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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칩의 미래주자 오순진 박사

Q: 박사님의 가족사와 관련하여 KOSEN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픈 정감어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제가 2002년도에 미국 스텐포드 대학에 연구원으로 있을 때의 일입니다. 12월 말에 가족이 LA를 거쳐 샌디에이고까지 자동차로 휴가를 갔었습니다. 그때 아내는 둘째를 가졌었는데 문제는 저도 집사람도 그때 둘째를 가진 사실을 몰랐다는 것입니다. 며칠 동안 샌디에이고 동물원, 씨월드, 레고랜드 등을 구경했었죠. 그 당시 자꾸 아내가 추위를 타길래 감기인가 했는데 돌아온 후에 알고 보니 임신 8주째더군요. 임신 초기에는 조심해야 하는데 그런 배려를 못해준 제가 아내와 둘째에게 상당히 미안하더라고요. 근데 둘째에게 미안한 일이 또 생기게 되었습니다. 2003년 6월에 장인, 장모님, 그리고 처형이 미국에 놀러 오셨습니다. 그때 임신 8개월인 아내를 이끌고 일주일간 3000 킬로미터를 여행하는 모험을 감행한 것이죠. 자동차로요. 장인, 장모님 구경을 시켜드려야 된다는 핑계와 운동을 해야 애를 쉽게 놓을 수 있다고 꼬셔서 말이죠. 요세미티 국립공원과 타호 호수를 무사히 일주하고 돌아왔습니다. 무사히 잘 버텨준 아내와 건강하게 세상에 나와준 둘째에게 고맙더군요. Q: 포항공과대학교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치셨는데, 학창시절은 물론 모범생으로 일관하셨겠지요? 학창시절에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듣고 싶습니다. 포항이 고향이신가요? A: 제 고향은 대구입니다. 대구에서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거쳐 포항공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학창시절엔 소위 말하는 ‘범생이’ 였습니다. 학교와 집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왕복했었죠.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의 학창시절은 밋밋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비범생이었던 순간이네요.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5명의 친구들이 한 집에 모여 새벽까지 소주를 마시며 노래 부르며 놀았더랬습니다. 근데 얼마나 마셨는지, 다음날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사람들이 모두 피하더군요. 대학시절엔 친한 친구들 다섯이서 5인방을 결성해서 어울려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해본 기억이 남네요. Q: 박사과정을 마치시고 현재까지 박사님이 하고 계시는 연구분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A: 생명과학연구센터에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소량의 샘플로 한번에 DNA나 protein의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바이오칩의 개발입니다. 기존의 바이오칩 (DNA, protein chip 등)이 가지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성능이 우수하고 일관된 실험결과를 줄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칩을 제작하고 이의 특성들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고체 기질상에서 일어나는 DNA 간의 혼성화나 protein들 간의 상호작용은 용액에서 일어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체 표면이 바이오 분자들 간의 상호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실에서는 고체 기질에 의한 방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칩의 기질을 개발하고 특성을 연구하여 성능이 우수한 바이오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식약청에서 자궁경부암을 진단할 수 있는 DNA 칩의 상용화를 허가했는데 이것이 이 분야의 붐에 일조할 것입니다. Q: 그간의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방향에 관한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제가 바이오칩 분야를 시작한 것은 2000년도부터입니다. 현재 DNA 칩의 개발에 대해 3편의 논문과 2편의 특허가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새로 개발한 DNA 칩에 대해 3-4편 정도의 논문과 특허를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는 DNA 칩 뿐만 아니라 protein 칩에 대해서도 연구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아시다시피 protein 칩을 개발하는 것이 DNA 칩을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혹자는 ‘DNA 칩을 개발하는 어려움이 1이라면 protein 칩을 개발하는 데는 100 또는 1000의 어려움이 있다’ 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모든 생명현상이 protein에 의해 제어되기 때문에 그리고 DNA의 정보는 그러한 protein의 생산에 필요한 암호일 뿐이라는 점에서 protein에 대한 정보는 필수적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protein 칩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하겠습니다. Q: 전공 분야를 선택하신 계기는 무엇이며, 혹시 이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를 선택했더라면 어떤 분야를 생각하고 계십니까? A: 저는 박사학위까지 생무기화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러나 순수화학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21세기는 나노와 바이오의 시대인데 화학 자체가 나노이므로 이를 바이오에 응용할 수 있는 분야를 하고 싶었습니다. 바이오칩 분야가 화학과 생물학의 경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제가 하고 싶어하던 분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쎄요. 이 분야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다른 나노바이오 분야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Q: 그럼 이 일을 하시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시나요? 이 일이 다른 직업보다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연구직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자신이 하는 연구가 잘 진행되어 논문화, 특허화 될 때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입니다. 한층 더 나아가 제품으로 개발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연구직이 다른 직업보다 좋은 점은 우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고 다른 회사 생활과는 다르게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별로 심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이겠죠. Q: 다음은 KOSEN에 관한 질문입니다. KOSEN의 전반적인 운영에 있어서의 장단점 혹은 바라는 사항이 있으시다면 무엇입니까? A: 저의 소견으로는 KOSEN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제공하는 좋은 사이트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어느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많은 분석자료와 수집 자료들, 회원들끼리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찾아줄 수 있는 기능, 국내는 물론 해외의 여러 가지 직장에 대한 정보, 해외 학회의 최신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지원되는 지원금제도 등 KOSEN의 메뉴 하나 하나가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됩니다. 단점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요… Q: KOSEN ‘자료요청’ 코너에 회원들에게 좋은 자료들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데, KOSEN에 거는 기대라면 무엇이 있습니까? 또한 KOSEN의 발전방향에 대한 박사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저보다 훨씬 더 KOSEN의 발전을 위해 수고하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지금도 KOSEN은 좋은 사이트임에 틀림 없습니다만, 한 가지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고 계신 많은 한인 과학자들과의 유대와 교류를 좀 더 활발히 지원하는 사이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해외 한인 과학자들에게 KOSEN에 대해 많이 알려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KOSEN을 통해 국내 과학자들과 해외 과학자들 간의 유대가 강화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러한 유대를 통해 각각의 분야에서 재외 한인 과학자들을 한국에 초빙해서 국내 과학자와 재외 한인 과학자들 사이의 교류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KOSEN에서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지원해주신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한국의 과학사이트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것은 KOSEN의 이름과도 잘 일치한다고 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같은 길을 걷고 계시는 과학도와 이 길을 선택하고자 하는 후학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 남겨주세요. A: 제 생각에는 아직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사농공상의 마인드가 자리잡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21세기인데도 말이죠. 그러나 차츰 과학인이 대접 받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국가의 운명이 과학에 달렸다는 것을 정치하는 사람도 모르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감히 같은 과학을 하시는 분들이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셨으면 합니다. 물론 저부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해야 겠죠. 아시다시피 외국, 특히 미국의 경우 한국의 국력과 과학력을 아주 우습게 봅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미국인이 상당수요, 삼성이 미국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도 상당수입니다. 허탈감마저 들죠. 그렇지만, 그네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나라의 일개 주밖에 안 되는 나라를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겠죠. 우리의 국력을 키우는 길은 과학 기술력 밖에 없습니다. 미국인들도 인정하고 높이 평가하는 일본이 인구가 많아서 입니까? 자원이 많아서 입니까? 바로 과학 기술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과학하시는 분들, 그리고 하고자 하는 후배님들 우리 다같이 사명감을 가지고 매진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KOSEN 회원분들 중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하나님의 평화와 은총이 항상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유연희, KISTI 동향정보분석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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