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강의
2008-01-02
전창훈 : cjun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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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과 연말휴가에 마땅히 할 일도 없고 해서 가족들과 이태리까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차로 남불에서 밀라노를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는데, 지중해 해안을 따라 여러 도시들까지 들르는 일정이었습니다. 이런 글을 보시는 독자들은, '참 팔자도 좋다!'는 생각이 드시겠지만, 저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지 낯선 곳으로 다니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이미 가볼 만한 곳도 거의 가보았고 해서... 팔자가 더 좋은 것인가요? 그리고 해외여행 못 가보신 분들에게는 염장 지르는 소리인가요? 하지만 가족들을 데리고 직접 여행을 해보면 혈기 왕성한 애들 배 안고프게 먹이고, 그럴듯한 데서 자는 일이 아주 돈이 많이 듭니다. 정말 주머니 돈은 폴란드 망명정부 지폐처럼 힘이 없구요, 긁은 카드 명세서는 단 한 번도 잊는 적이 없이 '악랄하게' 날아옵니다. 채권자와 채무자 간에는 기억력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을 늘 느끼죠. 게다가 마누라는 밀라노에 가면 명품?을 빠짐없이 순회방문하리라고 전의를 불태웠으니, 제가 얼마나 긴장을 했겠습니까?
밀라노에서 한 날, 원조 피자를 시켰습니다. 맛있게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 크림을 시켰는데, 못알아들어요. 아무리 영어가 안통하는 지역이어도 그렇지, 아이스 크림 정도의 영어는 알 것이라고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나 봅니다. 불어로 말해도 안먹히고 해서 막 판토마임을 하고 있는데, 중1인 우리 딸이 자기에게 맡기라고 나서더니, “Gelato!“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점원이 “Si!“ 하면서 알아먹는 것입니다. “너, 아이스 크림이 이태리어로 젤라또인 것은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TV!“라고 대답하더군요. TV 적게 보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늘 잔소리했었는데, 현실세계의 써바이벌을 위해서는 적당한 TV 시청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단어 하나로 그날 우리 딸의 위상은 아주 높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젤라또라는 말이 한국의 전라도와 발음이 비슷해서 엄청 웃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도 지역감정을 따지자는 말이냐고 너스레를 떨면서 말입니다.
요즘, 카이스트 개혁에 관한 이야기가 신문에 가끔 나더군요. 교수 평가 문제와 영어 수업등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교수평가 부분은 제가 내부 사람이 아니어서 그 실상을 잘 모르지만, 영어수업 문제에 대해서는 좀 할 말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저는 국내 대학들의 전면적 영어강의에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무슨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한 독립운동 차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교수와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서 입니다. 우선, 국내 교수들 중에 영어강의가 가능한 교수는 단언코 10%를 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숫자도 제가 괜한 공격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엄청 안전하게 내세운 수치입니다. 영어권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온 교수들이라고 다 영어강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억지로 강의를 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듣기에 괴롭거나,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없거나, 언어에 대한 과도한 부담 때문에 강의 전체가 왜곡된다면 더 이상 정상적인 강의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런 초라한 영어실력 때문에 교수들을 다 엉터리라고 치부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은 1932년부터 미국생활을 시작해서 1955년 타계할 때까지 20년 넘게 미국에 살았지만, 죽을 때까지 영어가 편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영어보다 독일어가 더 편했던 아인슈타인을 머리가 나쁜 탓이라고 말하거나 3류 연구자로 취급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영어를 잘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잘하면 좋은 것은 영어만이 아닙니다. 저는 어학공부에 쏟는 지나친 시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큰 학자가 나오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국어와 수학공부 할 때, 우리는 모국어, 수학, 영어 그리고 또 영어공부를 하지 않습니까? 저처럼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영어를 필수적으로 해야겠지요. 하지만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영어를 잘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국민의 영어 레벨엎은 불가능하며 불필요한 정책입니다. 무역이나 통번역을 위해 인구 10%의 영어고급화 같은 정책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비영어권 지역을 여행해보신 분들은 아직도 영어가 얼마나 지역언어인지 실감하셨을 것입니다. 심지어 미국땅 내에서도 영어가 안통하는 지역과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영어는 아직 세계 언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영원히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언어 중 하나일 뿐입니다. 영어공용화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더니, 이제 중국어가 중요해지면서 그 이야기는 쑥 들어가버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외국어 공부하는 것을 아주 즐거워합니다. 문화와 가치판단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 기적 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외국에 산다는 특정한 환경 때문에 가능한 일일 뿐입니다.
