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벽을 허물고 신뢰의 힘을 확인해 보자
2005-07-06
박종원 : pjwo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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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정부는 장관 일부를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인사 발탁 스타일과 시스템을 볼 때 전혀 이외의 개각입니다. 이번 개각에 대해 청와대 인사수석은 지금까지의 많은 소모적인 관행을 개선하고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한적인 특별 인사조치라고 언급하면서 이번에 발탁된 몇몇 장관은 인사위원회에 한 번도 물망에 오른 적이 없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사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전혀 의외의 인물이어서 방송사들도 이들에 대한 프로필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ooo 방송 ooo 기자)
“국회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깜짝 인사에 대해 강도 높게 청렴성과 업무능력을 점검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한편 여당에서는 이젠 말로 안되니 정권 말기에 “외인부대”를 끌어들여 자기 사람을 심는 것인 만큼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는 반응입니다..”(2006년 3월 OOO 기자)
“드디어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첫 날입니다. 이번 장관에 대한 사적인 의혹 및 전문성과 업무능력, 상황 파악 능력 검증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국회는 경험은 부족하지만 확신과 목표의식을 높이 사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좋겠다는 평가였습니다. “(2006년 4월 OOO방송)
“외인 부대, 깜짝 인사, 정권말기의 방패막이라는 온갖 공격성 발언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장관으로 발탁된 장관들의 1년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있긴 하나 대체로 지금까지의 역대 장관보다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하였고, 그동안 늘 “안티”를 내세웠던 사람들도 미래지향적이며 발전적인 장관들의 추진력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입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국민은 20년 동안 누적되어온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고 이제 편견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불신의 장막을 걷고 희망을 싹틔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7년 3월 OOO 신문)
한번 상상해 본 미래의 보도 내용이다. 이렇게 상상이라도 하며 위안을 얻어야 할만큼 우리의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불신 풍토가 너무 오랫동안 고착된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미약한 힘이나마 실어주고 싶어 마음이 달뜨기도 한다.
“불신과 신뢰”. 신뢰로만 이루어진 국가와 조직이 어디 있을까만 조직이나 국가의 발전에서 신뢰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말하기 위해 먼저 중국에서의 본인의 실험 얘기를 하나 해보고자 한다.
중국에 있으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가 그 곳 사람들을 이해하고 문화를 체험해 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회사에서의 경험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4년마다 주어지는 안식년 기간에 이를 실천에 옮겨보고자 아내와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해 조그마한 개발구가 있는 허베이 “랑팡”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하였다. 이 공장은 내부에 어려운 일이 있어 이전에 본인에게 연락을 해왔던 곳으로 한 번 돕겠다고 가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이 공장은 다름 아닌 사람으로 인해 몇 번의 어려운 고비를 넘겼었다. 생전 처음 중국 공장에서 중국인들과 일해보는 기회에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했지만 꼭 한 번 해보고 싶던 체험인지라 랑팡에서의 8월을 북경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공장에서 직원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배우고 익히고 공부하면서 보냈다. 어떤 공정이 필요한지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를 열심히 하나씩 배우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주로 이전 제품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조치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때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미 고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싸늘한 시각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책임자로서 여러 가지 일을 요구했지만 복지부동이었다. 또한 깊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일의 체계가 잡혀 있질 않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었다. 문제가 생기고 나서야 그때그때 해결하는 식이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매사에 수동적이며 일을 대하는 태도에 동기부여가 안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품고 먼저 이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석 결과, 문제의 핵심은 “불신”이었다. 관리자와 직원, 부서간의 문제, 임금에 대한 불만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다양하게 표출되었지만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핵심은 다름아닌 ‘불신’이었다. 어차피 뻔한 일, 내 자리만 지키면 된다는 이기심, 쓸데없는 변화는 피곤하고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불신.
