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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계, 큰 연구(Big Science) 해야”- 뇌 과학 대가

'뇌 과학 분야의 선두주자'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더불어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과학자' 조장희(69) 가천의대 석좌교수를 수식하는 단어는 많다. 그 만큼 지금까지 그가 이뤄낸 업적이 크기 때문이다.
1972년 CT(컴퓨터단층촬영)의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을 뿐만 아니라 뇌를 연구하는데 꼭 필요한 영상 장치인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 뇌 영상 연구분야의 세계 3대 석학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를 무대로 큰 업적을 남기는 위대한 한인 과학자로 이름을 떨쳐내고 있다. 서울대 공대에서 전기공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마친 조 교수는 스웨덴으로 건너가 웁살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스톡홀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에서 CT촬영, MRI(자기공명영상장치) 등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1985년부터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에서 침술 연구를 위한 뇌기능영상연구소 책임자를 맡아왔으며 KAIST(한국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등에서 초빙석좌교수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연구자 못지않게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조 교수가 지난해 9월 독일 지멘스사, 미국 하버드대와 손잡고 만들고 있는 'PET-MRI 통합시스템'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그 동안 뇌 과학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기존 촬영 장비인 PET가 뇌 속의 신경물질 등의 이동경로와 반응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음에도 해상도가 낮아 뇌 피질의 미세한 층을 관찰할 수 없었다. 실제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했을 경우, 그 결과를 알아내는데 약 1주일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PET-MRI 통합시스템'이 개발되면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한 즉시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조 교수의 연구는 황우석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시스템으로 생체 이식을 한 줄기세포가 어떤 변화를 거쳐 완벽한 자기 조직으로 자리 잡힐지 그 과정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거부반응이 일어났을 경우 분자들의 흐름을 점검해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PET-MRI 통합시스템'으로 가능해진다. 인간의 기억이나 학습, 감정 등 뇌에 관한 영상자료를 실시간으로 받아볼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에 'PET-MRI 통합시스템'은 뇌 과학에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새로운 장비로 평가받고 있다. 뇌 질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앞으로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는 예상치 못할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이 연구는 가천의대와 지멘스가 640억원을 투자해 건립하고 있는 뇌과학연구소에서 진행된다. 조 교수가 초대소장을 맡고 있는 뇌과학연구소는 한국을 세계 뇌 과학 메카로 만들기 위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그 역시 40여년간의 미국생활을 접고 영구귀국을 선언한 것은 뇌과학연구소를 세계적인 뇌 과학 R&D기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사르고 있다. 그의 연구성과에 힘 입어 국내에서도 뇌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뇌 연구는 초창기 분야입니다. 뇌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은 범국가적 수준에 이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연구분야나 다름없죠. 그렇기 때문에 재밌습니다.“ 지난 8월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연례학술대회인 'UKC2005' 행사가 열리는 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에서 그를 만나 그 동안의 근황과 연구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제는 '빅 사이언스' 시대“ - 60년대 당시 스웨덴에 유학을 간 것이 특이하다. 특별한 배경이라도 있는지. 서울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선진 외국에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원자력장학생선발시험을 봤다. 이 시험에 합격해 스웨덴을 갔고 10년 동안 공부했다. 일제의 점령시기를 지나 한국전쟁까지 경험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출발이 많이 늦다. 내가 외국으로 유학을 간 1세대 과학자가 될 것이다. 지금은 과학기술 수준이 많이 발전했지만 우리나라도 좋은 대학을 빨리 만들어 연구를 해야 한다. - 대덕의 많은 정부출연연구소들이 혁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출연연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해 준다면. 출연연도 포커싱을 해야 한다. 적당히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한국이 이제 세계와 경쟁하려면 정말 세계적인 연구에 경쟁력을 집중해야 한다. 중간 정도는 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간에서 선두그룹에 올라서기는 더 힘들다. 중국도 무섭게 뒤따라오고 있다. 출연연도 백화점식 경영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몇 분야를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 한국 과학계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이라도 생각하는지. 연습하는 연구는 이제 그만하고 '큰 연구(Big Science)'를 해야 한다. 빅 사이언스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 사람이 중심이 되어 모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핵심인물이 연구에 도움이 되는 국내외 우수 연구자들을 다 데려올 수 있었으면 한다. 빅 사이언스를 한다고 해서 투자가 한 곳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그 연구에서 파생되는 또 다른 연구가 생겨날 것이다. 미국의 연구소 중에서는 벨연구소를 최고로 평가한다. 최고 연구소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벨연구소가 빅 사이언스를 했기 때문이다. - 이와는 반대로 과학계가 바꿔야 할 부분이 있다면. 연구원 정년문제를 꼽고 싶다. 나이 많다고 연구를 못하게 하는 것은 국가적 손해다. 은퇴할 사람은 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앞으로의 연구계획이 궁금하다. 칠순의 나이에도 연구를 계속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한국에 돌아왔으니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가 뇌 과학 R&D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세계적인 과학자들을 영입해 공동 아이디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 문정선 기자 jsmoon@hellodd.com <조장희 교수 연락처> 전화 : 032-460-2081 이메일 : zcho@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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