영어는 아예 열심히 해서 어느 수준을 넘기든지, 아니면 아주 조금만 할 줄 아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어설프게나마 하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요. 어설픈 지, 어느 정도 수준을 넘겼는지의 기준은 애매할 것 같지만, 오히려 아주 명백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로 된 기사를 읽는데 단어 찾고 문법 신경쓰느라 기사의 내용파악이 안된다면 수준을 넘기지 못한 것입니다. 읽는 속도나 말하는 속도가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데는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결국 그 수준까지 오지 못하고 맙니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습니다만, 아주 오래 전에 제가 한국 내 어느 대학 도서관에서 여름방학동안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학생들이 거의 다 자리를 떴길래 여기 학생들은 어떤 공부를 하는지 넓은 열람실을 한바퀴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99%의 학생들이 영문법이나 토익책을 펴두고 자리를 떴더군요. 전공책을 펴 둔 자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있던 그 많은 학생들 중 대부분이 아직도 위에서 제가 말한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취직준비를 위해서 그렇게 영어공부를 한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정작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자연환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안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학교를 다 졸업한 마당에 그냥 콩글리쉬로 이렇게 살다죽게 내버려두라는 식입니다. 안타깝게도 안에서나 밖에서나 우리의 영어공부는 수험영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이공계 대학은 훌륭한 엔지니어를 키우는데 우선적으로 촛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꼭 영어도 같이 익히도록 해주고 싶다면 대학들이 원어민 교수들을 더 채용해서 전체 강의의 10% 정도를 영어로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대학이 영어강의를 잘 마친 학생들의 영어 소통능력을 보증해줘서 토익 공부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안식년을 맞는 원어민 교수들은 끌어들이는 방법이 우선 가장 쉬워 보입니다. 이 길만이 영어가 객지에서 고생하지 않게 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도 감히 원어민 교수 축에 낄 수 있을려나요? 갈 길이 멀어서 아무래도 한참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지구촌 곳곳의 코센 가족 여러분! 새해에도 하시는 연구에 많은 성과 있으시길 빕니다.
밀라노에서 한 날, 원조 피자를 시켰습니다. 맛있게 먹고 디저트로 아이스 크림을 시켰는데, 못알아들어요. 아무리 영어가 안통하는 지역이어도 그렇지, 아이스 크림 정도의 영어는 알 것이라고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나 봅니다. 불어로 말해도 안먹히고 해서 막 판토마임을 하고 있는데, 중1인 우리 딸이 자기에게 맡기라고 나서더니, “Gelato!“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점원이 “Si!“ 하면서 알아먹는 것입니다. “너, 아이스 크림이 이태리어로 젤라또인 것은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TV!“라고 대답하더군요. TV 적게 보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늘 잔소리했었는데, 현실세계의 써바이벌을 위해서는 적당한 TV 시청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단어 하나로 그날 우리 딸의 위상은 아주 높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젤라또라는 말이 한국의 전라도와 발음이 비슷해서 엄청 웃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도 지역감정을 따지자는 말이냐고 너스레를 떨면서 말입니다.
