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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자들을 위한 변명


당신은 학교나 기관 또는 회사에 근무하십니다.
당신이 만약 속한 조직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주위에 게을러 터진 동료들이 몇몇 눈에 띌 것입니다. 당신의 심정은 '그 인간들'과 같이 말도 섞고 싶지 않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이다보니 마지못해 동료라고 쳐주는 것이지, 내 월급을 축내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죠. 없어지면 오히려 날씬해질 군살 같은 존재 말입니다. 당신도 그 인간을 예쁘게 봐주려고 여러 번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그(녀)는 기회를 놓칩니다. 정말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뭔가 좀 하는 것 같아서 가까이 가봤더니 인터넷으로 엉뚱한 짓이나 하고 있습니다. 자리를 비웠을 때는 십중팔구 커피 자판기 앞에서 비슷한 인간들과 수다에 열중입니다. 일을 시키면 힘이 하나도 없이 어깨를 늘어뜨리는 사람이, 저녁 회식모임에서는 몸이 새처럼 가볍고 활기가 넘칩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게 주변 사람들은 자주 돌아가시고, 결혼을 많이 하는 지, 조직 전체가 바빠서 난리칠 때도 그(녀)에게는 휴가를 낼만한 너무 명백한 이유가 언제나 생깁니다. 귀신은 뭐하고 이런 인간 안잡아갔는지 그래도 그(녀)는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습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자기가 한 일이 없다는 것은 까맣게 모르고 성과급 보너스 철에는 엄청 섭섭해합니다. 조직이 자신의 능력을 항상 과소평가한다나요?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죠... 친동생 같으면 구석에 데리고 가서 흠씬 두들겨 패주고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면 기왕지사 여기까지 말이 나왔으니, 이 게으른 인간의 변명을 한 번 들어볼까요? 그(녀)는 당신같이 부지런한 사람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까요? 자신의 몫까지 일해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로 인식하고 늘 당신을 존경, 흠모할까요? 글쎄요... 어디 한 번 들어봅시다. 다음은 게으른 그(녀)가 부지런한 당신을 보는 견해입니다. “소위 열심히 일하는 척하는 사람들은 정말 웃겨요. 안해도 될 일을 왕창 떠맡아와서 끙끙 거립니다. 그리고 쉬운 길이 있는지 살펴보지 않고 무작정 업무를 해요. 도대체 생각을 안한다니까요?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잖아요? 왜 능률에 대한 개념이 없을까요? 그리고 결과보다는 자기가 고생한 과정을 봐주기를 바라고 엄청 생색을 내요. 자기는 우리 부서에서 자기가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마 우리 부서에서 없어져도 가장 표시나지 않을 사람일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너무 편해할걸요? 잡일이 확 줄어들 터이니까요...“ 어떻습니까? 가히 충격적이죠? 적반하장에, 말이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줄 아는 철면피가 틀림없죠? 분이 쉽게 삭지 않아서 막 살이 떨리십니까? 예... 이해됩니다. 손가락도 까딱 안하는 인간이 열심히 일하는 당신을 이런 식으로 폄하하다니요... 하지만 감정을 걷어내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일리있는 구석이 있습니다. 부서장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액션에 들어가서 야근을 불사하고 열심히 했는데, 며칠만에 금방 방침이 바뀌었던 경험 있으시죠? 애초부터 방향이 이상하다고 당신이 건의하고 싶었지만, 그냥 시키니까 하자는 마음으로 무작정 일했던 기억이 있으시죠? 그래서 그 일로 스트레스 엄청 받고 서류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던 '분노의 추억'이 한 번쯤 있으시죠? 그때 그 게으른 인간은 아직 일을 시작도 안해서 그(녀)의 쓰레기통은 깨끗했던 것 혹시 알고 계신지요?

조직의 상사를 평할 때, 똑똑하고 게으른 상사를 제일로 칩니다. 그 반대는? 자명하죠. 멍청하고 부지런한 상사... 이런 사람들 다른 부서가 해야 할 일도 자기 부서로 잔뜩 짊어지고 와서 괜히 부하들 고생시키고, 자기만 생색내는 것보고 열받았던 경험 있으시죠? 아! 물론, 어떤 경우에도 게으름이 미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게으른 인간들도 부지런한 구석이 있습니다. 전혀 없다구요? 아닙니다. 당신이 업무에 바쁠 때, 게으른 사람들 대부분은 관계관리에 바쁩니다. 아까 자판기 앞에서 수다떠는 것, 노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부서와의 관계맺기 업무인 것이죠. 결정적으로 안풀리는 문제를 게으른 동료와 의논해보세요. 의외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업무의 성격이 '회색지대'에 놓인 것이라, 다른 부서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할 때도 한 번 그(녀)와 의논해보세요. 다른 부서 사람들과 일년에 커피 100잔 이상 마시는 그(녀)가 10잔도 안마시는 당신보다는 훨씬 오지랖이 넓을 터이니까요.

너무 게으른 사람들 편만 들었죠? 늘 조직의 야당인 그들도 멍석만 제대로 깔아주면 아주 능력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기에 편을 좀 들었습니다. 하지만 게으른 사람들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타석에 나오기 싫어하든지, 나와서 자주 삼진아웃 되는 것은 용서가 되지만, 가끔 홈런 한 방씩 때려낼 실력이나 열정이 없다면 당신은 게으름의 미학을 주장할 자격이 없습니다. '동물의 왕국'에서 갈기털 멋진 사자, 자주 보셨죠? 대부분의 시간을 파리나 쫓으며 한가하게 누워있지만, 일단 '작업'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면 총알 같은 스피드로 질주하는 사자같아야 게으름이 폼이 납니다. “나에게서 정은 동을 준비하기 위한 사색의 시간“이라는 둥, 너스레를 떨 수 있는 것이죠. 반면, 부지런하게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은 인간 삶의 최종목표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능률이 중시되고 일과시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 반대로 당신은 무엇이든지 좌우간 하고 있어야만 마음에 안정이 오는 일중독자라면, 나치가 포로수용소에 써두었던 말, Frei von Arbeit 를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일할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극단적 노동찬양 구호입니다. 우리에게 업무는 성과를 위한 수단일뿐입니다. 그러니 업무는 가능하다면 줄여야 한다는 것 잊지마십시다. 남는 시간은 자기개발과 관계확대에 투자하시고 가족을 위해서도 많이 쓰십시다. 물론, 청춘남녀들은 아직 울타리 바깥에 있는 '가족후보'를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셔야겠습니다. 아무쪼록 게으름과 부지런함이 잘 조화되는 조직 속에서, 갈등보다 협력이 더 많은 행복한 일과시간들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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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희(calar) 2007-06-14

아마도.. 그런 사람들은 분야를 잘못 택한 탓일 거라 생각이 드네요.
만약 그렇게 연구 업무 외에 부지런하다면.. 차라리.. 금융 서비스업.. 쪽으로 업종전환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자기 분야가 아니니.. 당연 열심히 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