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를 보며 느낀 것은....
2002-07-04
오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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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의 World Cup이 우리나라에 가져 다 주는 긍정적인 면이 많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겠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요. 그러나 나는 좀 더 다른 방향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이 되네요.
한국과 일본의 보통 사람들에게 심어준 동류의식과 유대감은 앞으로 동북아시아가 협력하여 세계를 선도해 나아갈 수 있는 공동체 형성에 크게 도움이 될 테니까요. 과거에 정치적으로 BeSeTo (Beijing-Seoul-Tokyo) 구상이 있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산 된 것 같아요. 아마 내 생각으로는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던 같아요. 경제 수준의 차이, 정치적 목적의 차이 등이 있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각국 국민이 타 국민에 대한 신뢰감을 가지지 못했던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지요.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일본 사람들에 대한 원한적이고도 영원한 라이벌이라는 감정, 중국인에 대한 우리 자신의 잠재적인 우월감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생각해야지만 이룰 수 있는 협력관계를 이룩하기 힘들게 하였지요.
자카르타 Jakarta 의 한 대학을 방문하였을 때입니다. 대학 건물 벽에 커다랗게 « EAST MEETS WEST ! » 라고 썼더군요. 그 말이 나의 뇌리에 아직도 남아 있지요. 나중에 총장을 만난 나는 그 글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지요. 그리고 내 생각을 말했지요.
« East meets first East, then West ! »
나는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생각을 합니다.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다니며 슬픔을 느끼는 것은 (한국을 포함하여) 서로의 협력보다는 경쟁을 의식하고, 또 서로 간에 인종차별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아시아인은 무시하면서 (흑인에 대한 멸시는 극치에 달하고) 백인에게는 거의 아첨하듯이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자주 보았지요. 아마 여러분들도 공감하실 것입니다. 한번은 한국에서 동남아시아에서 온 직업실습생들들에 관한 TV방영을 보고 나 혼자 엉엉 울었습니다. 어떻게 내 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저 토록 박해하고 인간이하의 취급을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었지요. 그리고 내 자신 그런 것을 시정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는 것 또한 슬펐지요.
나는 알지요. 프랑스에 있는 한국인들이 아랍인들을 업신여기고, 독일의 한국인들이 터키인을 경멸하며, 영국의 한인들이 ‘인도-파키스타니’하며 깔보고, 미국의 한인들이 Afro-American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세상에 어느 누구도 한 인간을 인간이하로 대할 수 없습니다. 빈부를 막론하고, ?事슴?관계없이, 피부색에 연연하지 아니하고, 국적에 무관하게 사람은 사람이라는 이유하나로 충분히 존경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보통사람이 보통사람을 존중할 때만이 진정한 의미의 인간민주주의가 세워질 것입니다.
두 번에 걸쳐 놓친 페날티 킥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극단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두 방향에서 생각해 봤지요.
첫째는 선수 개인의 성격과 우리 국민의 성격을 합친 것입니다. 나는 두 선수가 운동은 잘 하지만 성격적으로 ‘깡다구’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내가 고교농구선수 시절, 우리끼리 연습할 때는 잘하던 친구 하나가 시합 때는 신통치 않았지요. 그러나 평소에 ‘헬렐레~’하던 친구는 시합 때는 거침이 없었답니다. 주눅드는 것을 모르는 친구였거든요.
두 선수는 주눅이 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 이유는 선수의 성격도 성격이거니와 우리 국민이 뭉쳐서 무명으로 함께 뭔가를 할 때는 잘 해도 혼자 떼어 놓고 조명등을 비추며 시키면 썩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요 우리는 앞으로 나라가 잘 되려면 독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둘째는, – 이견을 제시 할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 만약 상대가 동남아의 작은 국가 팀이었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 왔을까 하는 생각이지요. 신문이 전하기는 두 선수 모두 연습 때에는 ‘실수가 없어서 믿고 맡겼다’고 합니다. 실수는 인간의 것, 그러니 실수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실수 자체가 정신적 위축에 연유한다고 했을 때에 상대와 내가 동등하다고 생각하면 상대팀의 국적에 상관 없이 위축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요. 쉽게 말해 서구인이라고 해서 우리가 켕길 필요는 없지요. 아니 서구인들의 야생동물적 성격 – 약자에는 강하고 강자에는 약한 – 을 이해하면 오히려 강하게 나갈수록 평등한 관계가 이루어 진다는 것이지요. 한국인은 조화 Harmonie를 서구인은 힘의 관계 Rapport de Force가 지배적으로 인간 관계의 기본을 이루지요. 그래서 한국인의 겸손이 잘 못하면 서구인의 우월감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지요.
우리민족의 특징인 끈기가 그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되지요. 오랜 세월 동안 외세의 침략을 받아온 우리 민족이 살아나갈 수 있었던 길은 폐허의 재 위에서 다시 재건하고 또 다시 재건하는 끈질김이었습니다. 일본인들이 벗꽃 처럼 한번에 꺽힌 반면에 우리는 여름 내내 가을 내내 피는 무궁화와 같이 끈기 있게 도전하고 도전하여 이룩해 나가는 것이 우리민족의 특징이지요.
나는 멀리서도 네델란드 사람들을 알아 봅니다. 그들 만이 가지고 있는 어떤 특징이 있습니다. 그들은 상당히 목표지향적이지만 과정 또한 중요시 여깁니다. 히딩크 Hiddink의 성공은 아마 한국문화를 이해한데에서 오는 것일 겁니다. 한국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한국문화를 따른 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그는 그가 이해한 한국문화에 한국인들의 높은 요구를 잘 접목할 줄 알았던 것입니다. 그는 한국 문화와 각 선수들로부터 승전을 위하여 없는 것은 창조하고, 불필요한 것은 잘라내고, 좋은 것은 키웠습니다. 짧은 시간에 한국문화를 깊이 사는 그에게 유럽인다운 면모가 있지요. 외국에 오래 살아도 자기 나라를 옮겨다 살고 있는 한국인이나 미국인하고는 다르지요. 그래서 나는 만약 히딩크가 한국인이었다거나 미국인이었다면 한국선수들에게 그만한 영광을 이루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