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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in, No gain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저는 현재 일본 교토대학교 공과대학 고분자화학과의 기능고분자합성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학 4년간 중 학점벌레로 불릴 정도로 노력한 결과 졸업자 대표로 총장상을 수상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학창시절은 그렇게 화려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도서관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기 일수였고,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못했습니다. 항상 다른 분들의 화려했던 학창시절의 무용담을 듣고 있으면, 나는 왜 그런 생활을 못했을까, 내심 부러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군대 복학 후,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우연히 지원한 국비장학생 선발시험에 합격하여, 남아 있는 대학 기간의 학비와 생활비 지원과 졸업 후 국가직 공무원으로 임용이 예정되었습니다. 이른 시기에 졸업 후 진로까지 결정이 된 상황에서 학과 교수님으로부터 공짜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 받았습니다. “문부성장학금, 석박사 기간의 수업료와 생활비를 전액 일본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장학금 제도입니다. ‘어차피 안 되도 공무원은 될 수 있잖아?’ 라는 생각이 들어 어차피 보너스처럼 주어진 시간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아마 제 평생에 그렇게 지독하게 공부 한 적은 없는 거 같습니다. 덕분에 저의 대학교 졸업사진에는 빡빡머리의 삐쩍 마른 몰골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응시 자격이 4학년 이상 이기 때문에 2년 동안 준비를 했습니다. 먼가를 원하니 포기 해야 될 것들이 더욱더 늘어 나더군요. 하루 16시간 이상 도서관에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인생 처음으로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것도 단 한 문제 차이로, 눈물이 나더군요. 아쉬운 여운을 남긴 체, 저의 대학시절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자연스레 공무원이 되어, 처음으로 법령집을 보게 되었는데, 이게 내가 원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도 정말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나라의 녹을 먹으면서 업무에 태만했던 것입니다. 어찌 보면, 개인의 욕심을 위해서 공부를 하면서도 공무원의 능력 고양 차원이라고 자위하곤 했었죠. 다음 해의 국비장학생 시험에 합격을 하여, 일본에 유학할 수 있었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츠쿠바대학에서의 연구생과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도교수님을 따라서 교토대학으로 편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구는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으로, 잘 알려져 있는 polyacetylene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일본에 가기 2년 전에 실험실의 아버지? 교수님 (일본의 시스템은 한교수 밑에 부교수 조교수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보통 밑의 부교수가 정교수가 되면 이전 정교수님을 아버지 교수라고 부릅니다.) Shirakawa Hideki 교수님께서 2000년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전도성 고분자를 이용하여 유기EL, 태양전지, 유기FET 등으로 이용될 수 있는 다양한 물질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Polyacetylene은 전기를 통하는 고분자로 전기전도도가 구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저는 지금 polyacetylene의 나노사이즈의 형태를 꼬인 구조로 만드는 일을 수행 중입니다. 마치 못에 구리코일을 감아 주는 것으로 전자석을 만드는 것처럼, 나노 사이즈에서 그것도 고분자 물질로 자성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유기합성이나 고분자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것은 화학분야에 있어서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유기 용매 대신, 고체와 같이 방향성을 가지면서 액체와 같이 유동성을 갖는 액정을 고분자 합성에 이용하였습니다. 특히, 꼬임 구조를 갖는다고 잘 알려진 콜레스테릭액정 (cholesteric liquid crystal, chiral nematic LC라고도 함)을 용매로 사용하여, acetylene 가스를 중합하면, 꼬인 구조를 갖는 helical polyacetylene을 중합 할 수 있습니다. 1차 구조인 폴리머체인부터 5차 구조까지 완벽할 정도로 꼬임 구조를 일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신 기술입니다. DNA2중 라선의 경우 2차 또는 3차 구조를 형성한다고 알려져 있는 것에 비하면, 좀처럼 전례를 찾기 힘든 고차 구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높은 전기 전도도를 갖는 물질이기 때문에 형태제어를 통해 자성체나 비선형 광학 재료 등으로 기대가 높습니다.


 또한, polyacetylene은 탄소 1개와 수소 1개로 이루어진 고분자입니다. , 아주 높은 탄소를 함유한 물질입니다. 형태 제어된 polyacetylene으로부터 형태가 제어된 carbongraphite 필름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Carbon 물질은 형태 제어가 아주 어려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polyacetylene을 이용한 카본화는 형태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helical 구조를 실현하였습니다.


