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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지금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시험분석과의 보건연구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과학자를 동경하여 책도 주로 과학자의 위인전이나 과학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중,고등학교 때에는 전파과학사에서 나온 교양과학 시리즈물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 지금도 몇 십권 정도를 추억의 물건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은 가끔 펼쳐보며 추억에 잠기게도 하지만 타성에 젖어 학문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고 생각될 때 저를 다잡아주는 소중한 저의 보물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 과학자였기에 대학교도 자연스럽게 과학분야, 특히 저를 매료시켰던 생물학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학부를 졸업한 후 석사과정에서는 미생물유전학 분야의 기초연구를 하였고 박사과정에서는 유해물질이 면역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석사를 졸업한 후, 제약회사의 생명공학연구실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습니다. 당시는 국내 제약 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제약회사들이 앞다투어 신약 개발, 특히 생물공학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뛰어 들던 시절이었고, 저도 생명공학연구실에서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항생제 개발 연구에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박사 과정 때에는 실험동물을 사용하여 특정 화학물질이 면역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in vivo 및 in vitro에서 연구하였습니다. 실험동물을 사용한 연구는 석사 과정에서의 세균을 사용한 연구 때와는 달리 생명 현상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갖게 해주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세균을 사용하여 연구를 할 때에는 내가 지금 생명체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별로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생명체라기 보다는 그저 하나의 실험재료로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마우스와 같은 동물을 사용하여 실험해 보니 비로서 제가 생명체를 다루고 있고 따라서 실험을 할 때 불필요하게 생명이 희생되는 경우가 없도록 주의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현 근무지가 있는 대전으로 내려오기 전에는 국립독성연구원(현 국립독성과학원)에서 주로 실험동물을 사용한 연구를 하였는데 그 경험을 통해 더욱 실험동물 사용에 있어서의 윤리 문제 등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생명 현상을 다루는 연구를 하다 보니 이제서야 비로서 생명 현상이라는 것이 진정 이 우주에서 경이로운 현상 중 하나로구나 하는 것이 머리와 가슴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그 생명체를 사용하여 연구를 할 때에는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단순한 시약이나 기구처럼 다루어서는 안되겠지요.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보장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식품과 의약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보루와 같은 존재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소중한 업무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식품과 의약품 모두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들이기 때문입니다.
국립독성연구원에서의 저의 연구 활동은 주로 식품과 의약품 등에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는, 각종 유해물질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동물을 사용하여 추정해보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독성 평가의 정확성을 높이고 실험동물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omics” 기술 중 DNA chip을 활용하여 (면역) 독성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생물의 기본 단위인 세포가 유해물질에 노출되면 필연적으로 이에 대응하여 특정한 생리생화학적 반응을 보이게 되고 이는 직ㆍ간접적으로 유전자들의 발현 패턴에 영향을 준다는 원리에 기초한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의 DNA chip 기술은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유전자들의 미세한 발현 변화를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유전자 수준에서 독성을 효과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지표들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립독성연구원에서의 연구 활동과는 달리 현재 대전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대전식약청)에서 주로 하고 있는 연구는 식품 중에 실제로 존재하는 있는 유해물질들을 검출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파튤린과 같은 mycotoxin이나 최근에 문제가 되었던 멜라민과 같은 유해물질들이 우리가 먹는 식품들 중에 포함되어 있는지 평가하고 모니터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GM작물의 사용여부, 노로바이러스 검사, 한우판별 등의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저의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특정 물질에 대한 위해 평가(risk assessment) 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위해 평가 분야는 독성 자료, 노출량 자료, 생리생화학 자료 등 각종 기초 자료들을 활용하여 특정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인체에 무해한 기준을 결정하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입니다. 이것은 저희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각종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초가 되는 업무라고 생각되어 향후 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전에는 독성연구원에서의 독성 평가 연구, 그리고 대전식약청에서의 유해물질 분석 연구 등이 모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사실 KOSEN과의 인연은 KOSEN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 후배의 소개를 통해서였습니다. 소개를 받고 KOSEN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니 저의 전공 분야 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분야의 자료와 글들을 접할 수 있어 지금은 저의 하루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번 다른 회원분들이 올린 좋은 자료만을 다운받는 것이 죄송스러워 몇 편의 번역자료를 올린 적이 있고 최근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 볼 생각으로 KOSEN 전문가로도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KOSEN에 기여하는 것 보다는 도움을 받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은 형편입니다. 앞으로는 좀더 분발하여 KOSEN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회원이 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지금도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연구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이나 장차 과학분야의 연구자가 되려고 하는 분들의 모델이 될 수 있는 훌륭한 학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사실 국내의 연구 환경은 아직도 열악한 수준이며 과학자의 사회적 지위와 대우도 높은 편은 아닙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과학자로서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데 큰 힘이 되는 것은, 같은 길을 걸어간 선배님들의 격려나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료 과학자들의 동병상련과 열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도 KOSEN을 통해 과학자로서의 열정을 되돌아볼 수 있는, 많은 솔직한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제가 무슨 훌륭한 업적을 쌓은 과학자도 아닌데 후배들에게 어떤 격려의 말을 한다는 것이 조금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20년 넘게 과학분야에서 연구해 온 경험과 다시 태어나도 과학자의 길을 가고 싶다는 알 수 없는 열정이 후배들에게 한마디 할 수 있는 자격이 된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저와 같은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는데 기준으로 삼으라고 조언해 주고 싶습니다. 

 1) 그 일이 의미있다고 생각하는가?
 2) 그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가?
 3) 그 일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저는 개인적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또는 사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크게 성공한 분들의 이야기를 후학들이 과학자의 길을 선택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묵묵히 과학분야의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분들에게 용기를 주는데 활용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그런 물질적인 보상은 진정코 과학자의 길을 계속 걷도록 하는 동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과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과학을 통해 알게 된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 그리고 과학과 이성이 그래도 세상과 미래를 좀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는 믿음은 제가 이 길을 가는데 지금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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