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자연의 원리를 실생활에 응용해서 가치를 창출하는 과학자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노벨상 수상식을 보면서 노벨상의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열 살이 되어서 우리 나라에 귀국했는데, 어릴 때 가졌던 과학자의 꿈을 계속 이어가려고 경기과학고와 KAIST를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디서 연구하고 공부하느냐 보다 누구와 무엇을 연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98년에 스위스 로잔 공대의 교환학생으로 가면서였습니다. 엔리꼬 콜라라는 과학자를 만나면서 물리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눈을 기르게 되었고, 지도 교수님이신 노광수 교수님의 미래지향적인 혜안으로 앞으로 중요하게 떠오를 분야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향후 저의 진로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질문은 바로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였습니다.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그 현상을 지배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어떻게 하면 이를 응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서 발견된 지식과 지혜를 남들에게 알리는 작업, 이것이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현재는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서 전자재료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 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원자간력 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 AFM)을 이용한 강유전체 혹은 강자성체 내의 도메인 거동과 이에 따른 거시적인 성질의 변화입니다. 장님이 사람의 얼굴을 손가락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모양을 알아내듯이 나노 크기의 실리콘 손가락을 도구로 물질 표면의 형상을 보는 것이 기본적으로 수행하는 일 중의 하나랍니다. 사람의 성질을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듯이 재료의 성질도 겉모양만 보고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리 찔러도 보고 저리 찔러도 봐서 성격을 파악하듯이 말씀드린 실리콘 손가락을 통해서 물질에 전기장을 가하기도 하고 자기장을 가하기도 해서 물질 내부에 존재하는 도메인들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를 보고 통계를 이용해서 전반적인 물질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이 제 연구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를 통해서 어떤 물질을 어떻게 만들어야 응용하고자 하는 제품에 가장 적합한가를 결정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차세대 저장장치에 적합한 매체를 만들려면 정보를 콩나물 시루짝처럼 길고 면적은 좁은 도메인들을 촘촘히 저장시키고도 쉽게 읽어내고 오랫동안 저장해야 하니까, 정보 역할을 하는 전기분극들이 서로 반발하지 않으면서 국부적으로 강한 전기장을 낼 수 있는 재료 그리고 형상을 제안하는 것이 제가 한 연구 실적 중의 하나랍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보를 읽고 쓰는 도구인데,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유능한 팀원들과 함께 실리콘 손가락에 전기장을 빠르고 촘촘하게 읽고 쓸 수 있는 field effect transistor (FET)를 재현성있게 만들어 내어 50 nm이하의 분해능을 갖는 도구를 만든 것도 제가 자랑하고픈 실적 중의 하나랍니다. 앞으로는 관찰한 현상을 좀더 근본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원리 중심의 연구를 수행하려고 합니다. 그러려면 이론 공부도 다시 해 야할 것 같고, 현상을 측정하는 법도 좀더 세밀하게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은 제가 팀장으로 모셨던 신현정 교수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논문이나 기고문을 읽고 분석하는 것이 좋고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서 일년에 서너 편 정도 분석을 맡았습니다. 이제는 KOSEN 전문가로서 다른 후배들에게 제가 누렸던 그런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사실 작년에 KOSEN 전문가로 등록되어서 활동을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KOSEN 회원 중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지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모두 유능하고 전도 유망한 분들이죠. 제 생각에 KOSEN 회원들 간의 교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 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나라가 강대국보다는 강소국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믿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인적 자원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유능한 과학자들이 우리 나라 사정에 가장 적합한 연구 토픽을 논의하고 정치 입안자들에게 조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KOSEN은 그런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KOSEN의 예산을 적절하게 증액하고 주어진 예산을 통해서 국내외에 계시는 훌륭한 분들을 초청하고 후배 과학자들과의 교류의 장을 주선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과학은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고 기술은 그 신비한 자연의 원리를 실생활에 응용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에게 새로운 지식과 생활에 유용한 제품으로 봉사할 수 있는 좋은 분야이자 우리나라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은 나라에서는 반드시 육성해야 할 분야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예술가나 문학도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을 전시회에 보여주고 혹은 문학잡지에 글을 싣고 동료나 선후배에게 영감을 주면서 인정을 받는 과정이 되풀이 되면서 자신의 내공을 증진시키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과학자 혹은 기술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에 도전이 있고, 실패와 시련이 따르고, 변화를 싫어하는 다수에 의해 거절되기도 하지만, 창조와 혁신의 씨앗이 그런 비바람을 이겨내고 결국 큰 나무로 자라서 열매를 맺게 되었을 때의 기쁨이 워낙 크기 때문에 매일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논문을 읽고, 교과서를 다시 들쳐보고, 실험장비와 시름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길을 막 시작한 후학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이것입니다. 자연의 신비를 알아내는 것이 즐겁고, 그 원리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유용한 물건을 만들고픈 마음이 있다면 당신은 하늘이 내려주신 과학자요 기술자입니다.

  • 좋아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