요즘, 카이스트 개혁에 관한 이야기가 신문에 가끔 나더군요. 교수 평가 문제와 영어 수업등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교수평가 부분은 제가 내부 사람이 아니어서 그 실상을 잘 모르지만, 영어수업 문제에 대해서는 좀 할 말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서 저는 국내 대학들의 전면적 영어강의에 반대합니다. 그 이유는 무슨 민족자결주의에 입각한 독립운동 차원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교수와 학생들의 이익을 위해서 입니다. 우선, 국내 교수들 중에 영어강의가 가능한 교수는 단언코 10%를 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숫자도 제가 괜한 공격을 받을까봐 두려워서 엄청 안전하게 내세운 수치입니다. 영어권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온 교수들이라고 다 영어강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억지로 강의를 할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듣기에 괴롭거나,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수 없거나, 언어에 대한 과도한 부담 때문에 강의 전체가 왜곡된다면 더 이상 정상적인 강의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이런 초라한 영어실력 때문에 교수들을 다 엉터리라고 치부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인슈타인은 1932년부터 미국생활을 시작해서 1955년 타계할 때까지 20년 넘게 미국에 살았지만, 죽을 때까지 영어가 편치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영어보다 독일어가 더 편했던 아인슈타인을 머리가 나쁜 탓이라고 말하거나 3류 연구자로 취급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영어를 잘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잘하면 좋은 것은 영어만이 아닙니다. 저는 어학공부에 쏟는 지나친 시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큰 학자가 나오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국어와 수학공부 할 때, 우리는 모국어, 수학, 영어 그리고 또 영어공부를 하지 않습니까? 저처럼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영어를 필수적으로 해야겠지요. 하지만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영어를 잘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국민의 영어 레벨엎은 불가능하며 불필요한 정책입니다. 무역이나 통번역을 위해 인구 10%의 영어고급화 같은 정책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비영어권 지역을 여행해보신 분들은 아직도 영어가 얼마나 지역언어인지 실감하셨을 것입니다. 심지어 미국땅 내에서도 영어가 안통하는 지역과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아시는지요? 영어는 아직 세계 언어가 아닙니다. 그리고 영원히 그렇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언어 중 하나일 뿐입니다. 영어공용화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더니, 이제 중국어가 중요해지면서 그 이야기는 쑥 들어가버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외국어 공부하는 것을 아주 즐거워합니다. 문화와 가치판단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너무 기적 같아서 말입니다. 하지만 외국에 산다는 특정한 환경 때문에 가능한 일일 뿐입니다.
영어는 아예 열심히 해서 어느 수준을 넘기든지, 아니면 아주 조금만 할 줄 아는 것이 경제적입니다. 어설프게나마 하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리니까요. 어설픈 지, 어느 정도 수준을 넘겼는지의 기준은 애매할 것 같지만, 오히려 아주 명백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로 된 기사를 읽는데 단어 찾고 문법 신경쓰느라 기사의 내용파악이 안된다면 수준을 넘기지 못한 것입니다. 읽는 속도나 말하는 속도가 어느 정도 자유로워지는데는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결국 그 수준까지 오지 못하고 맙니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습니다만, 아주 오래 전에 제가 한국 내 어느 대학 도서관에서 여름방학동안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 학생들이 거의 다 자리를 떴길래 여기 학생들은 어떤 공부를 하는지 넓은 열람실을 한바퀴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99%의 학생들이 영문법이나 토익책을 펴두고 자리를 떴더군요. 전공책을 펴 둔 자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앉아있던 그 많은 학생들 중 대부분이 아직도 위에서 제가 말한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저 취직준비를 위해서 그렇게 영어공부를 한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정작 미국에 이민 온 한인들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자연환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안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학교를 다 졸업한 마당에 그냥 콩글리쉬로 이렇게 살다죽게 내버려두라는 식입니다. 안타깝게도 안에서나 밖에서나 우리의 영어공부는 수험영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생각입니다.
이공계 대학은 훌륭한 엔지니어를 키우는데 우선적으로 촛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꼭 영어도 같이 익히도록 해주고 싶다면 대학들이 원어민 교수들을 더 채용해서 전체 강의의 10% 정도를 영어로 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대학이 영어강의를 잘 마친 학생들의 영어 소통능력을 보증해줘서 토익 공부하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안식년을 맞는 원어민 교수들은 끌어들이는 방법이 우선 가장 쉬워 보입니다. 이 길만이 영어가 객지에서 고생하지 않게 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도 감히 원어민 교수 축에 낄 수 있을려나요? 갈 길이 멀어서 아무래도 한참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지구촌 곳곳의 코센 가족 여러분! 새해에도 하시는 연구에 많은 성과 있으시길 빕니다.
미국에서 살다가 부모님이 한국에 들어오게 되어 한국의 대학(카이스트)에 다니는 애가 하는 말이, 교수님 영어강의를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고 하네요. 결국 대학원은 미국으로 갔습니다. 안타까운 한국의 영어강의. 좋은 의도지만 교수도 학생도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