3. 인생에 영향을 준 사람이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계기가 있다면?


연구생 과정부터 지금까지 8년째 연구를 지도해 주시는 교토대학의 Akagi Kazuo 교수님은 교토대학의 Fukui Kenichi 교수 (198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의 지도하에서 박사를 마치고, A. J. Heeger 교수 (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Roald Hoffmann 교수 (198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의 연구실에서 교환 교수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20년 동안 Shirakawa Hideki 교수 (2000 Nobel 화학상 수상자)와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누구보다도 노벨상 수상자와의 인연이 많은 분입니다. Akagi 교수님과 가끔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는데, 보통 2시간을 넘길 때가 많습니다. 주로 연구 이야기로 시작해서, 교수님께서 겪어 보셨던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야기 등이 주로 이어집니다. 그 중, Connell대학의 Roald Hoffmann 교수님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 당시 Akagi 교수님은 조수 (Research associate)의 자격으로 미국에 1년간 방문 중이었습니다. 물론 영어가 능숙한 것도 아니고, 보통의 아시아 유학생과 마찬가지로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연구하는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럴때면, Hoffmann 교수님께서 오셔서 미국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선 미국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면서 2시간 가량 미식축구에 대한 룰을 설명하시고, 마지막은 직접 대학의 미식축구 팀의 시합을 보면서 설명을 해 주셨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Akagi 교수님은 조금 의아해서 교수님처럼 유명하시고 바쁘신 분께서 왜 저 같은 아시아 연구원에게 귀중한 주말 시간을 할애 해 주십니까?” 라고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Hoffmann 교수님께서는 “Kazuo! 내 제자는 Connell대학교 학생이 전부가 아니라네. 내 제자는 유럽에도, 인도에도, 자네처럼 아시아에도 있지. 난 세계의 모든 젊은 과학자를 내 제자처럼 생각하고 있다네”.


 Akagi 교수님께서는 저를 한국에서 온 유학생으로 대하신 적이 한번도 없으셨습니다. 위의 이야기 들었을 때, 왜 그러셨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365일 출장을 제외하고 매일 8 30분 출근에 11시 넘어서 퇴근하십니다. 교수님에게도 인생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학교 이외의 삶을 희생시키면서 연구자로서의 길을 가시는 것이 평생의 희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늘도 교수님의 한결 같은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과학자로서의 삶을 살아 가야 할지, 내심 흐트러진 저의 모습을 반성 하곤 합니다.


4.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KOSEN의 인연은 그렇게 순수하지 못했습니다. 한창 교토대학으로 이전하고 본격적으로 투고논문과, 학위에 관해 고민하고 있던 2007 10월 무렵, 교토대학에서 학위를 하신 한국에너지연구원의 모 박사님으로부터, 처음으로 KOSEN에 대한 이야길 들었습니다. “해외박사라면 꼭 알아야 할 사이트에요라는 이야기와 함께, “아르바이트 할 수 있어요라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7년간 받아 오던 장학금이 5개월 후면 끝이 나는데, 졸업은 확정되지 않은 절박한 시점에 저의 호기심을 자극하더군요.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해보니 제일먼저 저의 눈을 끄는 건, “What is ?” 더군요. 제가 모르는 부분을 정말로 세심하게 알려 주시더군요. 일반 포탈사이트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부분을 그거도 마치 재단한 것처럼 제가 무얼 원하는지 알고 답변을 주시더군요. 지금도 전 “What is ?”를 자주 이용합니다. 물론 저도 배운 만큼 돌려드리려고 노력중입니다. 적극적인 참여가 새로운 KOSENIA를 만들어 간다고 생각합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일본생활도 만 8년에 가까워 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유학생을 봐 왔습니다. 간혹, 처음에 의도한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확고한 자신의 의지가 없이 막연히 유학을 오면 달라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분들은 역시 어려움이 오면 그걸 뛰어넘지 못하시더군요. 물론,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유학은 절대로 동경의 대상도 아니고 환상이 아닙니다. 정말로 확실한 의지와 목적의식이 되어 있지 않으면 실패의 확률도 높아진다는 걸 이야기 드리고 싶습니다. , 그렇게 시작을 해도 무수한 많은 일들을 희생하지 않고서는 연구자로서의 희열을 맛보기 힘들다는 이야길 마지막으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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