그리하여 우선 3개월간을 신뢰 복구 기간으로 정하고 직원들 개개인과 새벽까지 그들의 과거를 들어주면서 책임자와 직원들간의 문제에 귀를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신뢰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하여 믿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내가 직원이라 해도 이런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각자에게 분명하게 일을 분담하고 책임을 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어 나갔다. 신뢰를 회복하고 책임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공격을 받더라도 과감히 밀고 나갔다. 공장 안의 규정을 적용하는 데 예외가 있을 수 없음을 보여주었으며, 생각의 변화가 제품에도 영향을 준다는 인식을 갖도록 교육하였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반드시 시정한다는 원칙하에 매주 월요일마다 회의를 열어 부서별로 필요한 것들을 파악하고 직원들간에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내용을 공유하고 이해할 때 일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또한 제안 및 건의를 통해 좋은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격려하는 제도를 도입, 월급에 반영하기도 했다. 대신 잘못 처리하거나 임의대로 처리하여 전체 공장에 영향을 준 경우에는 벌금 제도를 도입하여 일 처리를 분명히 하도록 했다. 이에 필요한 양식도 만들고 같이 토론하면서 수정을 해나갔다. 그 결과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며, 나의 작은 역할 하나 하나가 제품의 안정성 및 고객 신뢰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들이 개진되었다. 특히, A/S교육 및 그 과정을 집중 교육하였다. 제품을 만든 후 신뢰를 고객의 쌓기 위해서는 A/S 처리 문제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그 동안의 사례를 분석하여 조치하도록 했다. 제품의 문제점을 문서화하고, 원인을 찾으면 공장에서 즉각 조치하는 방법으로 시스템 구축이 진행되었다. 직접 매장에 가서 제품 신뢰도를 확인하고 공장 사람들과 함께 분석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이를 피부로 느끼게 만들었다. 신뢰 복구 후 직원들은 이전과 달리 직장이 일하고 싶은 곳,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하며, 자신들의 가치를 재발견 했다고도 말한다. 자주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던 상황에서 이제는 이직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
통계학적 뒷받침이 안된 개인적 실험이지만, 신뢰가 회복된 후 생산성이 높아지고 일하는데 부담을 줄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또 하나 깨달은 것은 리더의 역량만큼 조직도 성장한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조직의 발전은 지도자의 그릇 만큼이며, 조직원들과의 신뢰 관계가 일을 추진하고 장애를 걷어내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특별한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익히 들어왔던 내용이다. 하지만 늘 새롭게 들리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민정부에 이어 참여정부가 들어선 지도 몇 년이 지났다. 이전 군부와는 다른 민주주의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어렵사리 전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첫걸음을 뗐고, 또한 대통령이 강조하는 시스템을 갖춘 국가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으리라는 불신 풍토는 정부의 의지에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거나 저항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이는 누가 책임자 자리에 오른다 해도 계속 나타날 현상이다. 생각지 못한 수많은 돌발 변수들을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겨운 싸움이다. 더군다나 언론의 여론 주도력이 너무나 강력하다는 점에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안티세력의 줄기가 사회 곳곳에 넝쿨처럼 얽혀 있는 상황에서 더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많은 다양한 상황과 의견들을 어떻게 신뢰 가운데 조율해 가느냐가 그 위치에 있는 분들이 감당해야 할 몫일 것이다. 때로는 저항에 부딪혀도 밀고 나가는 카리스마도 필요할 것이다.
완벽한 정부나 완전한 조직은 있을 수 없다. 그래도 국민으로서 더 나은 정부를 위한 신뢰 회복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진심은 통한다”는 것과 민초의 힘은 안티의 넝쿨을 걷어낼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 한국인의 저력은 이미 세계에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해 변화의 바람을 주도했듯이 이제 그만큼 새롭고 근원적인 실험을 다시 한번 시도해 볼 때가 온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런 마음을 전파하여 신바람 운동처럼 여기저기에 퍼뜨리고 싶다는 욕심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너무 순진한 고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