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이 엄마' 박사 경력단절 극복 '우수연구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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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분야는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도전하는 레드오션 분야이기 때문에 1년이 한 세기 같아요. 출산 몇달 후에 복직하면 휴직 당시의 핫이슈가 완전히 옛날 얘기가 되어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는 저출산 국가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최대고민이다. 남성 위주의 문화가 강한 연구조직, 과제진행과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한 여성과학자들의 출산은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나노소재평가센터에 세 아이의 엄마이자 과학자로서 당당히 연구활동을 펼치는 여성과학자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2012 올해의 KRISS인상 수상자인 이승미 박사.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수퍼우먼이라는 수식어를 사양하는 그녀의 소소하지만 행복한 일상과 연구자로서의 생활을 소개한다.
"첫 아이를 낳고 3개월 뒤 복귀하면서 신입직원의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연이어 둘째와 셋째를 낳았으니 냉정하게 얘기하면 연구소에 이제야 밥값하고 다니는 기분이에요."
8살, 6살, 4살 세 아이의 엄마인 이승미 박사. 대한민국에서 애가 셋이라고 하면 남녀노소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단 '정말이냐?'는 질문과 함께 '대단하다!'는 감탄이 따라온다.
"2005년 입사와 결혼, 이듬해 출산을 경험하며 연구자로서의 경력단절, 둘째와 셋째 출산으로 또 단절, 연구원에서 대표적인 경력단절 사례로 꼽힐 정도였어요. 출산휴가 이후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도 제가 첫 사례였대요."
축하해 주는 사람도 많았지만 연구원 30년 역사상 이런 사례가 없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그럴수록 가정과 출산, 양육은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당당해지려 노력했다. 셋째를 낳고 3개월 후 복직했다. 1년의 6개월 이상 쉬면 고가가 면제되기 때문에 남편과 동료들도 맘 편하게 3개월 더 쉬는 게 어떻겠냐고 만류했지만 뒤쳐진 업무를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표준연은 2011년부터 출산 당해 혹은 그 이듬해에 인사평가 면제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인사평가요? 그야 뭐.....(하하하)"
이 박사는 호탕한 웃음을 지었지만, 뒤쳐진 업무를 따라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는지 대한민국 직장맘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연속적으로 일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센터에서 함께 일하는 선후배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뒤쳐진 자신을 위해 배려해준 동료들의 마음 씀씀이가 있기에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일시적인 경력단절은 피할 수 없다. 그 공백을 팀원들과 극복할 수 있도록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며 "누가 누구의 시간을 빼앗아가거나, 누가 누구의 성과를 빼앗아간다고 느끼면 그 팀은 잘 될 수 없다.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관리 비결을 묻자 '딴 짓'을 안한다는 단순 명쾌한 대답이다. 이 박사는 "처음엔 너무 시간도 없고, 도저히 못할 것 같았는데 긍정적인 마음으로 시간 절약에 집중하니 일이 되더라"며 "업무 특성상 퇴근하기 전에 컴퓨터에 일을 왕창주고 간 뒤 아침에 체크할 수 있다. 직접 실험을 진행하는 분야의 연구원이었으면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미 박사와 남편 모두 대전에 연고가 없기에 육아는 100% 부부의 몫이다. 셋째를 낳으며 이제는 베이비시터의 도움을 받아볼까 했지만 아이가 셋이라는 말에 지금까지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동종업계라 할 수 있는 타 출연연에 근무하는 남편은 든든한 반려자다. 서로의 업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바쁜 시즌이 항상 겹친다는 점이다.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이 엄마도 친구 엄마처럼 4시에 날 데리러 왔음 좋겠다라고 하면 엄마는 6시까지 일하기로 회사와 약속했어. 그 대신 주말에 네가 하고 싶었던 놀이를 하자고 설명하며 이해시키려 노력해요."
처음엔 일과 가정 둘 다 다 잘하고 싶었는데 현실에서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마음의 여유도 없어지며 자존감도 낮아졌다. 결국 마음을 바꿔 업무적인 면에서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건강할 수 있도록 밥을 잘 먹이는 것, 두 가지로 압축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아이들은 양육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며 "사람들에게 서운한 건 내가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한테 더 받았다고 생각하면 더 잘해주고 싶어진다"며 마음가짐을 바꾸니 긍정의 에너지가 생겼다고 귀띔했다.
이승미 박사의 전공은 '재료전산모사'. 반도체 표면에서의 반응이나 반도체 나노구조에서의 전자구조 계산, 탄소나노구조에 대한 계산 등 나노분야에서 이슈가 되는 이론들을 컴퓨터로 전산모사를 하며 '현상에 대한 설명'과 '미래에 대한 예측'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것이 주 임무다. 이승미 박사는 지난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조각 경계면을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을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팀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그래핀 조각의 경계면과 크기 분포를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이 연구는 지난해 10월 세계적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나노분야는 이론과 실험의 스케일이 공간·시간적으로 거의 같기 때문에 다른 분야보다 전산모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에요."
이 박사는 과학에서 이론과 실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설명했다. 전산모사 자체만으로는 실물이 나오거나 소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공동연구가 중심이 된다. 이론파트인 이 박사가 전산모사를 통해 원리를 설명해주면 실험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박사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실험 연구자로부터 '당신의 전산모사 결과를 보고 우리가 이렇게 실험하려던 것을 이렇게 방향을 잡았다. 방향을 못 잡고 있었는데 시뮬레이션 결과가 도움이 됐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을 때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기분이다. 전산모사는 최근 각광받는 분야다. 과거 신약개발과 소자개발에 보통 20년이 걸렸지만 전산모사를 제대로 활용하면 필요 없는 실험들을 배제하기 때문에 기간과 인력을 절반으로 단축하고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그는 일과 출산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을 후배들에게 같은 그룹이나 센터의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동료들도 본인의 일이 아니기에 정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돕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어렸을 때는 논문이 잘 나오면 제가 잘나서 그런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혼자되는 일은 없더라구요. 저도 도움을 받은 만큼 사회에서 요구되는 일, 보탬이 될 수 있는 일, 함께해서 서로 더 좋을 일을 해야죠."
올해 40대에 접어든 이 박사는 해가 갈수록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더욱 크게 느낀다. 때문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KWSE)를 비롯해 원내 여직원 협의회,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의 멘토링 프로그램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신이 아니기에 지칠 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아무 페이지나 읽으며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이승미 박사. 그와 함께하는 따뜻한 2013년을 기대한다.
[출처/저작권자:(c)대덕넷]
[작성자: 대덕넷 지나라 기자 nara@HelloDD.com]
이승미 박사 축하드립니다^^
대가 (이영희 박사) 밑에 대가 (이승미 박사) 난다고 옛말이 한나도 틀리지 않군요.
아주 아주 반가운 소식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어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