의 과학적 연구를 목적으로 처음 세계 일주 항해에 올랐던 영국의 첼린져(H.M.S. Challenger)호가 3년 이상을 해상에서 보내며 362개소의 정점을 관측한 것은 19세기 후반의 일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야 2차 대전 당시의 기술 분야 발달에 힘입어 미 해군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가운데 여러 해양연구 기관들이 생겨나면서 해양학의 현저한 발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양학은 그 영어명 oceanography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에는 지리학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학문분야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관측기기 개발로 점차 해양의 동적 현상을 연구하는 분야로 발전해갔다. 20세기 후반부터 최근의 관측기술 발달과 이의 해양학적 응용을 통해 해양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한 이해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과거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실시간으로 해양을 감시하고 예측, 예보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영화 ‘토모로우’에서와 같이 최근의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는 이와 같은 해양학 발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지구상에서 인류가 거주하지 않는 지역이라는 이유로 가장 덜 탐사되어왔던, 그러나 최근의 기술개발에 따라 가장 빠르게 그 비밀들이 밝혀지고 있는 해양에 대해 오늘날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인류의 과학지식을 총 동원하여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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