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 만화가
2005-11-02
신인철 : ozr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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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사님의 이력과 학창시절을 소개해 주세요.
저는 85년에 신설된 대학인 한국과학기술대학 (KIT) 생명과학과를 1회로 졸업하였습니다. 이어 한국과학기술원 (KAIST)와 한국과학기술대학이 통합되면서 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습니다. 학창시절에는 대부분의 대학생이 그렇듯이 이런 저런 많은 방황을 하였던 것 같습니다. 더구나 당시 대전시 한구석의 허허벌판에 신설된 대학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던 기억이 나네요. 20년이 지난 지금 그곳은 완전히 별천지로 바뀌어 있지만요. 사실 저는 당시에 서울에서 다른 대학을 1년간 다니다가 전학(?)을 해와서 서울의 대학가와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지어진 신설 대학의 기숙사간의 괴리감을 이기지 못하고 한참 동안 어려워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낭비한 시간이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이 아쉽네요. 하지만 6년의 대학원 생활 동안 지도교수님께 많은 감화를 받고 환골탈태 했습니다. 학위를 마치고는 국내에서 5년간 포닥으로 일하였고 5년간의 특례 의무복무가 끝난 후에는 미국의 Vanderbilt University에서 역시 5년간 포닥으로 일하여 총 10년간의 국내외 포닥을 마치고 지난 2월 귀국하여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에서 조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2. 박사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오신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방향 및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저는 cancer biology를 전공하고 있습니다. 배양된 암세포와 마우스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각종 발암 유전자가 발암기전, 전이기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포닥으로 일하는 동안 괜찮은 연구를 진행하여 수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지만 지금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저 나름대로의 과학을 시작하려고 준비하면서 뒤돌아 보니 그 동안 하였던 연구는 저만의 연구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상황이 틀리고 연구비나 코어 랩 등의 지원이 좋았던 미국에서의 연구 환경에 비하여 혼자 independent researcher로 서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많은 연구비 지원이 이루어지고 정말 세계 top 수준의 연구를 하시는 분들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저도 부끄럽지 않은, 논문 편수를 채우기 위한 연구가 아닌 좋은 연구를 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KOSENIA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그리고 어떻게 만화를 그리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미국에서 포닥으로 일하고 있던 1 년 전 대학원 선배님이시자 역시 KOSENIA 이신 허광래 박사님의 연락을 받고 KOSEN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KOSEN과의 좋은 인연을 맺게 해주신 허광래 박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KOSEN에서는 ‘포닭블루스’라는 만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생활에 대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대학원생 시절 계간지였던 분자생물학뉴스지에 ‘The graduate student blues – 대학원생 블루스’ 라는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은사님이셨던 한국과학기술원의 유욱준 선생님의 권유로 그 만화를 1995년까지 연재하였습니다. 그 후에 유욱준 선생님께서 집필하신 실험 및 강의 서적 Biomedical Research (부제: 재미있는 분자생물학 그림여행)의 삽화 및 만화를 그려서 조금의 유명세(?)를 탔습니다. 그 책이 딱 10년 전에 발행되어 지금은 절판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찾고 있고 그 책과 분자생물학 뉴스지의 연재 만화로 저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현재 KOSEN에 연재하는 ‘포닭블루스’를 익명으로 투고하는 이유와 인터뷰를 응하는 일에도 조금은 망설인 이유는 저의 본업은 만화가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디서든 처음 보는 분들을 소개 받으면 ‘만화 그리던 친구’로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는 게 고마우면서도 조금은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대학에 부임해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해보니 만화 등을 사용해서 쉽게 학생들과 대중에게 딱딱한 과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것도 꽤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유욱준 선생님과 또 새로운 책을 만들기 위해 작업 중이고 또 좋은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 지금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사실 저의 만화는 보잘것없는 데생 실력의 아마추어적 만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격려를 보내주신 몇몇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 드립니다. 만화를 그리게 된 계기는 초등학생 시절 즐겨보던 잡지인 ‘소년 중앙’ ‘어깨 동무’에 연재되던 길창덕, 윤승운, 이두호 선생님들의 만화를 탐독하면서 따라 그리다가 자연스럽게 만화 그리기가 취미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혹시 좋은 만화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들은 메일로 연락해 주세요. 마감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번 달은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네요. ^^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한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방향을 제시해주세요.
KOSEN을 방문하면서 아주 좋게 느낀 점은 전세계의 이공계 전반의 한국 과학자들이 모여 양질의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라는 타이틀 때문에 처음에는 북한 사이트가 아닌가 하고 잠시 놀라기도 하였지만 그 막대한 정보와 친절하신 전문가들의 활동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분야에 걸쳐 왕성하게 활동하시어 저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포럼이 되었으면 합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포닭블루스’를 연재하고 있는 입장이므로 전세계의 포닥 여러분들께 격려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연구교수, research instructor 등 타이틀은 조금 다르지만 10년 동안 비정년 트랙 연구원을 해온 입장에서 지금 포닥 시절을 다시 돌아보면 조금은 역설적으로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재미있었고 연구에 열중할 수 있었던 시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벤치에 앉아서 차분히 실험을 하고 싶어도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는군요. 제가 포닥을 오래 동안 하고 있을 때 저의 지도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주머니 안의 송곳은 반드시 뚫어져 나온다. 시간이 짧고 긴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결국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서 가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