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동물들의 지능을 측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겠죠?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테스트는 불가하니까요. 그렇다고 동물들의 언어를 우리가 배워서 시험에 사용할 수도 없는 처지고... 캐나다의 심리학자 Stanley Cohen이라는 교수가 쓴 Intelligence of Dogs라는 책을 비롯해서 개의 지능에 관한 책은 아주 많습니다. 개를 포함하여, 고등동물의 지능을 측정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가?'라는 항목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중 하나는 동물 앞에 거울 놓아두기라고 합니다. 어릴 때 경험한 것입니다만, 개들 앞에 거울을 놔두면 거울 속의 자기를 향해 엄청 짇어대는 녀석들이 있습니다. 맞은 편 녀석이 더 크게 짖는 것을 보고 기선을 제압하려고 자기는 더 핏대를 세우죠. 아마 사슴 같은 녀석은 거울을 보자마자 놀라서 훌쩍 달아나겠죠? 냇가에서 물을 마시는 동물들은 강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자주 보았을 터인데도 직립으로 서있는 생생한 모습을 보면 놀라나 봅니다. 아나로그 TV를 보다가 디지털 HD-TV를 보는 기분이겠죠? 총명했던 알렉산더 대왕은 말이 날뛰는 것을 보고는, 자기 그림자에 놀라 흥분한 것임을 알고 그림자가 안보이게 해서 말을 진정시켰다는 일화를 들어보셨죠? 우리도 무서운 밤이면 유리창에 슬쩍 지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침입자로 착각하여 깜짝 놀랄 때가 있잖아요? 달빛이 으스름한 밤, 옛날 집의 마루를 지나 화장실 가다가 말입니다.
영장류들 중 똑똑한 녀석들은 거울을 한참 보다가 어떤 행동을 해본답니다. 손을 들어도 보고, 얼굴을 가까이에 가져와 보기도 하다가 마침내는 그 속에 있는 녀석이 바로 자기라는 것을 알고는 씩~ 웃고 간대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철학은 원숭이까지 포함한 충고인 모양입니다. 제가 직접 실험해보지 않은 주제로 여기까지 끌었습니다만, 오늘의 주제는 동물 지능측정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고교동창 웹페이지가 생겨서 옛날 추억 우려먹는 글들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친구들이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 속에는 고교시절 친구들은 없고, 배 나오고 머리 벗겨져 가는 아저씨들만 있어요. 왜, 버스 타면 막걸리 냄새 풍기면서 대책 없이 흔들리는 아저씨들 있잖아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런 이야기를 아내에게 말하며 낄낄 웃었더니, 혀를 끌끌 찹니다. “당신은 거기서 더 나은 줄 알아요?“ 그 말에 좌절했지만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로 젓습니다. '그래도 나는 이 정도는 아니야!' 사진관을 갔습니다. 여권 사진 찍을 일이 있었어요. 돈을 내는 속도며, 표정이 좋지 않은 나를 보고, 눈치 빠른 주인 아저씨가 묻더군요. “마음에 안드세요? 그 나이 정도 된 분들 다 그러더라구요.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사진을 안찾아요. 내가 보니 딱 그 얼굴이더구먼...“ 그 소리에 겸언쩍게 웃으며 돈내고 얼른 사진관을 나왔습니다.
저처럼 비슷한 경험하신 분들 있으시죠? 웃으시는 분들은, '아직 나는 아니야!'라고 말할려나요?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가니, 이제 곧 그날이 올 것입니다. 저는 그 이후로 생각을 좀 했습니다. 늙어가는 것 내 잘못이 아니라 하늘의 순리다. 다만 나이에 걸맞는 학식과 인품이 없는 것은 자신의 잘못이다라는 깨닮음을 가졌습니다. 물론 자기 앞가림할 정도의 경제력도 필수겠죠. 제법 그럴듯한 사색이죠? 주자가 후학들에게 남긴 십훈요(열가지 가르침)라는 것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런 말이 있죠. “오호라! (학문을 이루지 못하고) 늙었구나! 그 뉘의 허물이뇨?“ 이 말 앞에는 '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노후대책으로 '고3처럼 열심히 공부한다'는 목표는 어떨까요? 실익이 없다구요? 아닙니다! 치매예방에는 공부가 제일이래요! 아 참, 아무리 그래도 지금 거울 속의 내모습은 절대로 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