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박물관 참여하는 박물관
2005-09-06
이호진 : hjin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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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동물원, 식물원, 놀이공원들이지요. 제가 사는 미국 테네시주의 멤피스라는 도시에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아이들이 1시간 정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멤피스 어린이 박물관(Children's Museum of Memphis)이 그 곳입니다.
멤피스 어린이 박물관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겠지요? 아마 그럴 겁니다. 아이들이 여러 번 가도 다시 가자고 하니까요. 그곳에는 대충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소방차, 경찰관 오토바이, 자동차, 비행기, 거대한 시계, 은행, 작은 쇼핑몰, 치과, 거대한 심장 모형, 연극 하는 곳....
솔직히 말해서 제가 보기에는 못쓰는 기계들을 재활용한 것 같은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소방차, 오토바이, 자동차, 비행기 이런 것들은 모두 실제 쓰던 것들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내는지 좀 더 자세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어린이 박물관에 들어서면 바로 정면에는 흐르는 물에 배를 띄우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봐야 하는 곳이 있습니다. 옆에 있는 방에 들어가면 단추만 누르면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방이 있습니다. 이 곳을 지나면 거대한 심장 모형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겨우 빠져나올 수 있는 구멍이 있는데, 이 곳을 아이들이 통과하지요.
반대편에는 비행기 동체가 있습니다. 비행기 조종실에 들어가 앉아서 조종사가 되어 볼 수 있습니다. 한편에는 비행기가 어떻게 날아갈 수 있는지 설명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고, 다른 쪽에는 비행기 조종을 연습할 수 있는 가상 모니터가 있습니다. 오락 게임이지요. 뜨거운 바람으로 기구를 하늘로 올려 보낼 수도 있고, 작은 비행기 모형을 바람으로 날려볼 수 있습니다.
엔진이 다 들여다보이는 자동차이지만 운전대를 잡고 운전하는 시늉을 내 볼 수도 있습니다. 차에 기름을 넣어볼 수 있지요. 물론 기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요란스런 소리를 내며 달려가는 소방차에 올라가서 뛰어 놀 수도 있습니다. 한 쪽에는 소방수 아저씨 옷이 있어 입어 볼 수 있습니다.
하수 시설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가 됩니다. 화장실과 배수관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안을 볼 수 있게 되어 있고 아이들이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할 수 있지요.
박물관에서 놀다보면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차가 어떻게 움직이지, 비행기는 왜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번개와 천둥은 어떻게 생기지? 물론 이런 질문은 어른들을 당혹스럽게 하지만 궁금한 건 궁금한 겁니다. 제가 만 5살짜리 아이에게 해 준 답 중 하나는 이렇습니다. 천둥은 구름이랑 구름이랑 박치기할 때 나는 소리고, 번개는 박치기를 하면 생기는 빛이야. 다행이 왜 구름들끼리 박치기를 해야 되는지 물어보지는 않더군요. 후유~~
박물관하면 약간은 신기한 것들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드는데 멤피스 어린이 박물관은 그런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이들이 이 곳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이지요. 왜 그럴까요. 제가 내린 결론은 직접 해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과 몸으로 부딪쳐 가며 느끼는 것의 차이입니다. 체험의 즐거움이 이 곳에는 있습니다. 만지지 마시오. 당신의 지문이 전시물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시오라는 문구는 이 곳 어린이 박물관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 말라는 말보다는 해 보라고 만져보고 느껴보라는 말이 더 많은 곳이 멤피스 어린이 박물관입니다.
놀면서 배운다는 말은 바로 이런 곳을 두고 하는 것입니다. 과학이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론으로 설명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과학이 재미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아가 바라기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다녀봤던 박물관은 눈은 즐거웠지만 거기까지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보다 밝고 즐겁게 삶을 배우고 나아가 과학과도 친하게 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